천마가 되니 탑 공략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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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띡이
작품등록일 :
2026.03.06 16:49
최근연재일 :
2026.03.2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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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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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03. 천마

DUMMY

멀쩡한 카드가 왜 갑자기 정지가 돼?!


아줌마가 빗자루를 들고 나를 쫓아내려던 찰나였다.


“어이! 맥주랑 안주 좀 내와!”


가게 문이 쾅 열리며, 동네 건달로 보이는 문신투성이 사내 두 명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대낮부터 거나하게 취한 놈들은 들어오자마자 냉장고를 발로 쾅 걷어찼다.


뭐지? 깡패? 양아치?


“돈도 안 내면서 술만 쳐먹는 버러지들이 또 왔네?!”


아줌마는 이들을 아는 눈치였다.


“어쩌나, 지금 집에 아저씨가 없는데···.”


흰색 런닝구를 말아 올려 배를 깐 일명 ‘베이징 비키니’를 입은 건달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뭐야, 이 그지 새끼는?”


그는 내 멱살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이러지 마시죠?”


“뭐? 이 재수 없는 거지 새끼가.”


“푸하하! 이 놈 옷이 무슨 걸레야 걸레.”


건달의 손이 닿기 직전.


나는 손목을 가볍게 움켜 쥐었다.


아주 살포시 잡았을 뿐이다.


그런데.


우두둑!


“끄아아아아악—!”


건달이 눈알을 까뒤집으며 비명을 지르는게 아닌가.


엄살···?


아니면 중국에도 자해공갈단이 있나?


그런데 내가 쥐었던 손목이 빨갛게 달아오르는게 아닌가.


“혀, 형님?! 이, 이 자식이!”


뒤에 있던 다른 건달이 혼비백산하며 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옴마야! 이 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주인 아줌마는 혼비백산에 빠졌다.


휙— 휙—


칼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온갖 욕을 하며 날 위협한다.


“워 차오! 타마더! 차오니마! ”


그런데 천마의 앞에 서봤던 탓일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봐, 개방 거지야! 이거라도!”


주인 아줌마가 내게 빗자루 손잡이를 건넸다.


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상하지만치 겁이 나지 않았다.


천마 백무진과 비교하자면, 개미 한 마리가 아우성대는 꼴 같았다.


“조심해! 거지야!”


“그러니까 저는 거지가 아니고,”


“이야야야야!”


그가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 들었다.


뭐야, 너무 느린데?


“···?!”


나는 가볍게 칼날을 피했다.


그의 손목을 내리쳤다.


칼을 놓치게 하기 위함이니, 아까 보다는 쎄게 치는게 당연지사.


그래도 오락실 두더지 게임하는 정도는 힘을 줬다.


어릴적 봤던 애니메이션 속 기술.


〈공포의 쓴맛!〉정도는 되리라.


그런데, 요란한 소리와 먼지 폭풍이 일렀다.


쿵!


이 남자가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아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으아아악!”


한켠엔 손목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구는 건달.


“에구머니나!”


그리고 빗자루를 떨어트린 아줌마.


나 역시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강진혁, 무슨 재야의 무림 고수가 된 거야?


혈청을 맞고 슈퍼 솔저, 캡틴 코리아가 된거냐고.


도파민, 그리고 뽕이 차오른다.


그야 당연히 남자라면 한번쯤 해보는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니까.


학교 다닐 적에 교실에 괴한이 침투하면, 단번에 제압하는 상상 한번쯤 다 해보는 것 아닌가?!


“살려줘! 살려줘!”


죽일 생각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음···.”


바닥에 뒹구는 건달들의 뒷덜미를 잡아 가게 밖으로 질질 끌어 내보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어디론가 도망쳤다.


아마 다시 여기 오지는 않지 않을까?


가게 문을 닫고 아주머니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사장님. 이유는 모르겠지만 카드가 정지라 돈은 없는데··· 염치 없지만 핸드폰 충전 좀 해도 되겠습니까?”


