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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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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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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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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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기슭 # 양떼구름 2

DUMMY

개울나라 황토조직 대장 성석진이 성 외곽 도시를 거닐고 있었다. 장생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는 흘러가는 구름에 묻어둔 듯 한가롭게 시장을 둘러보았다. 장사치의 바쁜 모습과 간혹 목청 높은 호객행위가 어우러진다.


'내일도 오늘 같으면 좋겠고, 오늘은 어제만 같아라.'


큰 키에 짙은 눈썹, 매우 낮은 음성 때문에 다가가기 힘들 것으로 생각하는 나라장수도 꽤 될 만큼 묵직한 장수. 마음은 평온하고, 어지간한 실수는 눈감아주는 넓은 아량을 모르진 않으나 일단 그 앞에 서면 웃음부터 사라지는 묘한 분위기가 먼저 깔렸다. 물론 이런 공기를 가장 잘 아는 건 당사자 성석진이며, 황토조직을 이끄는 현재 조직 내 장수가 가장 신뢰하는 대장이기도 했다.


'고요하니 지금은 태풍의 눈 한가운데로구나.'


상태가 고요한 눈이라면 태풍이 언제 지나갈까. 산사태를 일으킬 만큼 거센 장대비는 또 언제인가. 시기는 몰라도 일부는 추려낼 수 있다.


'멀지 않았다. 마지막 장생 찾기의 사령탑이며, 해간산맥에서 가장 큰 나라로 누군가 온다.'


생김, 말투나 장수 능력 등 아는 건 아무것도 없으나 그저 올 것이라는 확신. 추성강과 긴 시간 나눈 대화와 흩어진 정보, 앞으로 다가올 특별한 날과 변화. 중심이 되는 나라가 말뚝처럼 움직이지 않고 중요 정보를 계속해서 동맹에 흘리고 있는 현재를 뚫을 창끝이 날카롭다. 시기는 가을이 끝나기 전. 이제 한 달 반 정도 내에 소식이 들려오리라.


'더더욱 능력이 뛰어난 장수라면 날짜는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귀신 최누리', '호롱박 염우용'같은 조직 내 장수가 언제든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성석진은 떠가는 흰 구름처럼 유유히 걸어 다니며 도시 소음을 듣는다. 그에게 다가와 뜬금없이 사탕을 건네는 장수가 말을 걸기 전까지 보폭은 일정했고,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무슨 고민이 그리 많습니까."


'소동환.'


개울나라 '흙탕물방어'의 한 면을 책임지는 장수. 일단 나라장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소동환을 알아본 가게 주인장이 얼른 뛰어와 인사하고 자신이 팔던 물건 중 모나지 않은 최고급을 골라 건네주었다.


"일전에 감사했습니다. 우리 아이 좋은데 올라가게 도와주신 점, 거듭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가진 보잘것없는 능력을 활용해서 도움 드린 것뿐이잖아요.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받지 않겠다는 걸 굳이 품에 밀고 얼른 자리로 돌아가는 가게 주인. 이건 안 되겠다는 듯 감사히 안고 인사했다


"소동환 장수님 이리 좀 와 봐요."


국숫집 아주머니가 미리 나와 소동환을 반겼다.


"언제봐도 평판이 좋군."


아주머니와 짧은 대화를 끝내고 계속해서 시장을 둘러보았고, 거리를 빠져나와 소달구지 길로 접어들 무렵엔 짊어진 보따리까지 총 세 개를 들고 있었다. 모두 시장에서 받은 것으로 직접 골라준 과일과 물건이어서 더 좋아 보였다.


"고맙죠. 소소한 도움인데 오랫동안 기억해 주시니."


"...그렇지."


스스로 승급을 거부하고 나라장수로 지내는 흙탕물방어를 책임지는 혼백장수 소동환. 평상복 안은 두루마리를 여러 겹 말고 있었는데, 제일 위쪽은 목 언저리까지 둘렀기 때문에 두루마리 끄트머리가 옷 사이로 빠져나온 게 보였다.


"밖으로는 장생찾기 몰두, 안으로는 방어 굳히기. 요새 돌아가는 모양새가 어지럽습니다. 대장님께서 지시하신 바가 있으니 그리 흘러가는 것이겠죠."


