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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6.08.20 06:18
최근연재일 :
2016.09.0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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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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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7. 각자의 길.(움직이는 인형)

DUMMY

여관건물이라도 욕실이 흔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설치되어 있다고 해도 손님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추가요금을 받고 내어놓을 정도였지만, 그만큼 편의성이 높았기에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고급여관을 위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렇다고 기존 건물의 구조변경은 물론, 물을 저장하는 다소 거대한 건조물을 건물외부에 설치하여야 하고 수로 관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물을 나르는 인부가 별도로 필요하였기에, 인기에 대비하여 늘어나는 것은 느린 편이었다.


맨탈리온은 욕실 목욕통속에 들어차있는 물과 함께, 벽면에 돌출된 자물쇠가 채워진 호수 손잡이를 바라보며, 추가로 사용할 때 마다, 점원을 불러야 한다는 점과 비용 3쿠퍼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상기하였다. 하이디란 여점원이 두고 간 음식과 함께, 세면타올을 한동안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쉬어 보이더니 물통에 타올을 적셔서 잠들어 있는 소녀의 몸을 닦아주었다.


땀과 먼지로 누더기로 변해버린, 원피스로 추정되는 옷을 벗겨놓았더니, 소녀의 앙상한 몸만이 시선에 들어왔을 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는 못하였다. 자신이 동정심과 같은 마음을 품기에는 사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그 이유였을지도 모르지만, 대략적으로 사용한 타올을 두 번 정도 교체하자, 그나마 봐줄만한 모습이 되었다. 맨탈리온은 옷을 구하는 수고를 제외하려는 듯 벗겨둔 누더기를 목욕통속에 집어넣고 한동안 지워지지 않는 자국과 시름을 하였다.


기초적인 윈드마법으로 바람을 일으켜 옷이 마르는 것을 확인하고는, 또 이것을 어떻게 입혀야 할지 잠시나마 고민을 하였지만, 그것이 쓸모가 없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자신을 지켜보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표정에서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나마 아픔이 가셨다는 증거이기도 하기에 안심이 되었다.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녀의 실 오르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에, 무안하여 들고 있던 옷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것으로 참고, 내일은 다른 옷을 사주도록 하마.”


다행이 내밀어진 손이 무안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속옷이나 그런 것은 없었던 상태였기에, 누더기에서 원피스의 외형의 색감을 가지게 된 그것을 입기란, 젓가락 같은 몸으로도 손쉬워 보였다. 저런 상태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지만, 자신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배고픔의 소리에 상대방을 생각하지 못했단 잘못을 느끼며, 테이블에 올려진 음식을 가지고 소녀의 침대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눈빛만을 마주보고는 힘겹게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었다.


“지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 넘기기 좋은 수프용으로 주문했단다. 먹을 수 있겠니?”


기본적으로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말하는 말투 자체가 어색하였지만, 떠먹여 줘야 하는 상황까지는 피할 수 있었는지 맨탈리온의 말이 끝나자, 마치 식기는 필요 없다는 듯이, 알아서 그릇에 존재하는 내용물을 흡입하기 시작하였다.


식어버린 음식이 존재하는 테이블로 돌아온 맨탈리온도, 여점원이 추천했던 일인용 보다는 다소 많은 훈제된 멧돼지요리를 바라보며, 한입 베어 물려는 순간. 비어버린 식기를 옆자리에 물리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시선을 느껴야만 했다.


“뭐, 생각보다는 먹는 것에는 무리가 없는 것 같으니, 이거라도 더 먹어 보렴.”


얼마 후, 맨탈리온은 뼈 조각만이 남겨진 접시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 ☆ ☆


“하킴! 구경은 나중에 하고, 바쁘니 일손 좀 거들어라!”


“아버님. 저도 저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기사된 입장으로 품위를 지켜야 한답니다.”


18세 나이에, 균형 잡힌 몸을 가진 갈색머리의 청년을 바라보던 마르센 백작은 한숨을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북부의 기사들이 추위에 전부 얼어 죽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은데, 그리고 네놈 생각하는 상태를 보니 서임은 취소시키고 3년은 종자생활을 더 해야겠다. 돌아가면 폐하께 친히 간언하도록 하마.”


백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는 하킴이었다. 배의 선미부분을 선착장과 고정하기 위해 로프를 감아가고 있었지만, 달라붙어있는 장정들로는 무리가 있어 보였기에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날 같으면 알아서 할 정도였고 지금같이 서로의 말 사이에 농담을 주고 받을 만큼 돈독한 부자관계였다. 어느덧 벗어나던 선미부분이 균형을 잡아가더니, 선착장의 고정 축과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3개의 돛대에 설치된 돛들은, 선착장의 접안 전부터 병사들에 의해 접어 올려지고 있었기에, 배의 고정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던 선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마력연결을 해제한다. 모두들 혹시나 모를 충격에 대비하라!”


잠시 후 선착장의 연결 축이 무게를 받아내는 듯이,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약간의 유동을 느꼈을 뿐, 사람들의 분주함이 뒤를 이었다. 범선의 하단부에 만들어진 원형의 구체는 상단에 놓여있는 배의 크기가 무색할 정도로, 두 세배 가까이의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내부에 부유 마법진과 함께 마력을 공급하는 장치가 설치되어있는, 하늘을 나는 부유범선이었다.


바닷물결의 움직임이 방금 전에 안착한 배의 하단을 간질이고 있었고 분명히 배들이 드나드는 선착장의 모습이었지만, 그것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풍경들을 접하는 건 너무나 쉽다는 것이었다. 뒤를 이어 또 다른 범선이 공중에서 내려와 접안시설을 마주보고 연결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하킴이 감탄성을 터트렸다.


