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연락이 올때까지 부적을 공부하는데 집중했다.
지금 내 수준으로 쓸 수 있는 부적은 열 장. 열 장을 쓰면 하단전이 텅 비어버렸다.
그래서 우선 다섯 장만 만들었다. 진언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쓴 부적이 화형부 세 장에, 결계부와 응용부가 각각 한 장씩이었다.
결계부와 응용부에서 보이는 글자도 하나씩이었는데, 각각 보호부保護符와 탐지부探知符였다.
성의없는 이름처럼 효과도 기초적인 수준의 부적이었는데, 보호부는 술사를 기준으로 원형의 결계를 만들고, 탐지부는 몸에 소지하고 있으면 주변에 있는 잡귀를 탐지해주는 것이었다.
탐지부는 잘 접어서 휴대폰 케이스에 끼워두었고, 보호부는 언제든 꺼내쓸 수 있게 상의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사족을 좀 덧붙이면 부처님 믿거나 미신 좋아하는 사람들 집에 부적이 붙어있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게 결계부였다.
어쨌든 부적 다섯 장을 쓴 뒤, 부적에 집어넣은 기를 채우기 위해 거실에 앉아 기호흡을 하던 중이었다.
지잉-
휴대폰이 울렸다. 텔레그램을 확인해보니 사진 몇 장과 주소가 와있었다. 적힌 주소로 가서 사진에 찍힌 건물으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겠지.
[최용석 – 오늘 밤 12시까지 갈 것]
“음.”
모텔처럼 보였는데, 불이 다 꺼져있고 주변이 휑한 것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아예 장사를 안 하는지, 간판도 철거하다가 만 것 같았다.
한참 사진을 보고 있는데 메시지가 하나 더 날아왔다.
[최용석 - 모자 및 마스크, 장갑 착용할 것. 작업 완료되면 관리자에게 먼저 연락할 것. 작업 완료되면 의뢰인과 사담을 하거나 연락처를 교환하는 등의 행동을 지양할 것...]
작업장으로 향하기 전, 작업 중 그리고 작업 이후에 신경써야할 사항들이 쭈욱 적혀 있었다.
뭐가 많지만, 목적은 딱 하나였다.
무당과 의뢰인간 불필요한 교류를 막으려는 것이다. 중간에서 관리자가 커트해 무당이나 주술사가 필요 이상으로 유명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용석의 일이니까.
용하다고 입소문이라도 나면 어쩌겠나. 돈 없어도 제발 한번만 점좀 쳐달라고 전국팔도에서 사람이 몰려들텐데.
그런 사람들은 대개 바라는 바가 있다. 답정너라는 뜻이다.
내게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거나,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니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달라, 뭐 그런 바램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찾아왔는데 제 점괘가 나쁘다? 그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행패 부릴 준비 된 인간들이 한 트럭이다.
[최용석 - 사례금 800만원, 선수금 200만원에 작업 완료되면 600만원 현찰로 지급 예정]
그리고 일을 했으면 뭘 받아야 하는가?
당연히 사례금을 받아야지.
보아하니 폐모텔에 귀신 비슷한게 나오는 모양인데, 그걸 퇴마하면 8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초짜 주술사의 첫 의뢰인데도, 웬만한 직장인들 두 달 월급 수준이었다.
휴대폰을 끄고 다시금 기호흡에 집중했다. 그렇게 빈 단전을 조금씩 채우다가,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옷을 갖춰입은 뒤 모텔로 향했다.
주술사 백요한 첫 의뢰다.
**
모자랑 마스크 쓰고, 예식장갑 착용하고, 옷도 두껍게 입고 염주와 부적까지 챙긴 뒤 최용석이 말한 주소로 향했다.
“...”
건물은 그야말로 음산했다. 모텔 뿐만 아니라 거리 자체가 죽어있는 느낌이다. 귀신이 안 나오는게 이상할 정도.
최용석에게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낸 뒤 모텔 안으로 들어섰다.
딸랑-
현관에 달린 종이 울렸다. 격리된 카운터 안에서는 환갑을 넘긴 것 같은 장년 남자가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딱히 태연한 태도는 아니었다. 안절부절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했다. 종이 울리자 남자가 이쪽을 흠칫 돌아보았다.
“아, 지금 손님 안 받습니다.”
“의뢰요.”
그리 말하자 남자가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다.
“엇, 최사장이 말한 도사님이십니까?”
아무래도 여기 주인인 모양.
그보다 도사님은 또 뭐냐. 낯부끄럽게.
아닌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주술사나 도사나 그게 그건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 날 말하는게 맞겠지. 최용석이 나 말고 또 다른 사람을 불렀을 것 같지도 않고.
