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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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Prajna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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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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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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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이름 없는 왕(1)

DUMMY

12인의 능력자들이 달로 떠나기 전에 카시미르의 왕이 될 것을 지시받은 분신이 있다. 그는 우로스와 함께 다이아몬드 궁전으로 향했고 우로스가 저승을 여행한다며 떠날 때 그 분신은 다른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왕이 되기 위한 시험을 받았다.

전사들은 그의 행동을 문제 삼았는데 전사가 아니면서 왕이 되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이 반드시 전사여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그는 신비한 힘과 궤변으로 수많은 전사를 물리친 후 왕좌를 손에 넣었다. 그렇게 이듬해에 결정된 카시미르 2대 국왕 시온. 정당한 시험을 통해 왕이 되었음에도 국왕의 자리를 연달아 외지인에게 내어주었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내분으로 이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거기에는 본체가 쌓아둔 명성이 적지 않게 도움 되었다.


분신 시온은 왕이 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어떤 정책을 펼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대신 본체에게 물려받은 기억과 지혜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었다.

본체가 재상으로 활동할 적에 추진하려 했던 것들과 없애려 했던 것들, 그리고 남겨진 미련. 천공섬이 달로 떠났으니 앞으로는 만날 수 없는 만큼 본체가 끝내지 못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훗날의 후회가 되지 않도록.


카시미르의 교육, 의료, 종교, 경제, 군사 등등 각종 분야의 개선안을 구상하고 작성하던 어느 날, 다수의 이름으로 올라온 상소에는 서둘러 왕비를 맞이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혼인은 앞으로의 계획에 필수요소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이것을 무시하려 했지만 수많은 상소를 읽어보니 생각이 변했다.


이튿날 아침. 집무실에 한 여성이 부름을 받고 찾아왔다.


“소인을 부르셨나이까?”


여성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과거의 소동을 기억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두려워했다. 시온은 그것을 잘 알기에 무언가 못마땅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왜 불렸는지 아십니까?”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라일라입니다.”


“라일라, 라일라. 평범한 이름이군요. 이름처럼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았으련만··· 혹시 당신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합니까?”


“어찌하여 그런 것을 물으십니까?”


“예전의 그 사건으로 알게 됐습니다. 당신은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특히 사랑에 관련된 불행이 많았을 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왕을 바라보았다. 온갖 상상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두려움을 느꼈다.


“당신의 불행은 전생의 업에 의한 운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원한다면 그 불행한 운명에서 벗어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카시미르의 왕비가 되십시오.”


라일라의 얼굴에는 불신과 실망스러움이 드러났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제시한 방법은 도저히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달리 좋은 여성이 많을 텐데 어째서 저입니까? 더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소연하는 목소리에는 한탄스러움이 묻어났고 쓰라린 기억이 떠오르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유를 들려주지 않겠습니까?”


“시작은 제가 만든 요리를 먹은 부모님이 중독돼 돌아가신 일입니다. 당일 먹은 음식 중에는 같이 먹어서는 안되는 약초가 섞여 있었습니다. 부모를 죽인 죄에 짓눌려 자결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곁에는 저를 지탱해주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성인이 되던 때 장래를 약속하며 전사의 시련을 받으러 떠났고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전사의 시련에 도전하는 소년의 반은 죽는다고 한다. 전사가 되는 것을 강요받으며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사지에 내몰리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본체는 그것을 막고 싶어했지만 전통을 무작정 금지하기에는 반발이 컸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만 열어두고 후대에게 떠넘겼다. 그래서 지금 그녀의 말은 하루빨리 이 나라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전부 잃은 후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던 저에게 가비아 출신의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제 마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던 그를 끝내 거부할 수 없었고 결국 마음을 열었지만 그는 저에게 거액의 빚을 떠넘긴 채 종적을 감췄습니다.”


“처음부터 그럴 목적이었다면 사기 아닙니까? 그런 사정이라면 남자가 도주했을 때부터 그 빚을 갚을 의무는 없을 텐데.”


“소인은 법을 잘 모릅니다.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계약서에 사인한 순간부터 저에게 그런 의무가 생겼나 봅니다.”


