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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08.20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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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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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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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 각자의 길.

DUMMY

다음날부터 변화 없는 동일한 일상 속에, 맨탈리온의 말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던 것은 너무나 당연하였다. 왜냐하면, 그녀의 존재로 인해 느끼지 못하고 있던 것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니, 5년이란 시간 동안 주변의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배척 받았단 사실을 말이다. 그나마 학부 동기였던 빌만이 있었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뿐이었고 결정적으로 그레이스가 오면서, 그런 고민자체가 사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평민이란 신분에 걸맞지 않은 실력이, 같은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는 시기의 대상으로, 귀족자재들의 눈에는 마땅치 않은 비아냥거리로 여겨졌을지도 모르지만, 결정적으로 목적 없는 삶의 이유가 자신을 방랑자로 만들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느낌을 지을 수 없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병영에 포함되어 있지만, 외부와 붙어있고 더군다나, 통금시간 전까지는 출입이 자유로운 숙소였기에, 2층의 창 밖으로 늦은 저녁, 번잡한 시장의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멸망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추수의 마무리를 알리는 축제의 준비가 한창이란 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모습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는 일조점호시간이 되기도 전에, 단장과 마주할 수 있었다. 휴대용 발화기에 올려둔 주전자가 끓어오르며 수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차를 준비하던 여성이 잔을 건네주면서 눈인사와 함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아침에 도착한 소식지를 정리하는 것 같았다.


맨탈리온은 불편한 자리였지만, 이야기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기에 잔을 만지던 손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계약 조건도 벌써 충족되었으니, 이번 축제기간에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너무나 보편적인 이유였지만, 반대가 없을 사유가 되기도 하였다. 답변에 뜸을 들이던 단장의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번에 들어온 사무보조라네, 저만하면 미인에 능력도 있으니, 어떤가, 한번 만나보겠나?”


“형부!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작은 소리라고 해도 그것을 듣지 못하기가 더 어려워 보였다.


“소식지나 들고 와봐. 저렇게 눈치가 없으니 지금까지 노처녀지···“


몇 장의 종이뭉치가 단장의 머리를 겨냥해서 날아왔지만, 노련하게 잡아드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 보일 정도였다. 한동안의 소란스러움이 지나가고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단장이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사용하지도 않는 휴가이니, 한달 정도 머리나 식히도록 하게. 그리고 자네에게 배당된 호위임무도 있으니 한달 후에 수도경비부로 찾아가도록 하라고. 설마 유보기한도 없이 그만두려는 건 아니겠지? 더군다나 이미 떨어진 명령서를 어긴다면.. 자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네.”


그러면서 얼굴 가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남아있는 잔을 들이키는 단장이었다. 생각 못한 점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라도 한 듯이 내밀어진 명령서를 받아 들었다. 그곳에는 수도경비부에 도착해야 될 날짜와 함께, 당사자인 맨탈리온의 이름 옆에 왕실인장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빌만녀석이 휴가를 빼달라고 조르더니 잘되었군. 이번 기회에 같이 수도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참석해보고 사람들도 만나보게나. 호위임무라 기간은 알 수 없지만, 내년에 복귀하면 다시 이야기 해 보도록 하자고.”


앉은 자리에서 휴가서를 작성해 주더니, 오늘은 덤으로 처리하겠다는 단장의 말을 듣고 우울한 기분을 숨기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친구~”


숨이 넘어갈 정도로 뛰어온 것인지, 잠시 동안 호흡을 가다듬던 빌만이 감사함을 전하고는 바람과 같이 사라져 버렸다.


☆ ☆ ☆


하마얀 왕국의 수도 아마스탄은 육백만 가까이의 상주인구를 보유하는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도시였다. 이 당시 다섯 왕국을 제외한, 개별적인 도시국가의 인구가 삼백만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빠른 상승률이라고 할 수 있었고 더군다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노예의 수효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 수치가 제외되어 있었기에 지금의 확장일변도인 수도의 분위기가 얼마 동안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였다.


