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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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초
작품등록일 :
2012.02.22 02:53
최근연재일 :
2021.06.16 01: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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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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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글자수 :
497,900

작성
18.04.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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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5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7

DUMMY

안금분은 용화산 낮은 봉우리 아래 사람이 다니지 않는 깊은 계곡에서 풀을 옆으로 뉘인 뒤 무릎 꿇은 채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주변을 서성이는 존재는...


[사당에 장난질 친 네 목이 탐스럽구나. 가로로 치되 뼈를 다치지 않고 살만 발라 끊도록 하겠노라.]


"감히 도깨비님을 노하게 한 제 하찮은 목을 직접 쳐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안금분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기운. 낭떠러지 앞에서 몸이 약간 기울여 떨어지겠구나 싶은 기분은 삶이 뒤에서 붙잡고 늘어지기에 엉덩방아를 찧든 나무뿌리를 붙잡던 살 기회가 있으나 저것, '깨우쳐 구름 밟고 올라간 도깨비님'이 하는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반드시 죽을 것이다.


'깨우친 도깨비를 모시는 사당에서 훔친 조약돌은 둘. 하나는 나라장수가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귀신이 들러붙었겠지. 지금쯤 간파되지 않았을까.'


갑자기 분 가을바람이 차고, 대쪽같은 소나무가지가 흔들리니 무릎도 같이 시리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눈을 가렸지만, 감지 않았다.


'조약돌 훔친 장수를 발견하고 귀신 난동사건이 해결될 즈음, 다른 문제가 터진다. 성으로 돌아가는 장수의 주머니. 또 하나의 조약돌...'


도깨비 방망이를 높이 드니 근처를 날던 매가 와서 방망이 주변을 맴돌다 올라갔다. 사람 말로 감히 논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저 도깨비는 자신을 모시는 사당 조약돌을 훔쳐간 도적에게 벌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높은 분'이 내리는 벌이란 무엇인가. 사람에게 가볍게 내리는 벌로 죽음을 부른다. 안금분은 들리지 않게 숨을 고르면서 생각했다.


'사당에서 조약돌을 훔칠 때 남긴 흔적은 모두 나의 것. 사당 지키는 낮은 도깨비에게 걸려 이실직고할 때 던진 거짓말로부터 직접 높은 분을 불러내기까지 걸린 시간 반나절. 일개 사당 지키는 낮은 도깨비가 무려 깨우친 도깨비를 불러냈다는 하찮음과 이유가 사람임에 거듭된 불쾌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당에서 사라진 조약돌 두 개를 약속한 시간 안으로 찾지 못하면 안금분은...


'나타난 잡것들은 조약돌을 찾아 나서겠지. 쥐여주기만 하면 끝날 일인데. 이유를 모르는 장수는 그것을 막을 것이고. 마찰 속에서 어떤 장수가...'


난장판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며 더 넓게 보는 장수 안금분 머릿속에서 장수가 활약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날뛰는 잡것의 행동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조약돌을 찾아 돌아가야 하므로 돌아다니는 것, 두 번째는 낯선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야. 그렇기에 제압하려는 장수입장에서 난잡해 보이다가, 어떤 규칙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잡것 중 일부가 어떤 장수에게 굽실거리는 걸 발견한다. 왜 그럴까?


'깨우친 도깨비에게 바쳐진 물건에 깃든 영험함을 느꼈기 때문이지. 우호적인 잡것을 본 조약돌을 가진 당사자가 눈치채고 꺼내거나, 원인을 알아낸 어떤 장수가 해결할진 알 수 없어. 대략 그즈음 문제는 일단락되겠지. 이제 원인을 알았고, 인원을 추스른다.'


그녀 머릿속은 끊임없이 계산 중이다. 주막에서 만난 나라장수와 이동하다가 헤어진 부분부터 시간을 머릿속에 넣은 채.


'폭포나라성으로 먼저 떠난 나라 관계자나 상인이 없었으니 중간에 멈출만한 일은 없어. 그렇다면 거의 도착했겠지.'


두 번째 난동거리를 가진 상태로 말이다. 또한, 안금분 목 뒤까지 다가온 스스럼 없는 죽음의 시간까지 끌어안고.


