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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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
작품등록일 :
2017.04.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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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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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30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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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담는다는 건 닮는다는 거야(5)

DUMMY

"힘이라는 건, 흐름이라는 건 늘 어디론가 떠내려가서. 영원히 존재하지만 영원히 가둘 수는 없지."


슬리체의 목소리는 감기에 걸린 것처럼 갈라졌지만 귀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모든 생명은 항상 움직이게 되어 있는 거야. 생명의 활동... 활력이란 그 자체만으로 세계의 흐름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바꾸며 해서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장치가 되는거야."


오히려 그 특유의 목소리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도 같았다.

단순히 듣기 좋은 건 감긴다며, 음악 취급하지 않던가.


하지만.

집중이 된다고, 귓전에 때려 박듯이 단어가 들린다고 해서 그런 말이 듣고 싶다는 것 아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 그랬다.


"참 안타까운 일... 아닌가."


특히나 그런 말은 더욱이 더.


"안타까운 건 여기 이러고 떠있는 게 안타까운 일이지!"


설령 몸은 멋대로 움직일 수 없을지라도 말은 마음껏 할 수 있었기에 나는 사양치 않고 맘껏 소리쳤다.


"뭐야아.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대체 뭐라는 건데."


떠다닌지 오래되어 거북하다던 야우라는 좋지 않은 몸상태도 잊어버리고 극도로 심심해지다 못해 아예 사색적으로 변해버렸다.

그 애는 아리송한 말을 늘어놓는 슬리체를 거듭 재촉했다.

뜸을 들여 슬리체가 내놓은 답은 이랬다.


"세계를 유지하는 장치로서 살아가는 거야. 의지는... 순리의 일부에 불과해."


"으응? 아닌 거 같은데. 너 잘못 알고 있는 거 같은데? 봐, 난 지금도 내 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내, 마, 음, 대, 로!"


아닐 텐데.

분명히 지 맘대로 움직이고 있지 못할 텐데.

난 허공에서 팔을 휘젓는 야우라를 보며 그렇게 생각만 했다.

그것보다 지금 친해진양 그렇게 여담이나 나누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렇게 보일 뿐이지."


슬리체가 말했다.


"그럼 누가 날 조종하고 있다는 건데?"


"....모든 게."


그렇게 말한 슬리체는 별안간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누가 보면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나 확인해보는 사람처럼 멍하니, 또는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긴 실내였다. 천장이 있는 곳이었다. 녀석은 천장을 보고 있었다.


내가 떨어진 구멍 말고는 별 볼 일 없는 벽돌 천장. 무엇을 그렇게 보고 있나, 나는 슬리체의 시선을 따라 뭔가 특이한 점을 찾으려 해보았다.


벽돌. 벽돌. 벽돌....

역시 모르겠다. 정교하게 짜 맞춰져 버티고 있는 벽돌이 천장의 전부였다.


아닌가.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착각인 줄 알았던 소리는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진동으로 느껴졌다. 천장에서 오래된 돌가루가 흘러내렸다.


진동은 다시 커다란 소리로 바뀌어 들렸다.


파악!


커다란 소리와 동시에 천장의 벽돌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 몸을 웅크려 떨어지는 벽돌을 막았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 어쩔 텐가,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는 걸.


역시나 시간이 지나도 벽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돌은 맞은 사람의 비명도 들리지 않았고, 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여긴 천국도 아니었다.

멀쩡하다.


"어우. 역시 슐리체라니까. 글리를 위해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있었잖아?!"


듣기 싫은데, 이젠 그마저도 덤덤하게 느껴질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도 함께였다.


글리 캐스트는 기분 나쁘도록 게슴츠레 뜬 눈으로 실실 웃었다.


"난 항상 글리 편이니까."


슬리체는 전에 그랬듯 당연한 것처럼 대꾸했다.


"이씨....! 이건 또 뭐야!"


허공에다가도 화를 내는 반 랜드레이도 있었다.

그리고 저 자식이 있다는 건.


"떨어진다떨어진다떨어진다떨어진다떨어진다.... 떨어진다....! 바닥이 온다....! 바닥이바닥이바닥이....!"


뭐라고 하는지도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중얼거리는 레샤도 있다는 뜻이었다.


좋지 않다.


글리가 올 거라고 했던 슬리체의 말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세상천지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하필이면 왜 지금 증명되는 걸까.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절대, 이루어질리 없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도무지 머릿속이 정리가 안됐다.

