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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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Prajna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2
최근연재일 :
2024.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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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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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전(6)

DUMMY

「소피아, 저 불꽃을 옮길 방법 없어?」


「저건 나도 못 건드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여기에는 어떤 불이든지 쉽게 다루는 친구가 있어.」


시선이 자연스럽게 벨라를 향했다. 보기에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런 인연도 없었던 그녀의 말을 따라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말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벨라는 키리에를 한번 쳐다보더니 성스러운 불꽃을 몸에 두르고는 깃털검을 향해 날아갔다.


「됐어! 도와준대!」


「좋아, 그럼 나도 할 일을 마저 해볼까?」

일어나다

벨라가 몸에 두른 불꽃은 기세가 점점 맹렬해졌고 이내 전신을 뒤덮었다. 화염이 강해질수록 비행속도가 빨라졌으며 지나간 길은 열기가 퍼져 불꽃이 일어났다. 그대로 회심의 일격이 당장 이루어졌으면 좋았겠지만 벨라의 비행속도로 깃털검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는 건 적어도 몇 시간 후일 것이므로 키리에가 공간도약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공간도약 직후 벨라는 몸통박치기로 깃털검을 관통하듯이 뚫고 들어갔다. 벨라의 공격은 기둥에 바늘구멍을 만든 것처럼 작았지만 그 작은 구멍에서 화염기둥이 솟구치더니 구멍을 더 넓혀갔다.


「벨라의 반응이 사라졌··· 불꽃은 무사해. 소환만 해제된 모양이야.」


내부에서 확산하는 성스러운 불꽃이 깃털검의 유지력을 떨어뜨렸고 외부에서 타오르는 마기의 불꽃은 드디어 깃털검을 재로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큰 걸 한 방 먹여도 되겠어.’


빈틈이 생기자 그녀는 악신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이후 손끝을 중심으로 힘이 집중되더니 칠흑의 불꽃으로 불타는 거대구체가 형성되었다.

한창 힘을 집중하던 중에 멀리서 성아가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영원의 불꽃, 시작의 불꽃일지어다.

작렬하라 모든 것을 삼키는 정화의 포식자여

신체(神體)를 불사르고 세상의 이치를 깨뜨릴지어다.

무형의 태양은 내 손안에 있을지니

누구의 존재도 허락치 않는 정화의 세계를 펼쳐라.”


마법의 힘을 화살의 형태로 가다듬고 필중의 활로 조준했다. 그것을 지켜보는 키리에는 보다 높은 위력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판단으로 모았던 힘을 작게 압축한 후 성아에게 접근했다.


“조용히 내 말을 들어. 너 그의 힘을 받았지? 그럼 내 힘도 받아. 네 허용량이라면 아슬아슬하게 가능할 거야.”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라는 성아를 무시한 채 압축된 힘을 화살에 주입했다. 갑작스럽게 큰 힘을 다루게 된 성아는 떨리는 팔을 주체하지 못해 조준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필중의 활이 표적을 올바르게 인식했다면 상관없다. 어디를 조준하든, 어떻게 회피하든 명중이라는 운명은 변하지 않으니.


“윽, 압력이···.”


“엄살 피우지 말고 집중해. 두 번의 기회는 없으니까.”


그녀들의 힘은 하나로 엮여 과거에 존재한 적이 없었던 현상을 발생시켰다.

겉으로 보면 혼돈과 마기를 융합한 것으로 여길 수 있으나 혼돈에 무엇을 섞든 그것은 결국 혼돈일 뿐이다. 하지만 같은 혼돈일지라도 구성이 다르니 이 세상의 질서가 섞인 이 힘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질서와 같았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여, 천지를 관통하는 한줄기 섬광이 되어 내 손에 오라.

태초의 근원이여 모든 것을 꿰뚫어라. 질서, 인과, 법칙은 내 앞에 평복하리니!”


다른 형태에서 발동하는 전력개방.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혼돈의 힘은 그것을 가능케 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적을 향해 날아가지 않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의문을 품기도 전에 악신의 몸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니 깃털검을 들고 있던 손과 펄럭이던 날개에도 비슷한 규모의 구멍이 생겼다. 더욱이 이번 공격으로 받은 피해도 회복이 눈에 띄게 느렸다.


“크아아악! 방해하지 마라!”


고통에 젖은 비명이 다시 한번 울려 퍼지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주변의 드래곤들이 큰 타격을 입고 사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시온이 긴급히 공간도약으로 다가왔다.