앞을 보고 걷는데 시선은 하늘 높은 곳 아니면 땅이었다. 목 운동처럼 보이는 행위가 아니라 아예 정면을 보지 않았고, 이따금 옆구리나 빗장뼈 부분을 긁는 행동은 가려워서가 아니었다.


"소용돌이눈조직 세력이 얼마나 크고, 목적을 위해 어디까지 손을 뻗쳤는지 알 수 없어. 일백 장생 모으기는 어떤 일을 벌일 때 우선 해야 하는 판 깔기 중 작은 것, 큰 것으로 구분, 개중 큰일이라고 계산했을 뿐이지."


"그리고 장생은 산맥 전체를 돌아다녀도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보가 쌓이면 특정할 수 있는 장소가 점점 좁아지면서 조직간 마찰은 불가피...적이 사실을 모를 리 없으니, 장생 관련 정보, 지휘가 가장 우수한 개울을 직접 쳐 망을 끊어버릴 것이다...였죠."


"가능성이 높을 뿐이야. 어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


잠시 침묵으로 일관하던 둘은 갈림길을 만나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다.


'장생잡기를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장생 찾기는 이번 사태의 핵심임이 분명해. 소용돌이눈조직이 확실하면서 그나마 실체가 드러난 장수는 둘. 꼭 그들이 성을 치리란 보장은 없지만...그날이 오면, 전력으로 막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잠시 뒤 돌아 소동환이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


'내가 아니더라도 넌 반드시 누군가에게 물갈이될 거다. 후보는 많으니까.'


성에 가까워질수록 민가 보다는 고층의 기관 건물이 눈에 더 들어왔다. 해서 나라장수, 조직장수가 더 자주 눈에 띄었고, 그 중 아까 떠올렸던 '후보'라고 생각하는 장수가 사람들 쉼터 겸 장수 수련용으로 만들어놓은 작은 호숫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누리."


긴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꼬면서 걷던 최누리가 그의 부름에 돌아보았다.


"점심 드시고 오는 길인가 봐요."


"그래."


"더 멀리 나가면 추천할만한 맛집도 많은데. 늘 가까운 데만 가시니까."


도시 외곽으로 빠져 돌아다니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해서 대부분 기관 내 식당이나 바로 근처에서 해결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넌?"


"점심은 아까 먹었고 소화 겸 잠시 상대해 주러 가는 길이에요."


"막동이?"


"네. 오늘은 벼르고 있나 봅니다."


황토조직 귀신장수 최누리. 나이에 비해 워낙 동안이라 나라장수 이막동이 처음 마주쳤을 때 조직장수 임을 모르고 '내 여동생같이 귀여우니 맛난 거 많이 사주겠다' 하는 농담을 인연으로 주먹 선,후배가 되었다. 같은 권을 사용하는 장수로서 자주 수련했는데, 상대는 '귀신 최누리'. 이막동이 진심으로 공격하여 제대로 된 일격을 때려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다 소동환 만났다."


"...잘 지내는가 봐요. 혼백이 쉬지 않고 말을 건다고 하던데."


"오래되었으니 경험이 쌓였겠지. 능력은 달라도 하나쯤 너와 공통된 게 있잖아."


"전 귀신의 형상을 취하는 것뿐이지 혼백을 속박하진 않습니다. 뭐, 수련을 거듭하면서 '귀신 화'가 되어가는 단계가 조금씩 올라가면 가끔 환청이 들리지만요."


성석진이 말한 공통된 사항이 뒤에 붙인 능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까 시장 보다가 귤을 사왔단다. 그러고 보니 누리에게 희미한 귤 향이 나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몇 개 까먹으면서 귀가하던 길이었다. 말랑한 귤 두 개를 꺼내 대장에게 건네니 먼저 겉모양을 본 다음 이로 껍질을 깠다. 가끔 아이 같은 행동을 한다고 누리는 생각했다.


"소용돌이눈이 여길 칠 것이란 대장님 말씀은 언제 이뤄질 것으로 보시나요. 우리 측 전력이 빠진 만큼 마지막 장생 찾기가 불리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방문이 늦어지면, 차라리 같이 장생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해서."


