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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론의 아이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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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라
작품등록일 :
2016.10.26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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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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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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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마 (3)

DUMMY

삼마는 정금화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아브넬을 상대로 지토가 선보이는 것을 목격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체술가로서, 지토의 자세가 암시하는 바는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완벽했다. 흠 잡을 곳 하나 없이 완벽한 준비 자세를 잡고 있었다. 지토의 자세에서부터 태산 같은 굳건함과 공격이든 방어든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을 듯한 유연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꿈같은 경지였다. 삼마가 막연히 꿈꿔만 오던 궁극의 경지. 가끔 자신도, 무의식중에 완벽에 가까운 자세를 갖췄다고 생각될 때가 있긴 했다. 하지만 지토가 선보이고 있는 것과 같이 의식적으로 해본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준비자세일 뿐이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자세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완벽함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감탄하는 것을 멈추고 삼마는 오른팔을 크게 한 번 휘둘렀다.


회색 아우라의 파동이 크게 일어나 지토를 덮쳤다. 삼마의 손을 떠나기 무섭게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자비 없이 사방으로 퍼져갔다. 지토는 양 팔을 교차해 회색 아우라의 파동을 막아냈다. 지토의 완벽한 방어자세를 무너뜨리지 못하고, 회색 파동은 소멸했다.


흐음. 지토는 숨을 골랐다. 가볍게 막은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회색 파동이 남긴 충격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삼마의 전력을 다한 수도 이상으로 묵직한 일격이었다. 성염의 제한이 사라진 삼마가 사용하는 모든 기술에 성염을 넘치도록 들이붓고 있었고, 이는 파괴력을 몇 곱절이고 배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었다. 기술 하나 하나가 필살기와 다름없었다.


삼마의 등에서 다시 두 날개가 돋아났다. 처음 자라났던 날개보다 훨씬 거대한 날개였다. [왕의 보물]에서 흡수한 성염을 활용해 신체변형도 강화한 듯했다. 훨씬 거대해진 두 날개를 펄럭이며 삼마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날개가 없는 지토는 날아오른 삼마를 멍하니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오른손아귀에 [왕의 보물]을 꽉 쥔 채, 삼마가 오른손을 휘둘렀다.


하늘에서부터 회색 아우라가 유성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일격 일격에 담긴 파괴력을 고려할 때 방어가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지토는 옆으로 움직여 피했다. 사실 삼마도 지토가 피할 것을 고려해 전방위를 커버하는 맹공을 퍼부은 것이었지만, 지토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회색 아우라가 지면에 도달하기 직전, 조금씩만 이동하면서 회색 유성우 사이의 좁은 간격을 능숙하게 통과해 삼마의 공격을 간단하게 무력화했다. 얼핏 봤을 땐 빈틈이 없어보였던 삼마의 기술이었는데 지토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묘기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자세만 완벽한 게 아니었다. 움직임을 개시한 이후에도, 지토는 여전히 완벽했다. 회색 아우라의 파동을 받아낼 때의 신체 균형부터 회색 유성우를 피해 스텝을 밟을 때의 무게중심 이동까지. 삼마의 무지막지한 기술의 향연 속에서도 지토의 완벽함은 흔들림이 없었다. 삼마는 갑자기 초조함을 느꼈다. 그의 오른손 안에는 무한한 성염이 넘실대고 있었지만, 그 힘이 왠지 지토에게 닿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삼마는 또다시 [왕의 보물] 안에서 대량의 성염을 흡수해 몸에 둘렀다.


삼마가 마치 회색빛 불새가 된 것 같았다. 거대한 새의 형상으로 불타오르며, 지토를 노리고 급강하했다. 지토는 잠시 피할까 고민해봤지만, 삼마의 기술의 속도와 범위를 볼 때 피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다고 저런 무식한 성염덩어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지토는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섰다. 양 발을 옆으로 벌리고 무릎을 굽혔다. 교차한 양팔로 앞을 막고 있는 것이 마치 삼마의 공격을 막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설사 도중 생각이 바뀌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지토가 방어자세를 잡음과 거의 동시에 삼마가 눈앞에 있었다. 엄청난 스피드였다.


쿠웅!


삼마가 지토를 제대로 들이받은 듯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지토가 뒤로 날아갔고 삼마는 다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방어실패. 삼마의 공격이 너무 강력해, 지토조차 방어에 실패한 것 같았다. 숨을 죽인 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졌다.


정작 지토를 타격한 삼마의 생각은 달랐다.


느낌이 없었다. 지토를 제대로 들이받았다는 느낌이 없었다. 충돌 직전, 지토가 몸을 뒤로 던지며 피해 충돌의 충격을 최소화시킨 것이다. 충돌 직전에 말이다. 그 말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반응해 뒤로 피하다니.......


“웃차.”


