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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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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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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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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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커튼화 1

DUMMY

이이협은 자신의 사무실에 와 있는 사람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정식으로 왔다면 또 모를까. 눈앞의 여자는 아무도 몰래 사무실에 잡임해 있었던 것이다.

이름은 켈렌. 아니, 레임.


"미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여기까진 어쩐 일이오?"

"협력을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요."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시지요."



헬렌이 슬며시 웃었다.


"좀 비밀스런 일이어서요."

"......"



이이협은 잠깐 그녀를 보았다가 후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화르륵.


이글거리는 듯한 사나움이 전신에서 뿜어져나왔다.


"설마싶지만, 지금 벌써 어떤 일을 우리 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퇴마 이씨 가문의 허락은 받았답니다."


레임은 천역덕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게 이이협. 한국의, 아니, 어쩌면 전 세계 커튼 사냥꾼 중에서 정점일지도 모르는 자.'



본인도 정부공인 순위권자. 특히 미국에서 실질적인 1위라고 평가 받을 만큼 강력한데 그런 자신조차 아득한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 판국에도 가문의 눈치를 볼 거라고 생각했나?"

"그렇게 들렸나요? 그럼 사과드리지요."


레임은 조금은 굽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나라에 너무도 중대한 일이어서 공문을 기다리기엔 한 시가 아까운 상황이었습니다.부디 이해를 바랍니다."

"......"



이이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기세를 잠잠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우리가 비밀리에 연구하던 것이 있습니다. 그 연구성과가 한국에 흘러들었더군요."

"......?"


이이협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연구 성과? 어떤 조직이 그걸 손에 넣기라도 했단 말이오?"

"그랬다면 차라리 일이 편했을 것을요. 그건 웬만한 조직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랍니다."



이이협은 이 여자가 어디까지 자신에게 말해줄까 생각했다.

부하도 아닌 레임이 직접 행차한 것으로 봐서는 정말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만큼 위험할 것도 분명했다.

그렇다면 민간에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으리라. 아니. 말하는 걸로 봐서는 이미 피해를 끼쳤으리라.


"...돕겠소."

"역시 의인이시군요."


빙그레 웃은 레임이 다리를 꼬더니 말문을 띄었다.


"이이협 님."

"...?"

"커튼으로 변하는 인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크아아아아!]


쩌억! 콰칭!


가온의 몸통을 물어뜯으려는 푸르른 커튼. 그 공격을 간발의 차로 피하면서 무릎으로 턱을 걷어찼다.

훙훙 빙그르 돌면서 공중으로 날아가던 푸른 커튼은 어떻게 한 건지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더니 사뿐히 착지했다.

가온은 검에 주술을 집중시켰다.


"뭐야? 너?"

[ 크아아아아...]

"뭐냐고?"



가온은 당연히 말이 통할 거라고 여겼다.

왜냐면, 눈앞의 존재는 어떻게 봐도 인간에서 커튼으로 변화한 것이다.

마치 자신처럼!



'에메라가 아직 나에게 숨기는 게 있었...'

[아닙니다. 다릅니다.]

'안내 시스템?'


피어오르는 의심을 안내시스템이 가로막았다.



[에메라님의 힘이 아닙니다. 뭔가 좀더 인위적인...거기다가, 대화를 나눌만한 지성이 없어 보입니다. 마스터의 커튼화와는 명백히 다릅니다.]

"......"


그럼 대체 뭐란 말인가?

자신의 이름을 쓰고 다니는 연쇄살인마를 쫒았더니, 나온 것이 커튼으로 변하는 인간?

예상외의 전개에도 정도가 있다고 혀를 찼다.

쩌저저적.

주위가 얼어붙는 소리에 가온은 정신을 차렸다.

이상하게 기온이 낮다 싶었더니 아마 눈앞의 녀석의 능력 같았다.


'주위 CCTV나...블랙박스들이 얼어있어. 핀포인트로 얼릴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마음만 먹으면 인간도 얼릴 수 있...윽!!'


거기에 생각이 닿자마자 지독한 한기가 가온을 덮쳐들었고 가온은 급하게 주술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틈에 가온을 물어뜯기 위해 푸른 커튼이 달려든다.


"흐읍!"


뻐억!


강렬한 무릎차기에 옆얼굴을 얻어맞고 털썩 무릎을 꿇은 푸른 커튼. 하지만 딱히 몸에 힘이 풀린 것이 아니라 반동으로 꿇은 것에 불과했기에 그 자세 그대로 손톱을 휘둘렀다.

