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이름 없는 왕(6)

왕의 집무실에서 나와 서류를 보며 걸어가던 카인은 누군가 앞을 막아서면서 발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들어 누구인가 살폈더니 독단으로 면접을 진행했던 대신 중 일부와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네 폐하와 무슨 이야기를 했지?”
군부대신은 없는 모양이고 지금 그들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앞으로 얼굴을 자주 보게 될 것 같으니 공연히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공손히 대답했다.
“일에 관한 지시를 받았을 뿐입니다.”
“손에 든 그것을 내놔보거라.”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손에 들린 문서에 대단한 내용이 적혀있었던 것은 아니었음에도 카인은 서류를 뒤로 숨겼고 대신들은 카인을 둘러싸고는 그의 손목을 움켜쥐더니 힘으로 빼앗았다.
“크윽, 무슨 짓입니까!?”
나름 저항해 보았지만 근력과 체격의 차이는 어찌할 수 없었다. 원래 카인이 빈약한 몸은 아니었지만 직업을 바꾸면서 공부에 전념했기 때문에 운동량이 부족했었고 대신들은 아무리 늙었어도 오랜 세월을 단련한 전사였다. 무엇보다 거세게 저항했다가는 오늘이 제삿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뭐라고 적혀있습니까?”
“흠, 겉보기에는 평범하게 궁전 안팎의 실태를 조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교묘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습니다. 항목을 보면 왕비전하나 우리 대신들을 언급하고 있으니 이것은 파벌의 동태를 파악하려는 심산일 것입니다. 역시 폐하는 왕비전하를 의심하는 게···.”
대신들은 빼앗은 문서를 함께 보면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카인은 무력하게 그것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귀에 들려오는 몇몇 단어 중에서 결코 흘려들을 수 없었던 단어가 있었다.
‘잠깐, 왕비라고!? 결혼했던 거야? 나한테는 그런 소리 전혀···.’
잘 생각해보니 카시미르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런 행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당시에는 실연의 슬픔 때문에 남의 결혼은 신경 쓰지 못했는데 예전에 시온과 했던 대화를 되짚어보면 사랑이 있는 관계는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거기 길을 막고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불현듯 인파의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 당혹스러워하며 급히 좌우로 갈라지더니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라일라가 시녀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왔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던데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그것이···.”
대신들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처해하고 있을 때 많은 시선이 카인을 향했다. 라일라의 시선도 카인을 향하며 어떤 상황인지 대충 감을 잡았다.
“여러분께서 어떤 의도였는지 짐작은 되지만 이래서야 여럿이서 한 사람을 억압하는 꼴이지 않습니까? 이제 막 궁전에 와서 아무것도 모를 텐데 부디 어여삐 봐주시지요.”
내키지는 않아도 라일라가 이렇게 부탁하니 대신들은 수긍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거기에 라일라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카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뭔가 말하려는 찰나에 카인이 가까이 다가와 손을 잡더니 말했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부디 저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주십시오.”
“네? 네!? 저, 저는 이미 혼인한 몸인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변 모두가 그 충격으로 입이 벌어지며 말문이 막히는 가운데 카인은 주변 분위기를 읽지 않고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상관없습니다. 이 나라에는 정식으로 기혼자를 빼앗는 방법이 있다죠? 그렇다면 그 결투를 해서라도 당신을 손에 넣겠습니다.”
“안 됩니다. 당신은 폐하를 이길 수 없습니다. 목숨을 쉽게 버리려 하지 마십시오.”
“폐하?”
“네, 네놈은 왕비전하께 대체 무슨 망발을!”
대신들이 노발대발하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고 카인을 넘어뜨려 제압하는 동시에 라일라를 지키듯이 진형을 갖추었다. 그리고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은 카인은 혼란에 빠졌다.
“이럴 수가··· 어째서··· 오늘은 정말 충격의 연속이···.”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낀 카인은 그대로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좌절감을 맛보며 정말로 그녀를 포기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드디어 내 이상의 미녀를 만났다고 생각했건만··· 음? 잠깐, 어차피 시온은 오래 살지 못하니까 굳이 싸우지 않아도 잠자코 기다리면 되지 않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쓰레기 같은 발상이었지만 그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찬스라고 생각하니 그것은 떨쳐내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러니 결단을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리석은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굉장히 실례되는 짓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하, 이 감정은 거짓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나만 대답해 주십시오. 전하께서는 폐하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계십니까?”
“이놈이 아직!”
함부로 입을 놀린다며 대신들이 호통을 치는 가운데 라일라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카인의 앞에 섰다.
“우선 그를 풀어주십시오. 찬 바닥에 눕혀진 모습이 보기 안쓰럽습니다.”
“비전하께 또 무슨 무례를 범할지 모릅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궁전의 법도에는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바깥에서는 남녀사이에 흔히 일어날법한 일이지 않습니까? 어차피 저도···”
“비전하!”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와 이야기할 것이니 풀어주십시오.”
