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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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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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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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DUMMY

그대로 팔을 잡힌 채 사람들을 헤쳐 나오길 잠시. 우리는 인적이 드물어진 한산한 길로 접어들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여러 사람들의 시선에 휘둘리면서 심신이 지쳐버리고 말았다. 삶이란 이리도 고달픈 것이었던가.

그리고 지금 그 원인제공자인 세라씨는 여전히 내 팔을 잡은 채 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여기선 연상으로서 따끔하게 한마디 해 줘야 할 상황이었다.


“이, 이거 좀 놓아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좋았어. 연상으로서의 체면은 세웠다.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세라씨는 내 당당한 말투 때문에 당황한 것인지 발걸음이 멈춰 버리고 말았다. 그러더니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런 조금 지나쳤던 걸까.

얼마나 그대로 서 있었을까. 슬슬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이윽고 세라씨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죠 드렉씨.”


“네, 넵.”


갑자기 이름이 불려 조금 목소리가 갈라졌다. 다급히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고 있자니 세라씨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 저한테는 존댓말을 쓰시는 건가요?”


“...네?”


어째선지 추궁하는 듯한 투로 말하는 그 모습은 평소의 포근포근한 이미지의 세라씨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모두 말을 놓고 있죠? 어째서 저한테만 그러지 않는 건가요?”


세라씨의 말을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런데 누구 한 사람 빠지지 않았나요? 마빈이라든가 마빈 같은 사람 말이죠.

그렇지만 나보다 연상인 마빈을 빼놓고 보면 내가 말을 높일 필요가 있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길도 나와 동갑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연하였다.

그러니 자연히 세라씨도 나보다 연하겠지. 그런데 어째서 그런 걸까?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세라씨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나에한테도 자연스럽게 반말로 얘기하고 있죠? 알고 있나요? 저랑 나에는 동갑이라구요.”


그러고 보니 나에에게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을 놓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그건 그 녀석이 먼저 나에게 반말을 했기 때문이었을 테지. 그렇지 않았다면 낯가림이 심한 내가 처음 본 여자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놓았을 리가 없을 테니까.

그와는 조금 다르지만 에스메랄다에게도 처음에는 존댓말을 썼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고 있다. 디 그리스와의 일전으로 그녀의 근본적인 약함에 닿을 수 있었기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이기도 하고 말이지.

라뮤는 원래부터 라뮤이기에 라뮤라뮤합니다. 그러니 예외로 치도록 하자.

그렇다면 어째서 세라씨에게는 아직껏 존댓말을 쓰고 있는 것일까. 그건 세라씨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워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성인 여성과는 상성이 좋지 않은 나이기에 동갑인 나에에 비해서 어른스러운 세라씨에게는 스스럼없이 대하기 어렵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것과는 다른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자면... 그래 세라씨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나에나 라뮤와는 달리 세라씨는 늘 한 걸음 물러서서 어딘가 수상하게 후후훗 하고 있고 있는 배후의 인물 같은 느낌을 늘 받고 있었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봐도 같은 얼굴로 웃고 있으니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자연히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그런 면 때문에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마음도, 말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

일단 머릿속에서는 대충 대답이 나왔지만 이걸 세라씨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아무리 사실이라도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우리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말 놓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라든가 ‘저는 님 친구가 아닙니다.’라든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상처 받는다고! 주로 내가.

말로 하지 않아도 옛 일이 떠올라 혼자서 데미지를 입고 말았다. 이젠 그냥 집에 가고 싶다...

그런 내 마음과는 달리 세라씨에게서는 어떻게든 대답을 듣고 말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평소에는 느긋나긋한 아가씨인 주제에 오늘은 어째선지 의욕이 넘치는구만.

그렇지만 역시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조금 그런데...


“그건 아무래도 세라씨가 어른스러......”


내가 생각하기에 무난한 것 같은 대답을 내놓으려고 했지만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 귀엽게 볼을 부풀리고 있던 세라씨에게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제가 나이 들어 보인다는... 그런 말인 걸까요?”


“어, 어엇... 아니 그, 그게 아니오라...”


아니 이 무슨 악귀나찰과도 같은 기백인가. 조금이라도 원만하게 넘어가려고 꺼낸 말이다만 아무래도 핵폭탄의 발사 스위치를 눌러버리고 만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예전부터 나이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마치 예민하게 반응했었지. 전에도 그래서 나에가 울먹이며 도망쳤던 적이 있었다.

여자들은 어째서 나이와 몸무게에 대해서는 이리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은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체중이 늘었다는 것은 좀 더 대지가 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일진데. 아 좀 멋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불행히도 세라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얼음장처럼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 차가움이 물리적으로 전해지는 건지 몸의 떨림이 멈추질 않는뎁쇼...

척수반사 수준으로 어쩔 수 없이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자니 갑자기 세라씨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색이 사라졌다. 쭈뼛거리며 쳐다보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 있는 세라씨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 드렉씨는 왜 이렇게 여자 마음을 모르는 걸까요?”


“죄송합니다...”


나로서는 그저 사죄의 말을 입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뭘 잘못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만.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고 다시 생각에 잠긴 세라씨는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두 손을 마주치며 눈을 떴다.


“드렉씨가 저한테 말을 놓지 않은 건 제가 연하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인 거였죠?”


“네, 넷. 그렇습지요.”


겨우 위기상황이 물러간 터에 혹여 다시 세라씨의 기분이 나빠지지 않도록 저자세로 대답했다. 두 손을 비비며 허리를 굽실거리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는 나다.


“그렇다면 확실히 연하라고 알 수 있도록 행동하는 편이 좋겠죠?”


“어어... 그렇지 않을까요?”


대꾸는 하고 있지만 도대체 지금부터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저는 연하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이라도 들고 다닐 셈인 걸까.


“그럼 지금부터 드렉씨를 오빠라고 부를게요.”


“예예...에엣!?”


무심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순간적으로 왼쪽 귀로 들어간 말이 오른쪽 귀로 빠져 나오기 전에 뇌 속에서 정지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것이지요?


“오빠~”


순간 지구에서 잘 살고 있을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여동생 에너지를 보충 받지 못해서 여동생 성분 결핍으로 환청이 들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쯤 얼이 빠져 뇌 속 앨범에서 여동생의 성장기록을 되새기고 있었더니 팔을 잡아끄는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자 그럼 갈까요 오빠?”


거기에는 환청도, 착각도 아닌 현실 속의 세라씨가 아까처럼 내 팔짱을 낀 채로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아, 아아. 뭔가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조만간 죽을 것 같다. 사인은 심부전인가요 선생님.

그렇게 세라씨가 이끄는 대로 골목을 빠져나온 순간 눈에 들어온 광경에 나는 다시 한 번 말을 잃고 말았다.

이쪽 골목과 저쪽 골목을 잇는 작은 다리 밑. 그 곳에는 아이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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