풍부한 곡창지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농업왕국이었지만, 상업관련비중을 확장하면서 발생된 구조적인 개혁의 바람이, 인구증가란 변화를 가져온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특정 계급층이 생성되었으며, 당연하게도 기존 특권층의 위기감을 배가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중앙대로의 중심부에 위치한 추밀원은 거대한 백색석벽의 건물로도 유명하였다. 내부에는 여러 개의 회의장과 개인적인 수많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지금같이 국왕이 참석하는 경우에는, 천여 명 가까이가 자리할 수 있는, 대 회의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자리에 착석하는 무리들의 일면을 살펴보면, 서로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파들이 무리를 이루었지만, 크게는 두 부류로 나누어졌다는 것을, 국왕의 참석과 함께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경의 말에 따르면, 그 정체도 모르는 예언 가의 말을 믿고 지금도 포화상태인 군부를, 더 확장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번 조사단에 포함되었던, 왕당파소속인 귀족의 말을 듣고는 마치 어이없다는 듯이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국왕이었다. 한동안 주변을 돌아보던 그는,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가닉스남작. 자네도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니, 의견을 말해보게.”


정복차림의 남성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기다리던 대답을 이어갔다.


“흔히 저희 마법사와 같이 동일한 계통의 마력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조약한 사술에 불과하였습니다. 심지어 그 시기를 지정하는 말조차 없는 상태에서 그런 연출을 한 이유야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료됩니다.”


“가닉스경! 자네도 그 거대한 힘을 겪어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조사단에 포함된 학자들이 반박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발언자의 대부분이 기존기득권 세력으로 구분되는 왕당파인원들이었기에, 경청하던 국왕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기회를 빌어, 그들의 영향력을 줄여보려는 심산으로 주위를 환기시켰다.


“조용 하라! 가닉스경은 타당한 이유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낮 사기꾼의 놀음에 빠져, 어렵게 꾸렸던 조사단이 국고만 낭비한 체 도망 왔다는 모함을 하는 것이 되지 않겠나?”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무거워져 버렸다. 이번 조사단의 발족도 따지고 보면 국정을 주도하던 세력인, 왕당파에서 진행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기에, 최근 상인세력과 연합한 귀족파의 신진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가닉스의 입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범접할 수 없는 마나의 요동에 저 또한 고개조차 들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간과하던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이 이번 조사의 일환이었던 구동이 확인된 마법진입니다. 저보다는 그 분야에 전문가이신 제논교수의 의견을 청합니다.”


지목을 받은 당사자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엄연히 작위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장기간의 아카데미 교수직으로 인해, 대외 적으로 명칭이 굳어져, 호칭에 관해 따질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왕당파계열에 포함된 자신이기에, 가닉스의 요청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지만, 국왕의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접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아시겠지만, 반년 전에 발견된 마법진으로 세 가지의 수식이 중첩된 것을 추정하고 있던 상태였고, 이번 조사에서 그 중하나인 마나를 집약하는 부분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물론, 추가적인 조사를 위해 일부의 인원을···”


“설명 감사 드립니다. 제논교수의 설명과 같이 마나를 집약하는 마법진을 누군가 이용했다고 가정한다면, 그 당시 발생된 현상의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발언의 의도조차 명백해 지는 것입니다. 바로, 저희 왕국을 내부적으로 혼란 시켜 보겠다는 책략이 아니겠습니까?”


가닉스의 너무나도 명쾌한 결론에 반박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물론, 그런 마법진을 사용하는 인간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위협이 될 수도 있으니, 앞 전에 논의되었던 것 중, 최소한 대공포의 설치는 제안하신 분들이 진행하도록 허락하심이 합당하다고 사료됩니다.”


국왕은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자제하며,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략에 빠져 국고를 낭비한 책임이 크다 하겠으나, 왕국을 위협하려는 움직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곳에 왕국 민들의 세금을 들일 수 없으니, 제안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공포의 설치는 허락하겠노라. 그대들이 사재를 들여서까지 왕국을 위하는 자세에 감복하여, 앞선 잘못은 상쇄하도록 하겠다. 더불어 왕국의 내분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가닉스 남작에게 불온한 무리들을 조사할 권한을 주노라.”


실로 국왕이 원했던 흐름으로 회의를 마치는 순간, 가닉스는 기존의 왕당파를 위협하는 대항마로 그 입지를 굳혔다. 귀족들의 축하인사를 받으며 자리를 벗어나려니, 귀족파의 수장인 브라만 공작이 안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에 크게 하나 해주었네. 가면서 이야기 하도록 하지.”


그렇게 복도를 걸어가고 있으려니, 더 이상 따라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중앙대로가 내려다 보이는 베란다로 나오자, 떨어지는 석양의 그림 같은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그래, 실제로는 어떻던가?”


“과거 문헌에서나 접했던 마나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이 아닐 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수백 명에 가까운 이들이 그의 얼굴조차 보지 못할 정도였으니, 예언자체도 쉽게 볼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만약, 왕당파 측에서 대안을 강구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면 제가 나서려고 할 정도였으니.”


