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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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17.06.28 19:33
최근연재일 :
2019.02.03 11: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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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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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4-4

DUMMY

이제 평화로운 숲은 존재하지 않다.


갑작스럽게 내려친 검은 번개. 그 번개를 기점으로 아름답게 빛을 담고 있던 숲은 순식간에 어둠에 잠식버렸다.


어둠에 잠식된 검은 숲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검은 연기는 검은 먹구름이 되어 푸른 하늘을 집어삼킨다.


불길함이 넘쳐오르는 산 속.


백색의 늑대는 그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절망적인 하늘 아래 무표정을 유지한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보는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는 무표정. 하지만 지금만큼은 분명하게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올 것이 왔다. ―자신의 운명.




숲의 주인이 그런 하늘을 올려다볼 때. 동물 하나가 그에게 달려왔다.


숲의 주민 중에서 머리가 제일 좋다고 하는 원숭이들의 대장격인 대장 원숭이었다.


우끼끽!


모두 대피가 끝났다고 말하고 있는 원숭이. 나무가 많은 숲을 무시하며 뛰어다닐 수 있는 원숭이들이 주민들의 피난을 유도한 것이다.


백색의 늑대는 고개를 돌린다.


거기엔 언제나 아름다워야할 숲이 어둡게 변해있었다. 숲도 풀도 강도, 모든 자연이 어딘가 검게 물들어 있다. 단순히 어두워서 생기는 어둠이 아닌, 생물처럼 기어다닐 것만 같은 어둠.

그건 '칠흑의 심연'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 검은 티끌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만약 숲이 옷을 입지 않았다면··· 눈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




검은 눈이 내린다.




···백색 늑대는 시선을 돌린다.


숲의 가장 안쪽, 자신의 본거지이자, 자신의 일생을 준비한 장소로.


백색 늑대의 눈이 가늘어진다.


준비는 되어있다. 지금을 위해 일생동안 모아뒀던 '준비'가.


그러나··· 단 하나,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우끼! 우끼끼끽!!


무언의 준비를 이루던 백색 늑대에게 원숭이는 말한다.


―소년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대장 원숭이는 이제는 아주 예전이 되어버린 아기 납치사건의 주범이었었다. 동시에 아기에게 반한 첫 주민이며 아기를 두번째로 길게 돌본 주민이었다. 소년은 대장 원숭이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다.


백색 늑대는 그 말에 몸을 멈춘다. 하지만 돌아보지는 않는다. 그저 무표정하게 어떻게 보면 매정하게,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대장 원숭이는 그런 그를 노려보지 않는다. 그의, 숲의 주인으로서의 걸음을 멈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한 주민인 원숭이가 보기엔 그가 너무나 애처롭게 보였다.


멈춘 숲의 주인은 잠시 자신의 길을 본다. 이제는 너무나도 어두워진 자신의 길을. 끝이 어두워 보이지 않는 길.


끝은 보이지 않는다··· 허나 바로 앞은 볼 수 있다.


바로 앞. 아직 보이는 그 앞에는.


수 십의 포식자들이 있었다.


양 옆에 줄지은 포식자들. 잡아먹지 못하면 싸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그들이, 싸움이 곧 생존인 그런 그들이, 모일 수 없는 그들이 모여 줄을 짓고 서있었다.


주인의 길을.


이론으로 말할 수 없는 그 길을 백색 늑대는 무표정으로 바라본다.


숲에서 가장 자존심이 강한, 싸움으로 먹고사는 그들과 그들이 만든 길을.


그들의 앞에서 포식자들의 리더, 우두머리 늑대가 몸을 낮춘다. 이전에도 보여주었던 복종의 표식을.


···본의는 없다. 백색의 늑대가 직접 만든 길이 아니다. 그들이 멋대로 따르고 멋대로 만든 길.


그건···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


그 때의 아기가 만들어준 길이다.


눈에 선하게 보여진 그 모습. 그렇기에 백색 늑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더 이상 '무표정'만으로는 답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답한다.




저 높이, 누구에게도 닿지 못할 정도로 높이.


