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기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Prajna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2
최근연재일 :
2024.07.20 06:00
연재수 :
212 회
조회수 :
89,715
추천수 :
764
글자수 :
1,266,060

작성
24.07.12 23:00
조회
42
추천
0
글자
17쪽

외전 - 이름 없는 왕(4)

DUMMY

“더 할 말 없으시면 다들 물러가십시오.”


압박감을 비추며 사람들에게 명령했으나 누구도 움직일 기색은 없었다. 그러다 가장 앞에 있던 한 노장이 한 걸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폐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신들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부디 바라건대 미래를 위한 저희의 준비가 갖춰지는 것을 기다려 주십시오.”


“군부대신,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면 좋겠습니다만. 뭐, 신하의 충성이 왕보다 나라를 향할 때 비로소 제 뜻은 시작됩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노장이 뒤를 돌아보며 눈치를 주자 그제야 사람들은 하나둘씩 집무실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조용해진 집무실에 혼자 남게 되자 며칠 사이에 쌓여버린 업무를 하나씩 살폈다.


쌓인 업무는 하루 만에 끝낼 분량은 아니라서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반쯤 처리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밤새도록 쉬지 않고 일할 기세였으나 저녁식사 준비가 되었다며 기별이 오면서 업무는 중단했다. 바쁠 때는 식사보다 일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육체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식사와 휴식이 중요했다.

식당으로 향하려 집무실의 문을 열었더니 문 앞에 라일라가 시녀들을 대동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식사하자고 하기에 둘은 같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부터는 기다리지 마십시오. 저와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폐하···.”


라일라는 무언가를 하소연하고 싶은 표정으로 말을 삼켰다. 그녀의 어둡고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듯이 노을 진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식당 안에 들어서면서 발걸음도 멈췄다.

왕족을 위한 식당은 넓었지만 현재 왕가의 일원은 시온밖에 없었으므로 우로스의 집권시절과 비교하면 허전한 느낌이 강했다.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앉으시죠.”


“폐하. 잠시 대화를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우리는 단지 계약관계일 뿐입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부부다운 일은 없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잊지 않았습니다. 잊지 않았습니다만··· 오늘 사람들이 폐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부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걱정됩니다.”


“미안하게도 저 때문에 귀를 더럽혔군요.”


“폐하는 어째서 폐위를 원하시는지요? 사람들이 왜 왕좌에 올랐냐며 수군거립니다.”


시온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시녀들에게 밖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라일라의 시녀는 시온이 직접 선별한 인선인 만큼 신뢰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비밀까지 들을 자격은 없었다.


“라일라, 나는 당신에게 숨기는 것은 있을지언정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말하기 곤란한 것을 알고 싶어 하는군요.”


“그야··· 불안하니까요.”


자신감이 바닥난 듯한 목소리는 시온이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것이 시온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몰라도 시온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탐지마법으로 엿듣는 귀가 없는지 확인하고 방음마법을 시전했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불안하지만 모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진실을 알면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데 그래도 알고 싶습니까? 진실을 마주할 각오가 있습니까?”


“폐하께서는 저보고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그 길은 더욱 멀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혹여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온실 속의 화초이길 바라시는 게 아니라면 부디 알려주십시오. 비록 사랑은 없을지라도 저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신뢰하는 친우로서 폐하를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좋습니다. 제 행동의 이유를 알려드리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상을 품었을 때 실패하는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사랑할 때 불행하듯이 말이죠. 저는 전생에 죄가 있어서 신들이 그러한 형벌을 내렸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침착하게 대처할 생각이었는데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사정을 들은 라일라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입이 굳어버렸다.


“왜 왕좌에 올랐냐는 질문에는 제게 사명이 있어 왕이 되었다고 답하겠습니다. 하지만 운명이 이러하니 저는 운명에 맞서 이상을 꿈꾸며 나아갈 것인지, 최악의 실패를 대비하고 다음 세대를 준비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다소 고민했지만 리스크를 짊어지면서 도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폐위를 목적으로··· 하오나 지금의 방식으로는 폐하가!”


“저는 괜찮습니다. 전부 스스로 결정한 일입니다. 저는 꿈을 꿀 수 없지만, 사람들이 꿈을 꾸게 할 수는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좀 더 나중에 말할 생각이었는데 당신은 저의 적대파벌을 지원해 주셔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당신의 안위도···”


“싫습니다! 이런 건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 다른 방법이···.”


