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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족보없는 이세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유료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10.25 15:30
최근연재일 :
2019.02.07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155,063
추천수 :
2,000
글자수 :
972,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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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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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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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27쪽

037. 영지물 (그녀들)_12/8

DUMMY

기사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던 가브도 선택을 내려야 할 시점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부족에게 소식이 올 때까지 시간을 가져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을 두고 보지 못하는 여인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의도치 않은 열연으로 관중들의 박수갈채는 없었지만 흐뭇한 분위기 속에 차를 돌리던 손길이 이어지면서 주변으로 눈길을 돌리던 나타샤의 선명한 목소리가 방관자를 자처하던 엘프를 향하고 있었다.


“가브양도 지금처럼 궁병단을 맡아주시리라 믿어요.

마침, 며칠 후에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수습기사들에게 정식 서임식이 있을 예정이라 그때, 주군께 검을 바치시면 될 것 같아요.”


인간세상을 여행했던 경험을 되돌아보던 가브는 검을 바친다는 말에 담겨진 뜻이 어떤 의미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이 만들어낸 오해일지도 몰랐지만 그 동안, 이들을 지켜보며 동경하고 있었던 것 또한 부정하지 못했기에 확정적인 그녀의 발언에 대답할 핑계거리를 찾지 못하였다.


가브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무력이 높다고 기사의 척도가 되는 것도 아니었고 충성을 맹세한 주군이 누구냐에 따라 기사의 지위가 평가되었다.

그렇기에 전쟁터로 나서기도 전에 그 육중한 갑옷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흙탕물에 넘어져 숨이 끊어질 수도 있는 자들이 다수였단 건 놀랄 이슈거리도 아니었다.


-몇 년 전, 제국의 남부에 침몰하는 몬스터를 소탕하기 위한 제3차 연합군 전쟁이었던 아나크 공방전에서 왕국에서 차출된 대부분의 기사단을 허무하게 잃어버렸다.


그 곳에서 멋지게 말을 타고 몬스터를 가르는 기사들의 모습을 상상했던 음유시인들은, 그들이 질병과 봉쇄된 보급로로 인해 기아로 죽어가는 현실을 각색하여야만 하였고 애초부터 철재 갑옷과 같은 괴물들의 피부를 단칼에 두 동강 내어버리는 기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제국의 무리한 차출 요구에 속국들에서 실력 없는 이들을 내어주었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과거를 드높이던 기사도는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정론으로 굳혔고 가브도 들어보았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론의 기사들이 80킬로그램이 넘어 보이는 중무장한 갑옷을 착용하고도 기마 위에서 가벼운 움직임으로 몰려드는 오크를 양단하는 모습은 전율을 가져오기에 충분하였다.

강도에 비해 가볍다고 알려진 미스릴의 빛깔이 무구들에서 간간히 비춰 보였지만 이들의 행동들에서 인간들이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던 기사들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무리에 자신이 끼어들 기회가 주어졌다는 두근거리던 잠시의 망설임이 모두에게는 긍정의 표시로 받아들여진 모양이었던지. 어느덧 시선을 돌린 나타샤의 먹이 감으로 살아남은 회색엘프족의 대표인 슈란을 향하고 있었다.


“슈란님들이야 이미 주군에게 맹세도 하셨고 수색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서로간의 신뢰의 문제도 있으니, 한동안은 지금까지와 같이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당분간은 일방적인 지시를 받는 관계를 요구하는 그녀의 발언에 말없이 수긍하는 슈란이었기에 나타샤의 이어지는 말이 편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동안은 하킴경이 이들을 챙기는 것으로 하고··· 옷부터 어떻게 해야 하겠어.”


그녀가 엘프들이 걸치고 있는 누더기를 보고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타샤가 발칸 영감에서 여성용 갑옷과 기사복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있는 사이에 이혁은 지금의 회의 분위기를 혼자만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 가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기사 전환문제를 이야기한 다음날 병사들이 수련기사들로 둔갑해 있었던 것을 떠나.

이렇게 결론이 지어질지는 몰랐었고 더군다나 애매하던 엘프들의 편입이 간단하게 마무리 되었던 것이다.


