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머리 뚜껑이 완전히 열려있어. 만신을 모시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 말이야.”
박씨가 받아든 갓난아기를 내려다보더니 건너편에 앉은 여인에게 그리 말했다. 박씨는 박수 그러니까 남자 무당이었다.
다른 무당들은 전주며 경주에서 좌판 깔고 유튜브 라이브 하면서 연애운이나 본다.
하지만 박씨는 나 기업 회장이요 나 국회의원이요 하는 사람들도 벌 세우듯 앉혀놓고 큰 소리로 호통칠만큼 강한 신내림을 받은 사람이다.
당연히 박씨 더러 점 봐달라고 하는 일에는 한두푼 드는 것이 아니었다. 단순 사주만 해도 몇백 돈이요, 굿이라도 한번 할라치면 몇 억을 사례로 받을수도 있다.
“신내림은 피할 수도, 거부할수도 없어. 운명이야. 받아들여.”
그러나 지금 박씨의 건너편에 앉은 여자는 그리 넉넉해보이지 않았다. 아니, 되려 한 푼도 없다고 말하는게 정확하리라. 만약 여인에게 사주에 쓸돈 몇백이 있었으면 박씨를 찾는 대신 아기 용품을 샀을 것이다.
그런데 왜 박씨가 돈 한푼 안 받고 이들 모자의 사주를 봐주고 있느냐.
아이의 어머니 되는 처녀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였다.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덜컥 애가 생겼고, 남자는 도망갔으며, 친정엄마도 그런 딸을 보고는 통곡하며 고개 저었으니, 가슴 속 맺힌 한이 오죽하겠는가.
까딱 잘못 엇나갔다가는, 이름난 퇴마사들이며 구마사제, 밀교의 고승들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주술사가 탄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박씨는 그걸 못본체 지나칠만한 위인이 못 되기 때문에.
요컨대 누군가 가을날 산에 투척한 담뱃꽁초 같은 것이다. 지금은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언제 숲을 전부 집어삼킬 거대한 화마로 바뀔지 모르는 작은 불씨 같은.
“저 때문인가요? 저한테 제가 몰랐던 신이라도 있었던건지...”
여인이 아기를 받아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벌써부터 신내림이라니. 돈 없이 낳은 것도 죄스럽게 느껴지는데, 어찌 그런 얄궂은 운명까지 얽혀있단 말인가.
박씨가 말 없이 어머니를 빤히 쳐다보다가 냉큼 물었다.
“귀신 보지?”
박씨가 그리 묻자 여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말이 실로 사실이었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귀신을 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아이를 낳고서부터. 그래서 내가 낳은 아기가 신내림을 받게 된 것일까?
“순서가 틀렸어.”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박씨가 고개를 저었다.
“자네 때문에 애가 신을 받은게 아니라, 이런 아이를 낳아서 자네가 귀신을 보게 된게야.”
요컨대, 원인은 어머니가 아니라 아들이라는 뜻이었다.
“어떻게 키워야하나, 막막허지?”
여인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홀로 아기를 키워야했다. 아이를 버린다거나 보육원에 덜컥 맡기기는 싫었다. 열 달 동안 품어 낳은 내 아들인데 어떻게.
“자네도 아들 낳으면서 영안이 트이게 됐으니, 돈 모아서 좌판부터 깔어. 거기서 사주를 보든, 점을 보든, 타로를 봐주든 해. 금세 소문나서 돈은 잘 모일테니. 그렇게 열심히 돈 모아서, 지금 여기처럼 신당을 차리면 돼.”
“...”
“그렇게 신당 차려서 아들 대신 자네가 신을 받아. 그래야 아들이 살어.”
어차피 평범하게 클 수 없는 아이다. 머리 뚜껑이 완전히 열려있으니, 온갖 괴력난신들이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며 눈독을 들이겠지.
그러니 제 아이를 지키고, 평범하게 키우고 싶다면, 아들 대신 어미가 신을 모시는 수밖에.
“일단 이걸로 밑천 해. 안 갚아도 돼.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고.”
박씨가 손수 자신의 명함 한 장과 오만원권 묶음 쌈짓돈을 내어주며 신신당부를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인 여자가, 아이를 안아들고 도망치듯 박씨의 사당에서 멀어졌다.