'조약돌 돌려주고 난동사건을 일단락짓겠지. 그 틈에 장생도를 노리는 조직을 막아야 한다고 재정비하는 사이 두 번째 조약돌을 찾기 위한 난동이 시작된다. 그리고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


장생도를 취하려는 장수보다 더더욱 빠듯한 시간에 목숨을 걸고 있는 안금분은 무릎에 올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산 내음을 깊이 들이마셨다.


'훔친 죄에 대한 처벌 대상은 나 하나. 또 하나의 조약돌을 시간 내 가지지 못하면 그것들은 사라지고, 난 죽는다. 첫 번째 난동을 제압한 장수는 당황하기 시작해. 더 센 것들이 등장한데다 아무리 찾아봐도 조약돌이 나오지 않아.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마침 성으로 돌아온 나라장수 둘이 합류...'


삵에게 목을 물린 닭은 깃털이 빠져라 날갯짓해대면서 툇마루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또 들어왔네. 어서 쫓아내'라고 누군가 말한다. 빗자루를 들고 와 기둥을 두드려서 머리를 돌린 다음 마구 휘둘러 집 밖으로 쫓아냈다. 여자아이는 툇마루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닭소리가 들려요'. 어머니였나, 아버지였나. 꺼내서 상태를 보란다. 닭은, 이제 힘이 다 빠져 쓰러져 있었다. 목을 깊이 물렸나 보다. 손을 넣어 다리 끄트머리를 잡으면 꺼낼 수 있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꼴딱꼴딱 숨이 넘어간다. 저것 봐. 서서히 안 움직이는 게 구름 같아.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 그렇다면, 쟤는 어떻게 될까. 죽을까, 살까.


'나는 과연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조약돌을 시간 내 가져갈까.'


나는 닭이 아니야. 봐, 목에 상처도 없잖아. 그런데 목 아래가 겨울처럼 서늘해. 언제나 그래. 이런 건 절대 익숙해지지 않아.


'죽을 때까지.'





===





'몸은 동화되었지만, 의식은 있어. 눈이 그리 말한다.'


그것은 같이 강강술래를 도는 윤미래 상태였고, 나흔미는 '강강술래 언덕 지킴이'에게 붙잡혀 사라졌다. 현재 까마귀 장생도 두루마리는 선경의 손에 있었고, 손등으로 피를 닦느라 말이 아니게 번진 상태였다.


'둘의 희생으로 알아낸 조건은 발자국 밟기.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직접 공격을 못하는 상황 같다. 선공으로 두루마리를 취하고 창문으로 도망친다!'


가문비나무 회초리. 공기 가르는 소리가 찢을 듯 날카롭고, 세 개를 한데 쥐었다가 부채처럼 펴면서 손가락 마디에 끼고 급소만 노리고 찔렀다. 파열음만 들어도 알겠다. 막는 행위보단 궤도를 돌려야 한다.


'정면으로 막으려고 하면 찔려!'


접근해서 일차로 인중과 목을, 비트는 몸에 동시 반응해 회초리 한 개를 반대 손으로 가져가 배꼽을 노렸다. 오로지 급소만 노리는 공격! 장생도 때문에 손이 부자연스러워 뒤편으로 던졌는데, 위치가 원하던 곳이다.


'창문 바로 밑. 집고 창문을 부순다!'


손으로 급소를 감싸면서 그의 발을 보았으나 역시 알고 있었다. 발을 떼지 않고 비비면서 방향을 바꾸는 것. 팔꿈치로 선경을 가격 하고 달려가 두루마리를 잡자마자 창문을 부수고 뛰어내렸다. 뒤쫓아 뛰어내리는 선경에게 나무 눈을 던졌고, 그녀가 땅에 착지하자마자 쏜살같은 화살이 어깨를 관통했다!


'저격!'


'장생도를 가진 이상 내 공격은 끝. 무조건 성 밖으로 내지른다. 내 뒤를 잘 돌보라고!'


침수조직본부에서 성 밖으로 나가는 최단 경로도 암기해 두었다. 이제 뛰기만 하면 된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선경은 더 쫓지 않는 것 같았다. 오솔길을 지난 뒤 근처 가게 물건을 밟고 기둥을 탄 다음 지붕으로 올라갔을 때,


'대기하던 장수인가?'


