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 되니 탑 공략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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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띡이
작품등록일 :
2026.03.06 16:49
최근연재일 :
2026.03.25 18:12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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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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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천마

DUMMY

[환영합니다. 탑 1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위치 : 후난성 / 익명 모드]

[클리어 조건 : 변이 슬라임 10마리 섬멸]


[제한 시간 : 1시간]


번쩍이는 푸른색 시스템 창.


그 너머로 서서히 시야가 트였다.


코끝을 찌르는 퀴퀴한 곰팡내와 미세하게 섞인 오존의 비릿한 냄새.


석조로 건축된 돔 형태의 공간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이야, 확실히 내부가 훨씬 넓구나.


바깥 차원과 달리 공간이 왜곡되어 있다는 의미를 단번에 알아챘다.


“어디보자···.”


게다가 섬멸 조건은 슬라임.


다행히 갤러리 발 기출문제 중 하나였다.


여기까진 들은대로야.


꽤 무난하겠는걸?


내가 서있는 석조 바닥 너머, 풀밭이 보인다.


그 앞에 그어진 희미한 붉은 선.


여긴 이른바 안전 구역.


선을 넘는 순간, 바로 전투 돌입이다.


허나 안전 구역에서 최대한 시간을 태울 수도 있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몬스터가 출몰한다.


이건 탑에 입장 하자마자 별안간에 몬스터에게 포위 되는 걸 방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여겨졌다.


탑의 배려일 수도 있고.


그때,


10, 9, 8.


입장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슬라임은 물리 타격이 사실상 면역이고... 코어를 정확하게 관통해야 하며.”


슬라임이라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생각보다 빡센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칼로 베어도 금방 재생하며 젤리처럼 들러붙어 무기를 부시킨다고 했다.


웬만한 물리 공격은 무효화 되는 셈.


게다가 강력한 마법이라 한들 코어를 파괴하지 못하면, 말짱도루묵이다.


어설픈 화염 마법으로는 겉면만 그을릴 뿐이다.


몸통 어딘가에 이리저리 부유하는 탁구공만 한 코어를 정확히 부수지 않으면 무한히 재생하는 악랄한 초보 절단기.


난 이미 계획을 충분히 세웠다.


[시련이 시작됩니다!]


꿀렁 꿀렁.


“왔다!”


경고음이 울리기 무섭게, 풀밭에서 사람만 한 크기의 거대한 푸른 점액질 덩어리들이 솟구쳐 올랐다.


하나 둘 셋···.


사람만 한 크기의 푸른색 슬라임이 10마리.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소화액 특유의 역겨운 산성 냄새가 진동했다.


붉은 선 밖으로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자, 나 잡아 봐라!”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어그로를 끌며 분주히 뛰어 다녔다.


“어서!”


슬라임의 스피드로는 날 쫓아오지 못했다.


속도 자체는 형편없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다행히 10마리가 전부 내게 어그로가 끌렸다.


내가 원하는 건 이놈들이 일직선으로 서는 것이다.


“자자, 여기 보시고.”


—꾸잉?


지능이라고는 아메바 수준인 몬스터들은 자연스럽게 내 꽁무니를 따라 일직선으로 길게 꼬리를 물며 늘어섰다.


기차가 완성되었다.


“옳지, 새치기 안 하고 줄 잘 서네. 현지 놈들보다 시민 의식이 훌륭하네.”


준비가 끝난 뒤 나는 멈춰 섰다.


급정거한 내 모습에, 선두에 서 있던 거대한 슬라임이 꿀렁거리며 산성액을 머금은 촉수를 채찍처럼 휘둘러왔다.


닿기만 해도 뼈까지 녹아내릴 맹독의 일격.


나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 올려 검지와 엄지를 맞붙였다.


그리고 화약을 터트리듯, 단전 깊은 곳의 기해(氣海)를 걷어찼다.


장전 완료, 준비 OK.


“찍습니다. 다들 스마일~”


하나 둘.


“빵!”


기탄(氣彈)이 대포알처럼 날아갔다.


대기가 일그러지며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선두에 있던 슬라임?


코어를 조준할 필요조차 없었다.


슬라임에 수박만 한 구멍이 뻥 뚫리더니, 형체도 없이 펑!


풍선처럼 터져 버리며 증발했다.


“이야···.”


흡사 총알 위력 테스트 현장 같았다.


이게 천마탄지(天魔彈指)의 위력?


엄청나다.


펑! 펑!


기탄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슬라임을 차례대로 꿰뚫고 나아갔다.


