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1)

악신이 봉인되고 5년 후. 봉신에 모든 마력을 소진하고 수면기에 빠졌던 능력자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제각각 일어난 시기는 다르지만 가장 처음에 일어난 것은 성아였는데 세린이 두 달이라는 빠른 속도로 깨어난 것에 비해 성아는 나흘이라는 경이로운 속도로 일어났고 가장 오랫동안 잠든 것은 테오였다.
잠에서 깬 직후의 테오는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지금 깨어난 장소가 자신의 방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던 거지?”
““5년이다.””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에 대답한 것은 창밖에서 날아 들어온 새였다. 탈레오스란 이름을 가진 그것은 천공섬의 관리보조자로서 상아의 업무를 지원하지만, 능력자들의 편의도 돌봐주고 있다.
“악신은 어떻게 됐지?”
““봉신은 무사히 끝났고 다른 능력자들은 하나둘씩 떠났다. 현재 남아있는 건 세린님과 당신뿐이다.””
“네 주인은?”
““설명할 이유가 없고 그쪽이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쌀쌀맞은 대답이네.”
““당신은 협력자지만 잠재적인 적이다. 주인님은 넓은 아량으로 과거를 묻어둔 채 동료로 받아들이셨지만 나는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능력자들의 배신을 경계한다.””
“확실히 우리 중 누군가가 봉신을 풀겠다고 마음먹으면 지키는 입장에선 성가신 일이겠어. 특히 봉신진 내부에 관여한 내가 배신한다면 말이지.”
““알고 있다면 이곳에 대한 건 잊고 다시는 상관하지 마라.””
“잊기는 어렵겠는걸? 아마도 달을 볼 때마다 생각날 테니. 그래도 상관할 생각은 없다. 서로 생각이 다르지만 세상의 파멸을 바라는 건 아니니까.”
““당신을 죽여서 입막음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계약으로 인해 기억이 되돌아오기 때문에 무의미할 따름이다.””
“그렇군. 나의 존재를 언제까지나 존속시키는 계약이라고 생각하면 능력자 계약은 너무 유용한걸? 진정한 의미로 영생하는 존재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군.”
떠날 준비는 5년 전에 끝냈으므로 천공섬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무엇으로 할지 생각하면서 탈레오스를 뒤로하고 욕실부터 향했다. 이후 느긋하게 목욕을 즐긴 후 식당에 갔더니 티나가 두 사람 분량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티나? 떠난 줄 알았는데?”
“깨어났다고 연락받아서 바로 왔지. 도착하고 보니까 목욕중이라고 해서 식사준비 했어.”
이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티나는 탈레오스의 연락을 받자마자 1회용 순간이동 두루마리를 사용해서 돌아왔다고 한다. 테오는 천공섬의 열쇠가 아닌 1회용 두루마리를 사용했다는 이야기에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그렇군. 열쇠는 빼앗긴 건가?”
“알고 있었어?”
“천공섬에 처음 왔던 날에 이렇게 될 거라고 들었으니까.”
“그렇구나.”
“그보다 네 엄마가 남아있다고 들었는데.”
“엄마는 농성중이랄까, 열쇠를 반납하라는 말을 듣더니 싫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어. 정말 나잇값도 못 하고 뭐 하시는 건지.”
“힘으로 뺏을 수도 없고 난처했겠군.”
“뭐, 그렇지.”
잠들었던 능력자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을 때 시온은 그들 모두에게 열쇠를 반납하고 떠날 것을 요구했다. 악신의 봉인을 누군가는 지킬 필요가 있지만 능력자 12인이 모두 남아있을 필요는 없으며 달로 출입이 가능한 천공섬의 열쇠는 훗날의 위험요소라는 이유였다. 악신에 관련된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계약에 의해 기억의 복원이 일어나는 데다 도의적으로 어긋나는 일이라며 시행하지는 않았다.
다른 능력자들은 강고한 의지를 느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열쇠를 반납했지만 세린은 크게 반발하고는 방에 틀어박혔다. 이듬해에 다소 화를 풀고 방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녀가 천공섬을 떠나는 일은 없었다.
“추방하지는 못하는 건가?”
“그럼 다시 돌아오려고 하겠지. 그러다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거고. 스스로 납득하고 떠나게 하는 방법 외에는 없어.”
“너는 납득했고?”
“······.”
“못했군.”
“납득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여기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집이라고. 겉으로는 널 데리고 갈 수 있게끔 딱 한 번 귀환하는 거로 타협했지만 사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
티나가 불만스러운듯이 입을 다물어버리자 테오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음식을 입에 갖다 댔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식사가 끝날 때까지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식사가 끝난 후 정리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테오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싸움도 끝났겠다, 이제 청혼해도 되는 거였나?”
“네가 깨어날 동안 새집이랑 혼수 같은 준비는 끝냈어. 너는 몸만 오면 되는데··· 나랑 결혼해 줄 거야?”
“새삼스럽게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저지른 일에 책임은 진다고 말했을 터.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우리 아이를 돌려받도록 하자.”