난간에 기대어 가닉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생각에 잠겨있던, 공작의 대답이 이어졌다.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하지만 남작도 알아두어야 할거네, 우리는 현실정치를 하려는 것이지. 일어나지도 않은, 예언과 같은 말에 시간을 소비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말이야. 어차피 지금의 국왕이 선왕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이 분위기에 편승하여 권력구도를 바꿀 기회라는 것이지.”


“그럼 좀더 쪼아보아야 하겠군요.”


가닉스의 답변을 듣자, 마치 우수한 학생을 바라보는 선생과 같이, 미소를 지은 브라만 공작이 입을 열었다.


“좋은 생각이네, 저들에게 이번에 진행하는 대공포설치로 자금압박을 할 수 있겠지만, 실행력에서 문제를 들어내는 것이 근본적인 공격이 될 거 같군.”


“그거야 여론만 조작하면 간단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대공포에 들어가는 대마법진이 인체에 해롭다고 퍼트려 놓아도, 시민들이 알아서 반대하고 일어설 겁니다.”


☆ ☆ ☆


하마얀 왕국에는 중요거점도시마다, 추밀원이란 기관이 존재하였고 지역적인 분위기로 한쪽파벌의 특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었다. 수도 아마스탄의 중앙추밀원에서 벌어지는 회의를 수정구를 통한 일방적인 청취만이 가능하였지만, 그런 간접참여의 여파는 정책결정의 빠른 수행과 더불어, 왕도로 진출하려는 귀족들의 욕망을 높여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였다.


빌만도 그런 아버지의 영향이었던지 정기적으로 이웃도시를 왕복하는 마차내부에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었다.


“친구,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야기를 경청하던 맨탈리온이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드래곤의 말을, 내부의 분열을 바라는, 한낮 사기꾼으로 전략시켜버린, 수도에서 열렸다는 회의 내용을 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빌만의 대답에 그의 생각이 전혀 다르다는 걸 느껴야만 했다.


“아버지도, 아무리 왕당파소속이라도 고통분담이라니, 그렇다고 융통해주기로 했던 돈을 반이나 깎아 버리냔 말이야. 이번 기회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쉰 맨탈리온이 다른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았다.


“대공포의 진행은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들은 건 없었나?”


“그건, 제논교수님 주도로 도시선정만 완료한 상태라고 하더라고. 수도에 가더라도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대공포란, 공중을 요격하는 마법진이 포함된 구조물로, 공격마법으로는 화염과 얼음창의 구현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증폭을 도와주는 마나가축척된 워터오팔이 없다면, 화살 없는 석궁과 같았다. 다행히 저 서클의 마법사들이 많았기에, 상인협회는 정식적인 계약을 통하여, 충전된 워터오팔을 일정하게 공급하고 있었다. 제논교수는 이번 대공포의 제작 기회를 빌어 인맥이 있는 마법사들의 서클을 높이려는 일환으로, 아카데미의 졸업 예비 생은 물론 소식이 통하는 제자들을 수도로 불러들이는 것 같았다.


“아무리 마법진을 제작하면서 실력을 높일 수 있다지만, 축제기간에는 놀아야 하는 거라고. 도착한 것 같은데, 게이트 사용비는 내가 해결할 거니, 부담은 담아두었다가 도착하면 한잔 쏘는 거 잊지마.”


소규모의 도시였지만, 수도근방으로 이동하는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대부분이 여관과 같은 숙박과 편의시설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대한 대합실과도 같았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줄지어진 마차 중에 유독 독특한 모습에 눈이 갈수밖에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사방이 막혀있는 구조에 철창으로 쳐진 작은 문이 있을 뿐인 마차였다. 그런 맨탈리온의 시선을 따라가던 빌만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노예상인이군. 기다리는 시간도 때울 겸, 구경이나 하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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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06. 각자의 길.(노예상인) 16.08.25 221 2 15쪽
» 0005. 각자의 길. 16.08.23 202 2 14쪽
5 0004. 멸망을 말하다 16.08.22 217 2 11쪽
4 0003. 늪지대 유적 (소녀를 보았다) 16.08.21 348 2 19쪽
3 0002. 늪지대 유적 (대화들) 16.08.20 351 2 12쪽
2 0001. 늪지대 유적 +1 16.08.20 426 5 24쪽
1 0000. 프롤로그 +3 16.08.20 594 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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