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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래이
작품등록일 :
2016.12.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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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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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의문 (3)

DUMMY

결전의 시간이 다가온 가운데 브란드는 출타 신고를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다. 자택으로부터 한 달 이상의 부재 시엔 필수적으로 출타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다음 카를로스의 집에도 들러 자신의 부재를 알린 후 밤이 올 때 까지 집에서 대기했다.

밤에 다시 찾은 광장은 낮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유령의 도시처럼 주변은 잠잠하기만 했다. 약간 피로감에 물든 브란드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거리는 아까 본 그대로였다. 디넨돈으로 갈 수 있는 통로 중 하나와 연결 된 도로를 매번 걸어왔던 브란드에겐 지겹기 그지 없는 광경이었다. 아마 눈을 감고도 광장에 도착 할 수 있을 터였다. 브란드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걷기만 했다. 잔잔한 바람을 타고 흐릿한 흙냄새가 공기를 덮어오자 무언가 동질감이 느껴졌다. 어디선가 맡아 본 적 있는 듯 했지만 그냥 기분 탓이려니 하며 오르막 길을 올랐다. 광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낮에 들은 것과는 다른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브란드는 뭔지 확인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입구 너머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대끼고 있었다. 앞서 언급 했던 광장 중앙에 큰 돌기둥이 서 있는 그곳 이었다.


“모두 모여 주시오!”


멀리서 한 남자가 외쳤다. 에단이 말한 관계자로 보였기에 브란드는 혹시 몰라 얼른 달려가 그들과 합류했다. 하얀 양피지를 들고 있던 관계자가 다시 외쳤다.


“여기로 모이시오! 지금부터 이름을 호명 하겠소! 혹시 불리지 않은 사람은 다 부른 다음에 내게 말하시오. 호명이 되면 손을 들면 되오. 먼저, 마커스!”


일행들 중 하나가 손을 들었고 관계자가 다른 사람들을 일일이 부르는 것으로 절차가 진행 됐다. 아직 뭐가 뭔지 파악 못한 브란드는 몇 분 동안 조바심을 느끼며 차례를 기다렸다. 자신이 잘못 찾아온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담으며 주위를 둘러봤는데 모인 사람은 족히 10명 정도 돼 보였고 전부 남자들이었다. 브란드는 다양한 얼굴의 사람들을 한명씩 쳐다보았다.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고 이들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건지 궁금했다.


“마일로!”


본인의 가명이 불렸는데 브란드는 가만히 있었다. 정적이 흐르자 일행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장본인을 찾았다.


“마일로?!”


의아해진 관계자가 다시 불렀다. 브란드는 여전히 정신을 팔고 있었다. 정확히는 본인의 본명이 언급 안돼서 안 부른 줄 알고 있었다.


“마일로 여기 없소?!”


관계자가 되묻자 그제서야 브란드의 귀가 열렸다. 가명의 존재를 깨달은 브란드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들었다.


“나요. 미안하오.”


브란드의 사과에 관계자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양피지에 뭔가를 끄적였다.


“좋소. 다 모였구려. 모두 잘 들으시오. 지금부터 우린 마차를 타러 이동 할 것이오. 앞서 들었겠지만 목적지 까지 꽤나 멀기 때문에 험난한 여정이 될 수 있소. 무엇보다 지금 떠나게 된다면 몇 달 간은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아두시오.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의사를 물어보겠소. 지금이라도 이동할 의사가 없는 사람은 여길 떠나시오.”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가끔 머뭇 거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이내 전부 가만히 있었다. 브란드도 멀찍이 서 있기만 했다.


“아무도 없는 거지요?”


관계자가 재차 물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일행 모두 감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관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가는 걸로 알겠소. 이동합시다. 날 따라오시오.”


관계자가 앞장서며 일행들을 이끌었다. 그들은 브란드가 왔던 길의 반대쪽으로 나아갔다. 브란드가 장을 보던 길도 지나쳐 광장의 또 다른 통로로 이동했다. 일행들이 서로 초면 이었으므로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발 구르는 소리 말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브란드에겐 마치 처음 군대에 입대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서로 발만 안 맞출 뿐이지 조용히 정처 없을 것 같은 걸음걸이는 군대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모퉁이를 돌아 도로로 들어섰고 멀리서 수레 같이 보이는 형체가 희미하게 보였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뚜렷해지는 형체가 마차임과 동시에 그 주변에 어떤 한 사람이 서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얼핏 봤을 때 체격이 뚱뚱한 남자로 보였다.


“총 10명이고, 여기 명단이야.”


뚱뚱한 남자가 말없이 양피지를 건네 받았다. 관계자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한명씩 마차에 탑승 하시오. 차례를 지켜야 하오.”