좀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생각하려 애썼지만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없었다. 무엇을 하든 실패할 운명이라면 시온의 말처럼 실패를 전제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고 무의식적으로 인정해버렸다.

비통함에 눈물을 흘리는 라일라를 위로하듯이 시온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최대한 상냥함을 담아 말했다.


“부탁합니다. 저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부디 제 뜻에 따라주십시오.”


받아들이기 싫은 마음이 컸으므로 차마 그러겠다고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시온의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온이 왕위에서 물러나는 순간이 온다면 반드시 그의 신변만큼은 지켜내겠다고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했다.



카인이 카시미르의 학교에 입학하고 5년 후. 무사히 졸업한 카인은 국왕이 주관하는 시험에 응시하라는 지시를 받고 궁전 인근의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온은 매월 한 번 정도 만났는데 카인은 아직 그가 카시미르의 국왕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지만 왕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이가 없었던 까닭도 있다.

카인의 성적은 입학했을 때부터 상위권이었는데(지식의 목걸이 때문) 시온의 지속적인 압박 덕분에 졸업할 무렵 학년 1위를 달성했다. 그의 실력이면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자신감이 있었으나 며칠 후 발표된 1차 시험 합격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충격에 휩싸인 카인은 시험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언가 비리가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고 그대로 시험관에게 따질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건 말도 안 돼. 내 답안은 분명 완벽했을 텐데? 뭔가 비리가 있지 않고서는···.”


“뭐가 말입니까?”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후드를 쓰고 정체를 숨긴 시온이 있었다. 하필이면 좋지 않은 타이밍에 만났다며 난처한 마음이 들었으나 어차피 숨길 수도 없는 일이니 시험결과를 알려주었다.


“그··· 면목 없지만, 합격자 명단에 내가 없다.”


“알고 있습니다. 윗선에서 무언가의 거래가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런 것보다 2차 시험을 준비하죠. 당신이 2차 시험에서 떨어지면 이야기가 되질 않습니다.”


“역시 비리가 있는 건가?”


“현재 말할 수 있는 건 당신이 주목대상이라는 겁니다. 1차 시험은 분명 합격이어야 했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당신을 탈락시켰습니다.”


시온은 분노가 폭발 직전인 카인을 토닥이면서 쪽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 그것을 펼쳐보니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은 유흥가의 약도가 그러져 있었다.


“지금부터 이 장소에 가십시오. 거기에 당신이 만나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누군데?”


“일단은 저랑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보냈다는 이야기는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사이가 나쁜 사람이면 왜 내가 만나야 하는 거야?”


“그야 당신을 시험해 볼 목적으로 이번 사태에 찬동한 사람이니까요. 가서 만나보고 대화를 좀 해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과연 그렇단 말이지? 어떤 상황인지 조금은 감이 오는걸?”


“뭔가 위험한 착각을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되지만 설명할 시간도 없고 괜찮겠죠.”


이후 화풀이할 생각을 잔뜩 품고서 약도에 그려진 장소에 홀로 가봤더니 그곳에는 호화로운 밤의 업소가 있었다. 아직 낮인데도 문이 열려 있었고 주변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서 한번 안쪽을 살피러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늙은 전사가 혼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자네가 카인이군.”


“영감님이 저를 낙방시킨 사람입니까?”


상대를 보아하니 화풀이할 생각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지난 5년간 주입받은 예법 때문에 늙은이를 상대로 소리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고 주먹다툼을 하기에는 근육질의 몸이 너무 강인해 보였다.


“그거라면 자네를 위한 일이었다. 라고 하면 믿기 어렵겠군. 왕궁에는 자네를 요주의인물로 경계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나?”


“그렇게 눈에 띌 만한 짓을 한 기억은 없는데 말입니다?”


“자네는 어떤 인물과 가깝게 지낸다는 의혹이 있지. 그는 나와 적대관계이고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지워져야 할 인물인데, 혹시 짐작 가는 사람이 있지 않나?”


물론 여기서 “네,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가 말하는 인물이 시온을 가리키는 것은 알겠지만 숨겨진 사정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고 시온이 비밀로 해달라고 했으니 여기서는 직감적으로 모르는 척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나를 떨어뜨린 제대로 된 이유나 들어봅시다. 그게 왜 나를 위한 일이었는지 전혀 모르겠으니.”


