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속 천재 주술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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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혁
작품등록일 :
2026.03.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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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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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2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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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DUMMY

‘요한아. 하늘 말고 땅 보고 살아. 걸을때도 꼭 땅 보고 걸어. 위 올려다보지 말고. 알았지. 그게 네 팔자 고치는 유일한 길이야.’


엄마가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떠오른건 왜일까.


어렸을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일단 시키는대로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땅 보고 걷는다.


조금 더 나이가 찼을때는, 돈이든 지위든 닿지 못할 곳을 올려다보며 열등감이나 부러움 따위 느끼지말고 지금 자리에 만족하며 살라는 비유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이게 대체 뭐냐. 한밤중에 2미터 넘는 여자, 아니 여자인지 뭔지 모를 존재랑 술래잡기를 하게 됐다니?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얼굴을 더듬어봤다. 만져진다.


볼을 꼬집어보니 찌릿한 통증이 퍼졌다. 깨물었던 혓바닥은 찢어져 따끔하고, 손바닥에는 침과 뒤섞인 피가 그대로 묻어있다.


전혀 꿈이 아니다. 그렇다면 방금 있었던 일이 모두 사실이라고?


술래는 온데간데 없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평범하다 못해 밋밋하게 느껴지는 풍경이 보일 뿐.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


이해는 안 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또 뭔가를 마주치기전에 이 자리를 벗어나야한다. 해가 뜨기까지는 한참 남았으니, 붉은 달의 기운이 여전히 강할 때다.


쏜살같이 집으로 도망쳤다. 내 원룸 방으로 돌아와 옷을 벗고 샤워기에 몸을 맡겼다.


쏴아아아-


뜨끈한 물줄기를 맞고 있으니 현실감이 조금씩 돌아왔다. 거실로 나와 한숨을 쉬었다.


“후우...”


거실 창문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여전히 슈퍼 블러드 문이 보인다. 잘은 몰라도 저 붉은 달이 무슨 역할을 한 모양.


그야 상황이 너무 공교롭지 않나. 몇백년만에 거대한 붉은 달이 뜬 날에, 귀신 비슷한걸 마주치고 거기서 살아남기까지 하다니.


사실 별 상관 없을수도 있지만 원래 궁지에 몰린 사람은 이것저것 이유를 찾는 법이다.


일단 집 안에 달빛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커튼을 전부 쳤다. 완전한 암실이 된 거실에 앉아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그러니까, 나는 방금 귀신 비슷한 무언가를 맞닥뜨렸다가 살아남은 모양인데...


“퇴마사 그런거라도 된건가...”


귀신만 나온건 아닐지도. 물럿거라 한마디 했을 뿐인데, 정말 귀신이 사라진게 평범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정말 될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다행이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


그것보다, 참.


세상에 실제로 이런게 존재하다니.


아니, 귀신 같은게 실제로 있는거였어? 점괘나 주술은 어느정도 믿는데 이런건 또 색다르다. 솔직히 놀랍다.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하루아침에 인생 장르가 오컬트가 됐다니. 이제 남들은 못 보는 귀신 보면서 살아야 하나? 그런걸 물리칠수도 있고?


몰랐던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된 느낌이다.


내가 아는 무당은 돈 받고 점괘 봐주는 사람들일 뿐이었는데. 환갑 한참 넘긴 할아버지가 접신한답시고 오오오 하다가 갑자기 여자아이 소리 내면서 애교 부리는 뭐 그런거.


그래서 좋냐고? 귀신 같은게 실존하는데 그걸 퇴치할 힘을 얻어서?


그럴리가.


한숨부터 나온다.


주술적인 현상에 잘못 엮이면, 까딱했다가 신세 망치기 딱 좋다.


당장 우리 엄마도 그렇잖은가. 어머니 돌아가신 나이가 정확히 오십 하난데, 솔직히 요즘 세상에서 50대는 젊은 나이 아닌가?


하루아침에 어떤 징조도 없이 비명횡사 할 수 있는게 주술판이다.


‘그럼, 나도, 언젠가는...’


머리가 아프다. 진 빠지는 느낌도 들고.


정말 기분 탓이 아니었던건지, 근육 곳곳이 아리고 힘이 쭉쭉 빠지는 느낌이 든다. 무언가 몸을 짓누르고 있다. 물 먹은 솜이불을 두르고 있는 그런.


뭐가 어찌됐든 붉은 달이 떠있는 동안은 얌전히 집에 있어야 한다. 휴대폰도 꺼버리고, 간신히 양치한 뒤 침대 위로 기어올라갔다.