“그럼! 그럼! 여기있어! 충전 맘껏 해! ”


꼬르르르륵—


“그리고 저기 유통기한 다 된 빵이라도 좀··· 얻어 먹을···”


“여기! 전부 자네 꺼야!”


아주머니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빵을 한가득 안겨주었다.


“이 정도는 필요 없는데요?”


“다, 다 가져가! 따, 따거(大哥)!”


따거?


갑자기 형님(따거) 대우를 받게 된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빵을 베어 물었다.


방금 전의 무력 시위 덕분인지, 아주머니의 태도는 180도 돌변해 있었다.


게다가 내 위 아래를 훑어 보더니, 가게 안쪽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겁을 먹을만 해.


그런데


“우리 남편 옷인데, 사이즈가 맞을진 모르겠지만 입어요.”

“아이고, 씨에씨에. 정말 감사합니다.”


비록 몇 번 입은 흔적이 있는 중고였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나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충전이 된 핸드폰의 전원을 조심스럽게 켰다.


그리고 곧, 부팅이 끝난 핸드폰 잠금 화면에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박 부장이겠지.


띠링!


그런데··· 한 두개가 아니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의 알림이 떴다.


[부재중 통화 79건]


[읽지 않은 문자 108통]


평생에 받을 관심이란 관심은 다 받은 것 아닌가?


이게 대체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지문으로 잠금 해제를 하려다가 핸드폰 상단의 날짜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말, 말도 안돼! 아줌마 오늘이 며칠이죠?”


“7월 11일!”


고장난 게 아니었다.

내가 장가계를 등반했던 휩쓸린 날이 7월 3일.


그런데 지금이 11일이라고?.


일주일이 넘은게 아닌가.


그러니까 내가 전이 현상에 휩쓸리고, 자그마치 일주일이 넘었단 말이잖아?


이거 사태가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그 와중에 문자도 이렇게 많이 올 수 있는지 몰랐는데.


연예인이 된 것 마냥 계속해서 갱신이 됐다.


우선 박 부장.


[강진혁 대리! 대체 어디야!]


처음엔 분노를 박 부장이었다.


그런데 점점 태도가 달라졌다.


[강진혁 대리··· 제발 살아만 있어주게.]


[우선 실종 신고를 했네. 정말 믿기지 않···]


그러니까 내 실종 신고를 했다고?


“어? 그럼, 카드가 정지된 이유가······.”


실종 신고된 사람이라 카드를 정지 시켰을 수 있다.


그제야 아귀가 맞아 떨어졌다.


[대사관에 연락을 했어. 그런데 자기 관할이 아니라는···]


어머니, 그리고 동생, 친구, 지인 등등 연락이 도착했다.


[아들 어디야?]


[왜 연락이 없을까~?]


[아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제발 살아있는 거지? 엄마는···]


[진혁아, 뉴스에 네 이름이 다 나오는구나.]


[바보 오빠! 이제 더는 바보라고 안할 테니까···]


“돌겠다. 정말 미치겠네!”


달달달 떨리는 손.


당장 전화를 걸려고 했다.


일단 어머니께 먼저 살아 있다고 말씀 드려야만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나 헌터로 각성한 걸 꺼야’


모르긴 몰라도 힘을 얻은 것은 확실하다.


그러면 통화를 성급하게 시도하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지금 통화하면 중국 통신망의 내 위치가 잡힐테니까.


당연히 내가 일반인이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미지의 힘을 각성한 상태.


탑이 세워진 지 10년, 강산도 변할 시간에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여러 발생했다.


당장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중국 공산당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세계 각국의 S급, A급 헌터들을 천문학적인 액수로 모셔간다고 들었다.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국에 귀속 시킨다는 흉흉한 소문이 파다했다.


