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월중천(赤月中天)(142)
제갈진과 연기주가 마의선 천관정에게 기어이 복수하고, 마교도들과 다시 싸우자 서민은 냉정하게 장내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폈다.
그러자 소림사 산문으로 공격해 온 이천 명의 마교도는 이미 일천 명도 되지 않을 만큼 줄어 있었고, 소림사, 개방, 화산파의 인원도 반 정도 줄어 있었다.
상황이 그랬으니 지금까지의 접전은 자신이 원하는 쌍방의 양패구상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산문에서의 접전 상황을 고려해 보면 다른 곳의 접전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자신이 사천마선 중 동천마선 장일도, 천마검대주 우지석, 마의선 천관정을 죽은 것이 결국은 서로 간의 균형을 맞춘 꼴이 되었으니 실없는 웃음도 나왔다.
어떻든 서민으로서는 그들을 죽인 것이 일거양득 이상의 결과를 얻은 것도 되었으니 즉 서로의 세력 균형을 맞추고, 그렇게 해서 서로 확실하게 양패구상시키고, 의천 문도, 초씨 세가, 장백파 문도가 상대할 수 없는 마교 고수를 죽여 그들의 희생을 줄이는 것 등 말이다.
“악!”
접전 상황을 그렇게 분석하면서 달려드는 마교도 하나를 베어 넘긴 서민은 조무와 남일해 등 장백파 문도, 초씨 세가 가솔, 의천문 문도들이 싸우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또 접전을 살폈다.
그러니 마교 호법원의 고수들과 아직도 살아서 날뛰는 서천마선 고도형, 남천마선 배영천, 북천마선 곽범호, 암흑마선 조호근, 녹림 총 채주 진패홍과 마인들은 소림사 방장 지현과 화산파 검황 고용문, 장문인 금현, 매화검존 이단양, 개방 태상방주 부운걸개 장송, 권성 명근홍, 장황 강창한 등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가만히 살펴보니 그들은 곧 대다수가 양패구상할 것으로 보였다.
하여 정각에게로 다가간 서민은 그에게 눈짓으로 신호하고는 드디어 천마 위소군이 있는 곳을 향해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큭!”
천마 위소군의 호위대원 하나를 베어 넘긴 곤륜 일검 주동은 혜정 등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쉽게 천마 위소군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 순간 다시 답답한 신음과 함께 각지가 천마검에 반 토막이 나서 뒹굴자 주동은 사력을 다해 천마 위소군의 호위대를 베며 그에게 다가갔다.
“갈!”
그때 일갈과 함께 천마 위소군이 자신에게 일장을 쳐오는 장선 화준을 향해 천마검법 천마재천을 펼쳐내 마주쳐가면서 혜정 등 혜 자 배분 고승들의 공격은 천마장 천지혼돈으로 막았다.
“......”
자신의 구명 절초인 철륜장(鐵輪掌)의 공세를 절묘하게 피해 천마검이 자신의 가슴을 길게 베고 지나서 혜경에게로 옮겨가자 장선 화준은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으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안타깝기만 했다.
그리고는 반이나 갈라진 가슴을 내려다보다가 이렇게 신음도 흘리지 않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로써 권선 노석원과 각지에 이어서 장선 화준까지 베어버린 천마 위소군의 천마검이 다시 혜경에게 다가가자 혜 자 배분 혜정과 혜명, 혜선은 사력을 다해 장과 권을 쳐내며 그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큭!”
그 순간 자신들이 쳐낸 장과 권이 천마 위소군의 천마장에 모두 해소되어 버린 것은 물론 천마검이 혜경의 목을 베면서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사숙!”
각정은 사형 각지에 이어서 사숙 혜경까지 천마검에 목숨을 잃자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도 않고,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천마 위소군에게 달려들었는데, 그의 불진에는 이미 전신 공력이 실려 있었다.
“팡!”
혜선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천마검에 일장을 쳐내고는 옆으로 몸을 틀어 검의 공세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혜선 그의 생각일 뿐이었으니 그가 움직이는 속도보다는 더 빨리 천마검이 전광석화같이 그의 어깨를 베고 반대편으로 빠져 나가버렸기 때문이었다.
