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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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Prajna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2
최근연재일 :
2024.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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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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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전(5)

DUMMY

사령실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을 때 키리에는 예정대로 드래곤을 소환했다. 거대한 소환의 문을 열고 인근의 모든 추종자 드래곤을 강제로 불러들였는데 소환계약에 따라 사역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지배로 한 가지의 명령을 주입하고 자율적으로 싸우게 했다.


- 전력으로 악신을 토벌하라.


악신을 무찌르기 위한 군단이 대부분 전투구역에 진입했을 무렵, 지금까지의 싸움에서 생긴 성스러운 불꽃이 급격하게 커졌다. 멀리서 보기에는 작은 별과 같아서 확인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커지는 불꽃은 마치 태양이 하나 더 생긴 것처럼 보였다.


「소피아!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어! 결계는!?」


「연산완료! 지금 발동할게!」


천공섬에서 결계를 발동한 직후 주변에 가득하던 별빛이 사라져갔다. 그와 동시에 성스러운 불꽃이 갈라지면서 악신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불꽃을 뚫고 나온 것은 깃털이 흩날리는 날개였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컸는지 가장 깃털 하나가 대륙을 뒤덮을 정도였다. 날개 다음으로는 팔과 다리가 사방팔방으로 나타났는데 마찬가지로 날개 못지않게 거대했다.

끝으로 불의 색이 은은한 주홍빛의 흰색으로 변하면서 반으로 갈라졌는데 그 모습은 흡사 눈을 떠버린 눈동자와 같았다.


“저게··· 신족의 진짜 모습이라고?”


그들 앞에 나타난 신족의 실체는 안구 하나에 두 쌍의 날개와 팔 여덟, 다리 여섯이 뒤죽박죽으로 붙어있는 꼴이었다. 한눈에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진 악신을 보며 성아는 원초적인 공포를 느꼈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스스로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인간의 형태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신성을 느낀 순간부터 진정할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엉망진창이긴 한데 크게 다르다고 할 정도는 아니야. 어쨌든 겁먹을 필요는 없어. 지금 네가 두려움을 느끼는 건 아직 신을 잘 몰라서 그래.”


“무리야··· 저런 걸 어떻게 이기라고?”


주인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저런 덩치에 어떤 공격을 하든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공격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고 맞서기보다는 굴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심하긴, 이러니까 격이 낮은 애들은 낄 자리가 아닌 거지. 마주치기만 해도 승부가 결정되잖아? 계속 그러고 있을 거면 방해니까 일찌감치 빠져.”


공포로 몸이 굳어버린 성아를 뒤로한 채 키리에가 앞으로 나섰다. 성아가 보기에는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닌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싸움을 계속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잠깐만, 방어마법을 걸어줄게.”


“나는 그런 거 없어도 돼.”


“만약을 위해서야. 아니면 내가 걸어주는 마법은 싫어?”


“그럴 리가 없잖아. 어서 안 걸고 뭐 해?”


평범히 생각하면 인간이 걸어주는 방어마법은 신 앞에서 무력하다. 그러나 신성마법이라면 이야기가 다른데 신족이 서로 죽이는 것을 금기로 정했을 때 신성에 의한 공격은 신성에 의한 방어를 뚫을 수 없는 법칙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계구축 완료! 세부조정은 아직이지만 이제 마음껏 날뛰어도 돼.」


“좋아! 오랜만에 진정한 마왕이란 걸 보여주겠어.”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공간도약으로 멀리 이동했고 주변에는 검은 기운이 모여들며 소용돌이쳤다. 처음에는 악신에 준할 정도로 거대했던 소용돌이였으나 빠르게 작아지면서 응축되고 실체를 갖추었으니 곧 살아 움직이는 몸으로 변했다. 그것은 인간의 몸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마왕의 육체와 비슷하게 만들어 낸 가짜 몸이었다.

단순히 보기에는 신장이 10배 커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마기를 사용하기 위해 만든 몸인 만큼 느낄 수 있는 기운은 악신을 뛰어넘었다.


“지, 지금 사부의 힘이?!”


“얼핏 보기에는 본체의 반 정도는 될 것 같은데, 유지시간은 짧아 보이고 회복도 안 되겠지. 저걸로는 좀 부족한데. 아무래도 네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괜찮겠어?”


“무섭지만··· 주인의 명령이라면.”


“작전을 설명할게. 우선···”


시온과 성아가 작전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실체가 드러난 악신은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눈동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주변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안식을···.”


악신이 무언가를 말하는 것과 동시에 드래곤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무저항의 악신에게 쏟아지는 집중공격은 가까이에서 보면 신을 금방이라도 소멸시킬 것처럼 대단해 보였지만 악신의 몸체가 워낙 거대했기 때문인지 멀리서 보면 상처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키리에의 공격은 달랐다. 단지 눈에 힘을 주며 바라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악신의 팔다리와 날개에 숱한 구멍이 생겨났다.


“******! *** *****!”


인지할 수 없는 목소리가 비명처럼 울려 퍼지며 결계를 흔들고 파도쳤다. 그 여파로 주변에 날아다니던 드래곤 중 약 2할이 기절했으며 시온과 성아는 키리에가 급히 돌아와 보호해줘서 안전할 수 있었다.

비명이 잠잠해진 이후 악신의 몸체에 생겨났던 구멍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후 흩날리던 깃털은 하나로 모여 검을 이루었고 악신이 손을 뻗어 검을 쥐었다. 그리고 몸체의 거대한 눈동자가 정확히 시온이 있는 방향을 향했다.


“고통받는 자여, 안식을 취하소서.”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 말이었지만 주변 모두가 죽음의 순간이 다가온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깃털검을 높이 드는 순간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키리에는 위험성을 본능적으로 깨닫고서 시온과 성아를 한 손에 낚아챈 후 최대한 빠르게 안전한 곳까지 거리를 벌렸다.