대신들은 못마땅한 기분이었지만 라일라의 거듭되는 부탁에 카인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왕에게 안 좋은 감정은 많았어도 왕비에게는 충성심을 보였다. 그렇게 몸의 자유를 되찾은 카인은 왕족에 대한 예를 갖추며 무릎을 꿇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만, 비록 제 사랑이 보답받지 못하더라도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고맙게 생각하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서로에게 불행이 됩니다.”
“저는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있는 것은 자신뿐이겠죠.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지만 차후에도 이러시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실 겁니다. 부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거절의 뜻을 분명히 전한 라일라는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워 건네준 후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가던 길을 갔다. 이후 홀로 자리에 남은 카인은 궁전의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꽤 난처하게 됐는걸. 시온 그 자식은 하필이면 그런 여자와 결혼을···. 부러운 놈 같으니. 이렇게 된 이상 왕비님을 울리기라도 하면 너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겠다.’
카인의 고백은 하루 만에 궁전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퍼졌다. 이전까지는 주로 고위층에서 카인을 알고 있었던 반면 현재는 인근의 주민들까지도 들었을 정도였다.
그런 카인에게 벌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이어졌지만 당사자인 왕비와 시온이 큰 소란으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직접적인 처벌은 없었다.
‘이것 참, 시온을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튿날, 아침 일찍 출근한 카인은 고민과 두려움에 빠졌다. 전날 고백한 일을 시온에게 알려주고 상담할 생각이었는데 시온은 새로운 일거리를 남겨둔 후 자리를 비웠고 그 이후로도 길이 엇갈려서 만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말하기가 힘들어져서 답답한 마음만 깊어지는 가운데 집무실의 문을 열었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 짓는 얼굴의 시온과 그 옆에서 경멸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테스였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재미있는 일을 저질러 주셨더군요.”
“송구할 따름입니다.”
시온은 손에 잡고 있던 업무를 덮어두고는 사테스에게 나가보라고 눈짓했다. 거기에 가볍게 예를 표한 사테스는 나가는 길에 카인을 매섭게 노려보며 혀를 찼는데 데 카인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뭔가 저 사람은 어제 일로 아직도 화가 안 풀리기라도 했나?”
“그게 아니라 그녀한테 왕비는 특별한 의미를 갖거든요. 의도하지 않게 역린을 건드린 꼴이 되었습니다. 첫인상도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일을 벌이셨으니 앞으로 처신에 더욱 신경 쓰지 않으면 힘들어지겠군요.”
“나란 인간이 참 절조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군.”
자조 섞인 미소로 말하는 카인을 보며 시온은 실소했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쯧쯧, 인연이란 정말이지 심술궂은 면이 있단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누구를 사랑하든 간에 응원하고 싶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좋지 않습니다. 왕비는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포기하세요. 오래 살기 힘들어집니다.”
“확실히 날 죽이려 들 사람은 많아 보였지. 하지만 쉽게 포기할 생각은 들지 않아.”
“곱게 죽지 못할 텐데요?”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오히려 기쁜 일이겠지.”
“그 바보 같은 점은 변함없네요. 그것도 남의 아내를 상대로. 이래서야 상황은 엠마 때보다 더 심각하지 않습니까?”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하지만 반해버린 걸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
“그걸 어떻게 하라는 의미를 포함해서 데리고 왔던 거로 기억합니다만?”
“그, 그랬었나?”
“그리고 기혼자를 빼앗는 건 현대에 행하지 않는 옛 풍습입니다. 옛날에도 흔하게 일어나던 일은 아니었고요. 게다가 왕비는 거절의 뜻을 분명히 했는데 설마 당신은 이번에도 짝사랑으로 끝낼 생각입니까?”
“윽, 그러는 너야말로 아내를 제대로 사랑해주긴 하는 거야? 그런 여자를 외롭게 방치하는 건 아니겠지?”
“손익을 계산해서 합의한 결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사랑이 없는 관계라고 분명히 했었고 만일 제가 누구처럼 사랑에 눈이 멀어버리면 그건 나라에 재앙이 됩니다.”
“너는 가끔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니까? 왕이면 누구를 좋아하는 것 정도는 마음껏 해도 되는 거 아니야?”
“제 출생을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정상적인 사랑이 불가합니다. 사랑을 꿈꾸며 헛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합리와 효율을 생각하며 주어진 일에 충실하겠습니다. 왕비는··· 제가 죽거든 자신의 행복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살아주었으면 합니다.”
“젠장, 너도 상당히 꼬였구만. 답답하다, 답답해.”
“세상 사람들은 모두 각각의 사연이 있는 법이죠.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일을 시작할까요?”
“끝으로 하나만, 만약 네가 아내를 울린다면 그때는 내가 그녀를 받아 간다. 부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줘.”