마차는 뒷 칸에 아치형 뼈대를 박고 그 위에 하얀 천을 둘러싸 벽과 지붕을 형성 하고 있었다. 보기 보단 안이 넓은 덕분에 여러 사람을 태워도 붐비지는 않을 터 였다. 일행들은 마차 앞에 일렬로 서서 한명씩 마차에 올라탔다. 브란드는 가장자리에 앉기 위해 일부러 맨 마지막에 탔다. 의자가 양 옆에 배치 돼 있어 본의 아니게 맞은 편 사람과 마주 보게 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

여전히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일행들은 주뼛이 땅바닥만 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밖에서 관계자 두 명이 서로 마주보며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따분해 하던 브란드는 사뭇 심각한 그들의 표정을 유심히 응시했다. 엿 들어보려고 고개를 살짝 앞으로 기울였지만 목소리가 작아서 잘 들리진 않았다. 몇 십분 후 아까 인솔했던 관계자가 일행들에게 다가왔다.


“이제 출발 할 것이오. 좀 불편 할 수도 있소. 아침부터 오후 늦게 까진 계속 달릴 예정이라서 말이오. 저녁엔 멈추고 잠을 자게 해줄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시오. 그리고 이걸 받으시오.”


관계자가 큼직한 포대 두 자루를 올리자 브란드와 맞은 편 사람이 받아들었다.


“그 안엔 적당한 식량과 갖가지 생필 용품들이 들어있을 것이오. 알아서들 배분하도록 하시오. 그 외엔....... 내가 해 줄 말은 없는 것 같군. 도착하면 거기서 할 일을 배정 해줄 거요. 행운을 빌겠소.”


뒤 칸에 잠시 말아 올린 가림막을 내리자 입구가 가려졌다. 관계자가 떠나자 뚱뚱한 남자는 육중한 몸으로 마부석에 올라탔다. 그 영향으로 마차 뒤 칸이 이리저리 흔들거려 일행들이 일제히 마부석으로 곁눈질을 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고삐 휘두르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앞으로 전진 했다. 말굽 소리와 바퀴 끄는 소리가 어우러져 퍼졌다. 말 두 마리가 끌고 있는 덕분인지 속도가 꽤 빨랐다. 마차가 이동하며 일으키는 바람에 의해 가려졌던 천이 나부끼며 바깥의 풍경을 보여줬다. 순식간에 여러 주택들과 건물들을 거치고 있었다. 여러 불빛들이 멀어지며 마침표 모양으로 변해 갔다.

어느 덧 마차는 외부 성문에서 잠시 멈춰 섰다. 천 너머로 마부와 보초병이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이걸 전해 달라더군.”


뚱뚱한 마부가 말했다. 이윽고 뭔가 부스럭 소리가 들리더니 보초병이 외쳤다.


“통과!”


드르륵 거리며 성문이 열림과 동시에 마차가 출발했다. 가림막 틈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보초병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도로를 지나 흙길로 진입했고 점점 마차의 속력이 빨라졌다. 브란드는 가리막을 걷어내 멀어져 가는 도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늘의 별 만큼이나 여러 가지가 뒤엉킨 느낌이었다.


‘이게 잘하는 짓일까?’


“참 기분이 묘하구려.”


순간 예상치 못한 말소리에 브란드가 흠칫하며 맞은 편의 사내를 쳐다봤다. 그도 브란드와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소?”


혼잣말이 아니었다. 브란드는 그가 자신에게 말 한 것임을 눈치 챘다.


“그런 것 같소.”


브란드도 동조했다. 아까는 몰랐지만 사내의 짧은 머리가 상당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살면서 이런 식으로 집을 떠나게 될 줄은 몰랐소. 적어도 전쟁이 안 나는 동안에는 수도에 박혀 살줄 알았거든. 이렇게 보면 세상일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는 말이 깊이 와 닿는 것 같소. 지금 수도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가 않군.”


“동감이오.”


“벌써부터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는군.”


사내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돈만 아니었으면 여기 있을 일은 없었을 텐데.”


브란드도 중얼거렸다. 새벽도중에 깬 탓 인지 갑자기 몸이 나른해지더니 졸음이 밀려왔다. 천을 잡던 손을 뺀 브란드는 고개를 숙이며 얼추 숙면 자세를 취했다.


“돈만 아니었으면.......”


브란드는 눈이 스르르 감길 때 까지 마지막 말을 되뇌었다. 마차가 세차게 흔들렸지만 이상하게도 그 어떤 날 보다 빨리 잠에 빠져 들었다. 그 사이 도시는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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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의문 (3) 19.10.11 17 0 9쪽
16 05. 의문 (2) 19.10.10 1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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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1. 본능 (1) 19.09.22 59 0 9쪽
1 프롤로그 +2 19.09.21 129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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