혜선까지 베자마자 등 뒤로 다가오는 각정의 불진을 천마장으로 막은 천마 위소군은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혜정과 혜명을 일별하는 즉시 각정을 먼저 처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굳혔다.
하여 자신의 천마장에 불진을 떨어뜨리고, 피를 게워내는 각정을 향해 천마검을 옮겨갔다.
자신이 망연자실해 있는 사이 각정이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혜정이 전신 내공 모두를 끌어올려 천마 위소군을 향해 몸을 날린 것은 그때였다.
그러자 혜명도 사형 혜정을 따라서 천마 위소군에게 달려들었다.
“흥!”
막 각정의 목을 베려는 순간 혜정과 혜명이 동귀어진이라도 하겠다는 양 자신을 향해 몸을 던져오자 천마 위소군은 각정에게 향하던 천마검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는 천마검법 천마행공의 일초를 혜정에게로 옮겨갔으니 그 일초는 공수전환에 한 치의 빈틈도 없었고, 실로 전광석화 같은 절묘한 대응으로 그 한 수만 놓고 봐도 천마 위소군이 현 무림의 최고 고수임을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한, 그는 좌장으로는 혜명의 공격을 막아내려고, 그의 공세 속에 천마장을 밀어내기까지 했다.
그러자 두 소리 요란한 폭음이 터졌고, 그 소리가 그치기도 전에 천마 위소군은 혜명의 공세를 막은 좌장을 거두어들이면서 각정을 쳐버렸고, 혜정의 가슴에 박힌 천마검을 뽑아 자신의 천마장에 피범벅이 되어 쓰러진 혜명을 지나 각상과 곤륜오검에게로 옮겨갔다.
“아미타불!”
전신 내공 모두를 실은 공격이 허무하게 천마검법과 천마장에 격퇴되고, 가슴에 구멍이 난 혜정과 피범벅이 된 혜명은 스르르 눈이 감기는 것에도 불구하고 불길이 치솟는 소림사를 바라보고는 평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불호까지 읊조렸다.
그 순간 마치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것을 깨달은 표정 같았다.
그렇게 혜 자 배분 혜정, 혜명, 혜경, 혜선, 권선 노석원, 장선 화준, 각지, 각정까지 처리한 천마 위소군의 천마검이 자신에게 덮쳐오자 각상은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과 함께 싸우던 각 자 배분 십팔나한은 이미 열 명도 남지 않았고, 그들 모두도 천마 위소군의 호위대에 막혀 몸을 빼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곤륜오검도 호위대에 막혀 있었으니 더 눈앞은 아득하기만 했다.
“피하시오!”
그때 일갈과 함께 주동이 어검술로 천마검을 쳤지만, 주동의 어검은 천마검에 막혀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크윽!”
다음 순간 답답한 이런 비명과 함께 각상이 서서히 무너졌다.
불진으로도 주동의 어검술로도 천마검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말이다.
각상마저 천마 위소군에게 죽자 각운과 주동은 어떻게 그를 막아야 할지 순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때 서민은 천마 위소군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면서 그가 혜정을 비롯한 혜 자 배분 고승과 권선 노석원, 장선 화준, 각지, 각정, 각상을 죽이고, 주동과 각운에게로 다가가자 속으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티를 낼 수는 없어서 그가 빨리 그들을 처리하기를 바라면서 마교도 하나를 베어 넘겼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천마검을 검집을 들어 막으면서 주동은 사제들이 속히 도와주기를 바랐으나 곤륜 이검 양태보와 삼검 원금강, 사검 장명주, 오검 강가섭의 상황도 여의치를 못했다.
“쓱!”
그때 잘 드는 검이 종이를 자르고 지날 때 나는 소리와 함께 주동의 검집과 검에 이어서 그의 허리가 반으로 잘리고, 각운의 목까지 천마검에 잘려나갔다.
일검에 곤륜일검 주동과 각운을 베어버린 천마 위소군은 천마검을 고쳐 잡는 즉시 자신의 호위대에 막혀 있는 양태보에게 다가가며 호위대원들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물러나라!”