그래서 세계에 정체 모를 탑이 세워진 뒤로, 타국, 특히 중국으로의 출국은 조사를 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히 양국 간의 심각한 외교 문제가 불거졌지만, 헌터의 유출은 곧 국가의 위기.


때문에 인재 보호를 위해서 정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죽하면 쓸만한 각성자는 출국하는 것 자체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엄격히 통제될 정도가 되었다.


인권 차별 운운할 사항이 아니었다.


나름 근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중국과의 무역 문제.


이건 마정석이라는 탑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떠올랐다.


다행히 한국은 발 빠르게 움직여 마정석 강국이 되었다.


오랜 염원이었던 ‘천연 에너지자원이 나는 국가’가 되어 중국과의 힘 싸움에서도 버틸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나는 중국을 믿지 않는다.


미등록 각성자일지도 모르는 내가 중국 한복판에서.


그것도 실종 신고까지 된 마당에 발견된다면?


전이 현상이 각성에 관계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대중에게 공개가 되지 않은 정보인 걸로 봐선 특급 기밀일 확률도 있다.


애초에 강진혁은 지금 실종된 사람.


그러니 내가 어디 지하 깊은 곳으로 끌려가 조사를 받아도 대외적으로 알 도리가 없다.


혹시 알아? 고문을 당할 지도?


조사를 받다가 내 힘의 편린이라도 들키는 날엔 꼼짝 없이 평생 중국 공산당의 노예로 굴러야 할지도 모른다.


베이징 탑을 오르는 헌터로서 말이다.


해부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고.


그건 있어서는 절대 안 될일.


난 한국이 좋다.


벌써부터 어머니가 끓여주신 김치찌개가 그립단 말이다.


일단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전화를 하더라도 공중전화로 해야만 해.


그렇다면 큰일이다.


나는 혀를 차며 핸드폰의 전원을 다시 꺼버렸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아들 꼭 돌아갈게.’


지금 당장은 천마? 헌터고 나발이고,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다.


공항으로 가자.


장자제 허화 국제공항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곧장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내 여권도 무용지물이지 않을까?


공항 출국 게이트를 어떻게 무사히 빠져 나가지?


공항으로 가도 잡혀서 조사 받는 건 매한가지다.


나는 아직 헌터 등록이 되지 않았으니, 차라리 공안에 가서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약초 캐는 노인의 오두막에서 겨우 살아남았다’고 자진 신고를 하는 게 그나마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다.


운 좋게 살아 돌아온 행운의 관광객 코스프레.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항상 염두 해야만 하겠지.




우걱우걱—


빵을 먹으며 주인 아주머니께 휴대폰을 빌렸다.


나에게 확실히 겁을 먹으셨는지, 순순히 넘겨주신다.


나도 딱히 강압적으로 할 마음은 없지만.


여긴 제갈량의 나라.


그리고 손자병법의 나라.


놀랍게도 ‘남을 속이는 것도 재능’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이 중원의 땅에서 이 정도 쯤이야.


그리고 나 천마잖아?


그건 모르긴 몰라도 아무튼 나쁜 짓 하는 사람 아니야?


그렇다면 이 또한 퍽 천마다운 행동이리라.


“어디보자.”


일단 정보.


21세기 정보화 시대엔 무엇보다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헌터···.


그렇다면 헌터의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답은 정해져 있다.


어디긴 어디야?


헌터의, 헌터에 의한, 헌터를 위한 커뮤니티.


당연히 〈헌터 갤러리〉지!


헌터들의 성지라 불리는 익명 커뮤니티, 헌터 갤러리의 공지사항과 뉴비 가이드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역시 내 기대에 부흥했다.


온갖 개똥 같은 글들 속에서 묻힌 빛나는 진주를 주울 수 있었으니까.


"이거야!"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답을 찾을 수 있었다.


====================


[Q: 탑은 층마다 연결되어 있나요? 한국 탑에서 들어가면 미국 탑으로 나올 수 있음?]


