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속 스켈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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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7.04.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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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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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기준의 변화

DUMMY

나는 가운 삼인방과 함께 가까운 카페로 이동했다. 일단 그들과 약속한 것은 해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간도 좀 남고.'


일행들은 알아서 놀라고 카드를 쥐어 보냈다. 이젠 라올라드가 한글을 다 익힌 관계로, 그들 역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해 둬도 괜찮았다.


'아직 상식이 약해서 멀리는 못 떨어뜨려 놓지만.'


전에 한번 갔었던 백화점에 보냈고, 문제가 생기면 보여주라고 스마트 폰도 들려 보내줬으니, 일이 생기면 하나뿐인 전화로 연락이 올 거다.

그러니 나는 편안한 감각으로 가운 삼인방과 대화했다.


"나한테 묻고 싶은 게 뭐라고 했지? 아, 한 명씩 차근차근하자."


한꺼번에 말하려는 것을 멈추고 순서대로 질문하게 했다.


"던전에는 어떻게 들어간 건가요?"


"땅을 팠어. 쫑이 그런 걸 아주 잘하거든. 흔적도 잘 지우고."


나름 고민해서 내놓은 변명이었지만, 그들의 눈초리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나는 그들을 카페에서 데리고 나와, 돌바닥을 파괴하며 내려가는 쫑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신기하다... 동물도 던전에서 힘을 얻으면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우리도 동물들을 잔뜩 데리고 가면 하나쯤 걸리지 않을까!?"


"도, 동물과 소, 소통이 히, 힘들어어..."


겨우 질문에 하나 답해 줬을 뿐인데, 그들은 저들끼리의 토론에 빠져버렸다. 나는 그들이 돌아보게 하려고 일부러 헛기침으로 인기척을 냈다.


"나 갈까?"


"하핫, 죄송합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있으면 곧잘 빠져버리는 터라..."


"빠지는 건 괜찮은데, 내가 간 다음에 해 줬으면 하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그 이후로 내가 몇 가지 질문에 더 대답을 하자, 그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하핫,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연락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A급 체이서의 생생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좀처럼 없어서..."


즉, 이후로도 나에게 연락을 하겠다는 뜻이다. 나는 거절할까, 하다가 어차피 지구에 오면 크게 할 일이 없다는 걸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문자만 한다면."


"알겠습니닷! 그럼 나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일부러 과장하듯이 말한 남자를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들이 있을 법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후로 정 실장에게 부산물을 건네주고, 일행과 휴양지에 가거나 하성이와 만나며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슬슬 던전에 들어가려고 준비를 하려는 찰라, 정 실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던전에 골치 아픈 몬스터들이 나타났다더군."


그 말에 짐작 가는 것이 있었지만,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어떤 몬스터이길래?"


"B급 몬스터다. 뭐, 아주 강한 개체는 아니지만... 문제는 C급 던전에서 나왔다는 거지."


"피해가 컸겠군요."


"이런 일은 처음 있는 거니 어쩔 수 없지."


"그것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전혀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 위로였지만, 어차피 상대도 그다지 양심 있는 인물은 아니었기에, 그냥 말로만 사고를 안타까워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저에게 연락해주신 이유가?"


"...여태껏 없었던 패턴이라 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그런데 B급 체이서 만으로는 생포가 불가능."


나는 그제야 정 실장이 나에게 연락을 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희 파티에게 잡아 달라 하시는 거군요."


"맞아. 솔직히 자네 파티는 일반 A급보다 월등히 강하거든."


그건 반쯤 느끼고 있던 거였다. 상당히 힘을 줄인 상태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A급 보다 훨씬 많은 몬스터를 잡았으니, 다르다는 걸 깨닫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하고 몬스터를 생포해주는 것은 다른 문제지.'


"조금 생각을 해봐도 되겠습니까?"


"시간은 오래 주지 못해."


"15분 정도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좋아. 그럼 다시 연락 주게."


나는 정 실장과의 전화를 끊고, 이 일에 대해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특이한 몬스터가 라올라드의 작품인 건 알겠는데... 그걸 내가 잡아도 되는 걸까?'


