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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왕을 잡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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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17.05.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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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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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DUMMY

X




글록이 이성을 잃어버린 괴물이라는 건 이미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의 행동원리엔 분명 본능뿐만 아니라 판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야수가 아니라 광인. 천병장 역시 뼈저리게 당했음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왜’는 묻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이상한 판단이든, 얼마나 자신에게 부조리한 결과를 가져오든 글록의 판단엔 글록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사고방식이나 근본적인 동기가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어떻게’다. 글록은 분명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 그러면 자신은 살아남기 위해 뭘 해야 하는가? 천병장은 그 답에만 집중했다.


“그라아아아아앗!”


가공할 포효. 아직 둘 사이의 거리가 수십 킬로미터는 될 텐데도 불구하고 귓등에 대고 소리치는 것처럼 쩌렁쩌렁 울린다. 대지는 글록의 달음박질로 마구잡이로 요동쳤다.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날렵한 글록. 길게 갈 것도 없이 지난날 천병장은 글록에게서 도주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천병장의 최고 자랑은 이 세계 기준으로나 압도적인 힘이 아니다. 이 세계는 물론이거니와 고향에서도 동등한 수준을 지닌 자가 없었던 무기술도 아니다. 속도다.


반응 속도, 판단 속도, 공격 속도, 그리고 이동 속도. 그 넓은 보폭으로 성큼성큼 달리는 글록의 속도도 분명 엄청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천병장과 속도로 겨루기엔 그 덩치는 너무 크고 몸은 너무 무겁다. 지켜야 할 페릴도 없고, 바로 뒤에서 글록의 공격과 방해를 피해야 하는 상황도 아닌 지금 천병장은 그야말로 땅을 타고 달리는 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달리는 것만으로 평야에 대고 그은 듯한 선이 생겼다. ‘달리는’ 것만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위협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주력(走力). 하지만 당연히 글록은 그 거의 모든 위협에 들어가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라아아아아아아앗!”


글록은 하늘의 달을 집어던진 괴물. 비유가 아니다. 글록은 정말로 하늘에 붙어 있는 달을 잡고 떼어 땅으로 집어 던졌다. 순수한 자신의 완력만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 높은 하늘에 붙어 있는 달을 잡았는가······. 이것이 그 답.


콰아아아아아앙!


대지를 달리던 글록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졌다, 글록이 있었던 지점은 핵폭격으로도 내기 힘든 거대한 화구가 생겼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땅을 힘차게 밟고 도약한 것 뿐. 이것이 글록이 하늘의 달을 잡은 비결이라고 할지······. 해답이다. 글록은 ‘그냥’ 뛰어서 하늘 끝까지 닿았다. 허공을 쥐고 헤엄치듯 휘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순수한 각력은 아니지만 말이다.


쿠-웅


글록이 하늘 끝에 충돌해 하늘이 돌이 던져진 웅덩이마냥 흔들렸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글록은 하늘을 식탁보마냥 양손에 가득 쥐었다, 낮의 하늘은 태양 때문에 달아올라 극도로 뜨겁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이제 중력의 법칙에 따라, 하늘의 탄성이 자아낸 반발력에 따라, 글록이 만들어낸 관성의 방향은 역전되어 위가 아니라 아래를 향했고. 글록은 하늘을 잡은 채로 자신의 무지막지한 체중을 실어서······.


그대로 메쳤다······!


강자에겐 온갖 화려하고 거창한 수식어구가 따라붙기 마련이지만 그의 이명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하늘을 무너트리고 땅을 꺼트린다. 그렇기에 천붕지괴.


실로 있을 수가 없는 재난이 발생했다. 별이 잔뜩 붙어 있는 하늘이 뜯겨져 나가 대지와 충돌한 대사건. 덧붙이자면 ‘별’과 달리 ‘하늘’은 채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은 물질적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그 질량만큼의 힘을 지닌 순수한 정기로 변해버린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재난인가······,


단순히 숫자로 셈하면 방금 글록이 벌인 짓거리로 세계 인구의 1.72%가 줄었고 제국 영토의 15%가 황무지로 전락했다.


산이 녹아 호수가 된다. 호수 바닥이 솟구쳐 산이 된다. 세계를 원하는 대로 주무른다는 초월적인 괴물 중에서도 정점에 이른 괴물은 현세에 지옥을 강림시켰다.


“조금만 느렸으면 진짜로 죽었겠군.”


하지만 천병장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라아아아앗!”


글록도 아직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충격이 적진 않긴 했으나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방향을 잡았다. 북쪽이다. 틀려선 안 된다.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니까. 눈앞에 공간의 균열 같은 게 열리긴 했는데 알아볼 시간도 지체할 시간도 없다. 하늘을 집어던지는 괴물도 있는데 공간이 갈라지는 건 별로 특이한 일도 아니다 싶다. 천병장은 그냥 달렸고, 겨우 천병장을 따라잡아 차원문을 열고 날아온 미피는 바보가 됐다.