카시미르의 법이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선대 족장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만큼 무르지 않다. 아마도 그녀가 당한 일은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당한 일을 무시할 수 있는가? 시온은 그럴 수 없었다. 시온은 법을 강자에게 책임을 묻고 약자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바꾸고 싶었으니 법의 허점에 이용당한 그녀의 이야기는 일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다.


“이후 저는 빚을 갚기 위해 시녀가 됐습니다. 자신의 한심함에 절망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첫 번째 주인은 저에게 희망을 주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살아갈 이유를 주셨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셨지만, 저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안주인과 다투시다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그쯤 되니 저는 사람을 좋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성향의 사테스님을 모시게 된 것입니다.”


라일라의 이야기가 끝난 후 시온은 잠시 기억을 되짚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그것을 확인하듯이 물었다.


“혹시 쿨름의 후예 크론입니까?”


“폐하께서도 아시는 분이었습니까?”


“그건 아니고 최근 몇 년 동안 비슷한 사건은 달리 없었으니까요. 예전에 크론의 죽음을 놓고 선왕과 토론을 나눈 적도 있는데 아주 몹쓸 녀석이라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크론님께서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인간성 자체는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죠. 네 집 살림만 안 했다면.”


“네?!”


“크론의 여자관계 심각성을 알게 된 아내가 그를 추궁하면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최소한 본처에게 진실을 털어놨다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신을 도운 것도 과연 순수한 선의였는지 의심스럽군요.”


“그럴 리가···.”


큰 충격을 받은 라일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이 불쌍하게 보였지만 시온은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조만간 당신을 왕비로 공표할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말이 나오겠지만 그건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저로 인해 곤란한 일을 겪으실지 모르는데도 말입니까? 아니면 저의 불행을 보고 싶은 것입니까? 저는 왕비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제 불행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폐하의 말씀대로 사랑이 문제라면 저는 사랑과 담을 쌓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운명을 극복하려면 더 많은 것을 사랑해야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을, 차별이나 우열 없이, 천지만물을 공평하게, 보답받지 못하더라도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조차 포용하는 사랑이야말로 운명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하오나···”


“하고 싶은 말은 압니다. 자신은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데까지 하십시오. 왕비가 되면 생기는 의무와 책임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줄 겁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어서 이러는 게 아님을 알아두십시오. 저의 왕비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카시미르의 왕비가 되라 했습니다. 향후 우리 사이에 부부다운 일은 없을 것이니 저는 사랑을 주지 않을 것이며 저에게 사랑을 바라면 안 됩니다.”


“폐하의 의중을 모르겠습니다. 이 혼인은 무슨 목적입니까?”


“정치적 계산, 신의 계시, 일말의 양심, 말할 수 없는 비밀. 이유를 찾자면 많지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눈치가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어렴풋이 아시겠죠.”


그 순간 떠오른 것은 처음 만났던 때의 일이었다. 엄중한 함구령이 내려지고 사건이 은폐된 탓에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위험한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 한 가지··· 아니, 두 가지만 더 대답해 주실 수 있습니까?”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다른 사람이 아닌 저를 왕비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당신이 아니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 당신만큼 유용한 상대는 찾기 힘들고, 겸사겸사 운명을 바꾸는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혼담을 거절한다는 것은 운명을 받아들여 스스로 불행의 길을 계속 걷겠다는 뜻이죠.”


“겸사겸사입니까? 그럼 시온에 대해 가르쳐 주십시오. 어째서 그날 저를 시온이라 불렀고 시온은 누구인지, 폐하는 왜 그 이름을 쓰시는지.”


“전생의 기억 때문입니다.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세상에는 전생을 기억하는 자가 몇 명 있습니다. 그 기억에 따르면 시온은 머나먼 전생의 당신입니다.”


“···알겠습니다. 폐하의 뜻을 받들겠나이다. 부디 폐하께서 후회하실 일이 없길 바랍니다.”


그녀의 동의도 얻었으니 집에 돌려보내지 않고 궁전에 머물게 했다. 개인적인 물건은 다른 사람을 시켜 가져오게 했고 그녀가 진 빚도 대신 갚아주었다.


이틀 후 국왕의 혼인을 공식으로 발표했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반대의견이 많은 것은 아니었고 어째서 라일라를 선택한 것인지 의문스러워 할 뿐이었다.


