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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왕을 잡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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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17.05.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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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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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DUMMY

X




천병장과 페릴이 합류한지 1주일이 지났다. 목적지는 화인베르바의 거처(?). 화인베르바는 현재 대륙 북쪽 어딘가를 기점으로 부유중이고, 천병장과 페릴은 남쪽에 있었던지라 대륙을 횡단해야만 했다. 긴 여행은 처음이 아니지만 거리만으로는 여태까지의 모든 여정을 다 합한 것보다도 길었다. 페릴이 성장해서 천병장의 행군 속도를 따라올 수 있게 된 게 컸다. 차도 없이 두 다리로 뛰어가는데도 맘껏 떠들을 여유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 사이 딱히 변한 것은 없었다. 말하자면 세계는 여전히 막장이었고 초월자가 자리를 비운 지역에선 온갖 정신 나간 괴물들과 괴인들이 활개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중에는 두 사람에게 덤벼드는 이들도 있었고 이 역시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 끊임없이 있었던 일이었지만 이 부분에선 예전하고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거기 둘! 죽고 싶지 않으면······.”


페릴은 짓궃게 웃으면서 전력으로 기세를 방출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뭐요? 함 해볼까요? 마침 제 심장에 깃든 악마가 굶주렸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가슴에서 지옥검을 뽑아들자 강도, 혹은 이 지역 군벌의 사병들일지 모르는 자들의 완전히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으히히히히으으그그그!”


질렸다는 표현은 좀 약하긴 하다. 대부분은 입에서 거품 물고 엎어졌고 그나마 정신 차리고 있는 사람은 똥까지 지리며 정신이 붕괴된 듯 괴이한 소리를 내며 무릎 꿇었으니까. 그러니 당황한 건 오히려 페릴이었다.


“어라······. 생각했던 것보다 멋있는 장면이 안 나오네요. 힘자랑을 살짝 하고 싶었을 뿐인데······.”


원래 초월자급의 격을 정면으로 목도하면 이렇게 되는 게 정상이다. 페릴 본인은 덤인인 관계로 격의 차이니 하는 것에 굉장히 둔감한지라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말하자면 지금 페릴은 초월급에 도달해 있었다. 그것도 중간 이상으로 세계에서 페릴보다 강한 사람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까지 도달해 있었다. 본인은 뭔가 노력해서 강해진 게 아니라 감흥이 미묘했지만 말이다.


“나도 이럴 수 있었다면 좋았겠군.”


“천병장님은 이럴 수 없으니까 강한 느낌도 있으니 괜찮아요.”


진심이었는지 천병장의 반응은 살짝 미묘했다. 야영 중의 습격자였던지라 천병장은 그냥 식사를 계속했다. 페릴은 쓰러진 사람들한테 다가가서 살아 있으면 봐줄 테니 그냥 가고 혹시 죽었으면 천병장님이 잡아먹을 가능성이 높으니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천병장에겐 불행하게도 전부 살아서 기어갔다.


울룩불룩.


페릴은 요동치기 시작한 자기 몸을 주물럭거리며 가라앉혔다. 별 도움은 안 됐지만 위안은 되었다. 애서 냉정함을 가장했지만 페릴은 자신이 얼마 안 있어서 죽거나 폭발하거나 녹아내리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새로운 신체가 불안정했던 것이다. 방금 전처럼 괜히 힘자랑을 하면 더더욱 요동쳤다.


“병인가?”


드물게도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그것이 페릴의 몸을 걱정하는 건지 전염을 걱정하는 건지 어중간한 어조긴 했지만 말이다.


“아프진 않아요. 근데 어떻게 통제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통제하는게 맞나 싶기도 해요. 이대로 냅두면 근육질 몸짱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페릴은 팔을 구부려 알통을 만들었다. 잠깐 힘을 주자 가느다랬던 팔이 천병장의 갑주 이상으로 부풀어올랐다. 보라색 힘줄이 꿈틀대는 이형의 근육. 그걸로도 모자란지 내부의 근섬유는 계속 부풀어 페릴의 피부를 찢고 나올 듯했다. 페릴은 바로 힘을 뺐지만 팔은 점진적으로 줄어들어 몸의 균형이 오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전 지금의 제 몸을 사랑하거든요. 커지고 싶은 맘이 없진 않은데 이거 힘 들어가는 꼴을 보아하니 한 4미터까지는 커지고도 남을 것 같다고 할까? 그 정도로 커지면 뭐랄까, 제가 저라는 느낌이 별로 안 들 것 같아요.”


“잘 모르겠군. 난 내 몸이 더 컸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의 두 배 정도의 키라면 마음에 들 것 같군.”


