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보단 폭력 - 2018[판타지]
법 보단 폭력
여자를 3일에 한 번씩 성기가 아닌 주먹으로 정기적으로 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실제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은 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문제는 그가 소설 논리와 현실 논리를 가끔 똑 같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김이 특히 좋아하는 소설은 신이 세상에 개입해서 세상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다는 내용이었다.
김이 어느 날 신을 만났다.
신이 말했다.
“너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인간 세상을 유래 없이 폭력적으로 해주겠다. 너에겐 언제든 관망할 수 있고 벗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초능력을 줄 테니 걱정 말고.”
“신납니다!”
“너의 소원이 너무 간절해서 들어주는 것이다. 난 세상에서 폭력성을 느끼고 싶으면 미시적 차원 즉 양자역학적 세계로 눈높이를 낮추는 걸 가장 선호하니까. 음 그럼 시작한다.”
김은 집밖으로 나갔다.
자동차가 길거리를 덮쳐 사람을 치어 죽이는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폭력을 마음대로 쓰고만 싶은데 무슨 질서가 성립된다는 것일까.
공사판에선 인부들이 삽과 오함마를 들고 서로를 패 죽였다. 폭력을 마음대로 쓰고만 싶은데 남이 돈 버는 꼴을 뭐 하러 본다는 것일까.
군인들이 기관총과 탱크로 민간인을 마구 죽이고 그 사람 고기로 잔치를 벌였다. 사람도 고기인데 폭력을 마음대로 쓰면 왜 안 먹는 것인가.
엄마들이 유모차에서 아기를 꺼내 먹어치웠다. 어머니가 폭력을 마음대로 쓰고 싶은데 자신의 아기를 왜 태어나자마자 안 먹는 것일까.
부자들이 서로를 공격해서 잡아먹었다. 어떤 유형의 인간들은 이기고 싶은 욕구에 넘쳐 고위층에 오른다는데 그런 사람들이 폭력만 마음대로 쓰고 싶어 한다면 최상층에 있는 인간의 고기를 먹는 것은 무엇 보다 큰 영광이 될 뿐이었다.
인간은 자살했다. 폭력을 마음대로 쓰고만 싶은데 몸을 힘들게 살려둘 이유가 무엇이 있다는 것인가.
폭력은 쓰기 시작하면 광기에 서리는 법이다. 질서도 없는 오직 폭력의 충동 앞에 인류는 그렇게 멸종했다.
김은 방에서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아, 꿈이네.”
김은 밖으로 나갔다.
김은 일상의 평온함이 어느 정도 유지됨에 안도했고 꿈이 생생했음에 섭리를 느꼈다.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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