박춘규의 주먹이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하며 지붕을 밟고 섰다.


"잡것들은 다 잡아들였다. 이제, 대어를 낚아야지."


"대어는 무슨."


지로엽이 보는 건 박춘규가 아니었다. 주변에 흩어진 물건 중 나무 눈을 찾고 있었다.


'우희가 볼 수 있는 반경은 나무 눈을 중심으로 위아래 대략 세 걸음이라 했지. 내 힘은 탈주를 위해 아껴야 하니 이제부터 덫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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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개울기슭 # 양떼구름 13 전조 6 21.06.16 12 2 4쪽
109 개울기슭 # 양떼구름 12 전조 5 19.07.26 32 2 8쪽
108 개울기슭 # 양떼구름 11 전조 4 +1 19.07.21 44 3 7쪽
107 개울기슭 # 양떼구름 10 전조 3 18.10.29 62 2 10쪽
106 개울기슭 # 양떼구름 9 전조 2 18.10.25 62 2 7쪽
105 개울기슭 # 양떼구름 8 전조 18.10.21 45 2 9쪽
104 개울기슭 # 양떼구름 7 18.10.15 63 2 8쪽
103 개울기슭 # 양떼구름 6 18.08.07 89 2 9쪽
102 개울기슭 # 양떼구름 5 18.08.05 53 2 9쪽
101 개울기슭 # 양떼구름 4 18.08.01 73 2 7쪽
100 개울기슭 # 양떼구름 3 18.07.26 72 2 7쪽
99 개울기슭 # 양떼구름 2 18.07.08 73 2 9쪽
98 개울기슭 # 양떼구름 18.06.29 71 2 11쪽
97 소용돌이눈 2 18.06.27 87 2 5쪽
96 소용돌이눈 18.06.26 41 2 12쪽
95 개울기슭 # 천둥구름 21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3 18.05.24 90 2 8쪽
94 개울기슭 # 천둥구름 20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2 18.05.21 55 2 9쪽
93 개울기슭 # 천둥구름 19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1 18.05.19 58 2 10쪽
92 개울기슭 # 천둥구름 18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0 18.05.11 127 2 11쪽
91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7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9 18.05.08 111 2 9쪽
90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6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8 +1 18.04.26 102 4 9쪽
»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5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7 18.04.08 108 2 8쪽
88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4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6 18.04.05 91 2 11쪽
87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3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5 18.04.04 103 2 10쪽
86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2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4 18.04.03 89 2 12쪽
85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1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3 18.03.11 110 2 8쪽
84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0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2 18.03.10 123 2 9쪽
83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9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8.03.09 82 2 11쪽
82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8 조짐 18.01.24 97 2 8쪽
81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7 18.01.15 115 2 9쪽
80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6 17.11.29 221 2 8쪽
79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5 17.11.27 121 2 10쪽
78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4 17.11.21 369 2 9쪽
77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3 17.11.06 236 2 8쪽
76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2 17.11.04 101 2 10쪽
75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7.11.02 415 2 10쪽
74 궁철, 추격의 장 3 17.10.27 106 3 4쪽
73 궁철, 추격의 장 2 17.05.25 153 2 9쪽
72 궁철, 추격의 장 17.05.18 477 2 6쪽
71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8 예봉산 원정대 17 17.05.17 234 2 9쪽
70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7 예봉산 원정대 16 17.05.16 139 2 11쪽
69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6 예봉산 원정대 15 16.07.26 326 2 13쪽
68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5 예봉산 원정대 14 16.07.22 172 2 13쪽
67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4 예봉산 원정대 13 16.07.20 220 2 15쪽
66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3 예봉산 원정대 12 16.05.25 380 2 8쪽
65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2 예봉산 원정대 11 16.04.22 371 2 6쪽
64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1 예봉산 원정대 10 16.04.21 589 2 8쪽
63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0 예봉산 원정대 9 16.04.18 372 3 10쪽
62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9 예봉산 원정대 8 16.03.25 355 2 8쪽
61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8 예봉산 원정대 7 16.03.23 338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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