이번 결혼에 직접 이의를 제기한 극소수 중 하나는 라일라의 주인이었던 사테스였다. 그녀는 원래 우로스의 새로운 왕비가 될 예정이었지만 우로스가 왕위에서 물러나면서 파혼을 당했는데 그 원인이 시온에게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깊은 불만이 있었다.

그녀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것인지 공표 후 반나절이 지났을 때 찾아왔다.


“위대한 카시미르의 왕을 뵙습니다.”


“조만간 찾아올 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군요?”


“······!?”


“일단 앉으시죠. 어째서 당신은 왕비가 될 수 없는지 설명할 테니.”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시선이 사테스를 향하자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분노가 위기감을 지우고 판단력을 흐리면서 그녀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소파에 앉았다.


“먼저 당신의 주장을 듣도록 하죠. 다소 무례한 말도 용인하겠습니다. 아마도 라일라의 주인으로서 이 결혼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싶겠죠?”


“그렇게까지 잘 아시는 분이 어째서 제 시녀를 빼앗으려 합니까? 라일라는 제 시녀입니다. 그 여자의 처분은 제가 결정할 사항이니 제 허락 없이는 이 결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쪽 조사에 따르면 당신은 빚의 탕감을 노동으로 대신하는 계약을 맺고 시녀로 받아들였습니다. 현재 그 빚은 없어졌으니 라일라는 자유의 몸이죠. 그러므로 본인의 동의만 있으면 문제없습니다.”


“납득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런 아무것도 없는 여자를 왕비로 삼으려 합니까? 저는 3년 넘게 보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여자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가치있는 여자란 무엇입니까? 제가 여자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왠지 이것은 알겠군요. 당신은 자신 이외의 다른 여자를 왕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


“반대로 묻겠습니다. 당신처럼 내숭이 가득한 여자를 왕비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선왕은 속았을지 몰라도 거짓을 간파하는 눈에는 당신의 본성이 보이는군요.”


사테스는 정곡을 찔린 기분을 느끼며 앞으로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알 수 없어졌다. 일찍이 궤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그와 토론을 벌이고 이긴 사람이 없다고 했으니 자기도 아무런 소득 없이 쫓겨나는 미래를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감정이 앞선 나머지 아무런 대책 없이 찾아온 자신을 책망하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으니 두려움과 서러움이 동시에 솟아났다.


“제가 라일라보다 못한 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궁전에서 사는 건 어릴 적부터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궁중예법을 익히고 아름다워지려 노력했습니다. 하오나 기껏 잡은 기회는 일방적으로 파혼당하면서 잃었습니다.”


말을 이어갈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정이 북받치는 것을 그대로 쏟아내듯이 눈물을 흘렸다.

시온은 본체의 영향 때문인지 여자의 눈물에 약했다. 차라리 연기로 흘리는 눈물이었다면 무시라도 하겠는데 거짓눈물이 아니라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어째서입니까? 어째서 당신은 제 꿈을 방해하기만 한단 말입니까? 저한테 무슨 원한이 있기에 제 가슴을 이토록 짓밟는단 말입니까!?”


악을 쓰는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면서 비서가 안쪽을 살피려고 고개를 내밀었다가 시온의 눈치를 받고는 원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온은 착잡한 마음으로 대화를 계속했다.


“당신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향할 곳이 잘못되었습니다. 그건 처음부터 왕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던 자신에게 향했어야 합니다.”


“그럼 라일라는 어떤 점에서 왕비에 어울린다는 것입니까?”


“현재 시점에서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비유하자면 백지와 같습니다. 거기에는 제가 바라는 그림을 그릴 수 있죠. 사실 제가 왕이 된 시점에서 왕비는 아무라도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제 생각대로 움직여 줄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뜻밖의 대답에 사테스는 눈을 크게 떴다. 라일라의 외모를 칭찬할 줄 알았더니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와서 사고가 정지한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덧붙여 당신은 자신의 그림을 이미 완성했습니다. 제가 거기에 무엇을 덧칠한다 해도 밑그림은 바꿀 수 없겠죠. 그리고 아마 당신의 그림은 왕비가 아닙니다.”


“폐하의 말씀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꿈이란 건 말이죠, 직업이나 직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왕비가 되었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꿈을 이루었으니 바로 이혼해도 되겠죠?”