-기사 250명, 수련기사 820명, 수색조 105명(회색엘프), 실프 궁병단 420명(임시 단장: 가브, 주 임무 상단호위): 총 1595명-

-상단 관련인원: 617명(단장 소피아)-

-그 외 대장장이 257명-


대략적인 인원편성이 완료되자, 후련하다는 듯이 이혁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던 나타샤가 슈란을 돌아보며 이전과는 다르게 존대가 사라진 말로 지시를 하였다.


“슈란. 숲과 함께하던 엘프들이라 말들은 탈줄 알 거라 생각해.

오늘 중으로 마음에 드는 놈으로 골라보고 오후에 출발하기로 한 기사들과 달려보면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될 거야.”


현재 보유하고 있던 말들 중, 여유기마 240필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말투는 하대를 떠나 명령조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트집을 잡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이는 이혁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철갑기마 1’310필(개별 1’070필 +여유 기마 240필), 마차 운송용 580필, 그 외 740필, 총 2’630필-


그렇게 한 여인의 주도하에 각자에게 임무가 주어졌고 준비를 위해 떠나간 빈자리에는 단출하게 3명의 인형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얌전하게 차만을 기울이고 있었던 마족 여인이 피곤하다며 이혁의 무릎을 빌려 머리를 눕히고 있었던 나타샤에게 입을 연 것은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너와는 이야기가 필요 할 것 같구나.”


나타샤는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만을 돌려 하르파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작 이혁에게는 이후로 그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기에 한동안 시간의 흐름만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 ※ ※


“단편적인 기억과 거짓된 반쪽 짜리 심장이 그들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 주지는 않을 것이야.

그렇다고 탐욕스러운 소유욕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지금의 너는 장식품을 원하는 것이냐?”


마음속으로 울려지는 목소리에 이미 방법은 숙지하고 있다는 듯이 그녀도 같은 방식으로 회답을 주었다.


”잠들어 있는 시간 동안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니겠지?

더군다나 나의 주군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저의가 무엇이냐? 드래곤의 로드에게 봉인되었다던 마계의 수장 하르파스...”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돌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의 이혁을 바라보던 마족이 음절을 이어갔다.


“당장에 돌려줄 수 없는 물음이지만 그의 가면을 벗겨보려는 호기심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너 또한 뭔가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겠구나.”


그녀의 말에 나타샤는 아론의 검은 눈동를 올려다 보았고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기억의 잔재 속에 떠오르는 외형과도 같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내면의 모습들을 기억해내며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와 보내었던 지난 십 년 이란 시간들이 소중하듯이 기억 속에 각인된 경험해보지 못한 모습 또한 아론에게는 필요한 것이리라 여겨졌다.

애초부터 감정의 원인의 시작이 그곳에서 출발했다는 걸 상기하며 이어지는 마족의 발언에 반박하고 싶은 대답을 찾고 싶었지만 해답을 구할 수는 없었다.


“소유란 이름의 욕망만이 존재하는 너로서는 그의 잠들어 있는 내면을 깨우지는 못 할 것이다.

그것이 흔한 돌멩이일지 네가 바라는 보석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타샤는 착잡한 심정으로 뺨을 어루만지던 손을 아론의 입가로 가져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이 귀엽다고 느끼며 아론이 이전의 마나로 만들어진 인형이 아닌 자신의 그릇을 찾았다는 것에 기뻐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오크들에 둘러싸인 그런 아론의 모습에 생각 없이 안겨 들었지만 이후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거짓된 모습의 드래곤들에게 유린당하던 북부의 전투.

그리고 포플란 그레이스란 한 황녀의 죽음의 순간 생명을 이어준 이의 의도하지 않은 기억의 전이.

그 속에서 그녀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그렇게 스스로의 이름을 바꾸었다. 모든 것을 부정하기도 잃어버리기도 싫었기에, ‘포플란’으로써의 의무와 ‘나타샤’의 그를 향한 마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거짓이 진실로 포장되지 못한다는 자의식은 어느덧 그를 향한 소유욕으로 바뀌어져 버린 것인지도 몰랐던 것이다.


아드리안의 저주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시기.