봉신진 작업이 진행중이었을 때 업무 스트레스가 쌓였던 티나는 술김에 이런저런 투정을 부리다 테오와 다투기까지 했는데 그러다 작업물의 일부를 망가뜨린 적이 있다. 그 일로 둘의 관계는 어색해졌지만 주변의 보이지 않는 배려 덕분에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 결과 사내아이가 한 명 태어날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를 시간동결의 결계에 가두었다. 실제 시간을 조작하는 것은 신이 금지하는 사항이라 불가능하고 그저 세계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 고위신성결계에 그것을 보호, 유지하는 이중결계를 친 것에 지나지 않지만 밖에서 보면 내부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시간동결의 결계라고 부를 뿐이다. 안전성을 높이다 보니 발동과 해제가 번거롭게 만들어져서 티나는 자기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었다.
악신이 봉인된 이후 티나는 테오가 깨어나거든 해제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기다려 왔으니 앞으로 셋이 살아갈 생각을 하며 결계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결계의 방에는 소피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그녀의 도움으로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 하는 결계해제 과정을 비교적 간략하게 줄일 수 있었고 티나와 테오는 두 사람의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잠들었을 때 결계 안에 가둔 것이라 아직 눈을 뜨지는 않았지만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면 멀쩡히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너희는 이대로 돌아갈 생각이야?”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떠나려는 순간에 소피아가 붙잡듯이 물어오자 티나와 테오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티나는 남고 싶은 마음이 있어 보였으나 테오는 그렇지 않았으므로 여기서는 테오가 대신 대답했다.
“여기에 남아봤자 더 할 일도 없으니.”
“괜찮다면 너희가 세린을 설득해 주지 않을래?”
“별로 내키지 않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이는 전생에 세린을 버린 적이 있어서 설득력이 부족해. 매정해지지 못해서 이대로는 끝이 없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괜찮으니까 지금 같은 대립만은 끝내주면 좋겠어.”
싫은 기색이 역력한 테오는 티나에게 한번 눈길을 주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대로 소피아의 안내에 따라 세린의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불 속에서 농성중인 세린과 그것을 내쫓고 싶은 시온이 대치중이었다.
“나 참, 네놈은 대체 무얼 하는 거냐?”
“깨어났으면 얼른 떠나지 않고 여긴 무슨 일이야?”
“마음이 바뀌었다. 나는 너를 방해할 생각이다.”
테오를 향한 시온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만 같은 시선에 티나가 불안함에 가슴을 졸이며 둘을 조용히 지켜봤다.
테오는 세린에게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세린은 테오가 도움을 주려는 것인가 싶다가도 그가 메이의 환생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무의식적으로 경계했다.
“네가 여기를 떠나기 싫어하는 것은 저놈을 위해서겠지. 서로 양보를 못 하겠다면 합의점을 찾으면 될 일 아니냐?”
“무슨 합의점? 오빠는 완전히 단절된 세상에서 혼자가 되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거 절대로 용납 못 해. 저 인간은 자기를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 난 놈이라고!”
“그러냐? 그런데 그런 건 나한테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보다 네가 여기에 계속 출입하게 되면 그만큼 누군가에게 목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요소가 될 수밖에 없지. 내가 전생에서 너희들의 거처를 찾아냈던 일을 생각하면 말이다.”
좋지 않은 과거가 떠오른 세린의 눈빛에 적의가 감돌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그때의 일들을 생각하면 테오에게 괜히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너는 누구 편이야? 오빠를 방해하겠다고 했으면서 나까지 방해할 셈이야?”
“그렇군. 굳이 말하자면 나는 티나의 편이다. 티나도 이곳에서 쫓겨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 하니 무언가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 비밀경로가 있었으면 좋겠군.”
그 말에 시온이 끼어들며 항의했다.
“네 말 앞뒤가 맞지 않아, 봉인을 수호하는데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은 다름 아닌 너희 능력자들이라고. 그런데 너희가 출입할 수단을 만들게 둘 것 같아?”
“천공섬으로 직결되는 경로가 아니면 되겠지. 거기다 여기에 올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면 더 좋겠지.”
“그래봐야 늦고 빠르고의 문제지 결국엔 발각될 거야.”
“그렇기에 또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이곳을 악신의 봉인지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위장해라. 네 특기를 살려 세상 모두를 속여라.”
테오의 이야기에 무언가 감을 잡은 시온은 생각에 빠졌고 세린과 티나는 이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어차피 달에 생겨난 변화 때문에 사람들은 달에 관심을 가졌다. 그 호기심과 탐구심에 이끌려 끊임없이 달을 바라볼 터. 차라리 누구나 올 수 있게 하면서 아무나 올 수 없도록 시험해라. 너라면 합리적인 기준과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겠지?”
“이곳에 올 자격을 가진 자를 선별하라는 건가?”
“특정인물만 출입하는 장소가 존재한다고 알려지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비밀스러운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는 도달할 수 있는 장소로 여겨지는 게 중요하다. 너는 속임수의 대가이니 진실과 거짓을 섞여 이곳의 실체를 숨기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겠어. 하지만 비밀경로는 허락할 수 없어. 너희도 정당한 시험을 치르고 출입한다면 고려할게.”