「디바인 포스!? 소피아!」


「오로라 배리어 발동. 모두 자리에서 벗어나지 마.」


상세한 내용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소피아는 상황에 필요한 지원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고 결계 내부에는 대규모 신성마법이 발동했다.

지시에 따라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들은 오로라처럼 물결치는 보호막에 감싸여 안전할 수 있었으나 제대로 통솔되지 않았던 일부 드래곤들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악신의 울부짖음이 끝난 후에도 디바인 포스의 효과는 끝나지 않았고 제자리에서 배리어의 보호만 받는 형태가 계속되었다.


“영원한 안식으로 고통에서 해방될지니.”


공격이 지속되는 도중에 악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성에 의한 공격을 계속해 봐야 통하지 않음을 알고 물리공격을 위해 움직인 것이다.

관통된 몸은 아직도 복구되지 않아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으나 조금 더 공격한다고 쓰러뜨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보다 악신이 향하는 방향에 있는 이들이 악신을 피하려 함부로 자리에서 벗어났다가 배리어의 범위 밖으로 나가버렸는데 그러다 디바인 포스의 여파에 당한 이들이 속출했다.


「이쪽으로 온다!」


「벗어나면 안 돼! 반격해서 밀어내!」


점차 거리를 좁혀오는 악신을 향해 키리에가 배리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와 동시에 성아는 무기타입을 검으로 바꾼 후 악신을 향해 던졌다.


“변형검 기동! 커져라 여의!”


손에서 떠난 변형검은 악신을 향해 날아가며 힘껏 확대했는데도 불구하고 악신의 손가락보다는 작았다. 급박한 상황이라 최대출력은 아니었어도 예리한 칼날은 충분히 신의 몸체를 뚫을 수 있었다.

눈동자로 보이는 부분에 검이 꽂혔으나 악신은 휘청거렸을 뿐이고 돌진 자체는 막을 수 없었다. 이윽고 악신이 손을 뻗어 시온을 잡으려고 했을 때 키리에의 반격으로 몸이 핑그르르 회전하며 뒤로 날아갔다. 얼마나 강한 타격을 입은 것인지 처음 위치보다 더 멀어졌다.

정신을 못 차리고 몸도 회복되지 않아 힘겹게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니 시온은 지금이 큰 기술을 먹일 때라고 판단했다.


「키리에! 최후의 일격을 준비한다! 전력으로 지원해줘! 소피아도 지원 부탁해!」


“탈레오스, 부르니까 잠깐 다녀올게.”


““업무를 인계받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악신이 몸을 추스리는 동안 시온은 다시 돌아온 키리에와 소피아의 힘을 빌려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으로 무수히 많은 마법진이 빠르게 완성되어 주변을 가득 메웠고 동시다발적으로 연동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입체마법진을 형성했다.


『태초의 시작은 혼돈일지니 모든 것은 혼돈으로 끝나리라.

고한다, 나는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자. 섭리와 이치를 자아내는 자.

만물이 유전하여 허무하게 흩어지고 제행이 무상하여 공허하게 사라지니

삼라만상은 부질없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 완전한 질서 없으니 그것은 혼돈의 이면일지라

세상에 완전한 자 없으니 아둔한 자여 멸망을 맞이하라.

찰나의 영광은 끝나고 약속된 종말의 때가 왔으니

창세의 파멸이여 끝나지 않는 모든 것을 시작으로

갈망하라 종언의 회귀를, 세상의 시작과 끝이 여기에 있으라.』


이것은 전생부터 이어진 기억과 기술력으로 완성한 비장의 수단. 신성, 마기, 마나를 비롯하여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융합해 만든 이것은 그에게 있어 발동조차 어려운 최강의 주문이었다.

주문이 완성되는 순간, 드디어 정신을 차린 악신은 시온을 바라보았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몸체는 한순간에 가루가 되어 흩날리듯이 사라졌다. 그것은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관측불가의 현상.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으며 그저 남은 것은 주홍빛의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져 떠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얼핏 보기에는 악신이 소멸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불꽃이 서서히 모여들며 소실된 신체를 다시 복원하기 시작했다.


“칫, 분명 오버킬이란 느낌이었는데 지금 걸로 해치우지 못하다니?”


힘을 소진한 키리에의 변신이 풀리며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시온도 백화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소피아는 탈진하기 직전처럼 보였다. 세 사람 모두 전투속행이 힘겨운 상태였으나 애써 내색하지 않았고 시온은 키리에와 소피아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신은 기본적으로 불멸이니까. 신성까지 섞어 쓴 마당에 완전한 소멸은 불가능한 이야기지. 애초에 그렇게까지 할 생각도 없었고. 저대로 수백, 수천 년이 지나면 완전히 부활하겠지만 우리로서는 이 정도가 적당해.”