이방인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가상의 공간이라고 여기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존재를 숨기기 위한 봉인의 영향으로 과거의 괴로움도 잊어버린 채. 순간의 즐거움을 알아가던 생활이 이제는 아쉬움으로 남겨졌기에 그의 얼굴에서 손을 때어놓는 것조차 겁이 났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차분한 음성이 스며들었다.


“망각 속에 잠들어있는 원석은 그가 원한다면 당연히 너의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너란 존재의 그늘에서 벗어나야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하고 있을 것이야.”


나타샤는 자신들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마족의 짧은 발언에 긍정하고 있는 모습이 어이없을 정도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잠시지만 아론을 품속에서 떠나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얼마 동안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관한 알지 못하던 추억을 이어간 것 같았고 그런 대화들은 하르파스의 마지막을 알리는 말과 함께 끌을 고하였다.


”봉인되어 있던 동안의 지루함이, 그란 존재에 흥미를 보이고 있을 뿐....”

그러면서 들리지 않는 마족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잃어버렸던 희망의 실마리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 ※ ※


이혁은 그녀들의 고요함 속에 어느 순간 잠이 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눈을 떠 보았을 때에는 하르파스만이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뒤이어 내실로 들어서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주군. 이렇게 바쁜 와중에 그렇게 태평스럽게 주무시니··· 모범을 보이세요.”


이전 게임 때와 같이 구박이 시작되었지만 의외로 편하다는 느낌을 받아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하르파스는 그녀와 눈싸움을 하다가 의기투합이라도 했다는 듯이 뼈있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실없이 웃는걸 보니, 지금까지 주군 수하들의 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 하구나.”


이혁은 출발을 준비하던 남작과의 마지막 배웅을 위해 신전의 밖으로 나왔을 때 나타샤의 갑작스런 말을 들어야만 했다,


“이곳에 터전을 만드는 건 의외로 쉬울지도 모르지만 외부의 간섭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벌여놓은 것을 수습도 하기 전에 주둔지를 옮겨야 할지도 몰라요.”


발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주고받았기에 3대의 수레에 짐을 실어 나르고 있는 남작무리들과 가까워 지기 전에 이혁도 생각하던 대안을 전하였다.


“이웃에 있다는 여왕을 만나보면 어떨까? 몬스터들을 몰아낸 지역의 소유를 주장하면 될 것 같은데···”


“주군, 한 왕국의 수장을 이름없는 방랑객이 대면할 방법이 있다고 여기시는 건 아니시죠?

문전도 가기 전에 추방이라도 당하면 그나마 다행 이지요.

타푼남작이라는 자의 말도 엘프들을 동석시켜 거짓이 아니라는 확신은 받았지만, 자신의 믿음이 정직할 뿐이지 고작 남작의 작위로 한 왕국의 여왕이란 자를 그렇게 싶게 만나게 하지는 못 할 거에요.”


나타샤의 반박에 고개가 끄덕여 질 수 밖에 없었지만 이어지는 다음 말에 황당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는 저 한태 맡겨놓으시고 얼마 동안은 이웃한 왕국으로 가주셔야 겠어요.

정치의 생명은 로비라고 했으니 주변 녀석들에게 골드를 먹이다 보면 여왕이란 자도 아련할 기회가 올 거에요.

뭐, 말이 안 통하면 그때 가서 쓸어버리면 되니깐 그렇게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어느덧 타푼남작이 다가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기에 대화가 중단되었다.


“목숨의 은혜를 입고 이렇게 선물까지 전해주시니 이 타푼, 아론님께 면목이 없을 따름입니다.”

“인사는 되었네, 그보다 말을 달려 6일을 소모한다고 들었는데···”


수레에 실려진 짐들의 수량을 이혁의 눈으로도 확인할 만큼 단출하였다.

뿔들의 경우는 50개들이 1박스였고 마정석은 150개의 수량을 담을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모두 23개의 나무궤짝이 수레 하나에 실려있었고 도시주변에서 수거한 무구들과 식량들이 나머지 수레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215명(타푼 남작의 병사 147명+불락 용병대 68명), 수레3대(야크 6마리, 천막으로 쉬워진 단순 운반용)-


그리고 그것을 끌기 위해 황소의 외관과 흡사한 야크라고 불리는 것들이 2마리씩 묶여져 있었기에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말들은 품종자체가 귀하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제외되어 있었기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랐다.