그의 일생 처음으로.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운다.




――――――――――――――――――――――――――――――――――――!!!!!!!




포식자들도 그에 따른다. 각자 종이 다른 그들의 여러 울음소리가 섞이며 숲에 크게 울린다.


하지만 한데 모인 그 어떤 소리도.


단 하나의 울음소리를 이기지 못한다.










대장 원숭이는 그 장면을 지켜본다.


원숭이들은 숲에선 약자의 입장, 그리고 동시에 머리가 좋았던 입장이기에 숲의 모든 것을, 역사를 알며 지식을 이용해 살아왔었다.


그런 그가 지금 보고있는 것은.


숲의 역사 상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합쳐질 수 없는 자들의 숲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함성이었다.


새로 쓰여진 숲의 역사를 눈에 새기며, 대장 원숭이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발을 옮긴다.










소년은 급하게 숲을 올라가고 있었다. 급하다 못해 위태롭게까지 보일 정도로 소년을 산을 올라간다.


이제는 변해버린 숲. 어둡다 못해 기분 나쁘게 술렁이는 숲. 적의까지 느껴지는, 아름답고 따뜻했던 아까까지와는 완전히 딴판인 숲.


하지만 소년의 머릿속엔 변해버린 숲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소년의 상황은


―호기심 때문에 산을 내려갔고 호기심을 만났고, 만나자마자 숲이 이렇게 변해있었다.


소년에게 있어선


―가지말라는 곳에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갔고, 호기심을 해결하긴 커녕 자신의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은 존재를 만났고, 숲이 갑자기 변해버렸다.


소년의 안에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으로 되어있었다.




―――――! ――――!! ――――···!!!




자신의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모두가 이렇게 되었다, 라는 소년은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정도로 심한 얼굴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산을 올라가는 것은 속죄라고 생각해서인가. 아니면 잘못을 진 자신이 올라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해서인가.


소년은 자신의 몸도 생각하지도 않고 산을 올라간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두워져가는 숲을.


그리고.


그런 소년의 방황하는 눈에 들어오는···.




핏자국.




덜컥하고 떨어진다. 소년의 몸이 아닌 마음의 일부분이.


새빨간 핏자국.


오래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새빨간'.


소년의 눈동자가 빠르게 떨린다.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움직인다. 몸은 산을 오르고 있었지만, 마음은 오직 핏자국만을 상기시킨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 다쳤다.


아직 덜 자란 마음은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렇게 소년은 불안정한 상태로 산을 오른다. 오르면 오를수록 핏자국은 선명해지고, 냄새도 점점 자욱해져간다.


그리고.


보아서는 안되는 게 소년의 앞에 등장한다.




그건 언제였나··· 적응력과 번식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외래종 쥐가 산을 침범했을 때, 숲을 어지르고 무질서하게 숲을 헤치던 그 쥐들을 붙잡았을 때였다.


그 때 쥐를 잡는데 프로였던, 쥐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족제비 친구―.


―가 쓰러져있었다.




소년은 비틀거리면서, 발을 헛디드면서, 마음만이 앞서는 상태에서 친구에게 달려간다.


떨리는 눈동자, 뿐만 아니라 손, 아니, 내장까지도 부들부들 떠는 소년은 작은 친구를 들어올린다.


철썩. 피가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피웅덩이가 넓어지는 소리.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주위에.


다른 친구들이 여럿 널브러져 있는 게 보였다.


굴을 파는 법을 알려주었던 여우. 같이 나무에도 올라 놀았던 괭이. 함께 토끼 사냥을 했었던 늑대들. 강에서 앞발로 물고기를 잡던 곰아저씨·········.


소년이 알기론 숲에서 강자라고 할 수 있는 동료들이었다.


모두···.


――――!!!


눈물이 떨어졌다. 한 방울 두 방울, 이제는 줄줄. 소년의 뺨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모두 철이 들었을 때부터 선생님이었고 친구였고 가족이었다. 숲 속의 삶은 고단하여 이별의 시간도 적지않아 있었지만, 이 순간은 소년에게 너무나도 잔혹했다.


