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검의 라푼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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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청명
작품등록일 :
2017.01.19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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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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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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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검의 여기사

DUMMY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아이시아스가 깃든 설검의 힘으로, 여자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혹독한 훈련을 거친 최초의 여기사 정도로 알려져 있다.


2년 전부터는 눈꽃제전에 출전해서 본선 진출이라는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설검의 여기사, 설검의 라푼젤.


그게 바로, 내가 가브리엘 영지 내에서 불리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홀리스테인 소속 정식 기사로서 백곰 퇴치 의뢰를 받았다.



“이 놈의 백곰은 왜 사라지질 않는 거야!”



나는 발끈하며 발을 힘껏 차올렸다.


그러자, 내가 신고 있던 플레이트 부츠의 끝에서부터 하얀 눈가루가 흩뿌려졌다.



“이 영지 어딘가에 백곰이 쏟아져 나오는 이계의 문 같은 게 있을지도?”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내 뒤를 쫓아온 남자를 쏘아보았다.


햇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백금발, 헛소리를 내뱉는 이 남자의 보라색 눈동자 속엔 당당함이 묻어 나온다.


나는 그에게 대꾸했다.



“율리우스, 내가 너 판타지 소설 좀 그만 읽으라고 했잖아.”


“오, 라푼젤. 판타지 소설의 매력을 모른다니 안타깝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정말로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는 거잖아?”



그렇게 판타지 소설에 대해 어필하던 율리우스는 내가 허리에 맨 설검을 손으로 가리켰다.



“설검의 정령이라는 아이시아스도 있는데 말이야. 너, 그 사실을 아는 게 극소수라는 점에 감사해라. 여기가 수도였으면 바로 호기심에 미친 마법사들에게 끌려갔을걸?”


“그거야······.”



내가 할 말을 잃고서 말꼬리를 흐리자, 율리우스가 두 눈동자를 빛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손을 감싸듯이 잡았다.



“그러니까 나랑 결혼하자.”


“왜 거기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기에, 나는 냉정하게 율리우스의 손을 뿌리치고서 등을 돌렸다.


그러자, 율리우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내 뒤를 따랐다.


그리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나 정도면 진짜 괜찮은 남자라고? 나 좋다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너, 나 놓치면 분명히 후회할 거라니까?”



율리우스의 말을 듣던 나는 숨기지 않고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율리우스에게 다가가, 그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실제로 율리우스는 눈꽃제전을 통해 정식으로 데뷔한 후부터, 영지 내에서 제법 많은 여성들의 고백을 받고 있다.


그래 봤자, 아직 젊었을 때의 우리 아빠만큼은 못하지만 말이다.


나는 그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럼 그 좋다는 여자 중에 한 명 고르면 되겠네.”


“야아- 그러지 말고 나랑 결혼하자. 너 딱히 좋아하는 남자도 없잖아.”


“없긴 왜 없어. 있어! 사랑하는 남자.”



나는 당당하게 대꾸했다.


조금만 더 어렸다면 율리우스가 여기서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겠지만, 율리우스도 이제는 순순히 걸려들지 않는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생겼고,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나밖에 모르는 그런 남자 있어.’라고 마저 대답하기 전에 율리우스가 먼저 선수 쳤다.



“프로딘님 빼고.”


“칫.”



나는 혀를 한 번 찬 것을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새하얀 털을 가진 짐승이 보였다.


모리아에서 처음으로 봤던, 나와 율리우스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백곰.


설검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 지금은 단순한 사냥감일 뿐이지만, 그 땐 이 녀석이 그렇게나 무서웠었다.


나는 내 뒤를 따르며 결혼하자고 재촉하는 율리우스를 무시하고 설검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서, 설검에 깃든 아이시아스를 불렀다.



“아이시아스! 일할 시간이야.”



그러자, 설검에 달린 눈꽃모양의 보석에서 깜박거리며 빛이 새어 나왔다.


투덜거리는 아이시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오늘만 나를 몇 번째 부려먹고 있는지 아냐?』



나는 해맑은 목소리로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응! 다섯 번째.”


『눈꽃제전도 아니면서 함부로 부려먹지 말란 말이야!』


“가브리엘의 번영을 위해서야.”



뭐, 정확히는 백곰 퇴치 의뢰 보상금을 위해서지만 백곰은 가브리엘 영지를 위협하고 있고, 영지민이 그로 인해 입는 피해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니, 적당히 넘어가도록 하자.



『윽······.』



아이시아스는 ‘가브리엘의 번영을 위해서’라는 대답만 하면 이렇게 할 말을 잃곤 한다.


설검은 ‘날카로운 무예를 상징하는 별의 신, 트윙키가 가브리엘의 번영을 위해 만든 눈의 검’이라고 본인이 직접 그렇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주 잘 써먹고 있다.


나는 설검을 들고서 바닥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이제 입고 있는 플레이트 갑옷의 무게에도 익숙해져서, 나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인 순발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백곰이 나를 공격하기 전에, 나는 백곰의 몸통에 설검을 깊게 찔러 넣으며 외쳤다.



“아이시아스! 얼려버려-!”



그러자, 설검이 시리게 빛났다.


