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나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운초
작품등록일 :
2012.02.22 02:53
최근연재일 :
2021.06.16 01:23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1,588
추천수 :
573
글자수 :
497,900

작성
19.07.26 02:48
조회
31
추천
2
글자
8쪽

개울기슭 # 양떼구름 12 전조 5

DUMMY

사람과 접촉을 피해 다니면서 특히 자신을 아는 장수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도시 외곽으로 빠져 나와 한적한 길로 접어든 성석진. 그의 생각은 누군가가 쳐 놓은 괴이한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시작 자체가 기우일지도 모른다. 귀신의 덫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행위...임무 중 자주 겪어봤던 상황이야. 단지.'


주술이나 풍수지리, 버려진 거지무덤에 자리 틀고 묏자리가 내 것이라며 사람에게 거짓을 일삼는 '팔려간 도깨비' 같은 것들을 상대해 온 장수의 감이 이것은 심상치 않다고 경고한다. 어째서 이걸 두고 중요하다 여기게 되었을까. 따로 움직이게 한 원인, 요점은 무엇인가.


'첫째로 시기다. 나와 훈장님이 생각하는 위협하는 조직이 난장판 벌일 시기. 하필 오늘 아침주제가 그러했다. 토론하지 않았다면 염두에 두지 않았겠지. 그리고 혼자 과민반응이 아닐까 추스르고 다른 장수가 해결하도록 두었다면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를 것 같은 예감. 이것이 첫 번째. 둘째는...'


모호하다.

대상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가 특정되어 있지 않았다.


'누구의 다리를 붙잡으려고 했는지가 모호해. 나뿐만 아니라 나라장수 중에서도 촉이 좋은 장수면 이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유는 몰라도 여기를 노리는 장수가 불특정 장수 한 명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귀의 함정을 파놓았다고 한다면, 운이 나쁘게 내가 걸려들었다...'


그것은 성석진의 운이 아니라, 상대를 말한다.


'요컨대 파놓은 함정에 걸린 줄도 모르고 행동하는 장수를 인형처럼 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 나라에 혼란을 주기 위한 전초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위지. 무엇보다 적은 이미 도시에 숨어들었어. 개울은 전적으로 압박 경비를 서지 않으니까 의심스러운 자가 도시를 드나들어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아. 대신 흙탕물 방어체계가 이 이상 역할을 하지. 어쨌든, 나는 이것을 이용하기로 한다.'


장수 뒷덜미에 줄을 채워 이용할 목적이라면 분명 함정에 빠진 자의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든 파놓은 당사자에게 전달될 것이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할 생각이다. 지금부터 나의 행동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며, 숨어든 자는 성석진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해 가리라.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은 생각에 돌을 못 보고 차버렸다.


'함정에 걸렸다 생각하고 상황 자체를 묶어둔 채 접촉을 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개울이 그리 허술하더냐. 눈에 띄는 일이 벌어지면 장수는 알아서 움직일 것이고, 흙탕물이 흘러넘칠 거야. 나머지는 장수에게 맡기고, 난 한발 물러서서 함정의 주인을 찾아낸다.'


그리 생각하고 걷는 성석진이 밟는 땅에 매끄러운 조약돌이 서로 비비며 유리 깨지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냈다. 달건 주막에선 술잔이 요란하게 깨졌다. 들어봤을 때, 두 소리는 비슷하다.


"피는 삼켜. 뱉지 마. 내 정기도 나가 버리니까."


임용식의 입술이 터져 엄지로 확인하고 비린내를 뱉으려는데 진미설이 말렸다. 대결은 용식이, 미설은 달건주막 담에 달라붙어 자신을 향하는 공격만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로 보일 만큼 힘든 상황. 안금분은 대결을 지켜보면서 진미설쪽으로 시선을 옮길 때마다 과도하게 쏘아보는 눈동자를 마주쳤고, 지금은 나에게 주는 경멸을 거두는 편이 생존에 유리할텐데...라고 생각했다.


'장수가 걸려들었다는 신호를 받았는데, 반응이 잔잔해. 내가 직접 보거나 들을 수 없어서 그렇지만. 황토조직 장수와 많이 접촉했으면 하는데, 두고 보면 알겠지?'