“야크들의 달리는 속도를 무시하지는 못하실 겁니다.

더군다나 예전의 가도가 숲을 벗어나는 구간까지 이어져 있으니 몬스터를 만나지 않는다면 적어도 10일 이내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일찍 떠나시지 않으시면 저희 주군이 데바트라로 들리실 때 함께하시면 되었을 건데···”


남작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나타샤의 한마디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던 노력들이 부질없는 일이 되었단 걸 짐을 옮기던 일행들은 알 수가 있었다.


무기와 대응할 병사들이 있다고 하지만 몬스터의 습격이라도 받는 날엔 지금까지 생명을 부지한 은혜를 저버리게 된다는 핑계로 떠나려던 짐들을 풀어버린 남작이었다.


어차피 영지까지 일주일이상이 소요되는 험준한 길목이었고 가도의 상태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남작의 병사나 용병들에겐 그런 이야기가 변명이 아닌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단행렬도 그때를 같이하기로 하였기에 일반 짐마차의 제작수량이 늘어나게 되었다.


-제작 의뢰: 일반 짐마차 34대(5일내 완성 필요)-


“며칠이지만 저희 일도 거들어 주시면 보상은 넉넉하게 해 드릴께요.”


이혁은 나타샤의 말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 무리를 돌아보며 햇살에 얼굴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예전의 숲이었을 평지가 눈 안에 들어왔고 그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마차들을 감상하며 도대체 그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궁금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이혁의 마음을 짐작했는지 돌아보던 그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살림살이가 좀 많아졌지요. 오면서 마련했던 수레들도 일부만 이곳으로 들여오고 나머지는 가도에 세워두었으니 오늘 중으로 해결을 봐야겠어요.”


-짐마차 160대(마법배낭적재용), 편의시설용 80대, 공격용 10대(성채 겸 발리스타 장착), 대장장이용 15대, 총 265대-

-각종 물품운송 수레 351대(수레당 황소 2마리/총 702마리), 개별 황소 137마리-


수레에 실려진 통나무들이 공터의 한편으로 옮겨져 쌓이고 있었고 그것을 가공하기 위한 천막으로 이루어진 작업장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밤부터 수레를 만들기 위해 설치가 끝났던 작업장에선 오팔이라는 마나를 머금고 있는 수정석을 동력원으로 한, 톱날의 회전이 시작되고 있었고 옮겨진 통나무가 그런 톱날의 굉음과 함께 하나의 목재로 둔갑하는 건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임의적인 소음의 한편에서 처음으로 말들과 인연을 맺은 슈란과 회색엘프들의 사귐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지만 뒤를 이은 하킴의 고함소리에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슈란! 출발할거니 준비하시오.”


하킴을 선두로 한 100여기의 기사단과 이제는 수련기사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400여기, 그리고 회색엘프들과 인연을 맺은 105기의 대규모의 군마들이 잔존하는 몬스터의 확인을 위해 고대도시주변으로 길을 잡고 가도를 내달렸다.


그들을 이어 발칸 영감을 따르는 대장장이 무리들이 비워진 수레들을 이끌고 도시로 들어갔다.


“영감님 건물의 재질도 그렇지만 외형만으로도 무너진 부분만 수리하면 사용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규모가 너무 넓어··· 일단은 성채내부도 한번 둘러보고 판단하기로 하자고.”


하지만 다른 도제의 말을 듣고서는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전에 가죽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패되긴 했지만 이 정도면 쓸 만 하니까요.”


도시주변에 널려있던 뿔 오크의 사체들은 많은 부분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가죽수거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신전의 주둔지로 현장 상황을 알렸고 수거작업의 대부분을 남작일행들이 자처하려고 했지만 나머지 인원들을 대거 투입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일감이었다.

