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프로텍 원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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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게 몇 번째입니까! 합의를 보려던 판국에 갑자기 보상금을 또 추가한다고요? 헛소리도 정도껏 하십시오!”
40대 남성의 중후한 고함 소리.
분노가 서린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벤제 시장의 수석 비서관 콥스였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대놓고 콥스에게 비웃음을 날리는 30대 남자가 있었다.
이름은 스미테르. 그는 스헬터 가문에서 파견 나온 차석 비서관이다.
“나 참, 목소리만 높이면 다 되는 줄 아시나······. 그리고 저기 윗분들도 계십니다. 말을 좀 가려하시는 게 이로울 것 같은데요? 안 그렇습니까, 호네스트 아가씨?”
“콥스 비서관, 이곳은 헌터 길드 마스터의 집무실이에요. 예의를 지켜 주세요. 자꾸 무례한 언행을 저지른다면 길드 마스터께서도 길드 수칙에 따라 처벌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지극히 사무적인 억양으로 경고하는 폴리아. 그러면서 슬며시 자기 어깨너머로 눈길을 주었다.
그곳에는 호네스트 백작, 아벤제 시장, 디페니아 임시 백작 등 프로텍 원정의 지원을 맡은 연합 세력의 대표들이 결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6인회가 정한 마지막 날. 무조건 오늘 중으로 최종안을 보내야만 했다.
원정대의 출병 준비는 모두 완료했다. 프로텍에 있는 바이오 광산에 대한 이권 분배도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세력 별로 관리해오던 사망자의 보상금을 통합 관리하고 확충하자는 의견에서 다시금 충돌이 생겼다.
통합하자는 의견은 반대가 없었다.
다만, 증가한 보상금의 액수가 너무 많았다.
콥스는 지금까지의 지출도 지나치다고 여겼다. 이번만큼은 밀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목이 날아가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당신들의 속셈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지원금의 균등 책임을 이용해서 우리 트레이즌 가문에게 손해를 입히려는 것이 아닙니까?”
결의를 굳힌 콥스는 강하게 나갔다.
“제안대로 지원금을 올리면 상대적으로 지분이 적은 우리만 적자가 나겠지요. 손해를 뻔히 알면서 사업에 투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정 하고 싶으면 스헬터 가문에서 지분을 나눠 주시던가, 아니면 헌터 길드와 알아서 해결하십시오! 이만하면 트레이즌 가문은 할 만큼 협조했습니다!”
탁! 소리가 나도록 의자 손잡이를 내리친 콥스는 두 눈을 부라렸다.
처벌할 테면 해보라는 도발적인 시위.
그러나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협상은 소강상태로 돌입했다.
잠시 후.
의외로, 정적을 깬 사람은 아벤제 시장이었다.
“콥스! 요구사항을 들어줘라!”
“시, 시장님!”
당황한 콥스는 후다닥 아벤제 시장에게 다가가 향후 미칠 금전적인 손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아벤제 시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알아들었으니, 대충 합의를 봐주고 최대한 빨리 최종안을 작성해라.”
“시장님! 재고를 부탁드립니다!”
“어허! 내 말을 못 들었나! 시키는 대로 하라니까!”
호통을 치는 아벤제 시장의 단호한 표정. 그 의미를, 오랜 세월 곁에서 모셔온 콥스는 잘 알고 있었다.
아벤제 시장의 고집을 상징하는 표현.
그 어떤 설득이나 요청도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결국 답답함을 속으로만 삼킨 콥스는 깊게 허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시장님의 뜻대로 그리 처리하겠습니다.”
*
아벤제는 돌아가는 콥스의 뒷모습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째려보았다.
“심복이란 것이 저리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해서야······.”
이곳은 적진이다. 그것도 괴물이 머무는 소굴의 심장부다.
어떻게든 빌미를 주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 현재 아벤제에게 남은 유일한 승리 조건.
저 멍청한 콥스는 우리가 살얼음판 위에 있음을 아직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공작님의 독촉만 아니었어도 절대로 내가 직접 이딴 곳에 오지는 않았을 텐데!’
오른쪽에 앉아 자신을 깔보듯 내려다보고 있는 호네스트 백작. 여전히 꼴 보기 싫은 저 면상에 주먹 한 방만 때려 넣으면 아벤제는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왼쪽의 계집은 디페니아 스헬터. 아직 임시라지만 저 어린 나이에 벌써 백작이 되다니, 볼 때마다 살심이 돋을 정도로 괘씸한 일이었다.
게다가 계집을 처리하지 못해 공작님에게 받은 분노를 떠올리면 아벤제는 아직도 모골이 송연해졌다.
바이오연구소의 노출, 기사대전의 실패, 나인틴의 사망, 여기서 이번 원정의 기회마저 놓친다면 그 앞에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로베암! 바로 네놈 때문이다!’
아벤제는 정면에 앉은 로베암을 죽일 듯이 흘겨보며 이를 갈았다.
생각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아벤제는 족히 수만 번은 로베암을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힘이 부족했다.
로베암의 전투 능력은 괴물 그 자체다.
아벤제는 기사대전에서 로베암이 보여준 능력은 장난질에 불과하단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대환란에서 목격했던 로베암의 능력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래도 아벤제는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로베암은 가족의 원수.
아무리 로베암이 강하다 해도, 사람인 이상 언젠가 약해지는 순간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반드시 존재해야만 했다.
로베암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보라, 요상한 수법으로 대놓고 위협하는 저 작태를!
아까부터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통증. 잘은 몰라도 로베암의 짓임을 아벤제는 확신하고 있었다.
로베암과 시선을 마주치는 사이에는 유독 통증이 심해졌으니, 틀림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데려온 친위대는 정작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늘 호위는 죽은 파이슨 자작을 제외하고 피델 남작과 엘리 남작. 하지만 그들은 시청에서 로베암에게 당한 일이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근처에 다가오지도 못했다.
못마땅하지만, 현실적으로 방법도 없는 일.
아벤제는 내색하지 않고 고통을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
‘끙, 갈수록 힘들어지는군. 차라리 그 친구를 설득해서 데려왔어야 했나.’
그런데 그때, 지금껏 지켜만 보던 로베암이 입을 열었다.
-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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