[A: ㄴㄴ 탑은 전 세계에 수십 개가 세워져 있어.


그런데 1층부터 10층까지는 사실상 '튜토리얼 구역'이라 공간이 하나로 연결(공유)되어 있음.


차원이 통합되어 있다는 거임. 원리는 몰루?


(※중요※)


10층을 클리어 할 시에 국가 라이센스 헌터가 됨.


무슨 소리냐?


만약 내가 미국에 체류중에 각성했어.


그래서 워싱턴 탑에 입장했다고 가정하자.


여기까진 괜찮아. 돌이킬 수 있음.


그런데 10층!


튜토리얼 난이도가 끝나는 10층에서 선택을 잘 해야함.


무슨 소리냐.


10층을 클리어하고 나올 때, 전세계에 있는 수 많은 탑 중에 자신이 도전할 탑 하나를 고를 수 있어.


그게 출구(귀환 좌표)가 되는 거야.


만약 네가 대한민국 헌터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한국의 탑으로 설정해야 해. ㅇㅋ?


서울이든 부산이든 알아들어?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헌터가 되는거야.


까닥해서 평양 고르면 넌 빼박 북조선 헌터가 되는거다 이말이야.]


(댓글)


└ 헬조선 헌터를 왜 함? 중국가면 국빈 대접에 통장에 즉시 100억 일시불 입금인데 ㅋㅋ


└ 인체의 신비전에 출품되고 싶으면 그렇게 하든가.


└ 천조국 대우도 비교가 안 됨. 오죽하면 국방비 예산을 줄인다잖아.


└ 한국은 사실상 애국심과 자긍심으로 선택하는 거.


└ 여윽시 열정 페이와 징병제의 나라 ㅠㅠ


===================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그러니까 10층을 클리어 하면 된다는 거잖아?”


어차피 튜토리얼이라면서.


간단하지 않겠어?


공항을 전전긍긍하며 통과할 필요가 없었다.


이 곳 후난성(湖南省)에 있는 중국 탑에 입장하고.


튜토리얼 구역인 1~10층까지만 돌파한다면, 출구 좌표를 서울로 설정해 탈출하면 끝나는 일이다.


나는 핸드폰을 돌려주며 아주머니에게 씩 웃었다.


“감사합니다.”


“아, 예! 예!”


가게를 나선 나는 낡은 점퍼 깃을 세우고, 시내 외곽의 한적한 야산으로 향했다.


탑에 들어가기 전 능력을 테스트는 해봐야 할 거 아니야.



여긴 동네 야산이라고 해도 높이가 거의 한라산급.


지천에 널린게 인적 드문 장소였다.


자연스럽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비급서를 펼첬다.


나름 세심하고 친절하게 그림까지 그려서 설명해주고 있었다.


다만 오묘한 이치가 적힌 「사서삼경」이나 「논어」급 구절들은 차마 이해를 못 했다.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이런 것도 AI한테 해석을 맡기면 풀이를 해줄까?


테스트는 해볼 일이다.


고문서를 해독 및 해석할 수 있는 천재를 찾는 것보다, AI가 더 빠를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천마는 그리 말했지.


자신의 시험을 통과한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혹 이 무공을 전수해줄 제자를 그토록 찾아 헤맸던 것일까?


설마 내가 통과한 걸까?


에이, 그럴리가 없겠지.


어디보자, 단전에서 기를 끌어모아서···


“천마기결(天魔氣訣), 일기화형(一氣化形)······.”


이렇게 하는 건가?


칠흑 같은 천마의 기가 꿈틀거린다.


자동차 엔진이 피스톤 운동을 하듯, 아랫배에서부터 손가락 끝으로 기의 흐름이 펌핑되어 올라온다.


손가락 끝을 바위에 조준했다.


내가 시험하고 있는 건, 천마의 지법(指法).


『천마탄지(天魔彈指)』


보아하니 권총을 쏘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보였기에, 가장 먼저 익히기 쉬울 것 같았다.