“저건 우리 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군요.”


“크기가 크다고 다는 아닙니다. 속도로 따지면 1.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하니, 장단점이 있는 것이겠지요. 그나저나 안 내려가셔도 되겠습니까? 백작님의 호위임무로 따라 오셨다고 들었는데 말이지요.”


깔끔한 하얀색 제복차림의 선장은 나이가 한참은 많은 것 같았지만, 하킴에게 말을 높이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대답이 이어졌다.


“하독 선장님. 아직 기사서임도 받지 못했는데, 말은 편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호위야 근접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주변의 시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킴은 말을 마치고 눈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선장의 이어지는 말에 긴장을 늦추지는 못하였다.


“졸업도 전에 폐하의 배려로 인원에 포함되신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시면 황녀전하께 기사 서임을 받으신다고 들었지만, 지금도 이렇게 임무에 소홀하시면 앞으로···”


“저런, 지금 수상한 놈이 백작님의 주변에서, 선장님 이야기 중에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가까스로 자리를 벗어난 하킴은 육지와 연결된 발판을 걸어 내려오며, 분주한 선착장의 모습을 눈 안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동 마법 진으로도 도달하지 못하는 거리를, 단 이십여일 만에 대양을 가로질러 서대륙으로 넘어온 것이었기에 이국적인 생소한 풍경이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군주께 감사를 전하고 싶지만, 찾아 뵐 상황이 아니라고 하니, 폐하께서 드리는 선물이라도 전달해 주시오. 저희야 구경이나 하면서 기다리면 되는 것이니.”


백작은 마중 나와있던 사람들의 시선 속에 초조함이 묻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다음 거래를 위해서도 이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백작의 거듭된 요청에 회색복장의 관리의 대답이 이어졌다.


“기존에는 수상께서 직접 나오시기로 했지만, 전일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습니다. 백작께서 도착하시면 우선은 돌아가시고 차후에 연락을 드린다는 전언과 함께, 돌아온 기술자들과 가족들은 그들이 원한다면 포플란왕국으로 대리고 가셔도 된다는 이야기뿐 추가적인 연락은 받지 못했습니다.”


처음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기에, 백작이 답답해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가 없었기에, 한숨과 함께 백작의 입이 떨어졌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물자 수송문제도 있으니 하루 정도 정박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지금까지 고생한 기술자들에게 우리가 말하는 것 보다는 관리께서 전달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구려. 마지막으로 수상께 연락을 부탁한다고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락이 되는대로 전달 드리겠습니다. 그 후까지는 가져오신 물품들은 저희가 받아둘 권한이 없기에 양해 부탁 드립니다.”


지원해준 기술자들로 인해, 일년이 지나기도 전에 부유범선을 건조할 수 있었다. 마법진을 떠나 그것을 적용하는 기술분야에서 서대륙을 따라가기란 멀었지만, 지금같이 교역의 물고를 튼 것이 기회였던 것이다. 그리고 제작기술을 어느 정도 습득하였다고 하지만,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려면 최소3년은 더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는, 추가적인 연장요청을 하려고 선물을 실어왔던 것이었다. 물론 가족들과 동석한 이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은 진작에 완료된 상태였지만, 도착하자 마자, 그들을 대리고 돌아가라고 하니, 좋아해야 하는 마음보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던 것이다.


백작은 뒤편에 서있는 하킴을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 군주의 소개로 서대륙 황제를 보려는 계획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네놈에게는 특별히 임무를 줄 것이니,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완수해서 숙소로 돌아오도록 해라.”


그때부터 집안에서 안면이 있던 하인들과 함께, 항구도시를 돌아다니며 불평을 늘여놓고 있는 하킴이었다.


“하킴 도련님, 마님께서 원하시는 도자기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헉, 저 머리장식은 아가씨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얀. 감상할 시간 없으니깐, 그냥 쓸어 담아.”


벌써부터 기념품을 보따리에 담고 있는 하킴이었다.


☆ ☆ ☆


맨탈리온은, 마치 인형 같은 눈빛을 마주보고 있으려니, 말을 걸기가 무서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정신도 차린 것 같았고, 잠도 청해야 했기에 더러워진 목욕통에 2서클인 정화 마법을 발휘해 보았다. 마법으로 오염된 물만 아니라면 깨끗한 물로 바꾸어 주기에 사기 같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간단하게 세면을 하였다.


욕실을 나오면서 소녀의 입가에 묻어있는 음식들의 흔적을 보고는 씻을 것을 물어보자,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역시나 말은 알아듣는 것 같지만, 혼자 있는 방에 걸어 다니는 인형과 있는 것 같아 무서움이 몰려왔다. 더군다나 살가죽이 붙어있었기에 내일부터는 먹이기만 해야겠다는 다짐과 자신의 허기진 배를 달래며 침대에 누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느라 눈을 감아보았다.


눈을 떠보자, 램프는 켜둔 상태 그대로였지만,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있는 소녀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램프의 노란 불빛을 받은 해골 같은 얼굴이 공포를 주기에 충분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잠시 침음을 삼키던 맨탈리온이 조심스럽게 입을 때었다.


“피곤할거니,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도록 하자.”


그러면서 건너편의 침대를 가리켰다. 역시나 알아들었다는 듯이 그곳으로 가서 자리에 누운 것 까지는 좋았지만, 마치 노려보는 느낌 때문에 늦은 밤까지 잠을 설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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