일격에 찢겨나간 점액질들이 사방의 석벽에 부딪혀 치이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다.


맹렬하게 돌파하던 기탄의 궤적이 멈췄다.


그곳엔 마지막 열 번째 슬라임이 남아있었다.


동족 아홉 마리가 눈앞에서 허공의 먼지로 산화하는 꼴을 목격한 녀석은 운명을 직감한듯···.


땡볕에 녹은 젤리처럼 납작하게 축 늘어져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미안! 어쩔 수 없네. 빵!”


[1층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실로 경이로운 성취입니다!]


[당신의 압도적인 무위에 경악합니다!]


[클리어 타임 : 00분 59초]


“어, 1분이네. 이거 나름 기록 아니야?”


나는 허공에 뜬 시간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슬라임들을 예쁘게 일렬종대로 줄 세우느라 시간을 좀 지체했긴 했지만···.


1분 정도면 뭐, 천마신공의 이름에 먹칠은 하지 않은 수준 아닐까?


띠링! 띠링!


그런데 알림이 멈출 기세가 없었다.


[공략 등급 : SSS]


[‘익명’님께 초과 달성 보상(SSS)이 지급됩니다!]


허공에서 황금빛 빛무리가 떨어지며, 내게 큐브 하나가 쥐어졌다.


“튜토리얼 보상치고는 삐까뻔쩍하네.”


낡은 점퍼 안 주머니에 보상을 대충 쑤셔 넣었다.


애초에 튜토리얼이라며?


원래 이런 식이겠지.


SSS급이라니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원래 튜토리얼 첫 스테이지는 퍼펙트로 깨라고 보너스 점수 주는게 게임적 허용이다.


탑의 배려심이 꽤나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하얀 대리석으로 변해버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딱 1분.


너무 튀지도 않고, 적당히 튜토리얼을 넘긴 무난한 성적표라 자부했다.


곧이어 강제 귀환 메세지가 떴다.


[···귀환합니다.]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공간 이동의 멀미가 지나갔다.


“적응 하려면 우욱··· 시간이 좀 필요 하겠어.”


훅 끼쳐오는 땀 냄새와 싸구려 담배 연기.


도떼기시장 같은 소음이 고막을 때렸다.


여전히 바글거리고 있구나.


그런데 내가 후난성 탑 앞의 광장에 재등장하는 순간, 군중들의 반응이 두 갈래, 극적으로 나뉘었다.


“나, 나왔어! 저 미친 거지가 나왔다고! 이야아아아!!”


“씨발 내 돈!! 내 2만 위안!!!”


대부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고 있었고, 나머지 소수의 인원들만 환호하며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제기랄! 재수 옴 붙었네! 저런 새끼가 살아 나올 줄 누가 알았냐고!!”

“푸하하하! 거 봐! 내 뭐랬어? 저 거지 새끼 쫄아서 바로 도망쳐 나올 거라 했지?!”

“야, 그래도 이렇게 빨리 튀어나온 건 좀 심하지 않냐?”


“헌터 조무사야! 헌터 조무사!”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자식들, 지금 내가 탑에 들어가자마자 무서워서 도망쳐 나왔다고 생각하는 건가?


몇몇 헌터들이 내 곁을 지나가며 혀를 쯧쯧 찼다.


“그래. 포기하는 것도 용기야. 탑의 무서움을 알았으면 어서 기다리는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라.”


“목숨 건진 걸 다행으로 여겨.”

“어이, 차비나 해라. 적선하는 셈 칠 테니.”


품삯이랍시고 10위안짜리 지폐 몇 장을 던졌다.


‘···거지 행세로 돈 버는 것도 나름 쏠쏠한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재빨리 허리를 굽혀 지폐를 주워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꽁돈은 언제나 옳다.


게다가 지금의 난 한 푼 두 푼이 피 같은 실정이니까.


“여깁니다! 여기 왕쯔하오씨!”


그때, 인파를 거칠게 밀치며 누군가 달려왔다.


입장 전에 내게 '긴급 탈출용 귀환 구슬'을 쥐여주며 호들갑을 떨던 플레이트 갑옷의 청년, 하오위였다.


그의 얼굴엔 만면의 미소가 가득했고 희열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왕쯔하오 씨! 살아오셨군요! 믿고 있었습니다. 젠장!”


하오위가 내 등을 퉁퉁 두드리며 반갑게 맞이했다.

그런데 그의 다음 말이 걸작이었다.


“하하하! 역시 제 예상이 완벽하게 적중했습니다! 제가 사람을 아주 제대로 봤습니다. 귀환석을 깨고 도망치셨군요?!”