검법은 검이 있어야 하는 법.


난 지금 맨주먹이다.


그러니 지법과 권법을 살펴 보았는데, 간지날 것 같아서 선택한 것이 바로 천마탄지.


그런데···.


“어어어어?!!”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려 했다.


혈관을 타고 쏜살같이 뻗어나간 내공이 오른손 엄지와 중지 끝에 콩알만 한 구슬처럼 응축되었다.


30미터 떨어진 집채만 바위에 손가락을 튕겼다.


“천···마···”


차마 내 입으로 천마탄지라고 기술명을 말하기는 좀 머쓱하다.


하지만 기합은 필요하니까!


그러니까.


“빵!”


이 얼마나 어설픈 기합.


그러나 벼락이 내린 듯한 굉음에 묻혀버렸다.


콰아아아아앙-!!!!!


내가 튕겨낸 손가락 끝에서 푸른 섬광이 뿜어졌다.


고막을 찢는 굉음과 함께 집채만 한 바위가 구멍이 뚫린 중심원으로부터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까악 까악!


재난을 감지한 새들이 놀라 펄럭거리며 도망갔다.


“······?”


가까이 다가가 부서진 표적을 살펴보니, 바위뿐만이 아니었다.


뒤이어 깎아지른 절벽 한복판에 2미터 남짓한 틈이 벌어져 휑한 속살을 드러냈다.


난 내 손가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권총이 아니라, 대포를 쏜 줄 알았네.”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조심해야겠어.


나는 헛기침을 하며,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후난성(湖南省) 탑으로 향했다.


###


탑의 1층 로비는 수백 명의 중국 헌터들로 시장통처럼 붐비고 있었다.


인해전술은 중국의 모토.


정말이지 바글바글했다.


인구가 많으니 역시 헌터도 많구나.


로비 중앙에는 세계 기록이 적힌 레코드 판이 황금빛 글씨를 번쩍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도 벌떼처럼 몰려 있어서 내 위치에선 글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1등. 왕샤오쥔 (CHN) - 02:30]


[2등. 리차드 (USA) - 03:15]


[3등. 이반 (RUS) - 03:42]


···


[5등 박태준 (KOR) - 03:55]


나는 기록판 확인을 포기하고, 입장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이 놈의 중국인들은 새치기가 기본이지?!


오냐, 나도 해주마.


그때,


“비켜 비켜!!!”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남루한 차림의 노인을 거칠게 밀어 넘어뜨리려 했다.


"어르신!"


나는 황급히 노인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호호, 고맙구먼. 요즘 젊은이 같지 않게 친절하구먼.”


“별 말씀을.”


“그런데 젊은이. 거, 관상이 참 기구하구먼.”


“그렇습니까? 어르신? 제 관상이 어떻길래요.”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제 발로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가려 하다니.”


꼬질꼬질한 런닝구에 구멍 난 밀짚모자를 쓴 노인을 벤치에 앉혔다.


행색은 동네 공원에서 소주 까는 노숙자나 진배 없었다.


하지만···.


왜일까?


어딘가 기백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연히 호랑이 아가리겠죠. 여긴 탑의 입구니까.”


“끌끌끌. 자네도 헌터인가?”


“그럴리거요. 아닙니다.”


이건 나도 알고 있던 정보 중 하나인데.


탑의 1층부터 10층은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도전하려 할까.


물론 처음엔 각성하지 못한 자들도 세계를 지키고 싶다는 사명감에 입장했다.


그러나 주검조차 찾을 수 없는 현실을 맞딱들였다.


비각성자들의 발길은 자연히 뜸해졌다.


만약 10층을 넘기면 각성하지 못한 자들도 헌터로서 인정 받는다고 하는데···


그런 괴물이 우리나라에도 몇 명 존재한다고 했다.