그렇게 취할 건 취하고 그 자리에서 소각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하루 만에 끝날 일이 아니란 건 모두가 인식할 정도였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신전주변에 오르던 사체들의 검은 연기가 줄어들었을 정도였으니 도시주변의 상황은 펼쳐놓은 상태로 일부의 감시병력만을 상주시키고 철수해야만 했다.


그리고 하킴이 복귀를 하면서 주변으로는 몬스터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 그나마 다행으로 여겼다.

물론, 이혁을 제외하고는 아쉽다는 눈빛이었지만 말이다.


하루 일과에서 제외된 일부의 궁병단 여인들에게 검술을 지도하던 한슨은 얼마 전부터 가브가 자신을 지켜보는 눈빛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뾰족귀 녀석이 대련이라도 신청하려는 가 싶었다가 이제는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한슨은 어릴 적부터 가문의 기대를 받으며 검술관 에서 젊은 한때를 보내었다.

그렇다 보니 혈기 왕성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알지 못하다가, 포플란으로 피난행렬이 몰려드는 시기에 황녀의 기사단에 편입되어 나타샤를 만난 것이 솔직한 심정으로 여자란 존재를 처음으로 접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말 한마디에 까칠해지고 틈만 있으면 기사들에게 훈련이란 명목으로 기합을 일삼는 그런 종족이라는 생각을 굳혔던 것이다.

더군다나 시간이 정지한 느낌과도 같은 지난10년이란 기간도 의식은 깨어있었기에 모든 기억과 축적된 경험들이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도 그녀가 모든 돈줄을 쥐고 있었기에 훈련 때 옷이라도 떨어져 교체를 하거나 무구를 수리해야 하는 날이면, 특히 한 달에 한번은 운이 나쁠 경우엔 전 기사단이 집합을 하여야만 했다.


“얼마나 훈련이 되지 않았으면 전쟁도 아닌 상황에서 멀쩡한 옷이며 무구에 이빨이 빠지냐!

너희 같은 애들 때문에 살림이 거덜난다고!”


그렇게 잔소리가 이어졌다. 그렇다가도 주군이 보시는 때에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변하셨고 이 사실을 모르시는 모습에 안쓰럽다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하였다.


고백하려는 가브에게 거절의 말을 생각하고 있던 한슨.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그녀의 행동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정령사의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소환 의식을 해 보라고 권하였던 것이다.


“무슨 소리냐! 기사는 검으로 말하는 존재라고.”

그렇게 소리치다가 복귀하던 하킴경께 불려가 기합만 받았다.


‘이름이 실프라고 했던가?’

한번 불러내었을 때 실실 웃기만 하길래 사는 곳으로 보내버리고 더 이상 부르지는 않았다.


☆ ☆ ☆


소란스러운 광장의 분위기에 더 이상의 관광을 중단하고 ‘사냥꾼의 휴식터’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토니안, 덕분에 고마웠어요.”


유라는 강훈의 손에 들려진 10쿠퍼를 가로채어 소년에게 전해주자, 놀란듯한 음성이 이어졌다.


“이렇게 많이는 받을 수 없지만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지요.

그럼, 내일 아침에 찾아 뵙고 소개하기로 했던 숙소로 안내해 드릴께요.”


허리를 숙이는 NPC소년을 귀엽게 바라보던 이들은 녹화 분의 정리와 휴식을 위해 저마다의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오늘 중으로 촬영 본을 넘겨야 해서, 같이 기다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유라는 전혀 곤란해하지 않는 강훈의 표정에 그만 웃음을 삼키며 손님들이 비어지고 한산한 창가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열려진 창을 통해 밤하늘을 밝히는 5개의 달들을 바라보다가 사이트에서 본 ‘문스톤’이란 이름과 그런 게임사의 어울리지 않는 작명센스에 악플들이 수백 개씩 달려있던 것을 떠올려 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베타서비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유저들의 요청에 의해 변경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불만사항이 늘어간다는 건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 순간, 풀벌레 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며 반딧불과 같은 반짝임을 가진 녀석들이 날아들어와 자신을 지켜보려는 듯 테이블 위에 자리를 하였다.


‘탁!’


커다란 손이 그 위로 떨어져, 빛 무리를 사라지게 만들며 거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아가씨. 혼자시면 우리랑 놀아보는 건 어떨까?”


