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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왕을 잡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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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뚜근남
작품등록일 :
2017.05.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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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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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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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수정본

DUMMY

X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한다.


굶주린 호랑이가 다가온다면 두려움도 있겠지만 어떻게 하면 호랑이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할 것이다. 허나 의도도 정체도 알 수 없는 미지의 괴생물을 만나면 사람은 판단조차 할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도망쳐야 할지, 싸워야 할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야 할지······. 명확한 파멸의 결과 앞에선 대처법을 생각하지만 불명확한 파멸의 가능성에는 공포에 떠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 그 어떠한 미지의 괴생물체도 본인 스스로를 미지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런 존재에게 있어서 기이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이며 이해할 수 없는 것 역시 세계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 묻게 된다.


그것은 도대체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것은 도대체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것은 도대체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해할 수가 없는 몇 천 년. 이해받지 못하는 몇 천 년. 그녀는 대화가 안 통하는 미치광이들의 세계에서 처음으로 말을 나눌 수 있는 존재를 만났다.


정말 공교로운 건 그조차······.




X




“이렇게 만나서 얼마나 세미로핀질까 이전에도 몇 번 봤는데 그 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은지 몰라 쭉 말이 통하는 존재를 찾아다녔는데.”


화인베르바가 그저 외국어를 하고 있었다는 가정하에 짐작해보면 ‘화다브가라웃우부~’ 내지 조금 다른 ‘화다브가그라웃우부~’가 ‘제 말 알아듣는 사람 어디 없나요?’ 정도였던 모양이다. 사실 짐작조차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화인베르바가 내뱉는 소리는 완벽히 무작위한 것이 아니었다. 문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긴 있었다.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난 당신 말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못했소. 그리고 지금도 완전히 알아듣지는 못하겠군. 아직도 일부가 번역이 안 되고 있으니 말이오. 저번에 봤을 때도 반은 이해되지 않는 말을 내뱉었던데다가 나 역시 그 때는 경황이 없어서 당신이 말이 통할 사람을 찾아 해매는 건 글록과 싸울 때 처음 알았소.”


“맞네맞어~ 화인베르바도 너희들이 하는 말은 반쯤 못 알아먹겠어서 의사소통을 해보려는 노력을 안 한 건 아닌데 서로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을 이해할 수 없는 언어와 이해할 수 없는 몸짓으로 이해해보려고 하니 풀라로리랴~ 싸운다는 건 전혀 모르겠는데 화인베르바는 딱히 아무것도 한 게 없어~”


기뻐하는 건지 어쩐 건지 화인베르바는 계속 몸을 비틀었다. 대충 상황은 알겠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이 대화가 어떻게 성립되는 거죠? 화인베르바님은 원래부터 우리 말을 알아들은 것 같고, 천병장님은 통역이 되는 것 같은데 둘 다 어떻게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


“홀매홀구한 말은 다 의미로 전해지거든. 홀매홀룐한 말은 안 전해지니 대화할 수가 없었지.”


“화인베르바님 설명 고마운데요. 그 설명 하나도 이해가 안 돼요. 천병장님이 설명해주실래요?”


천병장은 적당히 자랑스러운 투로 말했다.


“병사들의 갑주엔 만능 통역기가 장착되어 있다. 말이 아니라 의미를 읽는 장치다. 그 덕에 모르는 말이든 혀가 잘려서 소리를 못 내든 고향에선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저도 천병장님 세계의 기술이 최첨단인 건 알지만 그래도 통역이라는 건 언어를 알아야 가능한 거잖아요? 뭐 의미를 읽는다곤 하셨지만 솔직히 화인베르바님은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우리랑 비슷하게 생각하시지도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매끄럽게 통역이 돼요?”


천병장은 정말 의아하다는 듯 반문했다.


“그럼 내가 너희와 말이 통하는 것부터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


천병장은 이계의 괴물이다. ‘사고방식’이 관념적이 아니라 생물학적, 물리학적으로 다르다. 그 둘의 차이는 화인베르바와 이 세계 사람의 차이와 비교해서 작다고 할 수 없을 터, 하지만, 천병장의 통역기는 이 세계 사람들에게도 멀쩡히 작동했다.


“그러게요. 원리가 뭐죠?”


“기술자가 아니라서 모른다.”


“화인베르바는 신(神)이라서 언어가 아니라 의미를 쑤멜 수 있어~”


동요하지 않을 수가 없는 대답이었다.


“아?!”


“오우. 근데 천병장님 너무 놀라신다. 이 세계엔 신들 되게 많잖아요. 유명한 신들만 100위도 넘고 말이죠.”


헌데 화인베르바는 페릴의 말을 듣고, 입술과 뿔을 비죽 내밀어 말았다.


“이 세계에 신은 하나밖에 없는 걸로 아는데 그것도 이 세계의 신은 아니지 않니~”


정정인지, 놀람인지, 아니면 비아냥이나 불쾌감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반응. 무엇보다 답변 내용이 충격이라고 할지, 헛소리라고 할지······. 그 중간쯤의 무엇이었다. 천병장이야 아는 게 없으니 방관하기로 했다.


