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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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17.06.28 19:33
최근연재일 :
2019.02.03 11:5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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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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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8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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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장 3-59

DUMMY

원인을 알 수 없는 힘에.


실루엣은 어딘가로 떨어져 버렸다.









『············뭐···?』


어떻게 된건지 라인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의 자신은 살았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가 되지않는 현상 앞에 라인은 멀뚱히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흔적조차 없어진 실루엣의 빈자리를 멀뚱하게 보고만 있었다.


···생각 할 시간이 필요했다.


실루엣은 어떻게 되었는가, 아까 전 그 구멍은 뭐였는가, 이제 괜찮은 건가···


자신은 이제 어떻게 해야되는 건가.


······그렇게 짧고도 긴 시간이 흘렀다.


녹초가 되어 움직이지 않았던 라인의 몸에 어느정도의 기력이 회복되어 갔고, 축 늘어진 손다리를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휴식은 필요했지만, 그것보다 상황을 봐야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라인은 일어서기를 결심한다.


『후읍――! ···하아.』


온 힘을 다해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똑바로 설 순 없었지만 몸을 최대한 거누면 서있을 수 있었다.


삐끗한 라인의 시야가 먼저 찾는 것은 흔적조차 없어진 실루엣의 빈자리.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건···.』


그건 유리병 안에 심어진 한 송이의 꽃이었다.


『디오맨···?』


다가올 재앙을 알려주는 꽃의 이름을 라인은 되뇌었다.


지식이 없는 라인이 단순하게 기억하는 그 꽃.


이 꽃이 실루엣을 삼키는 일을 해낼거라곤 생각되진 않았다. 단순한 꽃이 그럴 거라곤 생각치 않았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지식이 없으니까 확신은 내진 못했다. 이 세상엔 자신이 모르는 존재는 많으면서 어떤 미지의 원리로 발생했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단 하나의 사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검은 기운이 꽃 주위에 묶여있는 현실은············.


『······후우.』


라인은 그대로 바로 옆 자신의 침대로 쓰러졌다.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침대의 감촉은 신경쓰지 않는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이 세상이 그런 작용을 용납하지 않는건지, 둘 중 하나겠지만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다.


―어쩌면 이 꿈의 세상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걸지도 모른다.


오싹함이 뒷골을 자그맣게 어루만지는 감상을 지으면서 라인은 그대로 눈을 살짝 감았다.


『(···모든 게 끝난 거겠지? 이제 괴롭히는 건 아무것도 없는거겠지···?)』


모든 게 끝났다.


이 꿈의 세상으로 끌고 온 원흉도, 꿈을 통해서 소중한 사람들을 내다볼려는 악당도, 자신을 붙잡기 위해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덤벼오는 강적도.


눈을 감으면 길면서도 짧은 그 순간들이 모두 한순간에 지나간다.


이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는 라인은 잠시 눈을 감았다.






이윽고 하얀 꽃이 '세상'의 모든 부정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끝과 시작, 한끝 차이






라인의 깊게 닫힌 눈꺼풀이 움찔하고 움직였을 때.


벌떡하고 라인은 튀어오르듯이 일어났다.


『어?! 내가 언제까지 잔 거지?!』


허둥지둥 주위를 둘러보는 라인.


아직 실루엣이 만들어낸 꿈의 세상 속이다. 정신을 잃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평소에 있을 수 없는 실수를 해버려 당황하는 라인.


『···어라?』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는 라인은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밤이라 어두운 방 안. 오직 창 밖을 통해 들어오는 하늘의 뜬 이데아의 빛만이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방 안, 너무나도 청아한 빛.


이건 정상적인 세상이었다.


그렇다.


'너무' 정상적인 세상이다.


『(분명 정신을 잃기 전까지는 어느정도 더러움이 남아있었어. 그 녀석이 사라졌다해도 바로는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라인은 창가의 꽃을 바라본다.


이제는 어둠조차 남아있지 않는, 새하얀 꽃이 남아있었다.


『설마··· 전부 빨아들인 건가.』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꽃에 정말로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는건가? 지금까지의 기억으로는 그럴거라곤 생각이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쥘 수 조차 없는 병에 담겨진 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


거기까지 생각한 라인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뭐지? 이··· 뭔가 놓친 것같은 느낌은?)』


흔들리고 있는 보일락말락 하는 실을 언뜻 본듯한 느낌. 어떻게 쥐는지 알 수 없는 실이 거기에 있는지 없는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느낌.


『···분명··· 기―.』


그 순간이었다.


끼익, 하고 문이 열렸다.


『­―――!』


라인은 순간 문에서 떨어지는듯이 몸을 돌린다. 아직도 실루엣이 남아있는건지, 새로운 적이라도 나타난 것인지, 나쁜 상황만이 감도는 머리에서 나온 반사적 행동.