“젊은 분 같은데...?”
그러자 주인이 영 못 미덥다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주인의 반응도 이해는 됐다.
솔직히 800만원이 오죽 큰 돈인가. 잘은 몰라도 근사한 무당이 올 줄 알았을텐데, 웬 젊은 놈이 왔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할테다.
주인이 손사래를 쳤다.
“에휴, 내 주제에 무슨 헛소리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데. 어쨌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오세요.”
주인을 따라 모텔 카운터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평범했다. 의자와 TV, 침대가 있고. 수건과 가운, 치약이며 일회용 비누 따위가 든 파우치와 객실 카드키가 잔뜩 있었다.
마련된 의자에 잠시 앉아있자니 주인이 금세 믹스 커피 두 잔을 타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내가 묻자 사장이 한탄하듯 말했다.
“몇 달 전에 모텔 일 처음하는 직원 쓴 적 있는데, 이놈의 새끼가 스무살이라 그런지 손님 응대를 제대로 못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여기 가지 말라고 리뷰 쓴 뒤로 발길 뚝 끊겼지요. 안 그래도 장사 안 되는 골목인데...”
“음.”
“어차피 건물 팔아치울 생각이기는 했습니다. 장사도 안 되는 모텔 계속 붙잡고 있을바에는 팔아서 현금 만들고 다른 일 알아보는게 나으니까.”
주인이 커피를 호록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건물 팔려고 물건을 빼는데, 작업자들한테 계속 이상한 일이 벌어지잖습니까. 먹은 음식을 하루종일 토하지를 않나, 침대에 발등 찍혀서 병원에 실려가지를 않나. 모텔 간판 떼다가 사고나고... 그래서 돼지머리 사다가 굿이라도 해야하나 싶었죠.”
뭐가 어떻게 된건지를 설명하면서도 불안한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당장이라도 로비에 뭐가 나올 것처럼 굴었다.
“굿은 왜 안 하시고?”
“최사장 말로는 원귀 쫓아내겠답시고 굿에 몇천 쓰느니 도사 쓰는게 싸게 먹힌다길래.”
하긴 굿이란게 한두푼 드는 일이 아니긴 했다. 딱 정해진 가격도 없고.
“최사장 말로는 사흘 정도 걸릴거라던데요. 도사님들 평균이 그 정도 걸린다던데. 잠은 여기서 주무시거나 빈 방 원하는 곳 아무데나 쓰시고, 식사는 여기 안에 뒀습니다.”
주인이 냉장고를 열어젖혔다. 안에는 비타민 음료며 김밥, 도시락과 레토르트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거 뭐 웨딩업계도 아니고 돈 주는 사람이 밥도 챙겨주네?
주인은 그리 말하면서도 시선을 가만두지 못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럼 전 이만 가볼테니까, 혹시 무슨 일 생기시면 여기 있는 명함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사흘이 걸리든 일주일이 걸리든 상관 없으니까 최사장이랑 잘 해서 꼭 좀 부탁드립니다. 꼭이요!”
이제는 숫제 말을 하는게 아니라 말을 싸고 있었다. 허겁지겁 말을 쏟아낸 주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딸랑딸랑-
갔다.
우선 입구로 다가가 문을 잠궜다.
찰칵-
그리고 카운터로 돌아와 침대 위에 앉았다.
집에서 기호흡을 좀 했지만, 지금 하단전에 차오른 정도로는 퇴마 진언 한 번이 한계. 두 번째에는 생명력을 끌어다 써야했다.
우선 남은 하단전을 채우려고 가부좌를 트는 순간.
쿵쿵쿵쿵쿵쿵쿵쿵!
윗층에서 누군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리를 풀고 슬쩍 위쪽을 보았다.
내내 가만히 있다가 주인이 나가고 나 혼자 남으니 기척을 드러낸다라. 사람이 혼자 있을때 장난치는 놈인가.
그렇다면 주인이 왜 이렇게 다급했는지 설명이 된다.
도교의 존사는 집중이 중요하기에, 이러면 기호흡은 텄다. 곧바로 마스터 키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향했다.
모텔은 총 6층.
1층은 카운터와 로비, 다용도실과 엘리베이터가 있고, 2층부터 객실이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올랐다. 객실을 하나하나 뒤지는 대신, 잠자코 귀에 신경을 집중한 채 기다렸다.
쿵쿵쿵쿵!
어김없이 쿵쿵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2층보다 위였다. 소리로 위치를 파악한 뒤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한층한층 오르다보니, 놈이 어느 층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5층이다.
4/5 층계참을 지나 5층 복도 한가운데에 발을 디딘 순간, 휴대폰에 끼워둔 탐지부에서 빛이 나며 진동했고.