“저 파동은··· 죽음의 진언? 키리에, 도망쳐서는 소용없어. 저건 생명을 죽이는 기도의 원형. 방치하면 끝없이 확산할 거야.”


“그럼 어떻게 할까?”


“생명의 진언으로 상쇄하는 게 가장 좋은데 지금의 난 충분한 위력을 낼 수 없어. 깃털검을 매개체로 발생하는 모양이니 저걸 어떻게든 해야···.”


“알았어. 금방 부러뜨리고 올게.”


“조심해. 가까이 가면 드래곤의 생명력으로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너도 속에는 인간일테니 무리하지 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나 마왕이야. 마계의 정점이자 마신의 후예. 내가 저런 놈한테 당할 것 같아?”


그녀는 멋쩍은 미소를 남기고는 홀로 악신에게 향했다. 하지만 시온은 알고 있다. 정령왕이 그녀에게 경고했던 공멸의 미래는 아직 완전히 피한 것이 아님을, 수많은 드래곤이 함께 싸우는 중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작전을 계속 설명할게. 힘의 계약을 맺어봐야 힘 자체는 강해지지 않지만, 네 존재의 격을 높이는 데 성공하면 신을 향한 무조건적인 두려움은 사라질 거야.”


“하지만 악신은 너무 거대해. 내 공격으로는 코끼리가 바늘에 찔린 정도인데 신의 힘이 무한하다면 나로서는 결국···.”


“착각하지 마. 네가 상대하는 건 단순히 거대한 괴물이 아니라 세계의 법칙을 지배하는 개념이자 관념이야.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이면을 보는 눈을 가져. 신이 저런 형상인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환상이라서 그래.”


“환상?”


“믿는 대로 보이지만 생각처럼 잡을 수 없는 것. 신이란 관측자에 따라 관측결과가 다르게 나타나. 본래 관측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이 관측당했으니 세계의 법칙은···”


“아니, 잠깐만? 지금은 싸움이 급하니 어려운 말은 생략하자. 주인은 그저 나한테 명령하면 돼. 나는 그것만으로도 싸울 수 있어.”


“그래, 시간 없으니 일단 내 손을 잡아.”


이후 신들이 정한 법칙에 따라 계약을 집행하는 두 사람. 서로 맞잡은 손을 통해 힘을 전달했고 세계의 법칙이 얽혀들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악신에게 접근한 키리에는 심신을 어지럽히는 진언 때문인지 몸이 무거워지고 기운이 빠지는 것을 체감했다. 진언을 막기 위해 깃털검을 산산조각 내기도 하고 악신의 손목을 잘라보기도 했지만 다시 원래대로 복구될 뿐이었다. 그러다 귓가에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불협화음처럼 들리더니 죽음의 진언이 약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소피아?”


익숙한 목소리의 노래가 생명의 진언이라는 것을 깨닫기는 쉬웠다. 키리에 뿐만이 아니라 악신에게 당했던 드래곤들의 생명력도 다시 회복되었으니 말이다.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았던 드래곤은 다시 활력을 찾았고 상처 없이 죽었던 자는 부활하기까지 했다.


“이러면 부러뜨릴 필요가 없어진 건가?”


「지금 내가 무리하면 안 되는 거 알잖아. 계획을 망칠 생각이 아니라면 서둘러.」


질문에 답한 것처럼 말하는 소피아 때문에 조금 서두를 기분이 든 키리에는 소환했던 드래곤을 이용하기로 했다. 전황을 살펴보니 엠브라이오스가 이끄는 변종군단의 피해는 크지만 정신지배를 받는 원종들은 아직 반 이상 살아남았으므로 놈들에게 깃털검을 공격하도록 명령을 추가했다.

최우선 명령이 갱신되자 정신지배를 받는 드래곤 전원이 깃털검을 향해 이동했다. 진언이 상쇄되어 효과가 약해졌으므로 가까이 다가갔다가 죽는 일은 없어졌지만 거대한 크기에서 나오는 물리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드래곤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한계가 정해진 피조물이니 자칫 악신의 주먹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행성이 충돌하는 것과 맞먹는 충격량을 몸으로 받아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잠깐 기절하는 정도로는 안 끝날 것이다.

악신이 검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키리에가 팔을 봉쇄하는 동안 드래곤들은 깃털검에 매달리듯이 달라붙고 브레스로 불을 붙였다. 마기에 의한 고열의 화염은 깃털검을 태울 정도로 강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살짝 그을린 정도였고 검이 스스로 재생하는 탓에 완전히 태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꽤 강한 법칙으로 보호받는 모양인데, 필살기 미만의 공격으로는 화력이 부족해.’


권능은 쓰지 못해도 그의 신성함은 세계의 법칙을 다룰 수 있다. 그리고 신마대전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수많은 법칙은 온갖 위험에서 신을 보호한다. 세계의 법칙이 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상 법칙을 뛰어넘지 못하는 자는 결코 신을 쓰러뜨릴 수 없다.

현재 상황에서 깃털검을 가장 확실하게 제거할 방법은 최대한의 힘으로 신을 보호하는 법칙을 파괴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검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악신에게 치명적인 피해도 줄 수 있겠지만 기껏 구성한 마왕의 육체를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혹시라도 악신이 전투가능한 상태로 남는다면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 된다.


‘더 이용할 수 있는 건 저 불꽃인가?’


실체가 드러나기 전부터 타올랐던 신성을 태우는 불꽃은 깃털검의 재생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어 보였다. 악신이 거대해지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졌지만 악신이 풍기는 신성을 태우며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다만 문제는 신성한 불꽃이므로 키리에가 다루지 못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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