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대한민국 괴이관리국 5팀 소속 공무원 김시은은 커피를 사서 사무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다른 괴관국 공무원들이 피로에 찌든 얼굴로 책상 위에 늘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기사 밤을 새는게 어디 보통 일인가. 그것도 평범한 밤이 아니라 붉은 달 떠있는 밤이었는데.
“커피 왔습니다.”
김시은이 안으로 들어서자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던 괴관국 공무원들이 고개를 확 들췄다.
“커피! 커피!”
금세 사라지는 커피들.
“카페인 들어가니까 좀 살겠네. 다들 밤새서 피곤하겠지만, 오늘 하루만 좀 고생하자고. 내일 근무는 전부 빼줄테니까.”
5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30대 중반 남성이 커피를 쪼옥- 빨며 말했다.
“...그래서, 접수된게 단 한건도 없다?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팀장이 쥐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보고서를 확인하며 물었다. 김시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한 건도 없습니다. 귀신, 악령, 빙의, 뭐 아무것도요.”
“이상한 것 보인다고 신고한 사람도 없고?”
이면에 가려진 귀물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영안이 트였다는 의미다. 김시은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없습니다.”
“희한하네...”
팀장이 턱을 긁적이자 누군가 물었다.
“오히려 좋은거 아녜요? 몇백년만에 뜨는 달이라고 다들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별일 없이 잘 넘어갔잖아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괜히 불안해서.”
팀장이 손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괴관국 일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 일도 없으니까 오히려 더 불안하단 말이야. 이럴때는 차라리 악령들이라도 나와주는게 마음 편한데.”
팀장이 눈을 감고 팔짱을 끼운채 중얼거렸다.
“심지어 영안 트인 사람조차 못 찾았다고.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영안이 트여야 했을 날이 분명한데, 어떻게 한 명도 없을수가 있지? 제대로 찾아본 것 맞아?”
“국장님 성격 아시잖아요. 이미 전국에 사람 뿌려두셨죠.”
“그건 그런데...”
팀장이 생각하기에, 어젯밤은 분명히 무슨 이벤트가 있어야 했을 날이었다.
차라리 재해급 귀물이라도 나와서 전 대원이 발에 땀 나도록 뛰어다녔으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아무 일도 없다라.
“일단 알았어. 마저 보고서부터 쓰자고. 지금 고민해서 답 나올 문제는 아닐 것 같으니까.”
팀장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뭐 이런 날도 있는거겠지.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게 맞을테다.
“있는데 못 찾은건 아닐까요?”
바로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김시은이 불쑥 말했다. 팀장을 포함한 대원들의 시선이 김시은에게 모였다.
“그러니까 팀장님 말대로 영안이 트인 사람이 있기는 한데, 관리국의 역량으로도 못 찾을 정도로 강한 무언가가 탄생한거라면...”
“...붉은 달의 영기를, 혼자 다 처먹은 놈이 있다? 구마사제든, 도사든, 주술사든간에?”
“네. 만약 그런거면요?”
“그럼 뭐.”
팀장이 잠시 뜸을 들였다.
“찾아야지, 어떻게든.”
“나라 뒤집어지기 전에.”
**
그날 오후.
나는 거실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공시 준비를 하는게 아니라 주술에 관해서다.
‘귀신이 있어.’
확실하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보았고, 심지어 그것들을 퇴마하기까지 했지. 이건 더이상 의심하는게 멍청한거다.
당장 우리 동네 순찰도는 경찰한테도 붙어있을 정도면, 이 해동 땅에 얼마나 많은 귀신이 있다는건지 모르겠다.
“...”
이것저것 기록하던 노트를 덮고 팔짱을 낀채 골똘히 생각했다.
거인 여자가 쫓아온 것도 그렇고, 정기 빨아먹던 놈의 반응도 그렇고, 악귀들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한테 더 강렬한 끌림을 느끼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나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악귀를 끌어당긴다는 존재라는거다. 자석처럼.
