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대통령의 기부금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129. 대통령의 기부금
“김 사장은 요새도 주식 하지? 많이 올랐던데, 재미 좀 봤겠네?”
먼저 나온 카프리 맥주를 서로 따라주고 건배를 한 다음 홀짝거려 마시며 백발이 가발에게 물었다.
“나야 뭐 재미로 조금 하고 있는 거고, 워낙 빠졌던 주식이라 올라봤자 본전도 안돼.”
가발이 입을 삐죽 내밀고 기본으로 나온 손가락 과자를 집어 바삭거려 먹었다.
“하기는, 같은 비율로 오르내려도 내릴 때 절대금액이 더 크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부호 100명의 주식재산이 100조원을 넘어섰다며?”
“그렇다네. S그룹 L회장이 16조 얼마고, 아들 L부회장도 7조원 가까이 되는가 봐. 요새는 돈 단위가 억에서 조로 바뀐 것 같아. 키키.”
전 재산이 30억쯤 되는 가발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라도 주변에서 부자라는 소리 들으며 살고 있다.
“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그래도 기업들이 제대로 운영하는 것 보면 대단하다 싶어.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파면돼서 정부지원도 부실할 텐데 말이야. 안 그러냐?”
백발이 대기업에 근무하다 나와서 조그만 제조업을 운영했던 가발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괜히 사람들이 돈 많은 사장들 욕하고 그러는데, 기업이 일자리도 만들고 돈 벌어 들여서 국민들 먹여 살리는 거 아니냐? 공무원이고 학교 선생님이고 군인들이고, 봉급이 무슨 돈으로 지급되는데? 기업체가 낸 세금으로 국가재정이 돌아가는 거 아니겠어? 일반인들이 자기들 세금을 내세워서 항상 비판하고 그러는데, 그 세금의 원천인 봉급은 누가 주는 거야? 일반 자영업자들이 내는 세금은 다 합해봤자 얼마나 되겠어? 안 그러냐?”
가발이 갑자기 핏대를 올리고 열변을 토했다. 지난날 힘들게 자동차 부품회사 운영하던 시절의 어려움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그렇지. 4월달 수출이 510억불로 작년 동기대비 24%나 올랐다 하데. 2014년 10월의 516억불 이후 역대 2위 기록이라던데, 우리 기업들 참 대단하다 싶어.”
백발이 마침 엊그제 발표된 산업통산자원부 발표를 인용하며 가발의 흥분에 장단을 맞춰줬다. 가발 주장의 팩트 여부를 떠나서 이럴 때는 보조를 맞추는 게 친구의 도리이다.
“이 박사! 자네도 당연히 보수일 줄로 생각하고 하는 말인데, 대통령이 대기업에서 592억 뇌물 받았다고 구속시킨 거 아니야? 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자기 사재 2천만원 출연해서 청년희망재단 설립하고, 매월 봉급의 20%를 기부한 걸 아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어. 그 재단이 출범 두 달도 안돼서 1,400억원 모금에 성공했고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잖아?”
침을 튀기며 일장연설을 한 가발이 목마른 듯 맥주 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2015년 9월의 일인데, 병상에 누워있던 L회장의 200억원을 시작으로 J회장 150억, K회장 70억 등 재계 순위에 따라 사재 출연이 이어졌다.
정부에서는 강제모금 의혹을 부인했지만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 팔을 비틀어 준조세를 징수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출범 3년째를 맞은 청년희망펀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문인지 기금 모금 동력을 잃은데다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45%에 불과해 사업 실적도 저조하다고 한다.
MB대통령은 재임 5년동안 연봉 전액을 복지시설에 기부했다. 재임 중이던 2009년에는 재산의 90%가량인 331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출연해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다만, 대선 직전에 공약한 기부 배경과 재단 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데, 들어보면 결국은 세금을 더 거둬서 집행해야 되는 방안들이라, 기존에 설립된 재단을 제대로 활용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촛불 들었던 시위대 전원이 1만원씩을 갹출한다고 가정해봤자 수백억 원밖에 안 되는데, 돈 많은 갑부 기업가들이 염출해서 수천억 원의 재단을 설립해야 무슨 사회사업이든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싶다.
“글쎄 법적인 문제는 검찰과 법원이 알아서 하겠지만, 대통령의 기부 문제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 미국 트럼프는 봉급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며? 벌써 백일 지났으니까 석 달치는 냈을 거고 금액이 꽤나 되겠지? 하하.”