이후로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카인은 왕비를 쉽게 만나지 못하는 위치라고 종종 그리움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고 사테스는 그런 카인을 볼 때마다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시온은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을 자꾸만 진행하는데 그것에 대한 정보는 측근들조차 각자 맡은 일이 바빠서 누구 하나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시온이 남몰래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윤곽이 드러나는 건 2년이 더 지난 후의 일이었다.
사건은 죽음의 땅 건너편의 서방국가들이 텔레포트 터미널을 이용하여 카시미르의 신도시를 점령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다른 도시는 아직 개척중이었던 관계로 손쉽게 함락된 것에 반해 수도는 전사들의 거센 저항으로 점령에 실패했지만 다른 도시의 터미널에서 지원군과 물자가 계속 유입되었으므로 대규모의 군대가 사방에서 수도를 향해 진격해왔다.
“어리석은··· 결국은 시작해 버렸군요.”
“보고에 따르면 저들은 정규군이 아닌 성기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들 국가의 형태를 고려했을 때 지원은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기사, 신성마법도 못 쓰면서 존재하지도 않은 신을 팔아먹던 광신자들 말이죠.”
“평소에 카시미르와 가비아를 이단의 나라로 취급했으니까요. 늦고 빠르고의 문제였지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무실에는 사테스와 카인을 포함하여 평소에 협조적이었으나 서로 만나기 힘들었던 측근들이 모여있었다. 직급은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은 각각의 부서에 심어놓은 사람 중 일부였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할 목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폐하, 이곳 터미널은 아직 건재합니다. 가비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반란은 기대하고 있었지만 외세를 끌어들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일단은 침략자를 물리칠 테니 믿을 만한 사람을 차출해서 이번 일을 꾸민 배신자를 찾아내십시오.”
“그거라면 예상되는 자가 있습니다. 외무대신 아타반이 확실합니다.”
“그리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폐하의 명에 따라 감시임무를 수행하던 중 외무대신이 간혹 밀행을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미행을 붙여 조사해보니 그가 만난 인물 중에 성기사단장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깊이 내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필이면 오늘 입궁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적어도 이번 사태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칙명을 내릴 테니 그를 당장 잡아들이세요.”
사테스가 예를 표하고는 몇몇 사람에게 손짓하여 동행하게 했다. 이후 시온은 남은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해산시킨 뒤 군부대신을 찾아갔다.
군부대신은 휘하의 대전사들과 다른 대신들을 소집하여 긴급회의를 진행중이었는데 시온이 나타나자 예를 갖추며 중앙의 자리를 내주었다.
“마침 다들 모여있었군요. 빠진 사람은 누구누구입니까?”
“외무대신과 농상대신입니다.”
“농상대신은 무슨 일이 있습니까?”
“사람을 시켜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 연락이 닿질 않아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에 대신이 두 명이나. 외무대신은 사람을 시켜 잡아들이게 했습니다. 혹시 모르니 두 사람 모두 잡아들이라 일러두십시오.”
시온이 명령서를 작성하고 군부대신에게 넘겨주자 군부대신은 곁에 있던 대전사에게 명령서를 건네주며 밖으로 내보냈다.
“당장 소집할 수 있는 병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궁전 수호병은 2천, 일반 전사는 1만까지 소집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전사들이 합류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과인에게 생각이 있으니 텔레포트 터미널에 병력을 집중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터미널은 반드시 사수해야 합니다.”
“터미널을 거치지 않고 진군하는 적은 어찌할 생각입니까?”
“현재 흐름대로라면 적들은 안팎으로 동시에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은 공격시점을 서로 어긋나게 만들어야겠죠.”
“어떻게 말입니까?”
“도시는 환영마법으로 감추고 별동대를 꾸려 공간도약으로 적을 기습합니다. 그리고 다시 공간도약으로 귀환합니다. 적들이 환영마법을 간파하기 전까지 이것을 반복하면 제법 타격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저들은 디스펠 기술을 완성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칫하면 귀환을 방해받아 고립될 수 있습니다.”
“힘 좀 쓰면 디스펠 따위 무시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광역섬멸마법을 쓰도록 하죠.”
“광역섬멸은 조금 위험한 것이? 차후 세계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광역섬멸마법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것은 자연을 파괴하고 모든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적을 골라 섬멸하면 거기에 해당하지 않으니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대화로 무마할 수 있습니다.”
“대상을 골라서? 광역마법에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군부대신의 질문에 시온은 즉답하지 않고 살짝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후에 입을 열었다.
“세간에는 이런 말이 있죠. 걸리지만 않으면 범죄가 아니다.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유용하게 써먹도록 하죠.”
“폐하? 그게 무슨?”
“두고 보시면 압니다.”
군부대신은 마법을 쓰지는 못해도 대륙의 군용마법에 어떤 것이 있는지는 꿰뚫고 있었는데 지금 시온이 무슨 마법을 쓸 생각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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