물럿거라, 한 마디와 염주만 믿고 있을수는 없다. 주술과 퇴마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내가 살고 싶으면 필수다.
아직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귀신 때문에 훼까닥 해서 못 한다?
절대 싫다. 절대로.
“별 쓸모 있는 내용은 없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가만히 있을수는 없다.
그래서 집에 있던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유튜브도 보던 중이었는데, 별 도움이 되는건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우리 엄마는 혼을 달래고 미래를 점치는 사람인지라, 갖고 있던 책들이 대개 그런거였다.
나 같은 경우는 직접 퇴마를 해야하는 입장이라 다르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는 비전문가 군집이라 별 기대 안 했고.
“그래도 이거 하나는 시도 해볼만하네.”
그렇다고 완전히 쓸모가 없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도교 관련 책을 읽다가 유일하게 끌린 것이 있었다.
바로 기 호흡.
거실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눈을 감고 생각을 내면에 집중하며 숨을 들이쉰다.
불교의 참선과는 다르다. 불교의 참선은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야 하지만, 도교의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써서 내면으로 침잠하는 것이다.
스읍.
삼키면, 맑은 에너지가 코를 통해 들어와 척추를 타고 내려간다. 그렇게 내려가 단전에 쌓인다고 상상한다.
후우.
뱉으면, 몸 속에 있던 탁한 것들이 숨과 함께 손끝과 발끝으로 빠져나간다고 상상한다.
깊게, 더욱 깊게.
스읍, 후우.
스읍, 후우.
그렇게 생각을 반복하며 기 호흡을 하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 느껴진 것은 편안함이었다.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니, 착각이 맞나?
그 다음으로는 복부에 차오르는 미약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영안이 트여 귀신을 보게 됨과 동시에, 보이지 않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닿자 뒷목에 전율이 일었다.
기 호흡에 조금 더 집중했다.
도교에서 이르길 사람의 몸에는 세 개의 단전이 존재하는데, 머리의 상단전과 가슴의 중단전, 복부의 하단전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눈을 감고 관조해보니 나는 하단전만이 열려 있었는데, 그것이 마치 어떠한 그릇처럼 느껴졌다. 아마 기호흡을 통해 받아들인 기氣를 담는 것이리라.
하단전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느끼기로는 3분의 2 정도 빈 것 같다.
‘뭐지? 왜 비어있는거지?’
이게 도력인지, 법력인지, 영력인지는 몰라도, 기 라는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 알아냈는데, 어째서 이용이라도 한 것처럼 일부가 비어있는 것일까.
‘아, 설마.’
설마, 퇴마 진언을 외우는데 있어 내 하단전에 담긴 기를 이용하는건 아닐까? 물럿거라- 하는 그거 말이다.
‘한번 시험해보자.’
기호흡을 중단하고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바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섰다.
오후인지라 곳곳이 밝지만, 이곳은 유흥가다.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담배 피우거나 쓰레기 투척하는, 소위 말하는 흡연 스팟으로 통하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전봇대 뒤나 골목 어귀 같은, 빛이 잘 들지 않고 으슥한 그런 곳들.
즉, 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들이다. 그렇다면 해가 뜬 시간에도 귀신이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동네 골목을 한 바퀴 돌자, 예상대로 한낮인데도 잡귀를 찾을 수 있었다.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가 늘어져있고, 바닥에는 사람들이 투척한 담배꽁초가 수북한 전봇대. 키가 작달막하고 누런색 눈을 가진 잡귀 하나가 전봇대 뒤에 숨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다. 달려들려던 놈이 염주를 보고 주춤한다.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를 펴고 중얼거렸다.
“물럿거라-”
화아악!
솜사탕이 물에 녹기라도 하듯이 잡귀가 녹아 없어지며 금세 사라졌다.
곧바로 길바닥에 자세를 잡고 내면을 관조해보니, 역시.
하단전이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퇴마 진언은 하단전의 기를 이용하는구나.