“···.”


“아,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덕분에 저 오늘 아주 거하게 한몫 단단히 챙겼거든요!”


“먹긴 뭘 었다는 거죠?”


하오위가 품에서 두툼한 지폐 다발을 꺼내 내 눈앞에서 찰싹찰싹 흔들어 보였다.


빳빳한 100위안짜리 신권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당신의 생환 유무로 내기판이 크게 벌어졌거든요. 대부분은 물고기밥이 되는 걸 골랐죠.”


하오위가 지폐 다발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저는 당연히 우리 왕쯔하오 형님이 살아 돌아 올 거라 확신했습니다.”


“네···.”


“하하, 그래서 저는 '살아 돌아온다' 쪽에 5만 위안이나 몰빵 했지 뭡니까!”


‘그러니까 귀환석으로 내가 탈출하길 바랬다는 거지? 그럼 도박에서 질리가 없을 테니까.’


이거 순 사기꾼 아니야.


“배당률이 무려 무려 자그마치, 4배! 몇 분만에 20만 위안을 벌었다 이겁니다!”


하오위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


20만 위안이면 약 4000만원.


젠장,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놈이 먹네.


속이 살짝 쓰렸지만 표정 관리를 했다.


하오위가 내 손을 꽉 쥐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빤스런 칠 줄은 몰랐습니다만, 당신의 그 결단력과 빠른 포기! 진심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


“헌터는 자고로 목숨이 제일 귀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하나 물어도 될까요?”


“그럼요, 제가 아는 한 뭐든지 대답해드리죠.”


“제가 구슬을 써서 도망친 걸 알면, 내기판에서 반칙이라고 항의하지 않을까요?”


슬쩍 찔러본 질문, 하오위는 씩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요. 룰에 그런 제한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속이는 것도 실력이고, 살아남는 게 정의인 곳이 바로 이 바닥 아닙니까?”


나는 하오위의 적반하장에 기가 막혀 실소가 터져나왔다.


아니 내가 쫄아서 탈출 아이템을 썼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는 점에 헛웃음이 났다.


‘역시 제갈량과 사마의의 나라. 뒤통수치고 대가리 굴리는 술수 하나는 기가 막히는군.’


나는 굳이 진실을 정정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 오해가 나에게는 훨씬 이득인 셈이다.


미등록 각성자인 내가 괜히 이목을 끌어 베이징 연구소로 끌려가는 것보다, '도망친 쫄보 거지'로 남는 게 생존에 유리하니까.


나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하오위의 장단에 맞췄다.


"하하, 뭐······ 덕분에 목숨 건졌습니다. 바지에 지릴 뻔 했는데, 구슬이 참 성능이 좋더군요."

“그렇죠?! 제가 뭐랬습니까! 자, 이건 제 성의입니다.”


하오위가 배당금으로 딴 돈 다발 중 몇 장을 빼서 내 낡은 점퍼 주머니에 쑤셔 넣어주었다.


“어허···! 쓰으읍···”


“대협의 빠른 포기 덕분에 딴 돈이니, 당연히 뽀찌를 챙겨 드려야죠. 저 그렇게 배은망덕 한 놈 아닙니다?”


꽤 묵직한데?


스윽 살펴보니 100위안 짜리 50장.


그러니까 5천 위안(약 100만원)이었다.


이 새끼, 4천만 원이나 따놓고 고작 100만 원 줘?


짠돌이.


딱 1만 위안 정도는 줄 수 있잖아.


하지만 100만원이 어디야.


덕분에 오늘은 침대에서 잘 수 있겠다.


“역시 대협이십니다.”


“다음번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형님?!”


“다음번은 좀···”


“에이, 우리 사이에 왜 그러십니까, 그러지 마시고~”


다른 쪽 주머니에 같은 양의 지폐 다발이 스윽 꽂아진다.


“크흠, 역시 장사할 줄 아시는 군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만~”


“물론 그렇겠죠.”


“형님! 어쨌든 덕분에 땄으니 제가 쏘겠습니다. 가시죠! 제가 오늘 밥 한 끼 거하게 대접하겠습니다!”


“아이고, 따거! 감사합니다!”


“자자, 비켜라, 비켜! 오늘 후난성 탑의 주인공이 지나가신다!”


하오위의 어깨동무에 이끌려, 탑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강진혁이 하오위와 함께 빠져나갔을 무렵이었다.


빠바밤!


요란한 팡파르가 터지고, 기록판이 깜빡 깜빡 점멸했다.


“기록이 갱신 되나봐!”


“누구지?!”