자신 때문에 모두가···


죽었다.


소년의 안속에 새겨진다. 소년의 마음 속에서 결정된 자신만의 현실.


눈물이 흐르다 못해 말라붙는다.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현실은 눈물조차 마르게 만든다.


주저앉은 소년. 눈빛을 잃어버리고 의지가 꺽인 소년.


그렇게 좌절한 소년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숨 소리였다. 거친 숨소리.


그 소리에 좌절했던 소년의 눈이 커진다.


아직 무언가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고 소리.


소년은 냅다 일어나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렸다.


주위에 널브러진 동료의 ······를 지나서.


그리고 소리가 난 곳에 도착한다.


쌔액, 쌔액···. 거의 꺼져가는 숨소리.


우두머리 늑대였다.


피의 웅덩이를 땅에 퍼뜨리면서 쓰러져 있는 그의 뒤엔 아무도 없었다. 작은 숨소리는 마지막까지 이곳을 지켜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동시에 치명적인 중상. 손을 쓸 수 없는 끝이 기다려주지 않고 다가오고 있었다.


떨고 있는 소년은 그대로 주저앉아 우두머리 늑대를 끌어안았다. 찐득한 핏덩이가 몸에 묻어 정신을 깍아먹는데도··· 상관없다.


소년은 그에 곁을 지키고 싶었다.


상처 입은 몸을 안겨져서 많이, 아니, 조금 더 아펐지만··· 소년의 곁에서 우두머리 늑대는 눈을 감았다.


···············숨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쿵!


숲을 들썩이는 소리가 울렸다. 주저앉은 소년도 몸이 크게 흔들 정도로의 폭음.


폭음이 빛을 잃은 눈에게 말해준다.


소년의, 자신의 '첫자락'이 보이지 않다.


그리고.


숲의 가장 안쪽.


폭음과 함께 하얀 전격이 터져나온다.


아직이다. 그렇다. 그는 숲의 주인이다. 가장 강한 존재다. 쉽게 질리가 없다.


소년은 짙은 어둠 속에 빛을 찾으며 몸을 일으킨다. 몸에 뭍은 끈적거리는 핏덩이는 무시한다.


숲의 가장 안쪽, 자신의 집을 향해 출발한다.








마지막 힘을 다해 전격을 쏘아붙였다. 마지막 '심연'을 불태우고 시간을 벌었다.


숲의 주인은 숨을 몰아쉰다.


아름다웠던 백색의 털도 어딘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청백색의 빛은 꺼져들어갔고, 이제는 안속에 남은 힘은 단 하나도 없었다.


텅 빈 숲의 주인은 무표정으로 자신의 보금자리로 들어간다.


숲의 가장 깊은 곳의 동굴. 그 안쪽의 안쪽. 동굴의 가장 깊은 곳.


숲의 가장 깊은 곳의 가장 깊은 곳.


그곳은 하나의 빛을 담는 그릇. 숲 그 자체를 의미하는 돌이 누워 있었다.


숲의 주인은 이 돌의 주인. 돌은 주인을 선정하고 힘을 담아내는 그릇.


힘을 담아냄으로서 숲의 누구보다도 절대적인 힘을 가진다는 의미의 '숲의 주인'. 조금씩이지만 수많은 시간을 모아온 힘은 도대체 어느정도일까. 그건 주인이외에는 알 수 없다.


가늠을 할 수 없는 그 힘을.


백색의 주인은 지금 꺼내든다.


크기가 꽤 나가는 그 돌을 다친 몸으로 억지로 끌고나온다. 깊은 곳이기에 길어진 길을, 큰 돌을 끌어올리는데 힘들어진 길을 백색의 주인은 무표정으로 감당한다.


동굴의 밖까지의 길고 험난해진 시간을 감내하고, 백색의 주인은 힘을 담은 그릇과 함께 동굴 입구에 선다.


주위에는 '칠흑의 심연'들이 가득하다. 모두 백색의 주인과 돌을 노린다. 노려보는 것만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불가시의 인력이 그들에겐 존재했다. 눈을 마주치면 잡아먹힐 것만 같은.


