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Arbitrator 2(D.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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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7.06.26 21:50
최근연재일 :
2017.07.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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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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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일상 (1)

DUMMY

맴맴

매미가 울창하게 우는 이른 아침이었다. 이제 서서히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였지만 날씨는 여전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매미 역시 그만큼 많았다.

그 시간에, 홀로 움직이는 이가 존재했다.

부스럭

“후우···.”

그 사람은 바로 리벤 니하트였다. 매미가 우는 숲길을 걷던 그는 돌이 거의 없는 걷기 편한 길이 나오자 작게 숨을 돌렸다.

엘버스의 난 이후로 검을 놓고 부모님의 곁으로 돌아간 리벤은 독립해서 살고 있었다. 아직 미성년자였지만 거의 성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이였고, 사람이 많은 복잡한 도시보다는 숲에서 지내면서 심신을 회복시키기 위함이었다.

‘요즘은 약 기운이 정말 많이 떨어진 것 같네. 정신이 맑은 느낌이야···.’

리벤의 이 생각처럼, 세 달 정도를 꾸준히 숲에서 지낸 그는 현재 거의 일반인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아진 상태였다.

마약에 중독되어 살던 하루하루는 확실히 쾌락은 존재했지만 언제나 마음이 불안했으며 편하지가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신을 옭아매던 주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었다.

물론 아직 완치가 된 건 아니므로 진통제를 꾸준히 먹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옛날에 비하면 정말 많이 나아져서 하루에 한 알만 먹어도 괜찮을 정도였다. 병원이 있는 도시를 벗어나 숲에서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그 덕이 컸다. 필수인 진통제의 복용량이 많이 떨어져서 병원으로 자주 나갈 필요가 없었다.

‘사람이 산다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인 거겠지.’

리벤은 천천히 다시 숲을 걷기 시작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리벤의 모습은 나아진 증상만큼이나 괜찮아진 상태였다. 예전에는 나름 반반한 용모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얼굴 여기저기가 뒤틀리고 기미가 심하게 껴서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뒤틀린 건 온데간데없었고 기미 역시 많이 옅어졌다. 거기에 반반하게 생긴 얼굴이 본래의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자 그는 영락없는 미소년에 속했다. 헝클어진 적당한 길이의 검은머리가 그 매력을 더해주고 있었고, 원래 뛰어난 검술 실력을 지니고 있었던 덕인지 몸이 전체적으로 마른 편이었는데도 나름 근육이 잡혀서 탄탄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키 또한 나이에 비하면 꽤나 큰 편이라, 리벤은 가끔 지내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구하기 위해 마을에 나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성격이 일리아처럼 상당히 내성적이어서 그러한 시선들을 불편하게 여겼지만 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현재 리벤이 숲을 걷는 건 일종의 아침운동이었다.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꾸준히 운동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른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숲길을 걷던 리벤은 어느 정도 숨이 차는 게 느껴지자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리벤의 집은 오두막집이었다. 방 하나에 침대와 책상이 있는 게 전부인, 아주 작은 집이었으나 근처에 강가가 있어서 사는 데에는 최적이었다. 사람이 사는 데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물이 바로 옆에 있었으니 나쁠 수가 없는 것이다.

쏴아아

“후우···.”

천천히 걸었다고 해도 오랜 시간을 걸은 만큼 땀범벅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전개였다. 입고 있던 츄리닝을 벗고 강물을 길어다가 몸에 끼얹은 리벤은 시원한 감각이 전신에 느껴지자 일종의 만족감을 드러내고는 셔츠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 다음 입고 있었던 츄리닝은 열심히 빨아서 오두막집 근처에 널어두었다.

‘어, 편지가 왔었구나.’

오두막집으로 돌아온 리벤은 그 앞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곧 그는 봉투를 뜯어 내용을 읽었다.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편지는 부모님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간단하게 안부를 묻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리벤은 거기에 맞춰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리벤의 부모님은 아버지는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리벤이 하는 것 하나 없이 숲에서 지내는데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사실 부모님의 덕이 컸다. 매달 생활비를 두둑하게 보내준 것이다.

누가 보면 너무 오냐오냐하는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건 전후사정을 듣고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이었다. 영락없이 옛날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을 극적으로 찾았으니 말이다.

삐이익

“잘 부탁해.”

답장을 다 쓴 리벤은 휘파람으로 전서구를 불렀고, 전서구의 다리에 답장으로 쓴 편지를 묶어주면서 말했다.

