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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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백호
작품등록일 :
2016.06.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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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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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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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미래를 보는 남자(23)

DUMMY

그래서 그 벚꽃을 한동안 구경하다가 민은정에게 이렇게 말했다.


“은정아, 우리 내일 저녁 배에 은정이 차를 싣고, 부산으로 가자. 그래서 해운대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자고, 섬진강으로 가자. 그러면 그곳 벚꽃이 아주 만개할 것 같은데, 어때?”

“내일이면 여기 벚꽃도 어느 정도는 필 것 같으니까 내일 오전에는 운동하지 말고, 여기 와서 사진 찍고, 저녁에 부산으로 가면 되기는 되겠다. 그런데 오빠 차가 아니라 왜 내 차야?”

“내 차는 차고가 낮아서 아무래도 배에 싣기에는 좀 그래.”

“그래서 저번에도 운반차에 실어서 제주도로 가져온 거야?”

“응, 그러니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합의를 보고, 해운대 모 호텔과 부산 제주 간 여객 선사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배달되어 온 장어 즙을 먹고, 다시 사랑을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홍삼을 먹고, 옷과 사진기 등을 챙겨서 민은정 차 포르쉐 카이엔에 실었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실로 가서 안면이 있는 경비원에게 담뱃값이나 하라면서 50만 원을 주고, 복분자즙이 오면 보관을 부탁했다. 그러고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제주대 입구였다.


“이야!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피다니. 역시 자연은 위대해요. 그렇죠. 서방님?”

“우리도 하룻밤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았고, 그 결과 이렇게 다시 관계를 회복했으니 이놈들과 우리는 비슷한 것이 아닐까?”

“대낮부터 덮쳐놓고는 무슨 밤 타령이야. 어떻든 사진 찍자.”

“처음에는 덮친 것 인정, 그런데 일본에서는 아니잖아. 그러니 덮쳤다는 말 좀 그만해라. 내가 강간범도 아니고 말이야.”

“일본에서도 나는 분명하게 그만하자고 했다. 그런데...아니다.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제주대 입구를 거쳐서 전농로와 장전의 벚꽃을 다 둘러보고 사진도 찍은 다음 이번에는 장어가 아닌 횟집으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차도 마시고, 칠성통을 좀 걷다가 드디어 배에 차를 싣기 위해서 맡겼다.

그런데 운임이 38만 원이었다.

크기가 비슷한 국산 갤로퍼나 무쏘는 25만 원인데 말이다.


“은정아, 외제 차라고 차별받는 이 느낌은 뭐지?”

“어쩌겠어. 기준이 그렇다는데, 그런데 아직 배 출발할 시간 제법 남았잖아?”

“응, 다시 칠성통가서 영화나 볼까?”

“시간을 보자. 그도 아니면 오빠가 좋아하는 음침한 비디오방에나 가거나.”

“비디오방 좋지.”


그렇게 칠성통 비디오방으로 가서‘연애의 목적’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으나 방 앞을 지나가는 다른 손님들, 옆방의 소음 등등과 민은정의 작은 배포 때문에 그 목적을 쉽게 이룰 수는 없었다.


“누가 볼까 봐 불안해서 도무지 안 되겠어.”

“보면 어때.”

“그래도 도무지 안 되겠어.”

“그럼 눈을 감고 있어. 하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민은정의 작은 배포 때문에 결국, 연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비디오방을 나와서 저녁을 먹고, 다시 부두로 가서 차부터 확인한 다음 드디어 배에 올랐다.

객실은 특실로 2인용이었고, 운임은 18만 원이었으니 차를 가지고 부산 가는 데에만 56만 원이 든 것이었다.

그러나 2인용 특실은 제법 좋아서 문을 걸어 잠그고, 그때부터 이루지 못한 연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수는 있었다.


“배에서 배 타니 좋다.”