“그러면 지금의 몇 배는 더 먹어야 할 텐데 그럼 하루 종일 먹기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동보단 식량확보와 식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현 상태를 생각하면 확실히 심각한 문제였지만 그냥 고향 식의 농담이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따져보면 두 사람의 여정은 방해는 많았을지언정 실제로 방해되는 것은 없었기에 굉장히 순항했다. 그리고 순조로운 여행이 그렇듯이 목적지에 도달했다.


······만.


“아······.”


“어······.”


두 사람의 생각이 동시에 멎어버린 이유가 있는데, 첫째, 분명 한 걸음 내딛기 전까진 전방은 지극히 평범했는데 내딛은 순간 주변 풍경이 완전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둘째. 그 갑자기 바뀌어버린 풍경이 지난날 화인베르바가 만들었던 영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괴상했기 때문에, 셋째. 그냥 시야만 바뀌었으면 그래도 견딜 수가 있었을 텐데 촉각, 청각, 후각, 미각, 천병장에게는 없는 영감(靈感)에까지 차마 이해할 수 없는 자극으로 가득찼기 때문에. 넷째. 그래도 외부 자극만 독특한 것이었으면 의지력으로라도 버텼을 텐데 두 사람의 육체와 정신조차도 기이하게 우그러트려서 자아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큓춡!


뭐라 형용할 수 없는데 또렷한 효과음이 들리자 ‘자신’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말이다. 이 역시 이해 불가. 몸이 자꾸 변하려곤 하고 있는데 이게 또 공격은 또 아닌지라 그냥······. 여기 있을 수 있었다. 말하자면 존재 가능했다. 자신이라는 것이 존재가 가능한지 따진 다음 노력해서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했다. 페릴과 천병장은 색과 질감이 바뀐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그게 가장 덜 이상했다) 앞으로의 대책을 상의했다.


“하나씩 따져보죠. 저기 납작한 원통 같은 게 둥글게 말려서 위아래로 왕복운동하고 있는 거대한 뭔가가 화인베르바의 집이나 방이겠죠? 근데 저거 얼핏 봐도 30킬로미터는 될 법한 크기인데 거리는 또 몇 십 킬로미터 위에 있는 것 같고 지면에서 20킬로미터 이상 가까이 내려오질 않아요. 그럼 우린 대체 어떻게 저 안으로 들어가죠?”


“뛰거나 네 힘으로 공간을 가르거나 날아서.”


“솔직히 말하자면 셋 다 가능한지 의심스럽네요. 지금 딱히 지면이랄 것도 없잖아요? 저는 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요. 불꽃? 같은 거 위에 서 있잖아요.”


“알아.”


“그리고 그 다음 문제인데요.”


“실살마푸욘키테화다브가라웃우부실살마푸욘키테화다브가라웃우부실살마푸욘키테화다브가라웃우부······.”


······무한반복. 들리는 소리와, 반복되는 촉감 냄새 등등으로 볼 때 누가 여기 있는지, 여기를 누가 만들었는지 너무나도 명백했지만 가장 중요한 걸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문제. 왜 요 소리는 우리 뒤통수에서 나죠? 그리고 왜 우리 뒤통수를 쳐다보면 이런 풍경이 아니라 방금 전까지 서 있었던 평범한 들판이 보이는 건데요? 앞으로 나아가봤지만 들리는 방향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우리 정말 화인베르바를 만날 수 있긴 한 건가요?”


“물어보지.”


“넹?”


천병장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입과 코 안으로 들어오는 게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고함쳤다.


“화인베르바! 당신을 찾아왔소! 어디 있는지 모르겠으니 나오시오!”


말도 안 되는 짓······. 하지만 뭐가 어떻게 말이 안 되는 건지는 논리적으로 답할 수가 없었기에 말리진 않았다. 메아리 역시 뒤통수에서 울렸다. 그리고 그 메아리가 점차 다른 목소리로 변해갔다.


“실라킬라퓰쇼욬미~”


세계가 뒤틀렸다. 분명 화인베르바의 대답이긴 할 텐데 이게 ‘응 그래. 나올게’ 인지 ‘무엄하다 잡것아 어딜 감히 나를 부르느냐’인지 페릴은 도저히 분간이 안 됐다. 그리고 몸이 숔하고 떴다.


“으어어! 나 날아간다!”


“저 애도 내 동료요! 같이 가겠소!”


페릴은 허공에서 그대로 멈췄다. 천병장처럼 말이다. 둘 다 멈춰있었고 움직이는 건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뿐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화인베르바의 집이라고 생각했던 그 건축물 위에 있었다. 아니, 옆이나 바닥에 거꾸로 붙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중력의 방향이 건축물 쪽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추측 하나는 맞은 것 같네요. 화인베르바는 여기 안에 있다. 그럼 그 다음 문제인데. 이 건축물은 말도 안 될 정도로 크고 지금은 원통형도 아닌데 대체 어디로 가요?”