“쫌생이.”
테오의 주도하에 대화가 조금씩 풀리고 있을 때 들려온 세린의 목소리에 대화가 끊겼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모든 시선이 집중되자 그녀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오빠는 분명 아무도 통과 못 할 기상천외한 시험을 준비할 거죠? 제가 그런 속임수에 한두 번 당해본 게 아니거든요? 오빠가 그런 식이니까 키리에도 다음은 자기 차례가 될지 걱정하면서 오빠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거라고요.”
“키리에는 됐어. 그쪽은 이미 이야기가 끝났으니까. 오히려 인간세상에 풀어두면 위험하니까 여기에 붙잡아 두는 거야.”
“그러니까 저도 예외로 해달라고요.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게 허락해 주면 저도 어느 정도는 양보할게요.”
세린이 끼어든 탓에 논점이 어긋났다. 테오는 세린을 바라보며 표정으로 ‘이 바보가!’ 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세린은 애써 무시했다.
“그렇다면 다수결로 정하면···”
“다수결은 인정하지 않아. 천공섬의 주인은 나고 지금 너희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내가 배려했기 때문이야. 이곳에서의 모든 권리는 나에게 있는데 어째서 다수결 따위의 내 패배가 확실한 수단에 따라야 하지?”
“아예 여기서 살게 하는 건?”
“세린은 세상에 미련이 남은 사람이야. 여기서 살면 영원한 기다림 속에서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데 내가 그걸 보고만 있을 것 같아? 속세에 미련이 남은 자는 여기서 살 자격이 없어.”
생각보다 강경한 태도로 나오니 테오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제는 세린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시선이 소피아를 향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상황의 해결을 자기에게 위임하였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세린과 시온의 대립을 끝내고 싶다는 건 알겠지만 무언가 더 깊은 속내가 있는 것 같기도 해서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이지 귀찮아 죽겠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하니 지금까지의 대화를 다시 생각하던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었으며 자신을 속이는 짓이었다.
‘분명 그는 거짓을 간파하는 힘이 있었지. 통한다는 보장은 없는데···. 지금 필요한 건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 각오인가?’
머릿속으로 티나를 위해서라며 스스로를 세뇌하듯이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는 내키지 않은 마음을 억누르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이 어리석은 논쟁을 끝내려면 너는 양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티나도 언젠가 달에 돌아오고 싶어질 테고 내가 그것을 돕게 될 테니까.”
“지금 너한테 그럴 생각이나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이는데?”
“시간문제다. 지금의 난 이 사태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강할 뿐이지만 이대로 쫓겨나 돌아오지 못하는 꼴이 된다면 후환을 만드는 셈이지. 어차피 너는 우리에게 거친 짓은 하지 못해.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내 이상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부디 자신의 생각이 간파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생각에 잠겨있는 시온을 향해 그의 마음을 뒤흔들 강력한 수를 던졌다.
“내가 알기로 너는 전생의 세린을 버렸다는 모양이던데 이번에도 그녀를 버리는 꼴이라 이딴 상황이 됐겠지. 너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냐?”
“······!!”
“선택해라. 이대로 타협할 것인지, 아니면 훗날 우리가 달을 공략하게 할 것인지. 만약 후자를 택한다면 내 힘만으로는 부족할 테니 세상의 모든 마법사들이 힘을 합쳐야겠군. 그러면 비밀유지는 더욱 힘들 테고.”
점차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면서 승리를 확신하는 테오였지만 주변 분위기는 뭔가 미묘하게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대화를 끝내는 것을 우선시했다.
“너는 힘들고 어려운 길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생각인가?”
“나는 딱히 힘든 길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쉬운 길이 있다고 해서 옳은 것을 외면하지 않을 뿐이지. 하지만 네가 나에게 어려운 길을 강요한다면··· 훗날 누군가가 봉신을 깨뜨려 세상이 파멸했을 때 나는 네 영혼에 책임을 물어 결코 안식을 얻지 못할 거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네가 잘 지키리라 믿는다.”
이제 비밀경로의 존재를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테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남긴 경고가 무섭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봉인을 잘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
“비밀경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열쇠를 이용하는 것으로. 단, 재사용시간 1년을 추가하고 발동에 필요한 마력도 크게 늘릴 거야. 그리고 열쇠의 복제는 금지야.”
“알았어요.”
“열쇠를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건 네 마음이지만 잃어버렸다고 새로 만들어 달라고는 하지 마. 나중에 열쇠가 발견돼서 2개가 되었다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테니까 네 책임 아래 잘 관리하도록 해.”
“오빠 화났어요?”
“당연히 화났지. 지금 상황은 내가 원하던 게 아니니까.”
“미안해요.”
“···아니, 이건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하는 거겠지.”
“네?”
거기서 말을 마친 시온은 쓴웃음을 남기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향한 방향을 보면 세린에게 줄 열쇠를 새로 만들러 간 것으로 보였다.
테오도 방을 떠나려고 몸을 돌리던 순간에 세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불러세웠다.
“잠깐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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