금분의 주머니에서 꿈틀대는 나무 조각. 손가락으로 까끌까끌한 겉면을 쓰다듬으면서 저쪽 상황을 알아내고 있었다.


'밖에서...'


진미설은 싸우기를 포기하고 부서진 팔을 감싸 안은 채 철저하게 피하기만 했다. 체술을 쓰는, 어깨가 유난히 발달한 장수와 겨룬 결과가 이 모양. 임용식과 힘을 합해도 무리라 판단해 아예 자신의 능력을 용식에게 넘겼기 때문에 맞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 하나만 인지하고 악착같이 피해 다녔다. 그러면서 귀를 열고, 눈은 안금분에게 고정할 수 있는 이유는 임용식 덕분이다. 원래 들고 다니던 간장 종지, 밥그릇을 뭉개고 물 잔을 만들어 임용식에게 건네주었다. 정기 능력을 '양도'한 것. 죽임당하지 않을 정도로 도망치면 나머지는 임용식이 주변에서 수비해주는 형식이다.


'방금 사람이 지나갔는데, 이상하다고 했어. 시끄럽다고 그랬어.'


괜히 담에 붙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위험 속에서 살길을 찾는 진미설은 위기상황에서도 귀를 열어 달건주막은 '갇힌 싸움터'가 아니라는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사람을 밑으로 볼 정도 분이 마련해 준 장소라면 담 밖에서 이쪽 일을 알기 어려워. 특히나 장수 아닌 사람은. 방금 들은 소곤거린 내용은 주막의 소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어. 그렇다면 당신 옆 높은 분, 아니.'


높아 보이기 위한 분은 가짜. 안금분도 미설의 행동을 지켜본바 더 묶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담에 붙어 집요하게 도망 다니더니 가짜를 알아내려고 했구나. 아무래도 어설펐나 봐.'


손피득이 하늘 한 번 보고 잠시 귀를 기울인 다음 앉아서 지켜보는 안금분을 보았는데, 소리 안 나게 손뼉 치는 모양으로 신호를 주었고, 그대로 진미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기가 어깨에 모여서 황소처럼 쏘아붙이다가 일정 거리에서 허리를 내뺐다.


"인마야!"


정기를 모아 사람 형태의 잔상으로 내다 꽂는데, 달려든 임용식이 선 벚꽃 잎, 후 방어를 통해 이 중으로 감쇠시킨 다음 벚꽃잎을 침처럼 날려 떨어지게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금분을 향하는 진미설.


"왜 그랬어. 거짓말쟁이 당신. 처음부터 알아차렸으면 '제약'에 걸려있다는 생각도 안 했을 것이고, 적극적으로 싸웠잖아. 나 이 꼴 안 됐을 텐데."


[황소 뒷굽에 밟혀 죽게 할 것이냐.]


'산 걷기'님 말을 흘려보내고 일어섰다. 거짓이 들킨 지금 더는 산 걷기가 아니라 절름발이 도깨비가 되었다.


"언제 알았어요?"


"이 봐,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대화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봐요."


미설을 밀치고 조금씩 마시던 물 잔 안 내용물을 목째 넘긴 다음 두 다리를 지지대 삼아 어깨를 받았다. 느낌이 온다. 장수의 본심!


'선배와 여자의 대화가 진짜를 불러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달건주막 담이 무너지고 임용식이 바닥을 굴렀다. 그릇에 정기를 담아 '주변 것을 모아 마신다'는 개념으로 시작되는 미설의 능력을 양도받아 대신 마셔 힘을 끌어모았기 때문에 치명상을 입지 않았는데 충격은 거세서 잠시 일어나지 못했다. 다른 쪽 벽에 등을 쓸며 일어서는 미설이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땀으로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려는 행동이었는데, 안금분은 그것이 재밌어 보였는지 자신도 머리카락 한 올 잡고 귀 뒤로 넘겼다.


"높은 분이 내린 약속과 공간의 제약까지는 알아내기 힘들다 쳐도, 당신의 무례함은 넘어갈 수 없었어. 진짜 높은 분이었다면 앉은 자세부터 고쳐 잡았어야지."


양손을 펼쳐 '그러게요'라고 답신하는 안금분과 응답한 손피득의 공격. 제약이 걸린 공간에서 제한 된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거짓을 들켰으니 정기 조절을 그만두고 전력으로 상대하기 시작한 손피득.