천병장은 도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상처입은 외벽이 맑은 하늘색 기체를 내뿜으며 상처를 벌렸다. 천병장은 그 안으로 기어들어갔고 페릴은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데 외벽이 입술로 흡입하듯 삼켜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안은, 정말 설명이 안 되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것은 현실이 화인베르바의 힘과 심상으로 인해 극도로 뒤틀린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설명을 할 수 있고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림으로 그리거나 할 수도 있었다. 단지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선 엄청나게 많은 말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뒤틀림 따위가 아니었다. 애초에 같은 위상에 존재한 역사가 없었던 다른 종류의 현실이었다. 페릴은 볼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지만 자신이 본 걸 대체 어떻게 묘사한들 남들에게 절대로 똑바로 전할 수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아니, 지금 자신이 보는 건지 아니면 다른 감각을 쓰는 건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휴! 제가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덤인이 아니었다면 미쳐버렸을 거예요.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지? “내가 자기 말을 엄청 빨리 예측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시간의 흐름이 바뀐 건가?”


시간조차 꼬이면 방법이 없는데 그렇다고 지금 상황이 답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으므로 페릴은 그냥 헤엄쳐서 나아갔다. 지금 몸이 아마도 녹아있고 여기를 가득 채운 액체인지 뭔지가 입부터 항문까지 그냥 뚫고 혈관과 뇌수를 마구 헤집지만 뭐 그렇다고 아프거나 하지는 않고 그냥 풀어져서 나아갈 수 있다는······. 뭐 그런 점은 정말 사소한 문제였다. 페릴은 계속 나아가는 걸 헤매는데 천병장은 똑바로? 혹은 이 풍경과 어울리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 페릴은 어쩌면 자기가 덤인인 게 이 장소에서 헤매는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것도 뭔가 방법이 없었으므로 열심히 천병장 하는 것과 비슷하게 나아갔다.


녹아내린다. 손가락이 녹아 팔에 파묻히고 팔은 녹아서 다리와 합쳐진다. 내장과 근육이, 혈관과 피가 고체와 액체인 것이 비었을 뿐인 폐부와 껍데기인 폐가 동등한 물질이 되어 섞인다. 하지만 아직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손가락도, 손가락을 움직일 근육도, 근육에 신호를 전달할 신경도, 근육이 붙어있는 뼈도, 완전히 녹아버렸지만 페릴은 손가락이라고 생각하는 걸 움직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했다. 그렇게 존재하는 손가락은 만지거나, 디디거나, 집거나 문지르는 등 손가락이 할 수 있는 일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으므로, 페릴은 그렇기에 녹아서 생긴 새로운 기관을 이곳에 적합한 방식으로 움직여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휙.


천병장이 페릴의 손을 확 잡아끌었다. 나와보니 그냥 평범한 복도 안이었다.


“잠깐만······. 제가 미쳐버린 나머지 익숙한 환상을 보고 있는 건가요?”


“아니, 나도 너무 괴로웠기에 사정해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달라고 했을 뿐이다. 네가 헤매면 안 되어 끌고 왔으니 양해 바란다.”


앞에는 계단이 있었는데 별 의미가 없었다. 계단의 단의 높이도 각도도 올라갈 수가 없는 형태였으므로, 그렇지만 그래도 계단이라고 인식할 정도는 되었기 때문에 천병장과 페릴은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문 같지도 않은 문이 미닫이방식으로 접혀서 흐려지고, 눈앞에 기묘한 각도로 부유하고 있는 화인베르바가 어루만지고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실살마푸욘키테화다브가라웃우부~”


“어······. 좋아요. 이제 그럼 저거랑 대체 뭔 이야기를 하죠? 그보단, 어떻게 이야기하나요?”


“쇼유소로복구북구화다브가라웃우부~”


“기다리시오. 내 부하를 위해 할 작업이 있소.”


그렇게 말하곤 천병장은 투구를 벗었다. 지금 할 행위는 아니었던 것 같아서 페릴은 희한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천병장은 투구 안 쪽의 뭔가를 건드리고 말했다.


“전체 통역.”


그리고 화인베르바가 말했다.


“멜료핀데 너도 말을 못 알아듣는 것 아니니~”(킬로멜료피부구사사그라붓부우~)


“엑!? 지금 화인베르바가 우리말을 했······”


페릴이 경악해서 소리치자. 화인베르바는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큼직한 가슴과 뿔을 떨며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내비쳤다.


“맞네~ 드디어 화인베르바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어~(테미나실로로키메화인베르바화다브가라웃우부~)”


작가의말

연재 3년만에 주인공을 만나서 기뻐하는 존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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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8 19.06.07 124 15 13쪽
123 3. 아무도 악당인 줄 모르는 자야말로 최고의 악당이다. +5 19.06.05 108 12 13쪽
122 2-9 +11 19.05.24 148 13 14쪽
121 2-8 +5 19.05.22 117 15 15쪽
120 2-7 +9 19.05.20 126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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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2-4 +8 19.05.15 115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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