손에 묻어있던 잔재를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버리는 모습과 바닥으로 떨어지는 죽어버린 벌레가 유저들과 같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에 이질감이 느끼며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 보았다.


전형적인 분란을 일으키는 NPC의 표상과 같았다.

그의 허리춤에는 커다란 도끼와 대도가 교차하여 메여져 있었지만 현실에서도 저런 외형적인 모습의 인간들은 대부분 목도리 도마뱀과 같이 내면은 별 볼일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였다.


유라는 떠나기 전에 배급되어진 보급용 검을 손 끝으로 만져보았다.

가상게임에서 현실의 능력이 어느 정도 반영된다는 사실이 유저들에 의해 증명되었고 평소에도 취미로 검도장을 다녔던 유라였기에, 이동을 하는 시간 휘두르기 연습을 하다 보니 높은 수치로 레벨이 올라갔던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레벨 11이면 저 정도 녀석과는 자신이 있었지만 주위를 돌아보고는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유치한 웃음을 날리며 이쪽을 바라 보고 있는 같은 무리가 셋이나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일행을 기다리고 있어서요.”

“어쩜 말도 이렇게 안아주고 싶을···”


커다란 그림자들이 유라의 뒤편으로 자리하였고 뒤돌아본 자리에는 덩치들의 부릅뜬 눈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광경에 말을 잊지 못하고 굳어있던 NPC가 이어지는 덩치들의 말에 꽁지를 내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어디서 말 딴 용병찌꺼기가 남의 장사를 말아먹으려고 해!”


용병NPC들의 등장이었다. 잠시 후 입구를 지키는 2명을 제외하고 맞은편에 자리한 중년의 용병이 자신을 소개하였다.


“모험가란 이들에게 설명은 들었지만 멀리서도 패큐니아양을 알아볼 정도로 미인이시구려.

정식으로 소개하지, 불락 용병대의 자캄 이라고 하오.”


상처가 무수한 손을 유라에게 내밀었기에 본능적으로 맞잡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갈색 빛깔의 콧수염이 그녀의 인상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여자들과 악수를 하는 건 오늘로 두 번째지만 이것도 괜찮은 것 같군.”

혼잣말을 삼키던 그가 자신들의 용건을 이야기 하였다.


“대부분 서대륙에서 활동하지만 단장녀석이 토벌로 떠나는 바람에 주업인 유적탐사를 여기 있는 3명 이서 돌고 있다오.

나름 은패 소지자들이니 믿을 만 할거요. 근데 의뢰 주는 어디로 간 거요?”

“저도 그분들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유라가 사정을 설명해 주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슥하던 자캄이 입을 열었다.


“성문을 들어서다 보니 분위기가 어수선하던데···”


잠깐 동안 생각을 정리하던 용병이 자신을 바라보며 알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근 일년간은 중부대륙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험가들이라고 지칭하는 이들은 처음이오.

레이디의 안내에 관한 선금은 그 여인에게 받았고 귀하게 자란 숙녀인 듯 하니 우선은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알고 있는 건 설명해주겠소.”


그렇게 기본적인 용병패의 종류와 의뢰방식 등을 들을 수 있었고 구석에서 쥐 죽은 듯이 말을 주고받는 불량배들이 용병이면 누구나 지급받는 동패 소지자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것도 모르고 있으니 할말이 없구려. 그렇다고 동패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오.

패 별로 의뢰의 성공여부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나뉘어 지는데 S급은 우리도 모셔오려고 안달하는 이들 중 하나이니.”


말이 이어지려는 순간, 문 앞을 지키던 용병이 다가와 자캄의 귓가에 무엇인가를 속삭이자 미간에 주름을 만들더니 유라를 향해 낮아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들은 하루 전에, 관문도시 탄티움의 용병길드에서 의뢰를 받아 이곳에 도착했다오.

그렇기에 이곳 상황이 어둡지만 당신들 모험가를 잡아들이고 있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겠구려.

선금 값은 할 것이니 잠시 우리를 따라 자리를 피하겠소?”