내가 설검을 찔러 넣은 부위에서 훅-하고 순식간에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날뛰려던 백곰을 얼려버렸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설검을 몸통에서 빼냈다.


그리고는 내 뒤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구경하던 율리우스를 불렀다.



“율리우스.”


“네네~ 여왕님, 받들겠나이다.”



율리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뽑아 들더니, 얼어버린 백곰의 가슴에 강한 힘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무언가 파삭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꽁꽁 얼어버린 백곰의 심장이 강한 힘에 의해 부서지는 소리.


율리우스가 가한 힘의 반동으로, 백곰이 뒤로 ‘쿵’하고 쓰러졌다.


설검이 있으니, 백곰 퇴치가 이렇게나 수월했다.


백곰의 가슴에서 검을 빼낸 율리우스가 자신의 검을 살펴보며 감탄했다.


칼날의 표면이 깨끗했다.



“이야~ 보면 볼수록 대단하단 말이야. 어떻게 피까지 깨끗하게 얼려버릴 수가 있지?”



나는 그런 율리우스의 앞에서 설검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아이시아스, 들었어? 율리우스가 너 대단하대.”


『흥, 이 몸이 대단한 걸 이제야 알았단 말이야? 한심한 녀석이네.』



아이시아스가 이렇게 설검으로 변해 있을 때, 아이시아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나는 아이시아스의 대꾸를 적당히 무시하며 설검을 다시 허리에 맸다.


그리고는 보상금을 받기 위해, 백곰 퇴치 의뢰자가 있는 마을로 향했다.


용돈 벌이를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발걸음도 가볍게 마을로 이동하고 있었다.


내가 율리우스에게 계속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아이시아스가 항의했다.



『이봐! 내가 대답을 했으면 제대로 전해달란 말이야!』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걸 뭐 하러 전해주냐?’


그리고 콧방귀를 뀌었다가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오구오구- 우리 아이시아스, 정말 잘했어요~ 대단해, 대단해, 자, 끝~”


『야!』



귀찮았던 내가 적당히 넘기자, 아이시아스가 분노하며 설검에서 미소년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내 옷깃을 붙잡아 세웠다.


나와 동행하던 율리우스가 그 모습을 보며 또 다시 감탄했다.


율리우스는 아이시아스가 변신하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면서 새삼스레 감탄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숙해진 우리와 달리 아이시아스는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이시아스가 나를 올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꾸 어린애 취급하지 마! 내가 너보다는 훨씬 나이 많을걸?”



키도, 얼굴도, 전혀 변함없는 미소년의 모습으로 얘기해봤자 하나도 설득력이 없었다.



“그래? 그럼 너 몇 살인데?”



내 물음에 아이시아스가 당황했다.



“그,그거야···.”


“그거야?”



내가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거리며 묻자, 고민에 잠겼던 아이시아스가 발끈했다.



“누가 봐도 내가 더 나이가 많겠지! 나는 정령이고, 넌 그냥 인간이잖아!”


“율리우스, 네가 보기에도 그래?”



내가 옆에서 함께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율리우스에게 묻자, 율리우스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이 인간들이 진짜.”



아이시아스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우리 둘을 쏘아보았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시아스를 지나쳐 마을로 향하던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아이시아스는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실제로 나보다 늦게 태어났는지, 일찍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겉보기로 판단할 수밖에.


설사,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이제 와서 아이시아스에게 존대를 하는 등, 태도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었다.


이미 이렇게 지내는 데에 익숙해졌고, 편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걸어가자, 멀리서 마을이 보였다.


나는 삐친 아이시아스를 설득–이라고 쓰고 협박이라고 읽는다.–해서 다시 설검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설검을 다시 허리에 매고서 율리우스와 함께 마을로 들어섰다.


율리우스와 함께 의뢰인을 찾아가려는데, 한산한 여느 때와 달리, 마을 광장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응? 무슨 일이지?”


작가의말

열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느낌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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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설검의 라푼젤 리메이크합니다! +2 17.03.15 154 0 -
14 빨간 장미와 검은 장미 17.03.15 219 0 9쪽
13 라벤더의 향기로움에 매료되다. 17.03.14 158 0 10쪽
12 이래도 나랑 결혼 안 할 거야? 정말로? 17.03.11 176 0 8쪽
11 여자는 검을 들면 안돼? +2 17.02.10 228 1 13쪽
» 설검의 여기사 17.02.01 152 1 9쪽
9 그게 아빠와 딸이니까. +4 17.01.27 220 2 12쪽
8 오늘은 왜인지 몸 상태가 이상해. 17.01.26 255 2 9쪽
7 다시 만나다 +2 17.01.26 210 2 10쪽
6 아이시아스 = 미소년 ? +4 17.01.24 264 2 10쪽
5 설검의 정령, 아이시아스. +2 17.01.22 201 2 9쪽
4 율리우스! 그 고백, 진심이야? +2 17.01.21 212 2 9쪽
3 아빠와 딸의 냉전 17.01.20 194 1 9쪽
2 네 놈이 내 딸에게 헛바람을 불어넣은 그 놈이냐 +2 17.01.19 290 3 10쪽
1 열세 살, 딸바보 아빠를 거부한 외동딸 +4 17.01.19 41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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