“에휴...”
그런 여인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박씨가 혀를 끌끌 찼다. 불쌍하기도 하지.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집어들었다.
박씨는 여인이 내민 아기를 들여다보았을때, 내가 뭘 잘못 본건가 제 눈을 의심했더랬다.
어떻게 이런 영력을 가진 인간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설마 원시천존께서 현세에 강림하려고, 당신이 뒤집어 쓸 육체를 직접 빚어내기라도 한 것일까?
“...”
도로 찻잔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오른손에 쥔 휴대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괴이관리국에 신고해야할까?
이성적으로는, 신고하는게 맞다.
그리고 단축번호를 누르던 와중, 고개를 저으며 도로 휴대폰을 탁 접어버렸다.
탁-
아니, 아니다.
나라 된 입장에서야 돈 한푼 안 들이고 귀신 잡을 사람 생겨서 좋겠지마는, 그랬다가는 어미와 아들은 이별, 그야말로 생이별일 것을.
이내 단념하고 휴대폰을 저 멀리 치워버렸다.
“원시천존이시여...”
대신 눈을 감은채 조용히 중얼거리며 세상의 평안을 기원하는 절을 올렸다.
신들께서 저 아이를 보살피기를.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굽어살피시기를. 언제고 영안이 트일것이 분명하지만, 그때를 조금이라도 늦춰주시기를.
**
[백요한 님. 최종 불합격 하셨습니다. 수험 준비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냐...”
나쁜 놈 잡는건 내 팔자가 아닌 모양이다.
문자를 보며 한숨을 쉬고는 휴대폰을 덮어버렸다. 또 불합격이군.
가채점 성적 정병존 걸렸을때부터 알아봤다 진짜. 내 필기 점수는 합격권도 아니고 불합격권도 아닌 애매한 어딘가였는데 성적 여기에 걸리면 사람이 미친다.
에휴, 올해는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한두번도 아니고 애매한 성적으로 불합격한게 벌써 5년째였으니 진지하게 공부는 접고 어디 알바 자리라도 알아봐야 되나 싶다.
이럴거면 차라리 빨리 알려주던가. 너 불합격이라고. 왜 굳이 질질 끌면서 사람 미치게 하는지 원.
삑-
“9천원이요.”
컵라면, 김치, 음료수, 그리고 담배 한갑 산 뒤 편의점에 마련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컵라면에 물 붓고, 3분 동안 턱을 괴고 멍하니 생각했다.
“...”
왜 경찰이 되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언제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유치원생인가. 초등학생인가. 그 즈음부터 그랬을거다.
무당 아들인 나를 귀신 들린 애 취급하는 것들을 나쁜 놈들이라 여겼던 모양이지. 그래서 나쁜 놈 잡는 경찰이 되어 저놈들을 혼내줘야겠다 뭐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우리 어머니는 무당이었다. 전국팔도에서 쌈짓돈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와서 점 한번만 봐달라고 할 정도로 용한.
부모가 돈 잘 버니 좋은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어린이는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살아가지 않나.
내 잘못도 아닌 이유로 따돌림 당하는 것은 어린이에게 있어 잔혹한 감정적 형벌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도 엄마를 탓하거나 원망하진 않았으니 그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가족이라곤 엄마뿐이었는데 어떻게 엄마 탓을 하겠는가.
내 유일한 장점은 빨리 철든 것이다.
아무튼 엄마는 본인의 직업이 평범하지 않으니 나는 평범한 직업을 갖길 바랐고, 본인은 평범하게 살 수 없으니 나는 평범하게 살길 바랐다.
나도 그걸 알아서 공무원, 그중에서도 경찰공무원이 되고 싶었던거고.
찌이익-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금세 3분이 지났다. 컵라면 뚜껑을 뜯어버리고 늦은 저녁을 먹기 시작하는데.
“아, 저게 오늘이었나.”
밤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달, 그것도 붉은 달이 떠있었다. 며칠 전부터 한국의 모든 뉴스, SNS, 실검을 도배한 슈퍼 블러드 문이다.
듣기로는 거의 몇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이상현상이라는데, 저거 하나 보겠다고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들도 엄청 많다고.
슈퍼 블러드 문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지만, 이번 슈퍼 블러드 문은 단순히 조금 큰 수준이 아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정도의 그런 크기다.