백발이 정치적인 문제를 비켜가며 화제를 대통령 기부금으로 돌리고 약간 흥분된 가발을 진정시켰다.
미국 대통령 연봉은 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억6,000만원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연봉은 2017년 기준 2억1,201만원이고 국무총리는 1억6,436만원이다.
“트럼프 그 놈은 완전 쇼 하고 있는 거지! 히히. 글마가 이번에 법인세를 35%에 15%로 무려 20%나 깎아버렸잖아? 우리나 마찬가지로 미국도 세입의 대부분이 기업체 법인세가 차지할 건데 말이야. 왜 그러는지 알아? 그렇게 되면 트럼프 지 세금 낼 돈이 6천만 달러, 약 680억원이나 경감되니까 그런 거야. 4년동안 지 연봉 다해봤자 20억원도 안될걸? 흐흐.”
가발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트럼프가 내세운 법인세 인하의 명분은 외국 기업체의 공장과 사업장을 미국 내에 유치해서 일자리도 늘리고 무역적자 규모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영업자와 법률회사, 부동산 개발회사 등의 소득을 개인소득으로 보고 최고 39.6%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 부분을 인하되는 법인세 15%를 적용토록 슬그머니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사업가인 트럼프 개인 세금이 이래저래 계산하면 무려 6천만불, 680억원이나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7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재산이 35억 달러(약 4조원)로 544위에 올라있다.
이번에 최고 40%까지 적용되는 상속세도 폐지한다고 하는데, 그리 되면 트럼프의 가족은 12억달러(약 1조4천억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게. 트럼프는 이 한 몸 바쳐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우리 대통령 후보들 하고는 다른 모양이야. 자기 한 몸 바쳐 가족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축재해서 상속세 없이 자자손손 물려주겠다는 거 아니냐? 크크.”
백발이 티브이 화면에서 본 트럼프의 막말과 제스처를 떠올리며 웃었다.
“두 분이 뭐가 그리 재미있어 웃으세요? 새우젓도 가져왔어요. 훈제칠면조는 새우젓에 찍어 드시면 제일 맛나요.”
그때 냉동했던 훈제칠면조를 녹이고 데워서 썰어 오느라 한참 걸린 여주인 마담이 접시가 얹힌 오봉을 들고 왔다.
“음, 준비하느라 욕보셨네.’
백발이 탁자에 올려놓은 훈제칠면조의 상태를 점검하며 치하했다.
“겉은 멀쩡한데, 이거 오래된 거 아니지요? 상했으면 마담이 벌받아야 되요? 히히.”
쓸데없는 농담을 지껄이는 가발이 마담의 불룩한 둔부를 만지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고 애를 썼다.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 들어보고 상한 거로 다시 가져 올게요. 호호.”
꽃뱀 같은 마담이 한 수 더 떠서 눈을 흘기며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벌은, 내가 갈 때까지 내 옆에 앉아 있는 거지 뭐. 키키.”
“그래요? 그럼, 나는 이쪽 오빠 옆에 앉으면 되겠네! 호호. 드셔보시고 상했으면 옮겨 앉을 게요.”
마담이 슬쩍 백발 옆으로 가서 소파 끝에 슬그머니 궁둥이를 걸치고 앉았다.
“하하, 이런. 마담이 번지수 잘못 찾았네. 저 친구는 오늘 밤에 저 멀리 천리밖에 있는 고향집으로 내려갈 거요. 나는 여기 서울에서 잘 거고. 키키.”
가발이 헛다리 짚은 마담을 놀리며 킬킬거렸다.
“어머나! 먼데서 오셨네요? 천리 밖이면 어딘가요? 혹시 진주에요? 진주라 천리길······”
마담이 애교를 부리며 궁둥이를 소파 안쪽으로 밀착해 비비고 들어갔다.
“오늘 술값은 김 사장이 낼 모양인데 아예 자리 옮기지 그래요? 나는 거제도 섬에 사는 촌놈인데. 하하.”
백발이 안쪽으로 움직여 앉으며 분위기 맞춰 농담을 해줬다.
“응? 이 박사! 거제도라니? 하동군 악양 아니었어?”
가발이 금시초문인 소리에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백발을 쳐다봤다.
“응, 맞아. 악양에 사는데, 지금은 거제도에 옮겨서 지내고 있어.”
백발이 훈제칠면조 한쪽을 집어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악양이면 그 뭐냐,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거기 아니에요? 최참판댁인가 있다는.”