“이 시발······. 야! 거기 서!”


천병장은 당연히 서지 않았다. 저 개새끼가 그냥 저대로 도망치다 글록에게 잡혀 뒤지게 냅둘까 생각한 미피였지만 극도의 인내심과, 술사로써의 모든 기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천병장을 다시 따라잡았다. 천병장은 화살처럼 쏘아진 지팡이에 매달리다시피 해 날아오고 있는 미피에게 잠깐 시선만 주었다.


“왜?”


“왜!? 말이라고 물어? 당연히 이 정신 나간 추격전을 막기 위해 달려왔지! 대체 어디까지 도망칠 생각이야?”


“갈랜드.”


제국 수도다. 이미 감정의 임계치를 넘어버린 미피에게 있어선 너무 가혹했다.


“왜??? 아니 대답할 필요 없어! 세계 최강의 황제가 갈랜드에 있는 천궁(天宮)에서 살고 있으니까, 갈랜드까지 글록을 끌고 가면 황제가 알아서 글록을 때려잡아줄 것이다. 그런 거지? 어!?”


맞긴 한데. 대답할 필요가 없다니까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이 미친놈아! 우리가 있는 곳은 남부야! 그리고 갈랜드는 대륙 북부에 있다고! 거리가 대체 얼마나 되는지 알아?”


“여긴 아마도 중부다. 3시간 반 정도.”


물론 직선 경로로 쉬지 않고 달린다면 체력 배분까지 생각해서 진짜로 그 정도가 되긴 하겠지만······!


“정신, 정신 나갔······. 완전히 미쳤······.”


숨이 넘어갈 것만 같다.


“기어코 글록이 제국 북부까지 박살내게끔 하겠다고? 그것도 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되고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수도권 내에서???”


“날 쫓아오잖나.”


“황제와 글록이 싸우면 다시 월붕대전급 재난이 일어날 거야! 이번엔 태양이 떨어지는 꼴을 정녕 보려고? 아무리 적어도 그나마 멀쩡하던 북부가 완전히 초토화 되고 말 거라고!”


“둘한테 따져라.”


할 수 있는 말이 백 가지는 될 텐데, 해야 할 말이 천 가지는 될 텐데, 할 수 있는 비난이 만 가지는 될 텐데, 두 마디로 된 두 문장에 모조리 격침당한다.


난 살고 싶다.


살려면 방법은 이것뿐이다.


실로 그렇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천병장에게 있어선 목숨이 걸린 일이다.


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만 같은 천병장이지만, 의외로 해선 안 된다고 하면 그것이 아무 힘도 없는 꼬맹이가 한 소리라도 들었다. 그것이 그 스스로 생각할 때 이해할 수 없으며 꿈을 위해서 방해가 되는 것 같더라도 말이다.


허나 천병장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천병장은 그 비난도 방해도 심지어는 육체의 고통과 마음에서 거부하는 양심조차도 모조리 무시하고 단호히 의지를 관철했다.


‘안 그러면 죽으니까.’


최악의 세계에서 살아와 극단점을 곧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이 자는 살기 위해서라면 정말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작자였기 때문에 천병장이 될 수 있었다.


절대로 설득할 수 없는 지점을, 그야말로 벽을 느꼈다.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역설적이게도 천병장의 말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헛소리였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잡은 다음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그랬다.


그래서 미피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밖에 없었다.


“난!!! 이런 방식으로 글록을 죽이고 싶지 않아!!!”


“그럼 네가 죽이던가.”


천병장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고 달려나갔다. 아니, 그는 똑같이 달렸지만 미피는 더 이상 가속을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통제를 벗어난 지팡이와 함께 미피는 바닥에 강렬하게 패대기쳐졌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완전한 외통수. 보지 않아도 안다. 이미 북부에 남아 있던 제국군들이 글록을 저지하고자 다가오고 있다. 물론 저들의 힘으론 글록을 쓰러트리진 못하겠지만, 천병장이 도망칠 약간의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글록이 천병장을 계속 쫓아가면 기어코 황제와 격돌하고 말 것이다. 기적적으로 글록이 추격을 포기하고 여기서 물러난다면? 천병장은 그러면 이 북부에서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놀고먹으며 농성할 것이다. 기가 차는 일. 도대체 이렇게 추하게 버티면서 어떻게 영웅이 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만, 본인이 그러겠다는데 뭐 어쩌랴. 미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망했네. 진짜······.”