“그렇지는···”


“잘 생각해보세요. 왕비가 되는 것이 최종 목적인지, 아니면 왕비가 되는 것은 수단일 뿐인지. 아마도 당신은 자신이 그린 인생을 위해 왕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럼 다시 생각해봅시다. 어째서 왕궁에서의 삶을 원하게 되었죠? 이곳의 왕비가 되어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입니까?”


“그건···.”


생각이 많아진 사테스는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선이 바닥에 머물며 시간만 흐르자 시온은 기다리다 지쳤는지 본론을 꺼냈다.


“왕비가 되지 않고도 이곳에서 지낼 방법이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정말입니까!?”


“일반적으로 궁에서 거주하려면 왕가의 일원이 되거나 사용인이 되는 것밖에 없긴 하죠. 하지만 앞으로는 아니게 됩니다. 궁전에서 일하는 부서를 재편할 예정이거든요.”


“그 말씀은···?”


“저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선왕을 홀릴 만큼 유혹에 재주가 있으니 그 점을 살려보면 어떨까 합니다. 외교와 첩보를 배워야 하고 외국으로 나갈 일도 많겠지만 성과에 따라 고위직에 오르면 권력을 손에 쥐겠죠.”


시온의 제안에 사테스의 고민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외교관이 된 자신을 상상해보며 그 삶은 어떠할지 생각했더니 의외로 싫은 느낌이 아니었다.


“외국으로 나가면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하는 일도 있지 않습니까?”


“출장은 많겠지만 집을 옮길 필요까진 없습니다. 현재 세계 각국의 텔레포트 터미널 착공이 확정되었습니다. 완공되면 궁에서 외국으로 출퇴근도 가능합니다.”


“국외 순간이동은 제약이 큰 것으로 압니다.”


“그거야 가비아의 이야기고 죽음의 땅 건너편 서방국가는 사정이 다릅니다. 앞으로의 교섭에 따라 사정이 변하겠지만 외교관의 특혜는 받을 수 있겠죠.”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마든지요.”


사테스는 예를 표하고 돌아갔다. 확답은 얻지 못했지만 그녀가 좋아할 만한 미끼는 던져두었고 고민하는 태도를 봐서는 조만간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튿날 저녁 왕의 뜻에 따르겠다는 서찰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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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후일담 - 마계에서는 24.07.19 44 0 12쪽
210 후일담 - 자매들은(2) 24.07.19 34 0 12쪽
209 후일담 - 자매들은(1) 24.07.18 40 0 12쪽
208 최종장(2) 24.07.18 45 0 17쪽
207 최종장(1) 24.07.17 44 0 16쪽
206 시대의 끝(3) 24.07.17 49 0 13쪽
205 시대의 끝(2) 24.07.16 35 0 15쪽
204 시대의 끝(1) 24.07.16 37 0 14쪽
203 외전 - 이름 없는 왕(10) 24.07.15 38 0 16쪽
202 외전 - 이름 없는 왕(9) 24.07.15 35 0 16쪽
201 외전 - 이름 없는 왕(8) 24.07.14 36 0 15쪽
200 외전 - 이름 없는 왕(7) 24.07.14 41 0 16쪽
199 외전 - 이름 없는 왕(6) 24.07.13 36 0 16쪽
198 외전 - 이름 없는 왕(5) 24.07.13 36 0 13쪽
197 외전 - 이름 없는 왕(4) 24.07.12 43 0 17쪽
196 외전 - 이름 없는 왕(3) 24.07.12 42 0 15쪽
195 외전 - 이름 없는 왕(2) 24.07.11 38 0 15쪽
» 외전 - 이름 없는 왕(1) 24.07.11 48 0 17쪽
193 해산(2) 24.07.10 61 0 17쪽
192 해산(1) 24.07.10 40 0 16쪽
191 악신전(8) 24.07.09 49 0 13쪽
190 악신전(7) 24.07.09 41 0 11쪽
189 악신전(6) 24.07.08 45 0 12쪽
188 악신전(5) 24.07.08 37 0 11쪽
187 악신전(4) 24.07.07 41 0 11쪽
186 악신전(3) 24.07.07 41 0 12쪽
185 악신전(2) 24.07.06 41 0 12쪽
184 악신전(1) 24.07.06 44 0 11쪽
183 그들의 대화 24.07.05 4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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