젊었을 때 꿈 많던 소녀 티를 내려는지 주워들은 풍월인지, 마담이 반색을 하며 백발을 올려다 봤다.
“그래? 거제도에는 왜? 누구 이 박사 친척이라도 있는가?”
가발이 주제넘게 끼어드는 마담에게 눈총을 보내고 궁금해서 물어봤다.
“응. 친척이 사는 건 아니고, 우리 아들이 거기 장목항에 조그만 조선소를 하나 인수해서 내가 가서 돌봐주고 있네.”
백발이 마담이 옆에 있어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을 해줬다.
“조선소라니? 이 박사 아들은 전자과 나와서 저기, 시흥시에서 드론 만드는 회사 운영하고 있다지 않았나?”
가발이 고개를 갸웃하며 내가 벌써 치매기운이 있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응, 맞아. 거제도 장목항에 있는 조선소에서 수중용 드론 잠수정을 만들고 있어. 2인승도 있고, 4인승도 벌써 운항하는 수준이야.”
맥주 두어 잔 마시고 오랜만에 여성의 향수냄새도 맡아서 그런지, 백발의 이성이 조금 취해서 마비되는 모양이다.
남들에게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되는 극비사항인 장목항 드론 잠수정 조선소를 발설하고 말았다.
“엉? 드론에 사람이 타고 다닌다고? 아, 하늘이 아니고 물이란 말이지! 그래도 그렇지, 잠수정이면 물속에 들어간다는 말 아니야? 그것도 네 명씩이나 타고 다닐 정도면 상당한 크기일 건데, 자네 아들 대단한 사업을 시작했구먼!”
가발이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약간 잠기는 목소리를 내었다.
“옴마야~! 오빠야 아들이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요? 모르긴 해도 아빠 닮아서 인물도 잘생겼을 것 같아요. 그지요? 호호.”
마담이 존경스런 눈초리로 백발을 올려다보며 몸을 밀착하고 아양을 떨었다.
그럴수록 오늘 돈줄이라는 맞은편 김 사장의 질투심이 더 불타오를 것이라는 걸 잘 아는 마담이다.
지금 거제도 장목항의 드론 잠수정을 얘기하고 있는 이 백발이 바로 ㈜뉴젠의 대표이사 이정훈의 아버지인 이재성이다.
거제도 `장목 조선소`는 창원산업단지 내 중견그룹 `대도정밀`의 신창원회장 소유이다. 거기에는 ㈜뉴젠 이정훈 사장이 제조한 드론 잠수정 백여 대가 정박하는 해저 기지가 건설되어 있다.
그곳은 백발 이재성의 고교동기동창인 전 합참의장 유진중 예비역대장을 필두로 결성된 [구국대열]의 본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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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장목 조선소 [구국대열] 드론잠수정 기지 2층 대회의실.
백여 명에 이르는 군복 차림의 [구국대열] 예하 `해미읍성 특전대` 대원들이 빼곡히 들어차 앉아 대형 벽면스크린 화면에 시선을 집중해 있다.
그들 대부분은 공수특전단 출신 예비역으로 아직 현역인 공수특전단 부연대장 황일관 대령이 오랜 기간 포섭하고 확보한 인원들이다.
큰 회의용 테이블은 치워져 없고 의자만 놓여서 앉아 있는데, 명찰과 계급장이 붙은 군복차림의 대원들이 단위 조직 부대별로 구분되어 대열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이 부사관 계급장인데 위관급과 영관급 계급장도 드문드문 보인다.
화면 앞에는 레이저 지시봉을 든 소령 계급장의 사내가 서서 고요한 침묵에 싸인 대원들을 쭉 훑어보고 있다.
그 옆 상석 자리에 별 하나 계급장을 단 공수특전단 연대장 출신인 곽지수 예비역 준장의 모습이 보인다.
“제군 여러분, 여단장 곽지수 준장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일동~ 차렷!”
소령의 구령에 맞춰 대원들이 앉은 채로 주먹 쥔 손의 팔을 쭉 뻗어 무릎 위에 놓고 차려 자세를 취했다.
탄탄한 체격의 곽지수 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나가 대원들을 바라보고 우뚝 섰다.
“열중 쉬어.”
“열중~ 쉬어!”
곽 장군의 지시와 소령의 복창으로 대원들은 쭉 뻗었던 팔을 풀고 편한 자세를 취한 채 곽 장군을 주목하며 귀를 기울였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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