.

.

.


쿵쿵쿵쿵!


“계세요!”

“흡!”


문 두드리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잠에서 깼다.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새벽 5시였다. 12시 즈음에 잠들었으니 다섯 시간 잤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자는 동안 별일 없었구나.


다음으로는 짜증이 밀려왔다. 누가 새벽에 문 두드리고 지랄이야?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선 뒤, 문을 열기 전에 창밖부터 확인했다. 다행히도 달은 떨어진 뒤였다. 곧 동이 트려는 모양인지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현관에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누구세요?”


문 너머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경찰입니다. 신고가 들어와서요. 어제 요 앞 공원에 계셨죠?”


문에 달린 조그만한 현관렌즈를 통해 복도를 내어다보니 정말로 경찰 두 사람이 서있었다. 남자 둘.


“아, 신고요...”


어제 공원에서 난리 피운 것 때문인가. 하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하고 신고했을수도 있겠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큰 소리로 중얼중얼거리며 뛰쳐나갔으니.


‘적당히 헛것 봐서 그랬다고 둘러대서 보내자.’


그리 생각한 뒤 문을 열어주려는 순간, 멈칫거리며 쥐었던 문고리를 도로 놓아버렸다.


아니, 찾아올거였으면 아까 왔어야하지 않나? 내가 난리 피운건 12시 쯤 됐을건데 이제서야 찾아온다고?


고작 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닌게 경찰이 집까지 찾아올 그런 일인가? 설마, 경찰이 아니라 해괴한 무언가에 엮인거라면?


당장 몇 시간 전에 귀신 마주친 입장이라 이런 부분도 신중해진다.


정말 경찰이라면 천만다행인 일이지만, 귀신. 귀신이라.


뭐가 필요할까.


칼이나 야구방망이 같은 무기는 별 의미가 없다. 물리력이 통할리 만무하다.


순간 머릿 속에 이채가 스쳤다.


“잠시만요!”


그리 외친 뒤 내 방으로 달려갔다. 방에 놓인 수납장을 열었다.


드르륵!


수납장 안에는 어머니 유품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유품이라고 할것도 별로 없기는 했다.


어머니 사진, 점괘 칠때 입으셨던 옷들. 토정비결 책 몇 권. 방울 같은 주술 도구 등등.


퇴마에 도움 될 것 같은 물건들이 가득 있었지만, 그래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 꼭두새벽에 다 큰 남자가 한복 비슷한 여자 옷 입고 방울을 흔들어댄다면? 그것이야 말로 파출소에 끌려갈 껀덕지를 주는게 아닐까.


일단은 오해 사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또한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게 좋겠다.


손으로 수납장을 뒤졌다. 금세 찾던 것이 만져졌다. 손으로 집고 밖으로 꺼냈다.


염주팔찌였다.


듣기로는 뭐 액운을 막아주고 귀신을 쫓는 등 주술적 공능이 담겨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였다.


지금까지는 안 믿어서 패션 아이템으로 쓰고 있었다. 게르마늄 팔찌 비슷하게. 이제부터는 믿어야 할 것이고.


액세서리로 보일테니 크게 이상하지도 않을테고, 손에 찬건 뭐냐고 물어보면 부처님 믿는다고 둘러대면 되니까 이게 가장 무난하다.


끼익-


팔찌를 차고 손으로 마른세수를 한 뒤 문을 열어주었다.


현관문 앞에 경찰 두 사람이 서있었다. 각각 30대와 40대로 보인다.


현관렌즈를 통해 본 모습 그대로다. 두 사람 다 얼굴이 거무죽죽하고, 다크서클도 짙은 것이 피곤에 찌든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비교적 젊은 경찰이 모자 챙을 잡으며 고개를 조금 숙였다. 다른 경찰도 마찬가지.


바로 그 순간, 눈을 부릅 뜰수밖에 없었다.


사람인지 뭔지 모를 것이 경찰들의 어깨를 휘감고 있었다. 사람이라기보단 사람의 모습을 본뜬 무언가다.


검고 삐쩍 마른, 팔다리가 앙상한 것이 두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있었다.


팔다리를 감싸 경찰관에게 매달려 아가리로는 목덜미를 깨물고 있다. 목덜미에서 하얀 연기 같은 것이 빠져나와 놈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절로 소름이 돋고 잠이 확 달아났다. 기운이라도 빨아먹고 있는건가?


“하암...”

“아으, 피곤하네...”