복도 끝에 시커먼 무언가가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
여지껏 봤던 것들과 비슷했는데, 다른 점이라면 머리가 산발인 여자였다. 흰자위는 없고 온통 검은색인 눈에서 핏물이 흘렀다. 존재감이 객실 복도를 가득 메웠다.
잡귀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온다. 팔까지 이용해서 사족보행을 하는데, 하필 모텔 복도 조명도 빨간색이라 더 기괴해보인다. 반사적으로 흠칫하게 된다.
곧장 품에서 화형부를 꺼냈다. 태워라- 라고 말하려는 순간.
‘불 나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화형부로 태웠다가 건물이 전소되면 어쩌지. 돈 벌러 왔는데 오히려 불 지른것 배상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게다가 화형부 몇 장을 써야할지도 알 수 없고 말이다.
‘보호부를 써보자.’
보호부는 술자를 기준으로 반원의 결계를 만들어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건물 내에 주술적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역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긴데, 보호부 안에 나와 요괴를 함께 가둔다면 어떨까.
‘해보자.’
밑져야 본전. 보호부를 꺼내 모텔 복도 바닥에 착 붙였다.
우웅!
그러자 거짓말처럼 부적에 쓰인 보호保護라는 한자에서 빛이 났다. 곧 술자인 나를 기준으로 주변에 결계를 만들어냈다.
탁 트인 곳에서 썼으면 반원형태였을 결계가, 사물에 막을 입힌 듯 복도와 문 따위를 덮어 빈 곳 없이 틀어막았다.
완전히 판타지스러운 광경이 따로 없었다. 내가 써놓고도 조금 놀랐다.
키윽?
나만 그런게 아니었는지 다가오던 잡귀도 어리둥절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제 불 붙을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곧장 화형부 한 장을 손에 쥐고 잡귀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태워라.”
그러자.
화륵!
콰아아아아아아!
[끼 아 아 아 아 악!]
영력을 담아 만든 불꽃이 잡귀를 집어삼켰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이한 존재감이 흩어졌다.
그리고, 아...
무언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잡귀가 흩어지면서 남긴 잔류물이, 술사인 내게 합일하는 듯한...
“후.”
불길이 사그라들자, 모텔 복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요해졌다.
...끝인가?
부적 한 장으로 끝났다고? 아니면 귀신이 분명 있는데 내가 느끼지를 못하는건가?
혹시나 싶어 오른손을 펴고 언령을 외쳐보았다.
“물럿거라-”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단전을 확인해보니 영력도 그대로다. 시끄럽게 울던 탐지부도 조용해졌다.
시간을 보니 주인과 대화한 시간을 포함해 고작 15분 지나 있었다.
우선 바닥에 붙인 보호부를 떼어냈다. 효력이 다한 보호부가 끄트머리부터 타들어가더니 한줌 재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마스터 키로 객실을 일일이 뒤졌다. 그러나 숨은 잡귀는 커녕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뭐지.
나 좀 센거냐.
**
최용석은 보통 12시쯤 잠들어서 7시쯤 일어났다. 오늘은 요한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확인한 뒤 곧바로 잠에 들었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침대에 누운지 한 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누군가 최용석의 단잠을 깨웠다.
전화였다.
“어떤 쒸이펄 놈이... 야밤에 전화하고 지랄이여...”
힘겹게 눈을 뜨고 발신인을 확인해보니.
흠칫!
[백요한]
적힌 이름을 보자 잠이 확 달아났다. 누님의 아들이었다.
뭐지? 벌써 전화가 온다고? 설마 퇴마 중에 무슨 일이 생겼나? 악귀 중에는 술자의 자아를 뺏는 놈도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진정 큰일이었다.
씨잇팔, 일을 연결해줄때만 해도 이게 맞나 싶었는데, 주술로 돈벌이 하겠다고 설치는걸 끝까지 만류했어야 했다.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다. 건너편에서 요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 요한아. 뭔 일 생겼냐?!”
[아뇨. 끝나서 전화 드렸는데요.]
“...어?”
[다 끝나면 연락하라고 하시길래. 메시지 보냈는데 안 보시길래 전화로 했어요.]
“...일 끝나븟다고?”
[예.]
최용석의 미간이 좁아졌다.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은건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 하루종일 잠에 들었나?
차라리 이게 말이 되는 것 같다.
최용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스물 다섯시간 동안 잠든 것이다. 초짜 주술사가 한 시간만에 의뢰를 완료할리가 없잖은가. 지가 무슨 제사장급 주술사도 아니고...
그러나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01:17]
요한에게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은게 고작 한 시간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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