“뭐, 바라는 대로 알려주지. 자네는 국왕의 최측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에 배제된 것이다. 만약 왕의 편에 선다면 훗날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겠지. 그런 미래를 맞이하느니 차라리 낙방하고 고향에 돌아가는 편이 좋지 않겠나?”


“큿, 이러니까 정치하는 놈들은···. 미리 말해두지만 난 국왕이 누군지도 모르고 측근 따위 관심도 없으니 비겁한 짓은 그만두쇼.”


“호오? 그럼 자네는 어떤 이유로 이국의 땅에서 여기까지 왔지? 어렵게 귀화까지 한 것을 보면 무언가 목적이 있을 텐데?”


“이 나라에 온 목적이라면 단 하나, 나는 내 평생을 바쳐 사랑할 여인을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났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들어왔소.”


노전사는 별로 믿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는데 카인은 진심을 말한 것이었으므로 당당했다.


“흠,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도대체 폐하는 왜 이런 놈을?”


“질문 끝났으면 이제 영감님 차례요. 비겁한 수로 나를 낙방시킨 건 어쩔 겁니까?”


“그거라면 하나만 선택하게. 왕에게 충성할 것인지, 아니면 이 나라에 충성할 것인지. 나라를 위하겠다고 약조하면 자네의 낙방은 없었던 일이 될 걸세.”


“말로는 나라에 충성하라면서 실제로는 그쪽에 충성하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아닙니까?”


“큭큭, 내가 왕이 될 예정이었다면 그렇다고 했을 텐데 예상이 빗나갔군. 살날도 얼마 남지도 않은 늙은이가 무슨 욕심으로 그러겠나? 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이게. 후대의 일은 젊은 친구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나는 그때를 위해 사람을 모으고 있을 뿐이니.”


“젊은이에게 뒷일을 맡기겠다면서 저를 낙방시켰으니 말과 행동이 다르군요.”


“왕의 측근이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 하지 않았는가?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는 왕과 함께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 그래서 굳이 이렇게 만나서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야.”


“그 선택이란 거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는 권력을 손에 쥐고 싶었던 게 아니라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편이 좋다는 조언에 따라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더러운 일에 스스로 엮여버린다면 훗날 나를 믿고 사랑해줄 사람에게 미안해집니다.”


“하하! 자네 정말 괴짜구만? 요즘같은 시대에, 그것도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지껄이다니.”


“나는 영감님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뭐, 어딘가의 높으신 분이라고는 예상되지만, 악인에게 고개 숙일 생각은 들지 않아서 말입니다.”


“악인? 내가 말인가? 후후, 악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자네, 그럼 이렇게 하세. 낙방을 되돌리지는 않을 테니 2차 시험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도록 하게. 그러면 그때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을 테니. 다만, 자네는 앞으로 누구의 비호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할 것이며 자신의 발언에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악인에게 고개는 숙이지 않는다고 한 것 말입니까?”


“그래, 자네의 그 말이 진심이라면 언젠가 자네도 폐하의 적이 될 것이네.”


“대체 이 나라의 왕은 어떤 사람이기에 그럽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흑막이지.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알게 될 걸세.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폐하의 억압으로 조작된 일이라는 것을, 헤어 나올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 무슨 짓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의 손바닥 위라는 것을.”


“흠, 그것만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이 나라에 머물면서 국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요.”


“왕은 철저하게 자신의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으니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도록 은밀하게 움직이지. 사실 폐하도 이 나라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마치 하기 싫은데 마지못해 왕이 되었다는 그런 느낌이었지.”


“누가 왕이 되라고 시키기라도 했답니까? 뭐, 얼마나 대단한 뒷···”


순간적으로 카인의 뇌리를 스쳐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조각난 퍼즐이 조립되듯이 생각난 어느 가설과 위화감이 현재 상황을 다시 생각하게 했지만 카인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왜 그러는가?”


“아, 아닙니다. 그보다 제가 2차 시험에서 합격하고 폐하의 편에 서기를 고집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폐하의 시대가 끝나는 날, 자네도 이 나라에서 존재가 지워질걸세.”