지토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역시. 멀쩡해보였다.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삼마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염으로 기술을 강화해 위력과 스피드 모두 배가시켰는데, 지토에게 닿고 있지 않았다. 신체 밸런스가 완벽하게 잡혀있기 때문인가? 충격을 완화하는 움직임조차 완벽했다. 타이밍도 반응속도도 충격을 완화하는 자세도.


억지로라도 닿아야 한다.


삼마는 급강하를 한 번 더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뒤로 피하는 만큼 추격해 어떻게든 타격을 줘야 한다. 삼마는 오른손의 보물로부터 전보다 많은 양의 성염을 흡수해냈다. 다시 한 번 삼마의 전신이 짙은 회색 아우라로 불타올랐다. 지토도 다시 자세를 잡았다. 삼마가 똑같은 기술을 시전하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뒤로 피할 것이라 생각하고 더 거세게 밀고 들어오겠지. 지토가 거기까지 생각할 때쯤, 삼마는 급강하를 시작한 뒤였다. 어마어마한 스피드와 범위였다. 이번에도 도망칠 곳 따윈 없었다. 그리고 지토는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처음에는 기술을 온전히 파악하고 대응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은 아니다. 정금화로 인해 신체 밸런스가 완벽하게 잡힘으로써 얻는 부가효과 중 하나는, 완벽하지 않은 상대의 허점이 굉장히 잘 보인다는 것이었다.


삼마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대량의 회색 아우라를 전신에 두르고 돌격해오고 있다고 하지만, 공격자세에 틈이 있었다. 취약점이 확실히 보였다.


지토는 가만히 서서 삼마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중 나가듯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오른 어깨를 앞세운 채 전속력으로 달려 삼마와 꽝! 하고 부딪혔다.


분명히 동반한 에너지의 양만 따지면 삼마가 훨씬 많았다. 저장조차 터뜨리지 않은 지토가 [왕의 보물]을 사용하고 있는 삼마와 성염에서 겨룰 수는 없었다.


그런데 튕겨져 나간 것은 삼마였다.


코끼리와 토끼가 부딪혔는데 코끼리가 튕겨져 나간 꼴이었다. 적어도 삼마가 느끼기에 그 정도 체급차이가 존재했다. 그런데 밀렸다. 단순 밀린 정도가 아니라 뒤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바닥에 누운 삼마는 가슴 한편이 이상하게 욱신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토의 힘이 욱신거리는 가슴의 한 점에 집중됐었다는 느낌이었다. 지토의 집중된 타격에 밀리고만 것인가? 설득력 없는 얘기였다. 자신도 증폭된 회색 아우라를 전신에 두르고 있지 않았던가. 집중돼 있지는 않았지만, 그 일부만으로도 지토의 검은 아우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성염이었다. 힘에 밀려 뚫렸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언제까지 누워있을 거냐?”


이번엔 지토 쪽에서 먼저 공격을 개시해왔다. 공중으로 높이 뛰어오르더니, 검은 아우라를 집중시킨 오른발로 삼마의 머리를 밟아버리려 했다. 삼마는 방어를 취하는 대신 [왕의 보물]에서 대량의 성염을 끌어와 단번에 폭파시켰다. 삼마 대신 회색 아우라만 밟은 꼴이 된 지토는 역시 힘에 밀려 공중제비를 돌며 뒤로 착지해야했다. 그러나 착지한 자세 역시 흔들림 하나 없이 완벽했다.


삼마는 폭발했다.


“이것이 [왕의 보물]의 힘이다!”


끝없이 오른손아귀의 붉은 보석에서 성염을 흡수하며 삼마가 양손을 휘둘렀다. 한 손 한 손 휘두를 때마다 천지를 덮을 듯한 회색 아우라의 파도가 일어났다. 삼마가 악을 썼다.


“어떻게 이긴다는 거냐? 네가 어떻게? 이 막대한 힘을 네가 어떻게? 네가 어떻게!”


그래. 힘으로는 못 이기지.


지토도 내심 인정했다. 기술 하나 하나에 내포된 성염양이 너무 많아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이걸 힘으로 맞불을 놓으려고 한다면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약점을 찌른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코끼리와 토끼가 부딪히는 정도의 덩치 차이. 하지만 하필 찌른 곳이 코끼리라도 한 번에 죽을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급소라면?


삼마가 구사하는 기술에도 허점이 보였다. 무시무시하게 소용돌이치는 대량의 회색 아우라에서 어떤 곳을 공략하면 그 위력을 한없이 떨어트릴 수 있는지 분명히 보였다. 지토는 자세를 잡고 오른 주먹을 내질러 회색파도 하나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 파도가 분쇄됐다. 이어 왼 주먹도 내질러 다음 파도도 소멸시켰다. 날뛰던 회색 아우라 모두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 마냥 한없이 잠잠해졌다.


