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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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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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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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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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편 28

DUMMY

퍼펑. 퍼퍼펑.




하늘을 수놓는 폭죽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알렉스.

이번 대회에서 제법 좋은 성적을 남겼지만, 그의 마음은 패배감으로 가득했다.




"왜 그러고 있어?"

"리나."



평소의 그 답지 않게 풀죽은 목소리로 대꾸하는 것에 리나는 이건 중증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 이준형이나 이가온에게 진 일을 담아두고 있는거야?"

"......"

"마인도 졌잖아?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다.

맞는 말이지만. 동시에 알렉스의 마음을 후벼파는 말이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떠한 광경들. 그는 그것을 잊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보다 친선 경기나 보러 가자고. 솔직히 이번 세계대회 티켓 산 사람들의 본 목적은 이거잖아?"




리나가 씨익 웃었다.



"우리 때랑은 달리 이변은 안 일어날 거라고? 켈렌씨나 다른 분들의 실력을 구경하다 보면 기분도 풀릴 테고."

"그래."




두 명은 관중석을 향해 걸었다.

각 나라에 배정된 대기실에서 봐도 괜찮았지만 오늘은 철저히 관중의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 해도 일반적인 관중이 이용하는 곳이 아닌 선수들이 이용하는 길을 이용했기에 한층 편하게 경기장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경기장 주변에서 뭔가를 열심히 설치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뭐 하는 거래? 저 사람들은."

"쥐새끼들 따위 알 바냐. 미화부라도 되는 거겠지."

"흐응..."




사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경기장 주변에 저런 이들이 보였었다.

청소를 하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기에 뭘 하는 건가 싶긴 했지만...



'굳이 알 일도 아닌가.'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을 꺼내물며 터덜터덜 걷는 알렉스의 뒤를 따른다.

생각같아선 마인과도 같이 둘러보고 싶었지만 마인은 이가온과의 시합 이후로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번 세계대회란 거 그 이가온 녀석이 전부 해 먹었다는 느낌-아.'



이가온을 떠올리고 있는데 타이밍이라도 맞춘 것처럼 맞은편에서 그가 걸어오는 중이었다.


뭔가 주위를 꼼꼼히 바라보는 게 거동이 수상해 보였다.

고개를 숙이는 알렉스가 그를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랐지만, 이가온이 은연중에 풍기는 강대한 기운이 그의 얼굴을 쳐들게 만들었다.



"아이고야."



또 귀찮게 될 것 같다며 얼굴을 찡그리는 리나. 과연 그녀의 생각해도 알렉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상 궂어졌다.




"이가온!!"

"음? 아. 너군."



반면 이가온쪽은 태평 그 자체였다. 왜 불렀냐는 듯 멀뚱멀뚱 바라보는데 알렉스는 씩씩 거리기만 했다.



지금 당장 덤비고 싶어도 명분도. 힘도 안 된다. 그 사실이 알렉스의 무력감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거기 뒤는...리나라고 했던가."

"어 그래."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한국말 잘하네..."



어제 정부공인 순위권자의 만남에서도 느낀건게 일반 교양인건지 그들을 몇개 국어를 기본적으로 할줄 알았다. 나도 공부해야 하나 제법 진심으로 고민하던 가온에게 알렉스가 한 걸음 성큼 다가섰다.






"지금은 비웃어둬라. 하지만 곧 네놈 따위는 내가...!"

"비웃어?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이가온이 마침 잘 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너. 물체를 엄청나게 빨리 연성 시키던데 어떻게 하는 거야?"

"뭐?"

"나는 주술의 방출은 잘 해도 그렇게 모아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건 익숙치 않아서 뭔가 조언이라도 들을 수 없을까 하고."




승자가 약자를 깔보는 게 아닌.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는 것 같은 태도에 리나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알렉스는 당혹했다.



"...흥. 내 기술을 그렇게 쉽게 알려줄 것 같냐. 내 밑천이라고."

"그런가. 실례했어. 그럼 좋은 구경이 되길 바래."

"뭐, 뭐? 잠깐. 어디 가는 거냐. 친선경기가 곧 시작인데?"

"엉? 따로 할게 있어서."




알렉스가 코로 웃었다.