“또 무슨 일이 생기려고...”
하늘을 쳐다보다가 도로 시선을 거두었다. 어머니 덕분에 약간이나마 주술 지식을 갖고있는 나로서는 좀 그랬다.
슈퍼문과 블러드 문 모두 주술적으로 불길한 현상이란다. 심지어 그 두개가 겹쳐졌으니 제곱만큼 불길한게 아닐까.
“와! 사진 찍자! 사진!”
물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사진을 찍어서 기념할 정도의 일일 뿐이다.
북적거리는 유흥가 곳곳은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왜 하필 유흥가 앞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냐면 유흥가 원룸이 월세가 싸서다. 집앞이란 소리지.
나도 저리 평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금세 다 먹고 담배 하나 태운 뒤 왼쪽으로 향했다. 왼쪽으로 걷다보면 공원이 하나 나온다.
“하아.”
공원은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걷는 대신 마련된 벤치에 앉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또 떨어졌네. 이제 어쩌지.
지금까지 공부한게 아까운데, 1년 더 해야하나. 장수생들 마인드가 대부분 이런다더라. 공부한 시간이 아까워서 못 놓는. 스물다섯에 공부 시작했으니 벌써 5년째다.
“...언제 이렇게 나이 먹었냐...”
그렇게 된 나이가 벌써 서른이라.
누구는 젊다못해 어리다고 하겠지만, 당사자는 보고듣는 것만으로도 심란해지는 그런 숫자요, 친구들간의 보이지 않는 레벨이 나뉘는 시기 아닌가.
누구는 결혼하고, 누구는 승진하고, 하다못해 누구는 놀기라도 하는데.
나는 제자리에만 있는 것 같다.
아니, 제자리에 있었으면 차라리 양반이겠다. 앞이 아니라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부 말고 다른걸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받은 유산이라도 많았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조차 한 푼도 없고.
어머니가 돈 잘 벌었다면서 정작 받은건 왜 없냐면, 복채는 크지만 정작 점을 자주 못 쳐서 그랬다.
아무리 잠깐이라도 신을 모시는게 평범한 일이 아니다보니, 접신에는 후유증이 있다.
한번 보면 며칠씩 요양하는건 기본이고 심하면 병도 생긴다. 그 때문인지 신열을 앓다가 한달 전에 돌아가신거고.
그리고 우리 엄마가 천기는 받았어도 지기, 그러니까 땅 기운이 없었는지 부동산만 샀다 하면 돈을 날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한테 풍수지리든 뭐든 배워둘걸 그랬나. 그럼 먹고 살 걱정은 덜했을 것 같은데.
“아닌가. 어차피 그건 안 됐으려나.”
어머니는 나를 신당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 신당 뿐만 아니라 주술적인 것에 아예 관심도 갖지 말고 눈독도 들이지 말라고 했다.
자라면서 혼난 적이 거의 없는데, 유일한 예외가 신적이고 초월적인 것들에 관심을 가졌을때였다. 매도 많이 맞았다. 나는 상관 없지만 너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그랬지.
그리고 그건 명령이라기보다는 눈물겨운 호소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치안이 부재한 곳으로 혼자 여행가겠다는 딸자식을 만류하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나 역시 그러려고 했다. 이유는 몰라도 엄마 부탁인데 못 지킬게 뭐 있나. 신당으로 쓰던 건물도 이미 팔려서 재개발 들어갈 예정이다.
그래서 잘은 모른다.
어쨌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왜 이 모양인거지. 하다못해 알바해서 놀기라도 했다면. 회사라도 들어가서 돈벌이라도 했다면...
“음?”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심란해져있는데, 내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몇 미터 떨어진 가로등 아래 누군가 붉은 달을 바라보며 서있다.
근데 좀 이상하다.
‘키가...’
여자의 키가 거의 2미터에 가까웠다. 아니, 가까운게 아니라 확실히 넘는 것 같다.
183인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보였는데, 2미터 가까이 되는 여성이 없지야 않겠지마는 그리 흔할까?
다음으로는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입이 죽 찢어져있다. 초등학생때 유행했던 빨간 마스크처럼 하관 전체가. 그렇게 죽 찢어진 입을 벌려 활짝 웃고 있다.