삼마는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이 강함은 무엇인가. 이렇게 막대한 성염을 쏟아 부어 공격하고 있는데, 통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나. 아브넬의 절대 방어도 아닌데 뚫리지 않는다니 이 무슨.......


삼마가 멈칫하는 사이, 지토는 순식간에 삼마의 앞으로 이동했다. 깜짝 놀란 삼마는 오른손을 뻗어 대량의 성염을 그대로 방출했다. 코앞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새하얀 성염에 삼켜진 지토였지만, 두 발을 굳건히 땅에 박고 온몸을 때려오는 성염 세례를 버텨냈다. 삼마도 지토가 버티는 것을 눈치 채고, 기를 쓰고 보물에서 성염을 뽑아내 마주잡이로 때려 박고 있었다.


지토는 좀 더 버티며 기다렸다. 좀 더 기다리고 있자니, 밀려오는 성염의 흐름에 몸이 좀 익숙해지는 감이 들었다. 이에 지토는 천천히 한 발자국씩 앞으로 떼면서 걸어 나갔다. 성염 때문에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삼마가 가까이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지토는 토끼가 아니다. 맹수. 범. 표범이다.


지토는 정직하게 오른 주먹을 뻗었다. 딱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쿠웅!


성염 세례가 멈췄다. 지토의 주먹을 방어하기 위해 삼마가 성염을 퍼붓는 것을 멈추고 양팔을 올린 것이다. 그렇게 일권을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삼마는 뒤로 주욱 밀려나가고 말았다. 양팔이 전기라도 감전된 것처럼 저릿했다. 소름이 돋았다. 식은땀이 흘렀다. 정금화를 시전하고 있는 지토의 주먹을 몸으로 처음 받아보는 삼마였다. 가볍게 친 것 같은데, 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정금화 이전의 지토가 전력을 다해 날린 주먹보다도 속을 울리게 하는 힘이 실려 있었다. 에너지 낭비라고는 단 1도 없는 완벽한 주먹의 위력이었다.


지토는 한 걸음에 다시 삼마의 왼편으로 파고들었다. 왼쪽 주먹이 가볍게 먼저 날아왔다. 삼마는 다시 양팔을 들어 방어했고, 지토의 왼 주먹이 그 위를 때렸다.


삼마는 또 뒤로 흠칫 하고 한 걸음 물러났다. 무게를 실어서 치는 게 아닌데, 맞을 때마다 가드가 풀릴 것 같은 위력이다. 이게 대체.......


반격을 가해야 한다고 삼마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전에 지토의 왼 주먹이 삼마의 턱을 노리고 밑에서부터 올라왔기 때문에, 그것부터 막아야 했다. 지토의 왼 주먹을 연이어 막아내는 순간, 삼마는 몸이 잠시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위화감을 느꼈다. 방어를 하고 있는데 충격을 완화시키지를 못하고 있었다. 지토의 주먹이 뿜어내는 파괴력도 파괴력이었지만, 지토가 삼마의 가드의 허점을 계속해서 찌르고 있었기 때문에 주먹의 위력이 말 그대로 극대화되고 있었다. 가드가 불가능했다.


삼마가 뒤로 물러나는 타이밍과 동시에 지토는 몸통을 크게 회전시키면서 오른 주먹으로 삼마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날렸다. 가드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삼마는 또 다시 왕의 보물에서 대량의 성염을 흡수해 회색 아우라의 벽을 쳐 막아내려 했다.


쿠웅!


결과부터 말하자면 막긴 막았다. 하지만 회색 아우라마저도 뚫고 전달된 지토의 힘을 못 이기고 삼마는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삼마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지토를 올려다보았다. 지토는 무덤덤하게 그런 삼마를 내려다보았다. 격차가 좀 실감이 되느냐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삼마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놈!!!”


삼마는 [왕의 보물]의 성염을 오른손에 집중시켰다. 회색 아우라가 활활 타올랐다. 지토도 오른 주먹에 검은 아우라를 집중시켰다. 삼마는 [왕의 보물]을 쥔 채로 오른 주먹을 뻗었다. 지토도 오른 주먹을 뻗어 삼마의 주먹에 맞섰다. 두 주먹이 충돌했다.


집중된 성염의 양은 [왕의 보물]을 쥐고 있는 삼마의 오른 주먹이 비교불가급으로 더 많았다.


그러나 지토가 내지른 주먹은 완벽했다. 뻗는 동작부터 균등히 분배된 힘,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하체까지. 그리고 지토의 주먹은 삼마의 주먹의 허점을 정확히 찌르고 있었다.


쿵!!!


충돌의 여파로 삼마는 뒤로 밀려나다 못해 그만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다. 지토는 한 걸음 반 정도 물러난 게 전부였다. 지토의 얼굴은 평온해보였다. 지토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삼마를 압박하지 않았다. 압박하지 않아도 그의 승리는 명확했다.