결국 나는 반 랜드레이에게 묻기로 했다.


"너 졌...."


"안 졌어!"


내가 질문을 끝내기도 전부터 반 랜드레이는 으르렁 성을 내었다.

눈에 핏발이 가득 선 것이 아직 싸움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뭐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오랜만에 보는 김에 소식이 궁금해서. 어어, 그런 거야. 뭐 다른 뜻이 있던 건 아니고."


뱉고나서 든 생각이지만 안 하는 게 나은 말이었다.


"네 눈엔 이게 진 걸로 보이냐....?!"


새삼 열이 뻗치는 것인지 반 랜드레이는 울대가 긁히는 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뭐, 꼭 그렇게 집어 묻는다면 진 걸로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그야 이긴 걸로 보이진 않으니까."


나랑 같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스칸달른 용사님의 모습을 보고서 누가 개선장군을 떠올리겠느냔 말이다. 그런 말을 할 놈은 뒷배에 칼을 숨겨둔 간신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안 졌어! 끝까지 가면, 내가 이긴다....! 너야말로 밑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이건 뭐냐. 덫?"


반 랜드레이는 다 함께 두둥실 떠있는 지금의 상황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거 하나만큼은 나랑 맞아서 다행이었다.


이 방을 떠다니는 것 중엔 글리도 있었다. 그 녀석은 절대 내 편이 아니지. 절대로


"어우, 덫이라니."


글리는 매우 안타까운 말을 들은 것처럼 제 가슴을 안고 슬퍼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그건 아주 잠깐뿐이었고 이내 히죽 웃으며 발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마법이야! 슐리체의 취미 같은 거지. 슐리체는.... 정말 늠름하고 멋진 아이라니까. 그렇지?"


취미인 마법이 이 정도라면 장사는 얼마나 잘하는 걸까. 사실 돈은 글리가 아니라 슬리체가 다 벌고 있던 걸까.

아니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었다.


"누가 봐도 이게 본업이잖아!"


내가 말했다.


"가끔은 취미에서 더 나은 적성을 발견하기도 하는 게 살아가는 재미 아니겠어? 글리는... 그렇게 생각해."


허공에 떠있는 것이 꽤나 익숙한 것인지 글리는 몸을 돌려 거꾸로 앉아서 키득키득 웃었다.


"글리처럼 말이야! 물론 글리는 훌륭한 상인이지마안? 요즘 들어 새 재능을 찾은 거 같아! 바로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찾는 거야! 수배, 라고도 하지? 돈을 벌고 싶은 상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좀 잘하는 거 같아서 자랑하는 거야. 오! 방금 좀 괜찮지 않았어? 잘하는 거 같아서, 자랑하는 거야!"


말이 길다.

이 녀석이 말이 길어질 때, 말이야 항상 많았지만 특히 길어질 때, 그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다는 의미였다.


고대하는 것처럼, 기대하는 것처럼, 자랑스레 내보이기 전에 온갖 미사여구를 주르륵 나열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녀석은 지금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퉁명스럽게 묻자 글리는 기쁘지 마다 않는 얼굴로 품안에서 구슬을 꺼내보였다.

푸르스름한 빛을 담고 있는 그건.


"찾았다는 말을 해주려고! 미력의 돌말이야. 후후... 후후흐흐...!"


하하호호 웃다. 키득키득 웃다. 껄껄껄 웃다. 사람의 웃음은 표현하는 말은 많다.

이건 그 중에서도 낄낄 웃는 거였다.


딱히 책망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자연스레 반 랜드레이를 보게 되었다.


"안 졌다고....!"


"아니. 뭐... 그래. 나도 알아. 알지."


싸우는 게 주 목적이 아니라서 문제였던 거겠지. 잘 알고말고.


위로까지는 못해주겠고, 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머리나 옷가지가 조금 헝클어졌을 뿐 레샤는 야우라에게 상처 없이 건강하게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어딘가 다쳤다면 저렇게 야우라에게 이것저것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충분히 보호해주며 싸웠다는 뜻이다.


나는 다시 글리를 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기쁜듯 실실 웃는 낯짝으로 내 반응을 관찰하고 있었다.

뭔가 반응해주면 지는 걸까. 아니면 아무 말도 못 하는 게 지는 걸까.

그 사이 제한 시간은 끝나버렸다.


"어우! 걱정하지마, 레이크. 조금 있다가 레이크의 토큰도 돌려줄 테니까. 깨끗하게 닦아놨다구. 글리는... 빌려간 물건은 제 때 온전히 돌려줘야한다고 배웠거든."