그런 그들이 노린다는 것은···


절체절명의 순간.


하지만.


백색의 주인은 무표정으로 다음으로 넘어간다.


'칠흑의 심연'들이 일제히 달려들고. 백색의 주인은 빛을 담은 그릇을 내려찍는다.


그 순간.


빛이 터져나온다. 너무나도 강대한 빛. 방대한 청백색의 빛.


빛은 전격이 되어 '어둠'을 찢어낸다.


쿠구구구궁!!!


청백색의 전격이 먹구름을 뚫고, 숲의 '어둠'을 모두 불태운다.


치이이이이익.


전격에 의한 강한 열이 식어들어가는 소리만이 작게 울고 있었다. 하늘의 먹구름은 구멍이 뚫리고 숲을 술렁이는 '어둠'도 불태워진다.


소멸을 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먹구름은 검은 눈을 강하게 흩뿌리기 시작한다.


숲 자체의 어둠이 사라지고 있으니 이것도 얼마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구멍 뚫린 먹구름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백색의 주인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바라본다.


모든 게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그 때였다.




풀숲을 흔들면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소년이었다. 피로 더러워진 채로 소년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열은 조금 남아있었지만 괜찮을 거다. 백색의 주인은 소년을 깨끗히 닦아주려 다가간다.


새빨갛고 찐득해보이는 핏자국은 시간이 얼마 안됐다는 것과 얼마나 심각한 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백색의 주인은 떠올린다.


그 길과 그 길을 이루는 자신을 따라준 자들을. 시간을 벌기 위해 남은 그들과 함께 싸웠던 순간들을.


백색의 주인 눈을 가늘게 뜬다.


그리고.


그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소년의 뒤를 덮칠려는.


그을려 사라져가는 '어둠'이.




머릿 속에 모든 게 날라간다.


백색의 주인은 달린다.


가진 것은 이제 아무도 없다.


자신을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이제 단 하나도 없다. 그것은 지금은···'죽음'에 가장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는 달린다.


달리고 달려.


소년을 감싼다.




그을려 사라져가는 '어둠'이 소년을 감싼 백색의 주인을 찌르고 불타 사라진다.










―――!!! ―――!!! ―――!!!


소년은 부른다. 사람의 말이 아닌, 숲의 말로.


그건 자신의 첫자락. 그건 자신의······.


하지만 대답은 없다. 백색 늑대의 작게 찔린 상처에서 검은 액체가 부풀러오르기 시작한다. 무표정의 백색 늑대의 숨이 점점 약해져간다.


거기에.


주위에 '어둠'의 잔재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패잔병들이 뭉치고 뭉쳐 꼴사납게 살아남은 말로. 끝은 파멸로 결정되어 있음에도 저들을 노리는 추악한 집념들.


소년은 쓰러진 백색 늑대의 곁에서 울고, 백색 늑대는 더 이상 힘이 없다.


진정한 절망의 한순간에서.




또 다시.


빛이 터져나왔다.


청백색의 전격이 아닌, 순수한 백색의··· 광휘.


그와 동시에 한 그림자가 빛 사이를 뚫고 지나간다.


"후읍!"


호흡 소리와 함께.


시이잉!


날카로운 소리가 지나간다.


촤악! 순식간에 패잔병인 '어둠' 모두를 양단한다.


한순간에 소년과 백색 늑대를 위협하는 모든 것은 배제되었다.




남은 것은 희망이 아니다.


찬란한 빛으로도 백색 늑대의 상처는 나을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부풀러 오르는 검은 액체는 지워냈지만, 내부의 상황은 별도였다. 남은 것 없이 '어둠'에 맞선 것은 그런 것을 의미한다.


숨이 점점 죽어가는 백색 늑대의 품 속에서.


――! ―――!! ――――!!!


울고 있는 소년은 말한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러니까··· 떠나지 마···!!!




울고 울부짖고 울며 울부짖어··· 소년은 정신을 잃어버린다.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힘든 현실이 소년을 꿈 속으로 떨어뜨린다.