“헌터도 아닌 놈이. 끌끌끌. 젊은 나이에 벌써 죽으러 가는게냐?”


탑은 자살을 염원하는 이들에게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이 노인도 그런 의미에서 묻는 거겠지.


“아닙니다.”


“그럼 어째서 탑을 오르려 하느뇨?”


“탑이 있으니 탑을 오르려 하는 것 뿐입니다.”


내 대답에 노인이 박장대소를 했다.


“아하하하! 고놈 참 입은 살아 가지고, 끌끌. 좋은 이유로다!”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그럼 내 조언을 하나 해주지.”


“어르신께서요?”


“그래. 왜? 싫으냐?”


“아닙니다. 말씀 하세요.”


“자네는 왕샤오쥔이 왜 기록 1등을 고집하는지 아나?”


“예? 왕샤오쥔이요?”


“탑을 오르겠다면서 그것도 모르는건감. 쯧쯧.”


“아뇨, 뜬금없는 이름이라서요.”


알다마다. 중국의 랭킹 1등 헌터이자, 전세계 기록을 전부 갈아치우고 있는 괴물 같은 남자라 들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왜?


“크흠. 이건 비밀이지만 말이야.”


귀를 빌려 달라는 시늉을 했다.


“공산당이 국가적으로 나서서 피 터지게 기록을 단축시키려 하는 이유를 아는가?”


“모릅니다만···.”


“소문으로는 말이야. 공략 클리어 등급에 따라 특별 보상이 있다고 하네.”


난 또 뭐라고.


특별 보상이 있다는 건 동네 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특별한 이야기가 이런 노인에게 나올리가 없지.


“그렇군요.”


“자네, 1등을 목표로 하게.”


“예? 그건 힘들겠죠. 아무래도.”


노인이 내 등을 툭툭 두드렸다.


“남자라면 태어나서 최고를 노려야지! 쯧쯧. 이렇게 그릇이 작아서야.”


“비록 작은 그릇일지 모르나, 그릇이 넘칠만한 큰 뜻을 품을 수는 있겠지요.”


“···.”


“저의 세상이 온통 물로 가득하다면, 제 그릇은 언제가 물로 꽉 차있지 않겠습니까?”


“허허, 고놈···어르신이 얘기하는데 꼬박꼬박 말대꾸를··· 예끼 이놈아!”


지팡이로 내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하하.”


“넌 바다에 빠져도 입만 둥둥 떠다니겠구나.”


“입만 산 놈인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죠.”


툭툭, 옷의 먼지를 털었다.


“그럼 어르신 탑에 다녀오겠습니다. 제가 무사히 돌아오면 기념으로 맛있는 만두라도 대접해드리죠.”


지금은 빈털털이지만, 탑을 클리어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으니까.


노인이 혀를 찼다.


“그런 말을 남긴 사람치고 살아 돌아온 놈을 못 봤어.”


나, 플레그 세웠나?


"자네도 개방 아닌가? 동향 사람이니 기대하고 있겠네."


개방이 뭔데?


동향 사람? 나 한국인이라고! 날 뭘로 보고.


"비킵시다!"


미친 인파를 뚫고 마침내 탑의 입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사람이 많았던 이유가 있었다.


“저기봐! 저기! 랭킹 10등 장웨이 아니야?”


“우오오오! 풍운파의 대협이···!”


유명인이 왔나 보구나.


그래서 더 왁자지껄하구만.


어쨌든 나랑은 전혀 상관 없는 일.


언제나 열려있는 탑의 입구에 섰다.


따로 검증 절차는 없으니, 나도 곧장 들어 가려했다.


그런데.


“저 죄송하지만 탑은 초행길이신가요?”


누군가 내 팔을 붙잡고,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거대한 나무 뿌리가 팔을 옭아맨 듯한 느낌이었다.


“네. 그런데···”


“아, 제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오른손 주먹을 왼손 바닥으로 감싸 쥐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풍운파의 장웨이라고 합니다.”