"웃기고 앉았군. 실력이 좀 좋으니까 눈에 뵈는게 없냐? 정부공인 순위권자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실력이 늘지 알 수 없는데."

"아. 어제 대충 원리를 들었거든."



직접 들어?

혹시 그들과 직접 만나 뭔가를 했단 말인가?

둘도 켈렌의 라인에 서서 조언을 듣는 입장이기에 남들이 베해 유리한 편이지만 지금 가온의 말을 들어보면 마치 순위권자들 대부분의 기술에 대해 들었다는 투 아닌가.



"직접 보고 싶긴 하지만 급한 일이 있어서."

"하. 잘나셨구만. 어서 꺼져."

"하나하나 날 세우지 말어. 피곤하겠다. 그러고 보니까 마인은?"

"엉?! 내가 왜 대답해 줘야 하냐!"

"거 쩨쩨하게...저기. 마인은?"




이번엔 리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한 말이었다. 리나는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어...우리도 잘 몰라. 너한테 진 이후 갑자기 안 보여서..."

"그래?"



어쩐지 착잡한 어투였기에 리나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저기,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을 거라고 보는데. 넌 경기에서 정당하게 이겼으니 마인이 풀 죽었든 말든지 말이야."

"풀 죽으면 차라리 귀여울 것 같고, 어디서 수련이라도 할 것 같아서. 갑자기 덤비지 않았으면 해서 물어본 거야."

"아...마인이라면 그럴 것 같긴 하네."

"그치? 그거 제정신 아니라니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친숙하게 대화하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잠시 담소를 나누고 가온이 아차 했는지 시계를 보았다.




"그럼 난 간다.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또 보자고."



저 멀리 걸어가버리는 가온한테 그래. 대답하며 손을 흔들던 리나가 중얼거렸다.





"남 위에 서는 사람이란. 저런 사람일지도 모르겠네."

"켁. 쥐새끼중에 좀 특출난 놈일 뿐이야."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알렉스도 아까의 패기없음은 사라지도 어딘가 기운을 되찾는 눈치였다.



"어서 가자고. 순위권자들의 기술을 최대한 훔쳐내야지."

"응. 그래야지."



경기를 보러 가는 둘의 발걸음을 아까보다 확실히 경쾌했다.











'이걸로 10명째...인가.'




가온은 후우 숨을 내쉬었다.

재무진이 일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되는 셋쪠 낼에 대비해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는 있었지만. 역시 이건 가온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난 친구라곤 기현이밖에 없는 아싸 새끼였다고. 하지만 실행할 게 나밖에 없으니...'



익환에게 부탁하고 싶지만 그는 다른 일을 맡아 엄청나게 바쁘고 루이스는 지명 수배자에다 아마 가온과 같은 아싸 부류이며 이자견은 방에 틀어박혀 있는 히키코모리 같은 여자라 더 기대가 안 된다.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위해 움직여야 하는 건 자신 뿐이다.



익환에게 미리 어떤 식으로 대응하라는 조언을 듣지 않았다면 만나도 안녕? 그래...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물론 신뢰를 쌓는다는 조금은 애매한 목적만을 위해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가온은 경기장 어딘가에 있을 개미굴을 찾고 있었다.



개미굴.

가온의 학교에 언젠가부터 만들어져있던 커튼을 위한 출입구.

당일날 재무진이 커튼 놈들을 어떻게 경기장까지 침투시킬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거대한 세계대회 경기장은 놈에 의해 만들어진 것. 뭔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어제 순위권자들과, 특히 김류열 씨와 대화를 나눠본 결과 학교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프로의 눈으로도 찾을 수 없는 출입구거나 아니면 아예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 되는데 가온은 후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엘런을 찾아 의견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는 어제 가온이 대화를 나누려고 하면 의도적으로 피하는 느낌이 다분했기에 그럴수도 없었다.



'그 사람이니 뭔가 생각이 있겠지.'



재무진의 정체와 이 세계대회 뒤에 도사리는 음모에 대해 거의 유일하게 눈치챘을 인물이다. 지금쯤 뭔가 하고 있으리라.



재무진도 재무진대로 자신을 눈치채거나 눈치챘을 만한 자들에게 감시를 붙여 두었을 테니 쉽게 움직일 수도 없을 거고.