[New World Record Update!]


[세계 신기록 갱신!]


모든 이의 시선이 쏠렸다.


누군가 들고 있던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퍽, 하고 뜨거운 커피가 아스팔트 위로 쏟아졌다.


“···.”


숨 막히는 정적.


“···?!”


누군가의 떨리는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뭐, 뭐야, 저거!”


“오류 아니야?!”


“멍청아, 탑이 오류가 날리가 있겠어?!”


“숫자가 하나 하나 안 올라간 것 같은데?”


전세계가 경악했다.


왜?


명실상부 자타공인 1등의 기록을 갈아 치웠으니까.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황금빛 글씨가 부서져 내리고 새로운 이름이 박제됐다.


[1st. 익명 (KOR) - 00:59]



[2nd. 왕샤오쥔 (CHN) - 02:30]

[3rd. 리차드 (USA) - 03:15]


"한국······?! 심지어 한국인이라고?!"

"게다가 익명?? 신분 등록도 안 한 미등록 각성자라고?!"


광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뺨을 때리는 이도 있었다.


그야 왕샤오쥔의 2분 30초가 어떤 기록인가?


중국이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S급 헌터 왕샤오쥔을 키워내고, 분석가들을 갈아 넣어 동선을 1초 단위로 깎고 깎아 만들어낸···.


인간의 한계이지 않았던가.


심지어 마의 벽이라 불리던 2분의 영역을···.


무려 1분 이상이나 앞당겨버린, 비상식적인 기록에 눈이 뒤집힐 수 밖에 없었다.


한편, 하오위는 헌터 전용 단말기로 먼저 소식을 접했다.


“와······ 미쳤네요, 형님. 왕샤오쥔의 불멸의 기록이 깨졌대요. 1위를 뺏겼어요!”


“어느 나라죠?”


“젠장, 한국인한테.”


“···?!”


‘1위를 뺏겼다고? 한국인한테?’


“캬~! 그거 축하할 일이네요.”


“형님? 돌으셨습니까? 우리 대중화가 1등을 놓치고 소국 놈들에게 자리를 뺏겼는데, 축하요?”


“아, 아니 세계의 영웅일지도 모른데, 국적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야 그렇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빨리 탑을 정복되길 바래야겠죠.”


하오위는 꽉 막힌 녀석은 아닌 모양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한국인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떨쳤구나. 고맙다.’


세상에는 괴물들이 많다고 생각하며 강진혁을 음식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당신이 탑의 꼭대기에 먼저 오를 수도 있잖아요?”


“에이, 형님. 그런 말씀 마십쇼. 저는 제 그릇을 압니다.”


“모름지기 꿈은 크게 가지라 했습니다.”


“형님, 그런 소리 마시고 어서 가시죠! 미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요?!”


“미···녀?!”




###


중국 베이징의 국가 헌터 관리국 상황실은 그야말로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쾅-!!


“비상 사태다. 우리가 제일 먼저 이 미등록 각성자 한국인을 포섭해야 한다! 알겠나?! ”


관리국장이 책상을 부서져라 내리치며 포효했다.


그의 얼굴은 당혹감에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야. 있을 수 없는 일!!! 우리가 왕샤오쥔이라는 괴물을 양성해서 1위 기록을 독점하는 데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들었다고!”


“······.”


“그런데······ 저기 저 손바닥만 한 반도 소국, 한국에서 왜 자꾸 이딴 말도 안 되는 돌연변이 천재 새끼들이 튀어나와서 우리 공산당의 앞길을 처막는 거냐고!!”


얼마나 분한지 관리국장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과거에 이청호와 이세둘이 바둑판 위에 선 것도 모자라 이젠 헌터까지! 젠장, 젠장!”


“국, 국장님!”


정보 분석팀장이 사색이 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1층 튜토리얼 구역을 도전한 로그를 역추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디야!!”


“후보군은 현재까지 한국의 인천, 미국의 LA···후난성, 그리고 베이징, 상하이···”


“그래 그래, 우선 한국으로 팀을 꾸려 우리가 먼저 포섭해야겠지.”


그때, 정보를 분석하던 요원이 급히 보고를 올렸다.


“국장님!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익명의 헌터가 오른 탑의 위치는······ 어쩌면 우리 관할일지도 모릅니다.”


“뭐? 한국 사람이 중국의 탑에 올랐단 말이야?!”


“그게···정보망에 따르면···.”


“너! 뜸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


“예! 후난성 탑에서 방금 1층에 도전한 새로운 플레이어가 있었다는 첩보가 들어 왔습니다.”