"여치 장생 찾기는 정말 어려울 거야. 아니,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 시간이 지나 '다른 것'이 관여하기 시작하면 가속하겠지."


귤 겉이 딱딱해 덜 익었을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달다.


"하지만 사람 아닌 것이 그렇듯 우리에게만 답을 보여주지 않는다. 모두에게 공평하지. 그 기회를 얼마나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느냐가 마지막 장생인 여치를 찾는 중요한 한 끼가 된다."


핵심을 얘기할 때 꼭 식사에 비유하는 성석진. 같이 밥 먹을 때 보면 딱히 미식가로 보이지 않는데도 늘 그렇다. 걷는 최누리도 대장이 말하는 한 끼가 얼마나 맛있고, 향이 그득할까 궁금한지 엷은 미소를 짓는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저는 수련하러 가볼게요.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여기서 시행하는 임무는 안 할 겁니다. 밖으로 보내주시면 긍정적으로 살펴볼게요."


"그럼 성 바로 앞은 가능한가?"


"대장님도."


덥잖은 농담이었지만 가끔 들으면 피식한다. 그 길로 누리는 호숫가로 방향을 바꾸었고, 성석진은 계속 생각하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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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개울기슭 # 양떼구름 13 전조 6 21.06.16 12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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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개울기슭 # 양떼구름 11 전조 4 +1 19.07.21 44 3 7쪽
107 개울기슭 # 양떼구름 10 전조 3 18.10.29 61 2 10쪽
106 개울기슭 # 양떼구름 9 전조 2 18.10.25 62 2 7쪽
105 개울기슭 # 양떼구름 8 전조 18.10.21 45 2 9쪽
104 개울기슭 # 양떼구름 7 18.10.15 63 2 8쪽
103 개울기슭 # 양떼구름 6 18.08.07 89 2 9쪽
102 개울기슭 # 양떼구름 5 18.08.05 53 2 9쪽
101 개울기슭 # 양떼구름 4 18.08.01 73 2 7쪽
100 개울기슭 # 양떼구름 3 18.07.26 72 2 7쪽
» 개울기슭 # 양떼구름 2 18.07.08 73 2 9쪽
98 개울기슭 # 양떼구름 18.06.29 71 2 11쪽
97 소용돌이눈 2 18.06.27 87 2 5쪽
96 소용돌이눈 18.06.26 41 2 12쪽
95 개울기슭 # 천둥구름 21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3 18.05.24 90 2 8쪽
94 개울기슭 # 천둥구름 20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2 18.05.21 55 2 9쪽
93 개울기슭 # 천둥구름 19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1 18.05.19 58 2 10쪽
92 개울기슭 # 천둥구름 18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0 18.05.11 126 2 11쪽
91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7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9 18.05.08 111 2 9쪽
90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6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8 +1 18.04.26 102 4 9쪽
89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5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7 18.04.08 107 2 8쪽
88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4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6 18.04.05 91 2 11쪽
87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3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5 18.04.04 103 2 10쪽
86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2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4 18.04.03 89 2 12쪽
85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1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3 18.03.11 110 2 8쪽
84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0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2 18.03.10 123 2 9쪽
83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9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8.03.09 82 2 11쪽
82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8 조짐 18.01.24 97 2 8쪽
81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7 18.01.15 115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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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5 17.11.27 121 2 10쪽
78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4 17.11.21 369 2 9쪽
77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3 17.11.06 235 2 8쪽
76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2 17.11.04 101 2 10쪽
75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7.11.02 414 2 10쪽
74 궁철, 추격의 장 3 17.10.27 106 3 4쪽
73 궁철, 추격의 장 2 17.05.25 153 2 9쪽
72 궁철, 추격의 장 17.05.18 477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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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3 예봉산 원정대 12 16.05.25 38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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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1 예봉산 원정대 10 16.04.21 589 2 8쪽
63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0 예봉산 원정대 9 16.04.18 372 3 10쪽
62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9 예봉산 원정대 8 16.03.25 355 2 8쪽
61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8 예봉산 원정대 7 16.03.23 338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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