이건 무협식 인사 아닌가?


뭐라고 부르는지 기억 나지 않지만···.


예의를 차리기 위해 자세를 똑같이 따라했다.


그는 팬클럽이라도 있는지, 사람들이 주위를 에워싸며 환호했다.


내 소개를 해야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름을 말하면 안 돼.


내가 말끝을 흐리자, 장웨이가 손사레를 쳤다.


“곤란하시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단 하나 입니다."


"뭘까요?"


"절대 탑에 오르려 하지 마십시오.”


“···?!”


“이건 제가 드리는 충고이자 경고입니다.”


“어째서 입니까?”


“이런 말씀 드리긴 뭣하지만, 눈 앞에 뻔한 개죽음을 목격 했으니, 수행을 하는 자로서 막아야 하는 게 도리니까요.”


“허어···그렇군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조용히 갈 길 가시고. 가족분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탑은 저에게 맏겨···”


“장웨이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도 탑에 오르려 합니다.”


주변에 구경꾼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저 배은망덕한 놈을 봤나! 장웨이님께서 특별히 신경 써주시는데, 저 저놈이 감히!”


“이 분이 누군지는 알고 하는 이야기냐! 이 분이야말로 중국 4대 길드 풍운파의 부길드장이자···”


“저승으로 직행하고 싶다는 사람인데, 걍 보내주죠!”


탑에 오르는게 죄인가?


이렇게 이목을 끄는 것도 썩 그림이 좋지 않다.


어서 서둘러 들어가야겠다.


가볍게 목례를 하며,


“그럼 저는 이만.”


“말을 안 듣는군. 어쩔 수 없지.”


그가 신묘한 발놀림으로 나를 앞질러 양 팔을 벌리고 막아섰다.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또한 힘을 가진 자의 도리. 정 들어가고 싶다면, 제게 증명하시길 바랍니다.”


“후우···뭐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당신이 5분 내로 제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닿을 수 있다면···.”


“네.”


“그때는 기쁜 마음으로 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눈웃음을 지으며 히죽히죽 웃는 장웨이.


겉보기엔 썩 좋은 일하는 사람 같지만···.


“와아아! 장웨이 공자님 역시! 멋있으세요!”


“장웨이! 장웨이!”


“신사다우셔. 귀한 시간을 내서 사람 한 명을 더 구하시려는 모습! 감동이야.”


탑도 막지 않고, 그 누구도 막지 않건만 문지기 행세를 하는 이유가 뭘까.


게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나말고도 초행길인 헌터나 일반인들이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딱 잘라 고른 이유가 뭘까?


“팔이 안 부러진 걸 다행으로 여겨라! 거지야!”


“노숙자 같은데, 아예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리죠?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동냥하며 살면 되니까.”


아, 알아 버렸다.


첫인상이 모든걸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첫인상은 중요하다.


그런데 내 몰골과 행색.


주워 입은 옷과 씻지 못해 냄새나는 머리카락과 몸.


게다가 산길을 오르다보니 밑창까지 닳아버린 신발.


아까 그 노인분도 그렇고,


난 지금 누가봐도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죽음을 택하려 하는 거지.


누구 말마따나 개방 거지였다.


“크흐흐흣. 하하하!”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저기 노숙하는 노인과 나는


“드디어 미쳤구만.”


“훠이훠이~ 돌아가!”


“후우···.”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혔다.


그리고···.


여유만만하게 날 보며 웃고 있는 장웨이란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터치 한 번이면 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물론 가능하다면···이겠지만.”


“네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이니?”


씨익—


“뭐긴 뭐야. 동네 거지 새끼지.”


“그래. 알았어.”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풋, 네 분수를 알고 덤벼···”


뭐라는 거야.


후우우우웅—!


세찬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한 순간이었다.


“···?!”


[환영합니다. 탑 1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위치 : 후난성]


[익명(Anonymous) 모드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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