류웨이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뭐라고? 후난성? 그럼 공안을 풀어서 지금 당장 보내!”


팀장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한국인이 후난성에서 탑에 도전할 확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하는···”


“이봐, 팀장. 제 멋대로 판단하지마. 누구 마음대로 0퍼센트라고 단정 짓는 거야?”


“하지만···국장님. 지금은 인천 탑에 집중을 하는게···”


현재 중국과 한국은 거의 앙숙 관계에 가까워진 마당에 팀장의 제안은 지극히 타당해 보였다.


그러나···.


“시끄러워! 방금 나한테 촉이 왔어. 뭔가 느낌이 수상해.”


“예? 촉 말씀 이십니까?”


‘이거 완전 도라이 아니야? 정말이지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다. 이 미친 상사 밑에서는 도저히 일을 못 하겠어. 지가 무당이야, 뭐야?’


관리국장이 단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제군들은 들어라! 단 59초 만에 1층을 돌파한 이 한국인 미등록 각성자는 S급 헌터로 각성했음이 분명하다. 아니, 태생부터 규격 외의 잠재력을 가진 괴물일 것이다.”


“······괴물.”


“그렇다면 이 괴물은 반드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 대중화 공산당의 소유가 되어야 마땅하다. 내 말이 틀린가?!”


“맞습니다!”


“명령이다. 후난성 탑 주변 반경 30km 이내를 군사 통제 구역으로 선포하고 전면 봉쇄한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하지만 국장님, 외교적 마찰이···”


“시끄러워!! 한국행 비행기, 배들 전부 이번 특별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단 한 대도 띄우지 마. 외교 문제? 이 핵폭탄급 비대칭 전력을 우리가 꿀꺽할 수만 있다면 그딴 건 아무 문제도 안 된다! 책임은 내가 진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관리국장은 꽤나 초강수를 두었다.


59초.


그 대기록으로 인해 대륙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각 대한민국 서울.


한국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긴 헌터 협회 본부 최상층 회의실.


비상소집으로 불려 나온 한국의 4대 길드 마스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형 스크린에 뜬 [1st. 익명 (KOR) - 00:59]라는 기적이자 재앙을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기록이군요.”


한국 랭킹 1위, 천상 길드의 마스터 박태준이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한국 최고 기록은 자신이 세운 3분 55초.


덕분에 그는 온갖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59초라니···.


이건 스킬의 상성이나 우연 따위로 설명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아마도 절대적인 무력의 차이.


박태준의 주먹이 테이블 밑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이런 규격 외의 괴물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기묘한 안도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비록 겨우 이걸로 대한민국 랭킹 1위라는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견제 해야 마땅할 인물이 탄생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대체 이 자···이 분은 누구일거라 짐작 하십니까······?”


헌터 협회장이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


“그걸 묻기 위해 여러분께 비상 소집을 요청 드린 겁니다.우선 당연하게도 우리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없습니다.”


“협회장님 아무 단서도 없을까요?”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아직 검토중이긴 하나···”


“···.”


“지금 중국 후난성 탑 인근에 대규모 군사 작전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첩보가 들어 왔습니다.”


“대규모 군사 작전이요?”


“이제 아시겠습니까?”


협회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길드 마스터들을 훑어보았다.


“이번 건은 길드 간의 얽히고설킨 이권 다툼을 떠나, 초당적 차원에서 국가의 명운을 걸고 협력해야 합니다.”


끄덕 끄덕.


서로 이해 관계를 넘어 ‘대한민국 헌터’로서 해야만 하는 일.


그건 바로···


“반드시 이 각성자를 우리나라가 포섭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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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천마의 중국 탈출 +1 26.03.23 120 5 16쪽
17 17. 천마의 길 26.03.22 135 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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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천마의 길 26.03.20 171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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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뱀파이어 26.03.17 207 5 16쪽
11 11. 천마의 탑 등반 +1 26.03.16 217 8 12쪽
10 10. 천마의 탑 등반 +1 26.03.15 243 6 17쪽
9 09. 천마의 탑 등반 +2 26.03.14 245 7 18쪽
8 08. 천마의 탑 등반 +2 26.03.13 249 9 18쪽
7 07. 천마 +1 26.03.12 257 10 15쪽
6 06. 천마 +1 26.03.11 271 7 11쪽
» 05. 천마 26.03.10 318 6 20쪽
4 04. 천마 26.03.09 361 9 15쪽
3 03. 천마 26.03.08 388 15 24쪽
2 02. 천마 26.03.07 426 13 13쪽
1 01. 천마 26.03.06 548 1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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