“알겠습니다. 부디 2차 시험에서는 부정이 없기를 바랍니다.”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하게나.”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는 것처럼 카인은 가볍게 목례하고 성큼걸음으로 돌아갔다. 이후 노전사가 있는 장소에는 후드와 베일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다가와 정체를 드러냈다.


“왕비전하? 어째서 호위도 없이 여기에?”


“저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서요.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보다 군부대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과연 그 청년은 폐하를 위해 움직일까요?”


“진실을 모르는 동안은 그럴 겁니다. 그는 예정대로 2차 시험을 볼 것이고 합격한다면 폐하를 만나게 될 겁니다.”


“혹시나 우리에게 가담할 가능성은요?”


“합격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파벌에 들어올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은밀히 협력할 여지는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낭만을 좇는 남자인 것 같은데 어디 좋은 여자라도 구해주면 잘 구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군요. 혹시라도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알려주세요.”


“걱정되십니까? 비전하께선 폐하를 좀 더 믿어보시는 게 어떤지요?”


“후훗, 폐하가 모든 것을 말씀해 주신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폐하도 비밀은 털어놓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모르고 행동하기에 더욱 진실성이 있다고 하셨으니 스스로 위험요소를 만들 수는 없었겠죠. 얼마나 큰 비밀을 감추고 있는지 저로서는 잘 모릅니다만 비전하는 제가 모르는 무언가를 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군부대신도 제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렇군요. 우리는 서로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폐하의 궁극적인 목표와 낙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저는 폐하로부터 운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은 자세히 알려드릴 수 없지만 군부대신은 어떻습니까?”


“저도 입 밖으로 내기가 두렵군요. 함부로 말했다가는 광인이나 역적으로 취급받기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혹시 그 청년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들었을까요?”


“틀림없이 그렇겠죠. 하지만 폐하께 또 다른 비밀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아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알고 싶습니다. 이 시나리오에 유종의 미를 장식하고 폐하를 구할 수만 있다면 저는 뭐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건 폐하의 뜻에 거스르는 일이 아닙니까?”


“괜찮습니다. 우리는 일단 폐하의 적이니까요. 결코 폐하의 예상대로만 일이 흘러가게 두지 않을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의 기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2 후일담 - 능력자들 24.07.20 58 0 7쪽
211 후일담 - 마계에서는 24.07.19 44 0 12쪽
210 후일담 - 자매들은(2) 24.07.19 34 0 12쪽
209 후일담 - 자매들은(1) 24.07.18 40 0 12쪽
208 최종장(2) 24.07.18 45 0 17쪽
207 최종장(1) 24.07.17 44 0 16쪽
206 시대의 끝(3) 24.07.17 48 0 13쪽
205 시대의 끝(2) 24.07.16 35 0 15쪽
204 시대의 끝(1) 24.07.16 37 0 14쪽
203 외전 - 이름 없는 왕(10) 24.07.15 38 0 16쪽
202 외전 - 이름 없는 왕(9) 24.07.15 35 0 16쪽
201 외전 - 이름 없는 왕(8) 24.07.14 36 0 15쪽
200 외전 - 이름 없는 왕(7) 24.07.14 40 0 16쪽
199 외전 - 이름 없는 왕(6) 24.07.13 36 0 16쪽
198 외전 - 이름 없는 왕(5) 24.07.13 35 0 13쪽
» 외전 - 이름 없는 왕(4) 24.07.12 43 0 17쪽
196 외전 - 이름 없는 왕(3) 24.07.12 41 0 15쪽
195 외전 - 이름 없는 왕(2) 24.07.11 38 0 15쪽
194 외전 - 이름 없는 왕(1) 24.07.11 47 0 17쪽
193 해산(2) 24.07.10 60 0 17쪽
192 해산(1) 24.07.10 39 0 16쪽
191 악신전(8) 24.07.09 49 0 13쪽
190 악신전(7) 24.07.09 40 0 11쪽
189 악신전(6) 24.07.08 44 0 12쪽
188 악신전(5) 24.07.08 36 0 11쪽
187 악신전(4) 24.07.07 41 0 11쪽
186 악신전(3) 24.07.07 41 0 12쪽
185 악신전(2) 24.07.06 40 0 12쪽
184 악신전(1) 24.07.06 44 0 11쪽
183 그들의 대화 24.07.05 46 0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