심지어 언령 한번에 3분의 1이나 잡아먹을 정도로-
“커흐, 헉!”
순간, 육체적인 반동이 느껴졌다.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골이 울린다.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속을 게워냈다.
‘...’
손으로 입가를 스윽 닦자, 세상에.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먹은 것과 함께 피를 토한 것이었다.
“후우, 후.”
담벼락에 머리를 기대어 숨을 골라내며 생각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가진 하단전의 기운으로는 퇴마 진언이 세 번까지 가능하고, 단전이 완전히 비었을때 퇴마를 시도하면, 기 대신 생명력을 쓴다는건가?
제기랄, 세 번이면 너무 적은거 아니냐? 뭐 게임처럼 레벨업이라도 해야돼?
집으로 돌아와 노트를 펼쳐 몇 가지 알아낸 사실을 기록했다.
「지금의 나는 세 번까지 진언을 외울 수 있다.
진언은 반드시 입으로 소리내어 외쳐야 한다.
기가 모자랄때 진언을 외우면 생명력을 이용한다.」
등등.
적어놓고 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귀신이 얼마나 많이 있을지 모르는데 고작 세 번?
너무 적었다. 언령이 아닌 또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머릿 속에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부적을 쓰면 어떨까.’
염주팔찌도 주술적 공능이 담겨있는데 부적이라고 없을까? 무조건 될거다.
심지어 휴대도 간편하다. 몇 장 써서 지갑에 넣어두거나 옷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 되니까.
부적은 괴황지에 경면주사를 사용해야한다.
괴황지야 어떻게든 구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 경면주사란게 수은이 포함된거라 일반인이 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닭 피 같은 것이나 물감을 쓸 수도 있겠지만, 이왕 내 몸 지키자고 만드는건데 제대로 만들 생각이다. 괜히 엄한 재료 썼다가 안 되면 낭패 아닌가.
띵동-
한참 괴황주사를 어떻게 구할건지 궁리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택배요!”
밖으로 나가보니 시키지 않은 택배가 하나 와있었다.
[최용석]
보낸 사람을 확인해보니 아는 이름이었다. 정확히는 우리 어머니랑 누나 동생 하던 사이였는데, 덩달아 나도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알고 지낸다.
내가 혼자가 되고서는 이것저것 챙겨주신다. 지금처럼.
대추차와 영양제, 먹을거 이것저것.
곧바로 최용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어, 요한이. 택배 보낸거 받았어?]
“방금요. 뭐 이런걸 다 보내주셨어요?”
[혼자 살면 챙겨줄 사람 없으니까 잘 챙겨먹어야 돼. 시험은 어쨌고?]
“또 떨어졌죠 뭐.”
[...에휴, 욕본다. 그래도 계속 공부해봐. 시험 붙는게 네 어머니 소원이었잖아.]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그래. 뭐 필요한건 없냐?]
“딱히 뭐...”
없다고 하려는 순간, 머릿 속에 이채가 스쳤다.
‘경면주사.’
최용석은 우리 어머니와 어떻게 아는 사이냐면, 우리 어머니를 도와 일을 해서 그랬다. 굳이 비유하자면 무당 버전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 비슷했다.
유튜브나 매체에 나오는 무당들은 소위 ‘진짜’ 가 아니다. 정말로 신통하고 용한 무당들은 대중에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알려지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손님을 받고 점을 쳐서 돈벌이를 할 수 있느냐?
바로 최용석 같은 중개인들이 무당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일을 했다.
무당의 컨디션이나 몸 상태에 따라서 손님을 연결해주거나 제하고, 점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소문내지 않겠다는 각서 쓰게하고, 무속인들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대신 구해다주는 그런.
당연히 경면주사도 구할 수 있을거다.
“드릴 말씀이 좀 있는데, 잠깐 만나뵐 수 있을까요.”
[...갑자기? 뭔데. 무슨 일 있어?]
“저 귀신 보이는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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