그 순간 알림 음이 유라의 귓가에 울리며 설명 창이 떠올랐다.


-바스콘을 탈출하라! 모험가들을 잡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용병 자캄은 신의를 지키려 한다.-


보상 없는 설명 글에 지나지 않았지만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기에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고 객실로 올라가 문을 열어보았지만 이미 로그아웃을 한 직후였던지 침대에는 덩그러니 누워있는 그들의 케릭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현실로 돌아가 열락을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였고 기다리지 못해 방으로 들어선 용병들이, 그들의 상태를 살펴보고는 알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깨어나지 않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잠들어 있는 것 뿐이니 안심하셔도 될 거요.

그리고 우리가 받은 의뢰는 패규니아양만 포함되어 있으니···

도시에 치료소도 있으니 차라리 경비병들에게 발견되는 것이 더 안전할 수도 있겠소.”


용병자캄도 만약의 경우, 조사를 위해 구류될 시간을 생각하여 자신에게 권하는 것이지 문제될 거리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물품이 든 배낭만을 챙겨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숙소를 나서야만 했다.


“토마일?”


어둠이 들어찬 골목의 한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소년을 알아본 유라는 뒤이은 자캄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 저 세상으로 간 단원녀석의 자식이라오.

저 버릇없는 녀석이 레이디께 알려주러...”

“자캄 아저씨는 아직까지 살아계셨군요. 역시 용병은 운이라고 할아버지께서···”

‘쿵~!’


소년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꿀밤에 이어 용병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바할 신관님은 살아계시냐?”

“사제 단으로 따라가셨다가 며칠 전에 세실리아님들과 돌아 오셨는데 얼마나 혈기가 넘치시는지 모를 거에요.”


자캄은 자신의 귀를 의심이라도 하듯이 되물었다.

“여기에 그 성녀님이 계시단 말이냐?”


작가의말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되던 회차였습니다. 아론이 길을 떠나는 명확한 요인이 필요한 상태에서 마치 적당한시기에 그것을 지적해 주는 이가 나타난다는 건 행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갈아마시고 싶은 장면인지도 모르겠다는 것....

(12/8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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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051. 페임론 공방전 (소드 마스터) 17.02.10 1,257 15 15쪽
50 050. 페임론 공방전 (팔콘 관문) 17.02.04 1,205 13 16쪽
49 049. 페임론 공방전 17.02.03 1,317 10 23쪽
48 048. 페임론 공방전 17.01.28 1,223 15 13쪽
47 047. 갈림길 (대공의 존재) 17.01.27 1,306 15 13쪽
46 046. 갈림길_<일부 지도공유> +4 17.01.21 1,269 14 17쪽
45 045. 갈림길 17.01.20 1,333 16 14쪽
44 044. 고요의 평원 (퀘스트) +6 17.01.14 1,512 16 21쪽
43 043. 고요의 평원 +2 17.01.13 1,516 16 22쪽
42 042. 영웅 출현 (시녀 되다) +5 17.01.07 1,497 16 17쪽
41 041. 영웅 출현 +2 17.01.06 1,452 18 13쪽
40 040. 영웅 출현 +2 16.12.31 1,314 17 19쪽
39 039. 모험의 시작 +1 16.12.30 1,449 12 18쪽
38 038. 모험의 시작 +1 16.12.24 1,786 15 18쪽
» 037. 영지물 (그녀들)_12/8 +3 16.12.23 1,698 23 27쪽
36 036. 영지물 (모험가들) +2 16.12.17 1,925 26 16쪽
35 035. 신경전 +3 16.12.16 1,674 22 15쪽
34 034. 돌격하라! (등장) 16.12.10 1,571 22 12쪽
33 033. 돌격하라! 16.12.09 1,644 19 24쪽
32 032. 의도된 고립 (수확) +2 16.12.04 1,812 27 21쪽
31 031. 의도된 고립 (오해) +2 16.12.03 1,852 19 19쪽
30 030. 의도된 고립 +2 16.11.27 1,786 21 20쪽
29 029. 하르파스 +2 16.11.26 1,833 19 16쪽
28 028. 하르파스 +2 16.11.20 1,893 2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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