현재로서 가장 신경쓰이는 점이 있다면. 마우스가 언급한 정체모를 것. 이라는 것이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이 며칠사이에...재무진. 그 빌어먹을 놈을 죽일 수 있어.'




삼촌을 죽게 한 가장 큰 원흉중 하나. 드디어 그 놈을...




와아아아-!!



경기장에서 임이나의 흥분한 듯한 해설과 환호성이 들려왔다.

꽤나 화려하게 벌이는 모양이라며 가온은 부러운 듯이 경기장쪽을 바라보았다.



촉박하지만 않았다면 친구가 된 소녀나 혹은 알래인. 잘만 하면 지현들과 같이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단 모든 게 일단락 되고 나서부터다. 당장은 참자 참아.'




"어라? 이가온 아냐?"



목소리가 들린쪽을 바라보니 오늘도 화려한 옷을 입은 엘미리오가 팔짱을 낀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선 나름 평범한 차림인 알미리오가 무표정하게 가온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좀 구분이 간다고 생각하면서 가온은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

엘미리오와는 좀 친했으므로 굳이 호감을 살 것 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해 둬도 나쁠 것은 없다.







"경기보러 안 가는 거야?"

"지금 가려고 했는데~그러는 넌? 대회의 주역이 이런데에 있어도 되는 거야?"

"주역은 무슨..."

"얘 좀 봐라. 진짜 자각없네."



어이없다는 듯 도리질을 친 엘미리오가 갑자기 씨익 웃었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난 뒤가 바빠질 거야. 각오해 두라고?"

"그렇게 말하면 좀 무섭다만..."




말하다 말고 가온은 잠깐 멈칫했다.

엘미리오에겐 이틀 뒤. 어디 안전한 곳에 있으라고 넌지시 말해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정에 휩쓸리지 마. 일이 벌어지고 나서 나중에 설명을 요구하면 뭐라 대답할 건데.'




진지하게 생각하며 바라보는 가온의 시선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엘미리오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뭐, 뭐야. 나라도 그렇게 뚫어지게 보면 좀 부끄러운데."

"아. 미..."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전. 알미리오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누님한테 다가가지 마라."

"......?"




적의 가득한 목소리.

내가 뭘 했나 싶어 멀뚱멀뚱 서 있는데 또 누군가가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강다해며 친숙하기까지 한 기척.



"아이나."

"......"



모자를 푹 눌러쓴 그녀가 어느새 그들 뒤에서 장검을 품에 안은 자세로 서 있었다.

탐색하듯 세 사람을 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조금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아. 지금은 내가 좀..."

"어라 어라. 한국의 순위권자? 너 진짜 인맥 은근히 좋다~?"


엘미리오가 눈을 반짝이고 한 걸음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오싹.



가온의 기감에. 뭔가가 잡혔다. 미약하디 미약하지만 한번 느껴봤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운을.



여왕개체의 기운. 그것도 아마 발광하고 있다.

그걸 느낀 것은 비단 가온만이 아니다. 아이나가 순위권자답게 그 미약한 기운을 눈치채고 경악어린 표정을 지었고.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갑작스레 경기장 바깥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순위권자들의 친선 경기에서 일어났다기엔 규모와 피해가 엄청난 폭발이다.





'뭐야...설마 재무진 이 자식. 오늘 당장부터 움직이는 거야?!'




이를 까득 깨문 가온은 앞뒤 가리기 않고 폭발이 일어난 쪽으로 달리며 속으로는 이자견과 루이스. 그리고 익환에게 전파를 보냈다.



뭔가 이변이 일어났다.














"제기랄...!!"

"주인님이 아시면 우리는 죽었어! 어서 회수해!!"




깊숙한 어딘가에 있는 널찍한 공간.

그 한가운데에 있었 컨테이너는 찢어진 주술 부적의 조각들과 쇠사들 파편들의 잔해와 섞여 반파되어 있었다.





그 속에서 나온 무언가는 자신이 뭔가를 갈구하는 지도 알지 못하면서. 미약하게 느껴지는 어느 장소로 향했다.




[크...카...]







재무진과 이가온. 양측 전부가 원하지 않는 이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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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파멸? (8) 20.08.16 155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7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3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5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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