푸드득

그러자 전서구는 힘차게 날아올라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함께 오랫동안 청명한 숲에서 지냈다 보니 힘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그럼 나도 슬슬···.’

본래라면 이후 계획은 오두막집에 홀로 틀어박혀 명상을 하거나 물고기를 낚으러 가는 식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특별한 날이었다.

곧 리벤은 오두막집에서 가방을 챙겨 나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목적지는 바로 숲 근처에 있는 도시였다.


*


웅성웅성

-자자~! 싸다! 싸! 이 물건들이 단돈 1실버! 먼저 집어가는 사람이 임자!

-최고의 품질만을 보증합니다! 구매하시고 나서 마음에 안 드시면 1주일 내에 언제든 환불 가능합니다!

거주지인 숲에서 나와 리벤이 내려온 마을은 인구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여러 물건을 취급하는 시장이 활발하여 들르는 손님이 대단히 많아 24시간 동안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온갖 물건이 다 있어서 멀리서 오는 손님도 많았다. 그 덕에 숙박시설도 많았다. 멀리서 온 손님이 원하는 물건이 시장에 나올 때까지 지낼 장소가 필요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여기는 정말 언제 와도 변함이 없구나.’

리벤은 그러한 시장을 멀리에서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방금 전에 마을에 도착한 상태였다. 목적지로 가기 전에 따로 살 물건이 있어서였다.

“어~! 니하트 아니냐!”

그런데 리벤은 그러다가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근처에서 그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히터 씨.”

리벤은 거기에 고개를 돌려서 아는 얼굴이 보이자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가 인사를 건넨 사람은 바로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를칸 히터였다.

아를칸 히터는 운동이 필요한 푸짐한 몸매의 전형적인 중년 남성으로, 인심이 좋아서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는 사장님이었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그가 리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 성격이 한몫했다.

리벤은 처음에 생필품을 마련하기 위해 숲에서 시장으로 내려왔을 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광경이 보이자 일종의 현기증을 느꼈었다. 그러다 보니 꼼짝없이 빈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는데, 거기에서 아를칸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것들을 마련할 수 있었다. 거기에 몸이 너무 말랐다고 많이 좀 먹으라면서 서비스로 고기를 얻은 건 덤이었다.

그 이후로 리벤은 마을에 오면 아를칸에게는 계속 인사를 하는 편이었고, 간혹 고기가 먹고 싶어지면 그에게서 사곤 했다. 채식을 선호하는 성격이라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래, 웬일로 내려온 거냐? 고기라도 좀 줄까?”

“아니에요. 오늘은 꽃을 좀 사려고 왔어요. 따로 들를 곳이 있어서요.”

리벤은 인사와 함께 아주 자연스럽게 영업을 시도하는 아를칸의 모습에 정중하게 말했다. 그런 그의 시선은 아를칸의 정육점 맞은편에 있는 꽃집을 향하고 있었다.

“흠, 꽃이라···. 그래도 모처럼 봤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이것 좀 가져가거라. 너는 무조건 많이 먹어야 돼.”

보통 자신의 가게에 볼일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쫓아내기 일쑤인데 아를칸은 아니었다. 그는 리벤의 대답에 턱을 짚은 채 고심하듯 중얼거리다가도 냉동고에서 고기를 꺼내더니 거의 던지듯이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리벤은 그것을 정중한 인사와 함께 받았다.

지금은 따로 갈 곳이 있어서 그 사이에 고기가 상할 수도 있었지만 아를칸은 베테랑답게 쉽게 상하지 않도록 얼음도 같이 넣어줘서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거주지인 오두막집에는 냉동고가 없었지만, 근처에 있는 강물에 담가두는 식으로 보관이 가능했다.

“그럼 히터 씨, 다음에···.”

리벤은 본의 아니게 아를칸에게 또 다시 신세를 지게 되자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다음 꽃집으로 향하려고 했는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타앙

타앙

‘이 소리는···!’

리벤은 표정을 굳혔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일상생활에서는 절대로 접할 수가 없는 소리를 듣게 된 여파였다.

그 소리의 정체는 바로, 총소리였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니, 니하트! 어서 도망치거라! 어서!”