진짜 살기 싫다. 미피는 뒤로 드러누워 구름 떠가는 거나 쳐다봤다. 사실 가진 마력을 다 써서 회복될 때까진 휴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때 구름 옆에서 부유하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글록의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미피가 본 것을 글록도 발견한 것이다. 이윽고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응시했다. 천병장은 글록이 멈췄다는 건 알았지만 속도를 조절할 뿐 계속 뛰었다.


하지만 그 글록이 멈춘 이유를 알아보기는 했다. 그 무지막지한 글록을 멈춰 세운 만큼 그것이 범상한 것은 아닐 것이라 여겼고, 그 답은 정답이었다.


“화인베르바······로군.”


거리로 보면 작은 점인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다른 것으로 알아볼 수가 없는 그것. 가장 조용한 패전부활자인 화인베르바였다. 약간 공교로운 일이다. 천병장은 그녀와의 첫 만남에서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팔과 도끼가 동시에 작살난 인상적인 경험을 했으니 말이다. 허나 그것은 인상적이기만 할 뿐 뭐랄까, 의미도 교훈도 전혀 없었다. 천병장은 목적성이 도통 보이지 않은 저것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한참 전에 버려두었고, 이 세계의 다른 이들도 대충 그랬다.


“화다브가그라웃우부~”


화인베르바는 대충 그렇게 들리는 높고 낮은 소리를 반복해서 내며 해발 300미터 정도에서 부유중이었다. 일단은 말이다. 부유중에 무언가를 하고 있긴 한데, 그것이 ‘날개짓’인지 ‘춤’인지 ‘발작’인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고, 그러면서 몸에서 무언가를 간헐적으로 빚어냈는데 그것이 ‘제작’인지 ‘출산’인지 ‘배설’인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르르르······.”


하지만 글록은 그런 화인베르바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글록의 가슴팍 정도 되는 높이에서 부유중인 화인베르바는 글록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고, 세계가 뒤흔들리든 말든 역시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그저 그녀로써 오롯이 존재할 뿐이었다.


글록의 모습은 어쩐지 그녀에게 홀린 것 같기도 했다. 글록은 화인베르바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화인베르바도 상당히 거대한 편이지만 글록과 비교하자니 손바닥에 들어오는 인형 정도로 보였다. 화인베르바는 그 손을 잡는 대신 손을 맴돌며 나선형으로 공전했다.


“펠라드미라. 위미옛.”


그리고 똑같이 손을 뻗더니 글록의 손가락을 향해서 녹색 광선을 쐈다. 광선을 맞은 지점부터 글록의 피부색이 초록색으로 변했다. 본래 질감이 바위랑 악어가죽이 섞인 것 같았던 것이 도룡뇽의 매끈하고 질척이는 것으로 변했다.


“그라아아앗!”


공격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글록은 광선을 맞은 손을 크게 위로 치켜들었다. 화인베르바는 무심히 글록의 가슴팍에 대고 광선을 계속해서 쐈다.


“위미예라. 위미라드마. 위미예라.”


그리고 글록은 화인베르바를 향해서 천지를 뒤흔드는 그 가공할 주먹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이 파열음은 글록이 파괴한 그 어떤 것보다도 컸다.


어찌하면 당연할 터. 크고 단단한 것이 부서질 수록 파열음은 거대하다, 지금 부서진 것은 대지나 하늘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것이다.


“그라아아아앗!”


“아······?”


“이, 무슨······?”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건을 통틀어 가장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상은 명백했다.


글록의 우측 상반신 전체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신체의 1/4을 잃은 중상에 천붕지괴 글록은 휘청이다 그대로 쓰러졌다.


“리심키르구루타아어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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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4-5 +4 19.11.18 50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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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3-5 수정본 19.09.28 42 8 14쪽
126 3-4 수정본 19.09.28 47 8 15쪽
125 3-3 수정본 19.09.28 50 7 13쪽
124 3-2 +8 19.06.07 124 15 13쪽
123 3. 아무도 악당인 줄 모르는 자야말로 최고의 악당이다. +5 19.06.05 108 12 13쪽
122 2-9 +11 19.05.24 148 13 14쪽
121 2-8 +5 19.05.22 117 15 15쪽
120 2-7 +9 19.05.20 126 13 14쪽
119 2-6 +7 19.05.18 118 15 14쪽
118 2-5 +7 19.05.17 100 13 14쪽
117 2-4 +8 19.05.15 115 15 14쪽
116 2-3 +9 19.05.13 112 10 15쪽
115 2-2 +6 19.05.10 124 10 14쪽
114 2. 악당의 길. 영웅의 길. +7 19.05.09 116 11 13쪽
113 1-4 +7 19.05.06 132 16 14쪽
» 1-3 +10 19.04.26 156 13 13쪽
111 1-2 +4 19.04.24 17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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