글리가 먼저 말했다.

이제 와서 토큰을 돌려주겠다니 말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글리."


조용하던 슬리체가 문득 글리를 불렀다. 뭔가 더 말하려던 글리는 퍼뜩 놀라서는 손으로 제 입술을 가렸다.

양해를 구하듯 씩 웃은 글리는 이어 말했다.


"아, 맞다. 미안해, 슐리체. 깜빡하고 있었어. 글리는 자주 이런다니까? 괜찮아?"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글리. 그냥 왔다는 것뿐이야."


왔다고?


나는 바깥쪽의 문을 보았다. 거기엔 텐더가 있었다. 거대한 덩치의, 프리실라의 하인 중 하나라던 그 사람 말이다.


그 때, 나는 몸이 아래로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슬리체의 마법이 풀렸다.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았던 나는 맥없이 떨어져 바닥에 철푸덕 뺨을 부딪쳤다.

갑자기 떨어져버리니 별 높지 않은데서 떨어졌는데도 꽤 아프다.


"웬 소란이십니까."


다소 둔하게 물었던 텐더는 특별히 반 랜드레이를 보며 손가락을 치켜 가리켰다.


"당신은 처음 보는데. 무기를 버리십시오. 여긴 소란피우는 곳이 아닙니다."


그 말이 반 랜드레이는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뭐? 넌 또 뭐냐. 이 자식이랑 한 패냐? 뭐든 간에 나한테 무기를 버리게 하려면 꽤나 힘들 거다."


반 랜드레이가 고갯짓으로 가리킨 건 글리 캐스트였다.


"당신은 수상쩍은 사람이군요."


"난 스칸달른의 용사 반 랜드레이다. 너희야말로 지하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한데?"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텐더는 목소리는 갑자기 확 줄어들어 도무지 들리지 않는 정도가 되었다.


"무력을 써서 제압해야죠! 프리실라 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글리가 돕기라도 하는 것처럼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 맞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억이 떠오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얼버무리는 것인지 텐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 덩치가 위협을 하는데도 반 랜드레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오히려 한 발짝 나섰다.


"제압. 좋지. 어느 쪽이 제압 당하나 볼까."


"야, 진짜 하게?"


보다 못한 내가 말했다.


"그럼 어떡할까. 원하는 대로 제압 당해줄까? 근데 난 그런 성미는 아니라서."


듣고 보니 그러는 것도 좀 이상하긴 했다.

그런데, 아무리 덩치가 곰만한 사람이래도 검을 들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어쩌려는 걸까. 난 텐더의 의도가 더 걱정이었다.


"맨손이냐? 자신감은 좋군. 마음에 든다."


반 랜드레이가 앞으로 나오는 만큼 텐더도 느리면서도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야. 너 지금 갑옷도 방패도 없다고. 제정신이냐?"


재차 반 랜드레이가 물어도 텐더는 묵묵부답이었다.


감이 안 좋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뭐랄까...


결국 반 랜드레이는 검을 들고 텐더와 격돌했다. 하기로 한 이상 반 랜드레이는 텐더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캉!


검날과 텐더의 팔이 부딪치자 생각지 못한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이 자식. 칼날이 안 들...?"


당황한 반 랜드레이가 미쳐 손 써보기도 전에 텐더의 바윗덩이 같은 주먹이 반 랜드레이의 턱을 올려쳤다.


완벽한 카운터펀치에 반 랜드레이는 휘청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허공을 날아 벽에 처박혔다.

벽에 기대앉은 것처럼 쓰러진 반 랜드레이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아예 기절해버린 것 같았다.


"히익...!"


지켜보던 레샤가 내 윗옷자락을 꽉 쥐어 당겼다.

그 정도의 광경이었다.


"야, 저거..."


그 야우라도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나는 야우라가 일어나지 못하게 팔을 잡았다.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았다.

지금은 가만히 있어야했다.


텐더는 느릿느릿 걸어 쓰러진 반 랜드레이를 어깨에 들쳐 맸다. 그리고 다시 이쪽을 보았다.

기다린 듯 글리 캐스트가 입을 열었다.


"텐더. 기쁜 소식이에요. 글리가 물건을 찾았어요."


"네. 프리실라 님도 그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텐더가 다가오자 글리 캐스트는 미력의 돌을 꺼내 보여주었다.