신은 아무리 쓰러뜨려도 세계의 법칙에 의해 온전한 부활이 가능하다. 그들을 완전히 죽일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왕과 일부 귀족뿐이었으니 일반적으로 신과의 싸움은 결코 이길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죽이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봉신팀, 지금이야!」


대기중이던 능력자들에게 연락이 닿자마자 결계 밖에 있었던 달이 결계 내부에 나타났다. 그리고 봉신의 12중추에서 대기중이던 이들이 봉신진의 마력흐름을 가속하여 진을 발동하면서 달은 스스로 빛을 내었고 결계 내부를 환하게 비추었다.

한창 수복중이던 악신의 잔재가 봉신의 영향을 받아 달을 향해 끌려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저항하려는 악신의 실낱같은 의지는 허공에 손짓하듯이 움직였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죽어 주지 않는 겁니까!?”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결계 살아있는 모든 자를 저주했다. 그 목소리는 죽음의 진언만큼 강력한 효과를 가져서 배리어 밖으로 노출된 자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진언이나 언령과는 다른 계통의 힘, 그릇된 믿음과 소망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주술이었다.


“뭐야!? 신이 왜 뜬금없이 주술을 쓰는 건데? 악신이라 그래?”


“아니야, 신성방어의 법칙을 피하는 편법이야. 예전에 힘의 계약과 신성마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신이 신에게 기도해 신성을 주력(呪力)으로 변환시킨 사례가 있어. 신들에게는 비효율적이고 괴팍한 방법이라 쓰지 않고 인간들이 주술이란 형태로 발전시키게 된 건데··· 이게 어떻게 이런 위력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배리어로 막을 수 있을지가 걱정인데?”


“이거는 오래 버티지 못해. 능력자의 불사도 깨뜨릴 것 같고, 배리어가 먼저 깨질 것인지 봉신이 먼저 끝날 것인지. 성아는 지금 당장 언니한테 가서 힘을 보태줘.”


“응! 맡겨줘!”


앞뒤 생각을 안 하고 달을 향해 이동하려는 성아를 키리에가 흘깃 바라보더니 공간도약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지 않았다면 대책 없이 주술에 당했을지도 모른다.


성아는 상아가 담당하는 장소에 바로 도착했고 바닥에 손을 얹은 채 마나의 격류에 힘겨워하는 상아를 보자마자 바로 지원에 들어갔다.


“언니! 도와주러 왔어!”


대답도 못 할 만큼 집중하고 있는 상아의 손등 위에 손을 얹고 자신의 마력을 연결했다. 그러자 얼마나 거대한 힘이 지하에서 움직이는지 느낄 수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고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다가는 영혼에 큰 상처를 입고 폐인이 될 위험이 있었으며 다른 장소에 있는 능력자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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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최종장(1) 24.07.17 44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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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시대의 끝(2) 24.07.16 35 0 15쪽
204 시대의 끝(1) 24.07.16 37 0 14쪽
203 외전 - 이름 없는 왕(10) 24.07.15 3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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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외전 - 이름 없는 왕(8) 24.07.14 3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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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외전 - 이름 없는 왕(6) 24.07.13 36 0 16쪽
198 외전 - 이름 없는 왕(5) 24.07.13 35 0 13쪽
197 외전 - 이름 없는 왕(4) 24.07.12 43 0 17쪽
196 외전 - 이름 없는 왕(3) 24.07.12 41 0 15쪽
195 외전 - 이름 없는 왕(2) 24.07.11 38 0 15쪽
194 외전 - 이름 없는 왕(1) 24.07.11 47 0 17쪽
193 해산(2) 24.07.10 60 0 17쪽
192 해산(1) 24.07.10 39 0 16쪽
191 악신전(8) 24.07.09 49 0 13쪽
190 악신전(7) 24.07.09 40 0 11쪽
» 악신전(6) 24.07.08 45 0 12쪽
188 악신전(5) 24.07.08 36 0 11쪽
187 악신전(4) 24.07.07 41 0 11쪽
186 악신전(3) 24.07.07 41 0 12쪽
185 악신전(2) 24.07.06 40 0 12쪽
184 악신전(1) 24.07.06 44 0 11쪽
183 그들의 대화 24.07.05 4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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