“신이 없다고요? 그럼 만신전에서 섬기는 것들은 뭐예요?”


“만신전이 뭐니~”


“어······. 화인베르바님을 여태까지 감금하고 있었던 장소를 관리하던 사람들이요?”


“화인베르바는 감금된 적이 없는데~”


화인베르바라는 패전부활자의 전제 자체가 부정당했다.


“몇 천 년 동안 전통 물양갱에 봉인되어 계시지 않았어요? 그러다 최근 탈출하신 거잖아요?”


“난 오랜 기간 쇼못한 공물을 받으며 아주 샬메키론이었어~ 최근 들어 공물이 쇼못하지 않아서 나왔지만, 공물을 바친 이들과 그들의 섬김이를 부르는 거라면 그들은 신이 아니지~”


“일단 봉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가만히 계셨다는 건 이해했는데······. 그럼 자애의 신이나, 풍요의 신, 정의의 신 같은 건 뭐예요? 그들을 섬기는 사제들의 신성력은 어디서 나와요?”


“그들이 스스로 자신을 신이라고 부른다면 벼리교툐테네. 쉬밀라한 것들보단 리교테지만 그것들은 좀 쥬툘한 정신체나 관념체고 신은 아니지~”


말하는 투가 은근히 조롱조로 들렸다. 실제로 그런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말이다.


“그니까······. 화인베르바님은 만신전에서 섬기는 신들하곤 격이 다르고 훨씬 높으신 분이라는 거죠?”


“높다는 표현보단 쥬툘다고 하는 게 맞아~ 화인베르바는 모든 세계를 통틀어서도 아주 쥬툘지~”


그래서 어떻다는 건지 모르겠다. 격이 다른 건 부정하지 않았으니 위대한 존재라고 보는 게 맞는 걸까? 페릴은 자칭 신이자 쥬툘한 존재인 화인베르바에게 도대체 어떻게 대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천병장이 이어받았다.


“당신의 목적이 뭐요?”


“그걸 왜 물어~”


“당신은 이 세계를 파괴하고 있소. 나는 그것을 막으러 온 것이오.”


화인베르바의 얼굴이 여태까지 본 것 중 가장 비죽 튀어나왔다. 그걸로도 모자라 튀어나와 말린 얼굴은 거꾸로 말려 안면 안으로 들어갔다.


“이 세계를 파괴했다니 위메했을 뿐인데 신에게 지극히 무도(無道)한 발언이지만 용인할게~”


“당신은 기록된 것만 3천만 이상의 사람들을 죽였소. 비난이 아니오. 사람들을 해치니 자제해주길 바랄 뿐이오.”


화인베르바의 몸이 엄청나게 응축되었다. 거의 점에 가까울 정도였다.


“3천만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화인베르바가 죄 없는 자들을 3천만이나 죽였다면 빌라쵸둔해~”


“사실이오.”


잠시 침묵.


“그리고~”


“아? 대답을 기다린 거요? 이걸로 끝이오.”


“화인베르바는 죽은 사람이 정확히 몇인지 듣고 싶어~”


“정확히는 모르오. 약 3천만이오. 적어도 2900만 정도겠지. 당시 세계의 1/3정도라고 들었소.”


“그런 자세한 숫자는 요구하지 않아 화인베르바도 대략의 범위는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희생자의 실수부는 약 3천만이라고 지금 들었는데 복소부(複素部)는 얼마인지 못 들었어~”


그 말엔 천병장도 페릴도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복소부요? 다른 말과는 달리 번역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전 학교를 안 다녀서 그런가 무슨 말인지······.”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소.”


“셈을 못할 줄은 몰랐네~ 필요한 지식이 아니었을 수도 있으니 이해해~ 가장 쉽게는 단순허수가 있네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를 말하는 거야~”


“아······. 0이요. 복소부는 없소. 도대체 어떻게 희생자가 허수만큼 죽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 이름부터 없는 숫자잖소.”


화인베르바는 몸을 조금도 뒤틀지도 않고 말했다.


“그럼 별로 죽지도 않았네. 괜히 빌라쵸둔했어~”


벽을 느꼈다.


천병장과 페릴뿐만 아니다. 화인베르바 역시 벽(스스로 떠올린 심상은 다르지만)을 느꼈다. 삶에 있어서 인지하는 영역 자체가 달랐다. 다르다는 말로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천병장이 이 세계 원주민들을 봤을 때랑 이 세계 사람들이 천병장을 봤을 때, 그리고 덤인이 다른 이들을 봤을 때와 다른 이들이 덤인을 봤을 때의 벽 같은 것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두 사람이 느끼기엔 화인베르바는 ‘영역’ 같은 것으로 표현하기엔 너무나도 넓은 범위를, 혹은 너무나도 좁은 범위를 자신의 삶의 전부로 삼고 있었다.