공원을 산책하는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여자의 바로 앞을 스쳐지나가면서도, 아예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저들끼리 수다떨며 산책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저걸 왜 모르지? 이상한게 느껴지지 않나? 그런걸 다 떠나서 저 사람이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고?
여자는 요지부동이었다. 제자리에 우뚝 서서 달을 보며 씩 웃고 있다.
멈춰있을지언정 사람이라면 숨을 쉬든 몸을 들썩이든 작은 동작이라도 있기 마련인데, 시간이 정지라도 한 것처럼 그랬다.
그 대목에서 무언가 단단히 잘못됨을 느꼈다. 또한 당장이라도 저 여자에게서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홱!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여자가 고개를 홱 돌려 이쪽을 보았다. 사람이 고개를 슥 돌리는게 아니라, 뻑뻑한 기계장치를 강제로 돌리듯 부자연스러웠다.
솜털이 오소소 돋는다. 절로 허리에 힘이 확 들어갔다.
그리고.
파지직!
“으읍!”
요한의 눈에서 청백색 스파크가 튀었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새가 없었다. 그저 뇌가 생존본능을 일으켜 전기신호를 보냈거니 싶었을 뿐.
따끔한 느낌에 눈두덩이를 비비적거린 뒤 다시 앞을 보자, 고개만 돌려 이쪽을 보던 거인 여자의 몸이 이쪽으로 완전히 돌아있었다.
“뭐, 뭐, 뭔데!”
그제야 다리가 말을 들었다. 천천히 뒷걸음질치다 전력으로 도망쳤다. 산책하던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라 나를 보며 수군거렸다.
그런거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예상치 못한 거대한 파도를 마주한 서퍼처럼, 산중에 호랑이를 마주한 조상님들처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다.
“헉! 헉!”
방향이 어딘지도 모르고 일단 뛰었다.
그렇게 한계까지 내달린 뒤 멈춰서서 호흡을 골라냈다. 무릎을 짚고 헥헥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집에서 훨씬 먼 곳이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아-’
거인 여자가 바로 등 뒤에 서있었다. 몸이 얼어붙는다.
괴상한 모습이 더욱 잘 보였다. 입만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동공은 고양잇과의 그것처럼 세로였고, 손톱도 언제 자른건지 길쭉하다.
동공이 절로 확장된다. 사람이 아닌 어떠한 존재처럼 보였다.
“!”
거인 여자가 서서히 다가온다.
파란불에 횡단보도 건너는데 자동차가 전력으로 달려오는 느낌이다. 내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지만 어쨌든 죽게 생긴.
그리고, 나는 정신만 차리면 그런건 충분히 회피할 수 있을줄로 알았다. 다리에 힘 빡 주고 앞으로 몸을 날려 굴러서 피하면 된다 뭐 그런.
취소. 완전히 취소다. 실로 오만한 생각이었다.
바로 앞에서 거대한 존재감이 밀려오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뭐라도 해야 한다.
“끄으읍...!”
이빨로 혀를 꽉 깨물었다. 혀가 찢어지며 피가 튀어 입 밖으로 주륵 흘렀다. 그렇게 몸의 통제권을 되찾았다.
그러자.
파직!
다시 한번 튀는 스파크.
그러나, 이번에는 눈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벼락이 칠 것처럼 곳곳에서 번쩍였다. 청백색 무언가가 눈동자에 맺혔다가 이내 사라지고.
요한은 불현듯 어머니가 마귀를 쫓아내려 외웠던 말씀을 떠올렸다. 머리 뚜껑이 열렸다는 아들의 몸에 괴력난신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던.
오른손으로 입을 스윽 닦아 피를 묻힌 뒤.
주먹을 쥐고 검지와 중지를 바르게 편다.
그리고-
“물럿거라.”
피 흘리는 입으로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중얼거리자, 힘을 지닌 하나의 언령이 되어 반원 모양으로 퍼져나갔다.
파아앗!
[끄 아 아 아 아 아 악 - !]
여자가 귀가 아닌 머리를 울리는 괴성을 질러댔다. 미묘한 이질감과 신경을 팽팽히 당겼던 존재감이 흩어지며, 옅은 연기로 화해 사라진다.
“...허억, 헉.”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제서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그런거에 관심 가지지 말라고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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