정작 경찰관들은 어깨 위에 앉은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보였다. 놈이 번갈아가며 기를 빨면 경찰들은 번갈아가며 하품을 할 뿐이다. 저게 안 보인다고?


순간, 놈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았다. 깜짝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경찰관을 묶고 있던 팔다리를 풀어 입을 쩍 벌리고는 이쪽으로 덤벼들려는데.


놈의 시선이 염주에 머무르더니, 몸을 뒤로 확 빼며 주춤했다.


‘...제기랄, 염주 차고 나오길 잘했다.’


바로 앞에 있던 젊은 경찰이 말했다.


“아, 이 새벽에 죄송합니다. 신고가 들어와서요.”

“신고요?”

“몇 시간 전에... 하암, 요 앞 공원에 계셨죠?”

“예, 맞습니다.”

“그것 때문에 신고가 들어와서 조사차 나왔습니다.”


두 눈은 귀신에게 고정한채, 문 열기 전에 미리 생각해뒀던대로 둘러댔다.


“아, 그게, 제가 헛것을 좀 봐서요. 검은색 뭐가 날아다니길래 깜짝 놀랐는데 비닐봉투더라고요.”


그리 둘러대자 경찰들도 한시름 놨다는 듯이 끄덕끄덕했다. 내가 물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런 것도 일일이 조사 나오고 그래요? 그리고 그거 몇 시간 된 일인데.”


그러자 중년 경찰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예 뭐, 지금처럼 일일이 찾아올건 당연히 아닌데, 사실 몇 시간 전에 근처에서 싸움이 나서요. 근데 저희 서가 사람 없어서 좀 늦은 것도 있고, 경찰된 입장에서 혹시나 해서 나왔습니다. 뭐 항우울제 같은거 복용하는 분이 음주하시면 돌발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하니까요.”


쉽게 말하면 밤새 주취자 싸움난 것 때문에 경찰력 부족해서 늦었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나도 조사 나온거라고.


“별일 아닌 것 같네요. 신분증만 한번 확인하고 돌아가겠습니다.”

“여기요.”

“하음... 왜 이러지...”


신분증 한번 확인하는데도 하품을 한다. 밤을 샌 탓에 피곤해서 잡귀가 붙은건가?


“백, 요, 한 님. 예. 협조 감사드립니다.”

“예. 고생하세요.”


경찰이 신분증을 확인 하는둥마는둥 하며 돌려주었다.


조사를 끝내고 서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렸다. 경찰들의 몸에 붙은 잡귀 역시도, 이쪽으로 덤벼들지 않고 경찰들의 몸에 딱 붙어 점점 멀어졌다.


내가 경찰들을 불러세웠다.


“아, 저기요.”

“예?”


놈은 확실히 염주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쪽은 안전하다.


근데 나야 저런걸 볼 수 있으니 염주도 차는등 대비를 할 수 있는거지, 애꿎은 경찰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잡귀를 달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피곤해 보이시는데, 이거 하나씩 드세요.”


잽싸게 냉장고에서 쌍화탕을 두개 꺼내 경찰들에게 건넸다.


새벽까지 근무하는 경찰들한테 음료수 하나 준다고 해서 크게 이상해보이지는 않을거다. 마침 시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아유, 이런걸 다...”

“아이고, 잘 먹겠습니다.”

“드시고 병은 저 주세요.”


경찰들이 음료수에 한눈 팔린 사이, 나는 아물지 않은 혀에 오른손 검지와 엄지를 가져다 대어 피를 묻히고 입모양으로만 진언을 외웠다.


‘물럿거라.’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렇다면 아주 작게, 경찰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를 내어본다.


“...물럿거라.”


그러자.


파아앗!


오른손에 찬 염주팔찌의 알들이 허공에 살짝 부유했고. 원룸 복도와 경찰들을 짓누르고 있던 잡귀의 존재감이 흩어지며 옅은 연기로 화했다.


그 연기조차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인지, 젊은 경찰이 음료수 준것에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뭘요. 병은 저 주세요.”


중년 경찰관은 희한하고 개운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지개를 펴며 상체를 좌우로 돌렸다.


“아니, 희한하네. 갑자기 기운이 좀 나네? 방금까지 몸이 무거웠는데요.”


젊은 경찰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맞습니다. 물 먹은 것처럼 몸이 무거웠는데 신기하네요.”

“새벽까지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경찰들이 떠나갔고.


끼이익.


쿵.


현관문을 닫고, 문에 기대어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나는 나쁜 놈들 잡을 팔자가 아니라, 험한 놈들 잡을 팔자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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