사형 주동이 반 토막이 나고, 자신을 막던 천마 위소군의 호위대원들이 그의 명령에 소림승들에게 달려가자 양태보는 일갈과 함께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나 그가 미쳐 검을 펼쳐내기도 전에 천마검이 그의 허리를 양단하고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주동에 이어서 곤륜이검 양태보까지 베어버린 천마 위소군이 이번에 원금강과 장명주, 강가섭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서민이 자신에게 눈짓하고, 천마 위소군에게 다가가자 정각은 그가 한 것처럼 예의 접전을 살피면서 녹림 총 채주 진패홍을 베어버리고는 서천마선 고도형에게로 다가갔다.
이른바 서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는 조무와 남일해도 정각에게 질 수 없다는 듯 서민의 부탁을 저버리고는 검진을 푸는 즉시 마교도들 속으로 뛰어들어 혼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교 대호법 이당은 원로원의 고수들이 소림사 경내에 불을 지르고, 경내에 배치된 소림승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자 소림사 서쪽으로 이동해 접전을 살피다가 새로이 임명된 귀살대 대주 홍한규(洪翰圭)에게 귀살대를 셋으로 나누어 소림사 삼면으로 투입하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접전을 잠시 바라봤다.
그러자 천마 위소군의 오 제자 양예석과 혈천검대 대주 연중의와 녹림도들이 선전하고 있었지만, 정파보다 고수가 부족해 다소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나 곧 귀살대 일조 오십 명이 접전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보고는 안심이 된 듯 북쪽으로 이동해 갔다.
소림사 경내 싸움은 한마디로 소림사 원로원과 마교 원로원의 싸움에 진주 언가가 끼인 꼴이었다.
“아버님, 이 싸움에 저희가 낄 곳은 없으니 불을 먼저 끄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언소천의 이 말에 언한은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봤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마교도들과 소림승이 싸우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소림사 사판승들이 불을 끄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들로서는 불을 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해서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가라! 이곳의 싸움도 어찌 될지 모르니까.”
언소천은 그 즉시 언영과 몇십 명의 가솔을 데리고 불이 옮겨붙는 전각으로 달려갔다.
“크윽!”
곤륜삼검 원금강과 곤륜사검 장명주가 참담한 비명과 함께 쓰러지고, 곤륜오검 강가섭이 오른팔이 잘려 뒤로 물러나자 천마 위소군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호위대원들과 아직도 싸우는 소림 각 자 배분 십팔나한에게로 다가갔다.
서민은 천마 위소군이 곤륜오검을 간단하게 베고, 남은 소림사 각 자 배분 십팔나한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을 하나씩 베어 넘기자 드디어 때가 온 것을 느끼고는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그러자 자신의 눈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챈 정각이 자기 생각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조무와 남일해가 자신의 부탁을 어기고 마교도와 혼전을 벌이자 적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방 부운걸개 장송은 그때 마교 암흑마선 조호근과 원로원 고수를 맞아 겨우 버티고 있었고, 소림사 방장 지현도 위태위태해 보였다.
화산파 검황 고용문, 장문인 금현, 매화검존 이단양, 권성 명근홍, 장황 강창한도 결코 오래 버티지 못할 위급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으나 다행인 것은 의천문도들과 초씨 세가 가솔은 자신의 명령을 어기지 않고, 아직도 굳건히 검진을 구성하고는 마교도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크윽!”
각 자 배분 십팔나한 둘이 천마 위소군의 천마검에 목이 잘리자 남은 각 자 배분 십팔나한은 둘밖에 되지 않았다.
하나 그들도 천마 위소군의 호위대 삼십여 명에 둘러싸여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르는 판국이었다.
그 순간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서민이 유엽표 두 개를 꺼내 들고는 천마 위소군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대주, 저들을 도와라!”
천마 위소군의 이 명령에 그의 호위대 대주 유석(劉碩)이 그 즉시 각 자 배분 십팔나한 둘을 공격하던 대원들을 이끌고 접전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소림사 산문으로 달려갔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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