"이게 마지막이에요. 이제 프리실라가 말했던 납품 계약은 모두 완수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전부 끝났다고요. 약속, 기억하고 있죠?"


"약속한 보.... 보...."


"보수?"


글리가 빈 음절을 채워주자 텐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보수는 프리실라님께 말씀드리고 내일 바로 드리겠습니다. "


"아하, 텐더. 그런 거 말고요. 기억 안 나는 거예요? 프리실라가 말했을 텐데."


"저는 모르겠습니다. 프리실라님은 제게 보... 보수에 대해서만 말씀하셨습니다."


글리가 눈썹을 이리저리 꿈틀대는 사이 텐더는 반대쪽에 있던 우리에게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우리는 아주 잠깐 눈치를 보고선 얌전히 텐더가 시키는 대로 일어났다.


"어우.... 그래요.... 글리가 프리실라에게 직접 물어볼게요. 프리실라는 어디에 있죠?"


"...작업실입니다."


"고마워요. 텐더....!"


글리는 입으로는 웃고 눈으로는 텐더를 죽일 듯이 쳐다보면서 밖으로 먼저 나갔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글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보일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글리는 생각보다 욕심이 많은 것 같았다. 정해진 보수 외에도 다른 걸 챙기려고 하다니. 하기야 미력의 돌이라는 물건이 가진 신묘함을 생각해보면 그냥 넘기기는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우리는 텐더에게 밀려 외딴 복도까지 끌려갔다. 거긴 방이라고 하긴 뭣했다. 여태까지는 불빛 덕에 붉은 빛깔이었던 벽돌들이 여기는 완전히 검푸른 색이었으니 완전 차갑고 음침한 곳이었다.


나는 앞으로 안 가려고 버티는 레샤의 등을 살살 밀었다.

여기서 안 가겠다고 우기는 건 의미 없는 짓이었다.


조금 뒤 한 문 앞에 도착하자 텐더가 그 앞에 멈춰 섰다.


"저기.... 여긴 어디에요?"


내가 물었다.


"재료를 손질하는 곳입니다."


텐더는 느릿느릿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말했다.


"아아... 그렇군요. 네에..."


재료를 손질하는 곳이라니 야채나 고기 같은 곳을 재단하는 걸 말하는 거려나.

이 어두침침해 보이는 방에서.


"프리실라 님에게 여쭈고 올 테니. 그 때까지는 여기 계십시오."


"다른 데는 안 돼?"


그 와중에 야우라가 눈치 없이 말을 꺼냈다.

난 그 애의 팔을 툭 쳤다.


"왜 그래...?"


지금 이 상황에 자극을 줘서 뭐 어쩌겠느냐, 하는 의미였다.


"혹시 탈출하기 쉬운 곳으로 갈지도 모르잖아."


야우라는 저도 나름 생각이 있었다는 것인지 작은 소리로 대꾸했다.


"안 됩니다."


물론 우리의 '생각과 예상'과는 별개로 그럴 일은 없는 거 같았다.


텐더가 열쇠로 문을 열고 우리는 별 다른 수 없이 그 방에 떠밀려 들어갔다.

어두운 중간 정도 크기의 방이었다. 그나마 좁지 않다는 것이 희망이었을까. 우리는 안에서 붉은 빛도 보았다. 촛불이었다. 우리가 좀 더 안으로 들어서자 촛불은 움직여 위로 올라갔다. 아니 누군가 들고 있는 거였다. 촛불이 제자리를 찾자 우리는 그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사제 님...!"


레샤가 먼저 소리쳤다.


"에반젤린?"


나랑 야우라도 뒤이어 멍청한 소리를 내었다.


"어머. 다들 오셨네요? 어떻게 된 일이세요?"


...그건 조금 이상한 질문이었다.


"어떻게 된거냐니. 너 여태 괜찮았어?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지?"


"네? 네, 물론이죠."


내가 묻자 에반젤린은 화사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디 다치거나 한 건 아니고?"


"네."


그렇다니 다행이었다.


희소식이었다. 드디어 전부 모였으니 챠라만 찾아서 여길 떠나면 되는 거였다.

안전하고 완벽하고 그리운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 계획을 드디어 실행할 때가 왔다.


쾅.

텐더가 문을 닫는 소리였다.

뒤이어 걸쇠도 걸려 잠기는 소리도 났다.


...그 계획. 실행할 때가 오긴 하는 건가.


작가의말

펩시와 코카콜라 포카칩과 스윙칩 코코볼과 첵스 숙명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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