분명 라올라드는 던전 등급보다 한 단계씩 높은 몬스터를 간헐적으로 넣을 계획이었다. 당연히 몬스터가 잡히는 것도 예정된 일. 그러나 그걸 내가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필요했다.


'특히 내가 잡아주게 되면 몬스터를 연구하는 놈들이 보게 될 텐데...'


그렇다면 그 몬스터가 특이종이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잠깐만. 그거 생각해 보니까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냐?'


만약 내가 잡아 온 몬스터가 일반적인 녀석들과 다른, 뭔가 변이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기적으로 몬스터가 나와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라올라드의 신임을 더 얻을 수 있겠지.'


배신은 밑의 부하보다 간부가 했을 때, 훨씬 타격이 크다. 더군다나 나는 라올라드를 죽이려고 작정하는 상황. 당연히 라올라드의 약점 등을 알아야 그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일은 하는 게 좋겠군.'


나는 다시 정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사냥을 맡겠다고 하자, 정 실장은 되도록 빠른 움직임을 요구했다. 이번엔 라올라드에게 들리지도 못하는 만큼 준비할 게 없었기에, 응한 게 바로 30분 전.

우리 일행은 이동하는 봉고차에 있었다.

그 안에서 브리아는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리무진'이란 거 타보고 싶었는데..."


사실 우리의 편안한 이동을 위해 리무진이 준비되어 있었다. 던전에서 몬스터를 잡는 게 급하다고는 하지만, 이미 사람들이 전부 대피한 상황. 1분 1초가 급한 것은 아니라서, 이동에 대한 편의는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리무진을 타지 못했다.


"미안하군. 내 몸무게 때문에."


대장 때문에 리무진이 푹 가라앉아 바퀴가 차체에 쓸렸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튼튼하면서도 덩치가 적당한 봉고차로 이동하게 됐다.

그게 리무진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던 브리아에겐 아쉬웠나보다.

하지만 대장이 사과하자 이내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냐! 이 차도 넓고 좋아!"


그러면서 말실수를 열심히 덮으려 노력하는 그녀를 보고, 내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브리아씨는 예쁜 차를 좋아하는 건가요?"


남자는 양복에 뿔테 안경을 썼는데, 왠지 그 모습이 모범생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머리 스타일도 그다지 꾸미지 않았고, 시계 같은 액세서리도 없었다.

나는 이 브리핑 요원이 일만 하는 남자라고 판단하며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뭐든 안 받을 겁니다."


"그러면 더 좋네요. 요즘엔 물건만 받고 떠나는 여자도 많으니까요."


"그렇습니까."


눈앞의 남자는 우리가 이동하면서 브리핑 요원으로 오게 된 사람이다. 그는 브리아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서 눈을 떼지 못했다. 브리아가 피부색을 제외하면 상당한 미인이니 그 사실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게다가 나는 일행의 연애관에 참견하지 않는 만큼, 문제 되는 것도 없었고.

그래. 딱 거기까지였다면.


'제길...'


그러나 이 소심남은 브리아가 아니라 나에게 접근해서 정보를 얻으려는 게 아닌가. 그가 이리저리 질문을 해오는 통에, 정말 나로선 귀찮기 짝이 없었다. 이젠 그녀도 한글이 돼서 어설프게나마 대화가 통할 텐데도, 이 소심남은 정작 당사자에게는 말 한마디 못 걸고 있었다.


"그럼 브리아씨는..."


"하아..."


나는 한숨을 쉬고, 그의 말을 무시하며 브리핑 자료에 눈을 돌렸다.


'...라올라드가 내 의견에 따라줘서 다행이군.'


아이디어의 발안자이기 때문일까? 그는 거의 말해준 대로 몬스터를 보냈다.


'몬스터의 종류는 C급에서 흔히 보던 것과 같군. 그러나 덩치가 더 크고 색깔이 달라. 게다가 한 등급 높은 수준의 전투력을 가져서, C급 체이서로는 대응 불가능. B급도 대응하기 까다로운 돌연변이인가... 확실히 이 정도 수준의 녀석이 가끔 나오기만 해도 체이서들의 피해가 크겠어.'