또 다시 대자로 바닥에 뻗은 삼마는 공허하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고 있었다. 압도적으로 패배하고 있었다. 온갖 용을 다 써도 이길 방법이 없어 계속 바닥에 눕는 신세였다. 삼마의 기억에 이런 경험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 강자였고, 그가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이 모그리드에서조차 몇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누워있는 쪽이 아니었다 삼마는. 언제나 누워있는 상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쪽이었지.


그래.


삼마는 문득 떠올렸다.


이스르엘이나 노이어. 연습대련을 하면 늘 두 사람이 눕고 내가 내려다보곤 했지.


그리고 누워있는 두 사람이 일어설 수 있도록, 늘 손을 뻗어주었던 것도 삼마였다.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린 삼마를 바라보며 이스르엘과 노이어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두 사람 모두 삼마가 최강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모그리드 최강은 아브넬이었고, 아브넬 다음으로는 비탈과 입다, 아비새가 뽑혔다. 삼마도 물론 아비새와 비견될 정도이니 모그리드 최고 전사 중 하나이긴 했다. 하지만 분명 최고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저렇게 누워있는 삼마의 모습은 두 사람에게 낯설었다.


어울리지 않았다. 삼마가 이렇게까지 압도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다. 삼마가 지토를 이기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친구이자 라이벌로 평생을 삼마와 경쟁해온 두 사람이었지만, 내심 삼마가 자신들보다 위임을 인정하고 있었다. 단순히 더 강한 정도가 아니라, 아브넬을 뒤따라 모그리드 최강자의 계보를 이을 사람은 삼마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삼마가 [왕의 보물]이라는 사기적인 보물까지 활용하고 있음에도 지토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지토가 강하다는 의미겠지. 노이어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생각했다. 입맛이 썼다. 아브넬마저 이겼을 정도이니 모그리드 최강은 분명 지토라고 할 수 있지만...... 역시 모그리드인으로서 모그리드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자란 것도 아닌 지토가 그 타이틀을 가져가는 것은 내키지가 않았다.


노이어가 상념에 잠겨있을 때, 여태껏 잠자코 있던 이스르엘이 갑자기 지토와 삼마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흠칫한 노이어도 무심코 따라 걸었다. 지토는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정금화를 풀고 삼마를 공격하는 것을 멈췄다. 두 사람에게 삼마를 설득할 기회를 다시 한 번 주는 듯했다. 두 친구가 다가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삼마는 바닥에 누운 채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만하자, 삼마.”


지토의 옆에 멈춰선 이스르엘은 잠시 누워있는 삼마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 성격상 무작정 시므리를 추종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


“뭔가 빚을 졌겠지. 갚아야 할 아주 큰 빚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


“그리고 내 짐작이 맞다면.......”


이스르엘은 잠깐 머뭇거렸지만, 결국 말을 이었다.


“......아마 그날 밤 일과 관련이 있겠지.”


“.......”


누워있던 삼마가 움찔하고 반응했다. 성미 급한 노이어조차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이스르엘은 한숨을 쉬었다.


“그날 밤 일 이후 군부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네가, 시므리를 보좌하며 다시 나타났을 때부터 의심은 하고 있었어.”


“........”


“짐승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을 본 지금은 거의 확신하고 있고. 그 힘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게 시므리인 거겠지?”


“.......”


“노이어의 말이 맞아. 넌 여전히 과거에 묶여있어.”


이스르엘이 말했다. 성질 급한 노이어가 또 한 마디 보태려 했지만, 이스르엘이 손으로 제지했다. 이스르엘은 노이어처럼 삼마를 채근하기보다는 달래려 하고 있었다.


“그건 사고였어. 불행한 일이었지만, 사고였어. 그렇기 때문에 군부에서도 너를 처벌하지 않고 사면해준 거야. 고의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군부가 날 용서해줬던 건 다른 이유가 없었어. 그저 내가 강했기 때문이지.”


뜬금없이 삼마가 이스르엘의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 삼마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지토를 무시하고 그의 두 친구를 바라보았다. 삼마는 무언가 체념한 듯 보였다.


진실을 밝혀야 할 때가 왔다.


아주 오랫동안 숨겨왔던 진실을.


“그리고 그날 밤, 그 사고가 일어났던 건 내가 강함을 탐했기 때문이고.”


“삼마......?”


“뭔 소리를 하는 거냐 너......?”


“그날 밤 일은 사고가 아니었어.”


동요하는 두 친구에게 삼마가 담담히 고했다.


“친형제처럼 함께 자란 수많은 선배들과 후배들의 죽음..... 노이어의 얼굴에 난 상처...... 그날 밤, 내가 괴물로 변한 건 내가 그러길 선택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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