총소리와 함께 시장은 엉망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겁을 먹고 일제히 도망을 꾀한 결과였다. 거기에는 정육점의 주인인 아를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리벤에게 말하고는 그 자신도 허겁지겁 도망을 꾀했다. 가게를 함부로 비우는 건 위험했지만 목숨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

타탓

하지만 리벤은 조금 다른 행동을 취했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비규환이 된 시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움직였는데, 그 방향은 탈출구라고 할 수 있는 마을의 입구가 아닌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었다.

물론 리벤이 거기로 이동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철그럭

골목길로 이동하여 주변을 살핀 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리벤은 가방을 열어 그 안에서 두 자루의 검을 꺼냈다. 둘 다 동일하게 생긴 쌍검으로, 그가 애용하는 무기였다.

그렇다. 리벤은 사실 검을 다시 손에 쥔 상태였다. 엘버스의 난 이후로 검을 놓기는 했으나 그 이후에 종종 평범한 사람들이 악인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걸 보게 된 까닭이었다.

자신에게는 그들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런 만큼 그것을 함부로 썩혀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리벤은 과감하게 다시 검을 쥐었다.

단, 거기에는 별도의 준비가 필요했다.

덜컥

‘설마 오늘 같은 날에 이걸 쓰게 될 줄이야···.’

그것은 바로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는 것이었다. 가장 간단한 건 가면의 착용과 환복 -그냥 셔츠만 다른 종류로- 이었다. 일부러 나갈 때마다 가방을 챙기는 건 그 이유가 컸다. 리벤은 타인의 이목을 끄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이었고, 그 행동으로 영웅 취급을 받는 건 더욱 바라지 않아서였다.

리벤이 얼굴에 쓴 가면은 입과 코,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전부 가리는 형태였다. 직접 사냥한 동물의 뼈를 깎아서 만든 것이라 약간 투박했다.

오늘 소란이 일어난 시장을 포함하여 주변에 칼마드라는 조직에 속한 이들이 나타나면 리벤은 즉시 가면을 쓰고 나타나 그들을 격퇴한 다음 바람처럼 사라지곤 했다. 덕분에 그 분이라는 묘한 호칭을 얻게 되었지만, 리벤은 무고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좋다고 여기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이걸 다시 쥐면 안 돼···.’

가면을 쓰고 옷을 갈아입은 리벤은 서둘러서 시장 쪽으로 나가려다가도 문득 자신의 무기인 쌍검이 보이자 상념에 잠겼다. 무의식중에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된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자신의 지금 행동은 옛날과 달리 결코 나쁜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각인한 것이다.

그렇게 가면을 착용한 리벤은 이윽고 쌍검을 꼬나 쥔 채 난장판이 된 시장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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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암운이 감돌다 (4) 17.07.27 70 0 13쪽
28 암운이 감돌다 (3) 17.07.26 78 0 12쪽
27 암운이 감돌다 (2) 17.07.25 86 0 12쪽
26 암운이 감돌다 (1) 17.07.24 83 0 12쪽
25 속죄와 용서 (12) 17.07.23 74 0 12쪽
24 속죄와 용서 (11) 17.07.20 82 0 12쪽
23 속죄와 용서 (10) 17.07.19 75 0 11쪽
22 속죄와 용서 (9) 17.07.18 76 0 12쪽
21 속죄와 용서 (8) 17.07.17 79 0 12쪽
20 속죄와 용서 (7) 17.07.16 77 0 12쪽
19 속죄와 용서 (6) 17.07.15 64 0 13쪽
18 속죄와 용서 (5) 17.07.14 79 0 11쪽
17 속죄와 용서 (4) 17.07.13 75 0 12쪽
16 속죄와 용서 (3) 17.07.12 86 0 12쪽
15 속죄와 용서 (2) 17.07.11 71 0 12쪽
14 속죄와 용서 (1) 17.07.10 110 0 12쪽
13 달라진 일상 (4) 17.07.08 75 0 12쪽
12 달라진 일상 (3) 17.07.07 80 0 12쪽
11 달라진 일상 (2) 17.07.06 94 0 12쪽
» 달라진 일상 (1) 17.07.05 77 0 12쪽
9 고독과 이변 (4) 17.07.04 88 1 11쪽
8 고독과 이변 (3) 17.07.03 86 1 13쪽
7 고독과 이변 (2) 17.07.02 79 1 12쪽
6 고독과 이변 (1) 17.07.01 82 1 12쪽
5 달라진 세계 (4) 17.06.30 94 1 12쪽
4 달라진 세계 (3) 17.06.29 127 1 13쪽
3 달라진 세계 (2) 17.06.28 18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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