'장수 둘을 죽이겠다는 생각은 빗나갔네. 난 꼭 이런 데서 실수해.'


달건주막 담비 부서져 난리가 시작된 시간. 곡채홍이 장수본부 장수 열 명과 함께 개울나라 성 앞 자두도시에 도착했다. 장수본부에 의뢰해 모집한 장수 열 명은 귀의 사채를 끌어다 써야 한다는 조항이 달려 있었기 때문에 전원 빌린 돈을 품었고, 그 중 김영수, 함원길, 모기시가 일행 가장 뒤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위나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0 개울기슭 # 양떼구름 13 전조 6 21.06.16 12 2 4쪽
» 개울기슭 # 양떼구름 12 전조 5 19.07.26 32 2 8쪽
108 개울기슭 # 양떼구름 11 전조 4 +1 19.07.21 44 3 7쪽
107 개울기슭 # 양떼구름 10 전조 3 18.10.29 62 2 10쪽
106 개울기슭 # 양떼구름 9 전조 2 18.10.25 62 2 7쪽
105 개울기슭 # 양떼구름 8 전조 18.10.21 45 2 9쪽
104 개울기슭 # 양떼구름 7 18.10.15 63 2 8쪽
103 개울기슭 # 양떼구름 6 18.08.07 89 2 9쪽
102 개울기슭 # 양떼구름 5 18.08.05 53 2 9쪽
101 개울기슭 # 양떼구름 4 18.08.01 73 2 7쪽
100 개울기슭 # 양떼구름 3 18.07.26 72 2 7쪽
99 개울기슭 # 양떼구름 2 18.07.08 73 2 9쪽
98 개울기슭 # 양떼구름 18.06.29 71 2 11쪽
97 소용돌이눈 2 18.06.27 87 2 5쪽
96 소용돌이눈 18.06.26 41 2 12쪽
95 개울기슭 # 천둥구름 21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3 18.05.24 90 2 8쪽
94 개울기슭 # 천둥구름 20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2 18.05.21 55 2 9쪽
93 개울기슭 # 천둥구름 19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1 18.05.19 58 2 10쪽
92 개울기슭 # 천둥구름 18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0 18.05.11 127 2 11쪽
91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7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9 18.05.08 111 2 9쪽
90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6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8 +1 18.04.26 102 4 9쪽
89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5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7 18.04.08 107 2 8쪽
88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4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6 18.04.05 91 2 11쪽
87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3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5 18.04.04 103 2 10쪽
86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2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4 18.04.03 89 2 12쪽
85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1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3 18.03.11 110 2 8쪽
84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0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2 18.03.10 123 2 9쪽
83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9 까마귀 장생도 쟁탈전 18.03.09 82 2 11쪽
82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8 조짐 18.01.24 97 2 8쪽
81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7 18.01.15 115 2 9쪽
80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6 17.11.29 221 2 8쪽
79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5 17.11.27 121 2 10쪽
78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4 17.11.21 369 2 9쪽
77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3 17.11.06 236 2 8쪽
76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2 17.11.04 101 2 10쪽
75 개울기슭 # 5 천둥구름 17.11.02 415 2 10쪽
74 궁철, 추격의 장 3 17.10.27 106 3 4쪽
73 궁철, 추격의 장 2 17.05.25 153 2 9쪽
72 궁철, 추격의 장 17.05.18 477 2 6쪽
71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8 예봉산 원정대 17 17.05.17 234 2 9쪽
70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7 예봉산 원정대 16 17.05.16 139 2 11쪽
69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6 예봉산 원정대 15 16.07.26 326 2 13쪽
68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5 예봉산 원정대 14 16.07.22 172 2 13쪽
67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4 예봉산 원정대 13 16.07.20 220 2 15쪽
66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3 예봉산 원정대 12 16.05.25 380 2 8쪽
65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2 예봉산 원정대 11 16.04.22 371 2 6쪽
64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1 예봉산 원정대 10 16.04.21 589 2 8쪽
63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10 예봉산 원정대 9 16.04.18 372 3 10쪽
62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9 예봉산 원정대 8 16.03.25 355 2 8쪽
61 개울기슭 # 4 소나기구름 8 예봉산 원정대 7 16.03.23 338 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