침묵의 시간은 없었다. 화인베르바는 즉시 말을 이었다.


“화인베르바에게 목적을 묻는 것은 이상한데 스스로 원해서 여기 온 게 아니라 여기 애들이 날 강림시킨 것인데 강림의식을 해놓고 그냥 모셔두기만 했으니까 왜 부른 건지 알 수 없었어~”


화인베르바를 강림시킨 몇 시대 전의 만신전 사람들이 과연 모셔둔 걸까, 아니면 주위를 완전히 초토화시키는 화인베르바를 봉인시켰을 뿐 아니었을까. 다만 화인베르바에겐 그러한 자각이 없다는 점에서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다.


“그럼 현재 목적은 딱히 없소? 당신이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면 좋을 것 같소.”


이게 본론이다. 이렇게 해서 ‘응 좋아 다시는 이 세계로 오지 않을게’ 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으면 천병장은 세계를 구하게 된다. ‘진짜 신’이라는 것이 허언이 아니라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업이고 말이다.


“아니안돼지. 화인베르바는 쥬툘한 신으로서의 책무가 있거든~”


고향으로 갈 수가 없어서 여기 있다······는 식의 답변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다행인가. 천병장은 그것이 무엇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뭐요?”


“이 세계의 신이 없는 문제의 해결~”


“······아? 그게 중요한 거요?”


화인베르바는 얼굴을 다시 말았다.


“너도 신이면서 어떻게 이해 못하니~”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핵폭탄이었지만, 지금 이 말은 놀라기보단 의아할 정도의 헛소리였다.


“아······. 내가 당신과 동격이라는 말이 맞소?”


“분명 맞는데 이제 보니 널려 있는 신 아닌 무언가 같기도 하고. 하지만 다른 잡것들하곤 달리 분명히 쥬툘한 격이 있는데······.”


“질문! 혹시 저도 신인가요!”


페릴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천병장에게 ‘만약 저도 신이라면 화인베르바님이 말씀하시는 신은 초월자일 가능성이 높아요. 아니면 제가 진짜 덤인의 신이거나요!’라고 빠르게 속삭였다.


화인베르바의 뿔이 연동운동하듯 굵기가 아래부터 순서대로 변했다.


“너는 그야말로 이 세계에 있는 신 비슷한 잡것들이지만 그런 것 중에서도 쥬툘한 것과 반대편에 있는 잡것이랑 신 비슷한 잡것의 혼종 같은 것이라 이 세계에서 유일하구나~”


“신 비슷한 잡것이 초월자에요? 쥬툘한 것과 반대편에 있는 잡것은 덤인이고요?”


명칭을 풀어쓰니 통 알아먹을수가 없어서 정리했다. 화인베르바는 목을 200도 이상 꺾었다. 수건을 짜듯 감긴 목에서 초록색 방울들이 불어져 나왔다.


“초월자? 덤인? 이 세계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것은 맞네맞어~ 그렇지만 즘난큰이네~ 너희들이 생각하는 초월자는 실제로는 그 어떤 것보다도 한계에 갇혀 있는 존재들이고 덤인은 더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자란데다가 사람이 아닌 히욜호인데~”


“그래서 내가 무엇이오?”


“신이면서 초월자네~ 정말 유일해~”


친절하게 답해주는 화인베르바였지만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건지 모르겠다. 신이 뭔지도 모르겠으니 말이다. 그것을 알아챈 건지 화인베르바는 턱과 뿔을 딸각거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는 세계를 넘을 정도로 쥬툘한 신이지. 이 세계에 자리잡은 다른 세계의 신과 슐메론하지만 자기 권능을 활용할 줄 모르네~ 그 신은 다른 쿄툘한 것들처럼 너를 둘다루라고 있는 것도 즘난큰이네~”


어처구니없는 단어들의 향연. 천병장은 그 문맥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화인베르바, 당신이 말하는 이 세계에 자리잡은 다른 신이 날 이곳으로 불렀다. 그리고 날 이용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요?”


그리고 첫 질문부터 정답이었다.


“맞아~ 이 세계에선 운명이라고 불리는 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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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3-2 +8 19.06.07 124 15 13쪽
123 3. 아무도 악당인 줄 모르는 자야말로 최고의 악당이다. +5 19.06.05 109 12 13쪽
122 2-9 +11 19.05.24 148 13 14쪽
121 2-8 +5 19.05.22 117 15 15쪽
120 2-7 +9 19.05.20 127 13 14쪽
119 2-6 +7 19.05.18 118 15 14쪽
118 2-5 +7 19.05.17 100 13 14쪽
117 2-4 +8 19.05.15 115 15 14쪽
116 2-3 +9 19.05.13 112 10 15쪽
115 2-2 +6 19.05.10 124 10 14쪽
114 2. 악당의 길. 영웅의 길. +7 19.05.09 116 11 13쪽
113 1-4 +7 19.05.06 132 16 14쪽
112 1-3 +10 19.04.26 156 13 13쪽
111 1-2 +4 19.04.24 17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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