그렇다고 이 돌연변이에게 대응하기 위해, 높은 등급의 체이서를 낮은 던전에 넣는 것도 곤란해진다. 체이서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며 한탕주의를 지향하니까. 등급마다 수익의 차이가 꽤 있다는 걸 생각하면, 한 단계 낮은 던전에서 장기간 있는 것은 자원봉사에 가깝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겠어.'


상황은 만족스러웠다.







던전의 위치는 충남 공주시 부근이었다. 1시간이 조금 넘어 도착하니, 그곳에는 많은 체이서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사람들입니까?"


"어... 그게, 원래 C급 던전에 들어가는 체이서들과 캠프에 종사하던 전문가들이래요. B급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빠져 나와서 재산을 못 가져와서, 발만 굴리고 있다는데요?"


"...그렇군요."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계획에 문제점을 알아낼 수 있었다.


'캠프 사람들까지 후퇴하는 건 곤란한데... '안전지대'와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없으면 체이서들도 오래 버티지 못해.'


그 부분은 라올라드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헤치며 던전으로 나아갔다.

그때, 내 귀에 스쳐 지나가는 말이 있었다.


"돌연변이라면 역시 특이한 부산물이 나오겠지?"


그건 그냥 수군대는 사람들의 추측이었다.

그러나 이 일과 관련된 나에게는 아이디어나 다름없었다.


'...특이한 것들.'


나는 몰래 쫑에게서 예전 개미굴에서 얻은 예리한 단검을 꺼내 받았다.


'위기만 있다면 무조건 도망만 치겠지만, 보상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잡아야 할 돌연변이 몬스터. 녀석의 몸이나 내장에 이 단검을 감춰둘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보상에 대한 것은 라올라드에게도 건의할 생각이다.


'보상이 나오면 비슷한 등급이나, 낮은 등급의 체이서들도 한탕을 노리고 달려들 거야. 그건 라올라드의 목적과 부합한다.'


다만 이번 일에는 목적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들을 강화한다.'


라올라드를 죽이려는 데 있어서 나와 일행들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세력을 불리는 것은 당연한 일.


'욕심을 채워주면 사람들도 움직이겠지.'


나는 속으로 웃으며 던전에 들어갔다.






몬스터를 잡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수색도 빨랐다. 내가 일부러 따라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을 전부 물리쳤기 때문에, 일행이 능력에 재한 없이 움직인 덕분이었다.

나는 돌연변이라 불리는 녀석을 가볍게 제압한 뒤, 뱃속에 단검을 집어넣고 던전 입구의 캠프로 끌고 갔다.

B급 몬스터를 가볍게 제압해서 데려오는 모습에 체이서들이 떠드는 것을 보며, 우리는 자칭 전문가들이 관찰하기 위해 녀석을 구속구에 묶는 수고까지 한 뒤에야 던전을 나갈 수 있었다.


'물건은 며칠쯤에 발견되려나...'


속으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오. 왔군. 저번의 활약은 잘 보았다.]


이틀 뒤. 라올라드와 만난 나는, 갑작스러운 칭찬을 들었다. 예상치도 못한 말이었기 때문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


[몬스터의 뱃속에 물건을 넣는 것 말이다. 인간의 욕심을 아주 잘 이해한 행동이었다.]


'보고 있었나!'


그가 말한 것은 내가 돌연변이 몬스터를 처치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하긴, 처음으로 한 실험이니 경과를 지켜보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그러나 말하지도 않는 내 행동이 들켰다는 것은 꽤 등골이 오싹한 일이었다.


'...나중에 배신할 때는 주의해야겠어.'


"과연, 제 행동만으로 모든 걸 꿰뚫어 보시다니, 역시 라올라드님이십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더 말씀드릴 것이..."


나는 라올라드에게 캠프를 습격하지 말 것에 관해 설명하고, 저번에 부탁받은 책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 책 목록을 받고 나가려는 찰라.


[이번에는 한 가지 더 시킬 것이 있다.]


그가 나를 붙잡았다.


[인간 하나를 잡아 오라.]


그리고 내린 명령은 납치였다.


작가의말

큰일 났습니다. 오늘로써 제가 완전한 백수가 되었어요. 전에는 ‘실업 급여 받는 백수’였는데, 이젠 아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압박이 강해질 것 같습니다. 슬프군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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