“하여튼 그런 이상한 말은 어디서 배워서. 그리고 이제 바다 구경도 하고, 뭐도 좀 먹자.”

“우리 마누라가 너무 격렬하게 움직여서 배가 고프다면 당연히 뭘 먹어야지. 암 먹어야지. 그래야 또 격렬하게 움직여서 이 서방님을 즐겁게 해주지.”


제주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그렇게 또 배를 타면서 보낸 밤이 지나고, 부산에 도착하니 아침이었다.

둘이 부산에 와 본 것도 처음이라서 곧장 해운대로 가지 않고,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인근 남포동, 용두산 공원을 거쳐 태종대를 구경한 다음에야 해운대 호텔로 가서 짐을 풀고, 또다시 사랑을 나눴으니 젊음은 이래서 좋았다.


“민은정, 이제 그 유명한 해운대 포장마차 촌으로 가서 먹고 마시고, 저기 나이트에도 가서 놀다가 다시 호텔로 가자. 그럼 그때부터는 내가 다 해줄게.”

“콜! 전설의 강백호 씨. 그런데 영화 친구에서 나온 그런 깡패들이 있는 것 아냐?”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하긴 부산 깡패들도 전설의 강백호에게는 안 되겠지. 그런데 오빠, 요즘도 마포 깡패와 양아치들이 오빠만 보면 한수 양보하고 도망도 쳐?”

“나를 아는 놈들은 그렇지. 그런데 얼마 전에는 고삐리 일진 애들이 나를 몰라보고 덤비기도 하더라.”

“그래서 그냥 뒀어?”


지난번 동네 입구에서 정창수 아들 정준성을 만난 이야기를 해주자 민은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처음에는 당연히 그냥 두지 않았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물었는데,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서 결론이 났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여 이렇게 말을 보탰다.


“그 정창수 놈은 언제가 한번 손을 제대로 봐줄 생각이니 은정이도 그렇게 알고 있어.”

“죽도록 패려고?”

“아니, 그 대신에 제 놈이 좋아하는 돈맛을 좀 보여주려고, 그러니 그때 나 말리지 마.”

“나도 그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알았어. 그리고 그때 나도 거들어서 콧대를 납작하게 해줄까?”

“좋지. 부부는 일심동체이고, 그것이 진정한 부창부수니까! 그리고 그러려면 우리 마누라 돈 더 많이 벌어주어야겠다. 그렇지?”

“아직도 안 찾은 로또 복권 찾고, 현대 건설 주식 10만 주의 어제 종가로 평가한 금액 49억으로도 충분해요. 서방님.”

“거기에 내가 줄 20억을 더하면 우리 마누라 벌써 200억대 부자가 되겠네?”


진짜 그러고 보니 민은정은 벌써 200억대 부자가 되어있었다.

우리 수진은 주식을 평가하고, 가진 현금을 더해도 40억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놈의 사랑이 뭔지.

그러니 한배에서 나고 27년간을 한집에서 자란 동생은 고작 그 재산이고, 부모님은 그보다 적은 36억 정도였다.

정말 사랑이 뭘까.

그래서 이렇게 퍼주어도 호구처럼 전혀 아깝지가 않을까.


“그 부분은 너무나 고마워.”

“말로만.”

“아니, 술도 사고, 밥도 사고, 오늘은 내가 다 해줄게.”


그 말처럼 그날의 모든 계산은 민은정이 했고, 내가 해주려던 열정적인 사랑도 자기가 해주었으니 자기가 한 약속은 정말 잘 지키는 사람은 맞았다.

그렇게 잠이 든 밤 다시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져 오더니 로또 복권도 아니고, 주식 시세도 아닌 이상한 것이 보였다.

지난 3월 3일 새벽처럼 로또 복권 번호가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번에 보인 것은 그렇게 돈도 안 될 것이었다.