하지만.


문에서 등장한 사람은 다른 의미로 라인을 굳혀버렸다.


문에서 들어온 사람.


이 방의 주인.


"???"


'라인'이었다.


다를 바 없을 방이 왠지 다르게 느껴졌는지 물음표를 띄우며 들어오는 '라인'. 그것도 한순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방에 들어온다. 몸을 돌린 라인의 옆을 지나가는 '라인'은 창가 아래, 책상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라인은 그 모습이, 너무나도 태평한 그 모습이···


『(화나···야 될텐데···.)』


이제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위험한 실루엣이 사라진 것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조용히 또 무표정하게 책을 읽어가는 자신을 보니 여러 생각이 지나간다.


지금까지의 싸움과 더불어서 너무나 긴 시간이 지나서인지, 이곳 자체가 부조리 그 자체였다는 사실은 잊어버릴 것만 같았다.


태평하게 책을 읽고 있는 '라인'이 지금에서야 그걸 알려주고 있었다.


『(맞아. 그렇지. 나쁜 건 여기에 이제 없어.)』


모든 걸 흘려보내는 라인.


그렇다. 더 이상 이곳엔 나쁜 건 어디에도 없다. 원흉도, 악당도, 강적도 이제 없었다.


이제 이 꿈의 세상에서 나가는 것 뿐이다.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음, 어떻게 나가면 되는 걸까···.』


복잡한 심정은 정리하였으나, 정작 제일 중요한 탈출방법에 대해선 짐작가는게 없었다.


꿈의 세상이니 언젠가 깨어날 거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이곳에서 상식적인 걸 바라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떠올린다.


길고 복잡했던 지금까지의 이야기 속에서 힌트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맞아. 싸움의 계기.』


라인은 괴한에 붙잡혀 모종의 방법에 의해 이곳에 떨어졌다. 감옥과도 같은 장소에 붙잡히고 실루엣은 소중한 사람들을 노렸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틀. 하지만 커다란 틀.


라인이 본 싸움의 계기는 그보다 작으면서도 실루엣을 쓰러뜨리는데 집중되었던 싸움에 의해서 가려진 틀이었다.


『나는 '나'를 정신차리게 만들기 위해서 거길 나왔어.』


실루엣은 처음부터 '라인'을 통해서 악질을 벌이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을 의미심장하게, 사악하게 말하는 실루엣이 있기 때문에 라인은 격분하고 그곳을 빠져나가며 멍청한 '자신'을 정신차리게 만들기 위해 그와 싸웠다.


길어진 싸움이었지만 그것이 시작. 작은 틀이었다.


『그렇다면.』


라인은 손을 뻗는다. 평화롭게 책을 읽고 있는.


'자신'에게.







그리고 라인에게 새로운 시야가 펼쳐진다.


그리운 그리고 따뜻한 시야가.












끝을 알 수 없는 길에서.


붉은 빛이 점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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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1장 4-21 19.02.01 55 0 6쪽
128 1장 4-20 19.01.27 54 0 18쪽
127 1장 4-19 19.01.23 51 0 17쪽
126 1장 4-18 19.01.19 53 0 11쪽
125 1장 4-17 19.01.15 44 0 11쪽
124 1장 4-16 19.01.11 59 0 11쪽
123 1장 4-15 19.01.06 60 0 7쪽
122 1장 4-14 18.12.31 31 0 11쪽
121 1장 4-13 18.12.27 128 0 7쪽
120 1장 4-12 18.12.24 52 0 12쪽
119 1장 4-11 18.12.17 50 0 8쪽
118 1장 4-10 18.12.09 52 0 5쪽
117 1장 4-9 18.12.08 50 0 9쪽
116 1장 4-8 18.12.01 39 0 7쪽
115 1장 4-7 18.11.27 63 0 8쪽
114 1장 4-6 18.11.20 51 0 5쪽
113 1장 4-5 18.11.15 59 0 6쪽
112 1장 4-4 18.11.11 46 0 19쪽
111 1장 4-3 18.11.07 86 0 6쪽
110 1장 4-2 18.11.03 67 0 7쪽
109 1장 4-1 18.11.01 72 0 6쪽
108 1장 아이의 시대 18.10.26 41 0 6쪽
107 1장 3-61 18.10.22 44 0 4쪽
106 1장 3-60 18.10.18 39 0 6쪽
» 1장 3-59 18.10.08 58 0 8쪽
104 1장 3-58 18.10.03 82 0 7쪽
103 1장 3-57 18.09.26 53 0 15쪽
102 1장 3-56 18.09.18 5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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