그런 소년을 보는 백색 늑대는 무표정············


···············따위 지을 수 없었다. 얼굴은 일그러진다. 일그러지고 눈물을 흘린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




숲의 주인인 백색의 늑대는 운다.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늑대는 울기 시작한다.


단 하나, 준비를 하지 못한 것에.


단 하나, 소년을 놔두고 가버리는 것에.




―아우우우우!!!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몇 번의 울음.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 속, 하향게 변해버린 눈이 내리고.


백색의 늑대는 소년을 품에 안고 울다 지친 듯 잠에 빠진다.




저벅저벅.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땅을 밟으며.


한 남자는 그들 앞에 선다.


"·········"


몸 전체가 늑대의 형상을 띈, 회색의 털을 가진 늑대인간은 이젠 차가워져버린 백색 늑대와 그의 품안에 있는 아이를 본다.


남자는 몸을 숙여 아이의 뺨을 어루만져 준다. 너무나도 힘든 하루의 흔적이 찐득하게 남은 얼굴을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다.


"······아, 아으아."


그 때였다. 아이의 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의 말을 제대로 못하는 듯한, 동물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소리.


남자는 아름다운 백색 털결의 늑대의 얼굴을, 늑대인데도 울다 지친 것이 명백한 얼굴을 한 번 보곤.


"·········얘, 나랑 같이 가지 않으련?"


손을 아이에게 내민다.


늑대의 앞발처럼 강인하고 날렵해보이는 손을 그대로.


그리고.


소년의 흐릿한 시야 속.


하얀 세상에서 하얗게 물들은 털결은···············.


흐릿한 정신 속에서 소년은 고개를 끄떡여 낸다.




늑대인간의 남자는 백색 늑대의 품에서 살포시 아이를 꺼내고.


그대로 안아 '길'을 걷기 시작한다.


"아, 그렇지. 이름을 정해야 되겠지."


소복히 싸인 눈. 하지만 특히하게도 가야할 '길'은 눈이 쌓이지 않았다.


"그래, 너의 이름은."


남자는 두 눈에 그 길을 담으며.


"'라인'이다."


산을 내려간다.




소년은 몸을 맡겼다.


하얀 세상에서 하얗게 물든은 털결, 그 어느 때보다도 안심할 수 있는 그 품에서.


흐릿한 세상 속에서.


홀로 뒤에 남겨진 백색 늑대가 보였다.


그리고.


소년의 머리칼은 백색에서 회색으로 물들어갔고.


그건 마법에 걸린 것과도 같이, 그건 마법이 풀린 것과도 같이.




"――아빠."




소년은 백색의 털결에서 눈물을 흘렸다.










울다지친 듯 잠에 빠진 '아이의 부모'는.


웃고 있었다.




-잊어버린 어렸을 적의 꿈 end




























































『이게 뭐야.』


백색에서―회색으로, 회색에서―백색으로.


소년―라인은 말을 흘린다.


『이게 뭐냐고. 이런 건···!』


머리를 감싸며 라인―소년이 보는 것은.


하얀 길을 걷는, 안겨진 소년의 작은 모습.


『이런 건, 이런 건···!』


하지만 라인은 전부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건 마법에 걸린 것과 같고, 마법이 풀린 것과 같았으니.


작아지는 소년의 모습이 완전히 없어지고. 영화가 끝난 극장과 같이 어둠이 내려앉았다.


『··················』


허나 벗어나지 못하는 소년―라인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질 못한다.


잊고 있던 것을 전부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되는 마법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어떻게 해야될 지 몰라 움직이지 못하는 라인의 앞에.


어둠 속에.


하얀 조명이 비춰진다.


조명 아래.




백색의 늑대가 서있었다.




무표정의 늑대는 라인―소년에게 다가온다.


어떻게 해야될 지 몰라 움직이지 못하는 소년의 앞에 보통 늑대보다 거대한 백색의 늑대가 서 있는다.


움직이지 못하는 소년을 내려다본다. 소년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눈으로 올려다본다.


무표정의 백색 늑대는.


그런 소년―라인을.


덥썩.


집어삼켰다.



-어렸을 적의 꿈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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