그러나 보이니 안 가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제 돈을 벌 만큼 벌었다는 걸까? 그래서 이런 푼돈을...아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내가 비명을 지르고 일어나서 이런 생각을 하는 그때 민은정도 놀라 잠에서 깼다.

그리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기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을 했다.


‘정말 돈을 더 벌어주려면 이 해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주식 종목을 보여주면 간단하다. 그런데 그런 주식 종목은 보여주지 않고, 다음으로 돈이 되는 로또 복권도 보여주지 않고, 왜 이런 것을 보여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민은정이 이렇게 물어왔다.


“오빠, 진짜 왜 그래?”

“가끔 수술한 부위가 이렇게 아파. 수술할 그때 은정이가 곁에 없어서 이런가 봐.”

“그런 농담하지 말고, 아침에 병원에 가보자.”

“병원에 가서 이미 검사를 받아 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어.”

“진짜?”

“응, 그리고 내일은 섬진강에 가지 말고, 경주 가서 놀다가 금요일에는 부산 경마장으로 가자.”


섬진강 가지 말고, 경주 가자는 말에는 놀라지 않던 민은정이 부산 경마장이란 말에는 놀라서 쳐다봤다.

그래서 부산 경마장 벚꽃이 정말 예쁘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그곳에 들려서 구경하고, 섬진강으로 가자고 꼬였다.

어떻든 그렇게 다시 잠을 청하고 다음 날 아침 간단하게 한 번만 그러나 아주 진하게 사랑을 나누고, 곧장 경주로 내달렸다.

민은정 차 포르쉐 카이엔은 그 이름에 맞게 잘도 달려서 1시간도 되지 않아 우리를 경주 초입까지 데려다주기에 거기서부터는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보문관광단지로 갔다.

물론 호텔을 예약해 놓고 말이다.


“여기 정말 좋다.”

“이 서방님 안목이 있지?”

“응, 인정!”

“안목만?”

“밤일도 인정! 경제적 능력도 인정! 싸움질도 인정! 하여튼 뭐든 인정!”

“킥킥킥! 좋았어. 그럼 어서 사진 찍어. 그리고 저 호텔 뒤에 가서도 찍고, 배도 타고, 자전거도 타고, 경주 한우도 먹고, 장어도 먹어야지.”


경주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간 곳은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보문정이었다.

작은 연못가에 정자 하나만 덜렁 있었지만, 주변이 온통 벚꽃이었고, 그 나무와 하늘과 이미 떨어진 꽃잎으로 뒤덮인 연못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거기다가 야경도 예쁘다기에 밤에 다시 와볼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말이다.


“사진 제법인데?”

“내가 봤을 때 오빠가 나보다 사진을 더 잘 찍는 것 같으니까 그런 아부는 사양입니다.”

“그런가. 그건 그렇고 은정이는 뭘 하고 싶어? 내 말은 취미를 찾았느냐는 뜻이야.”

“지금은 사진이 가장 좋아. 그리고 그림. 특히 수채화.”

“그렇다면 두 가지를 병행해서 계속해 봐. 그러면 곧 작가 소리도 들을 것 아냐.”

“작가는 무슨 작가. 그건 그렇고 보문호수로 가자.”


보문호 언저리에도 벚꽃이 지천이었다.

그 아래를 걷다가 배도 타고, 자전거도 탄 다음 근처 한우 파는 식당으로 가서 꽃등심을 먹고, 드디어 호텔 힐튼에 짐을 풀었다.

방에서도 보문호가 보이기에 잠시 그 광경을 보다가 그보다 더 아름다운 민은정 몸매를 실컷 감상하면서 사랑을 나눴다.

그리고는 어스름이 내리는 즈음 보문정으로 다시 가서 야경을 찍고, 또 장어를 먹었다.

그렇게 경주에서의 하루가 간 다음 날인 금요일 아침 또 사랑을 나누고, 아침을 호텔에서 먹은 다음 느긋하게 부산 경마공원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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