손톱에는 냉기를 풀풀 내뿜는 얼음이 맺혀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저것에 맞으면 절대 무사하진 못하리라.


카앙!


피하지 않고 검으로 맞선 가온은 손끝이 얼어붙는 감각에 흠칫했다.

주술철로 만들어진 검이 얼어붙고 있다. 그 사실에 경악할 틈 따윈 없다. 가온은 검에 불을 피웠다.


화르륵.


하지만 이건 그냥 냉기가 아니었다.

주술로 피운 불꽃으로도 차가운 기운을 전부 물리칠 수가 없었다. 뭔가 특수한 기운이 깃들어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특수함에는 특수함이다.'



가온은 정신을 집중. 커튼화의 힘, 에메라의 힘을 끌어오려고 했다. 얼마 전 수련의 성과였다. 조금 불러온 것 뿐인데도 금방이라도 얼어붙을 것 같은 손이 녹고 열이 차가움을 밀어내고 있었다.


냉기를 물리치며 불꽃이 적을 삼킬듯이 넘실 타올랐다. 그대로 검을 내리치려는 찰나.


[가...브아?]


푸른 커튼이 움직임을 정지했다. 명백히 이상한 반응에 가온이 저도 모르게 멈칫거렸다.

그 순간, 푸른 커튼의 얼굴 부분이 촤르륵 벗겨지더니 인간의 얼굴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지 못했었는데 꽤 잘생긴 얼굴의, 가온 또래의 남자.

다만 입가에선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고 눈은 풀려 있었다. 그것이 외모를 전부 깎아먹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아쁘아?"

"...뭐?"


하지만 대화는 더 이루어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커튼의 얼굴을 다시 뒤집어쓴 푸른 커튼이 뒤로 풀쩍 뛰어 물러나더니 몇 미터는 될 길이의 날카로운 얼음 창을 수십발을 날려댔던 것이다.


카칵! 카카카칵!


그검으로 그것들을 베어넘기는데 푸른 커튼이 두 손을 모으고 포효했다.


[브어어어어어어어!]

"뭘 하려는..."


말은 끊겼다.

얼음의 파도가 가온을 덮쳐 들어오고 있었기에.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날 수 없는 스케일에 할 말을 잃었던 가온은 다급하게 주먹을 뻗었다.



"큭...섬광!!"


번쩍!


화염이 번쩍이더니 파도에 거대한 구멍을 뚫었다.

하지만 전부를 없애진 못하고 남은 파도는 주위를 휩쓸었다.


쩌적! 쩌저저저저저적!


예전 세계대회에서 만났던 로베르토가 연상되는 광경. 아니, 그 질(質)로 따지자면 로베르토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었다.

뒷골목의 모든 것이 얼어붙기까지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더 이상 가만두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화신지경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 어디갔어?!"


어느새 푸른 커튼은 종적을 감춘 후였다.

아무래도 방금 전 공격은 가온을 죽이려는 것이 아닌 도망가기 위한 술수였던 모양이다.


"제길...!!"


기운을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으나 일반인의 기척만 잡힐뿐, 이질적인 기운은 그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다.

완벽히 놓쳐버리고 말았다.


"......아빠는 누가 아빠야."



멍하니 중얼거리던 가온은 쫒아오고 있을 익환을 생각하고 전화를 걸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 일에 대해 익환과 상의하고 싶었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왜 안 받으시지?"


전화를 걸면 신호가 두번 가기 전에는 반드시 받았던 익환이다.

그런 그가 전화를 받지 않자 가온은 이상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뚜르르르르 팟.


그런 가온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듯 전화가 연결되었다. 가온은 안심하고 말했다.


"익환 형님. 여기 좀 골때리는 일이..."

[이가온.]

"......!!"


전혀 들은 적 없었던 묵직한 목소리.


'아니, 아니야.'


들은 적 없지만, 어디선가 들은 적 있었던 모순된 목소리.

가온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는 푸른 커튼과 주우했을 때보다 훨씬 동요하고 있었다.


"너, 누구야? 익환 형님은...!!"

[이가온.]


뚝.


전화가 끊어졌다.


"제길!!"


짧게 고함을 지른 가온은 재빨리 커튼 본부에 연락. 익환의 소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바로 이자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가온씨.]

"이자견씨! 어서! 어서 익환씨를 찾아보세요! 급합니다!"

[네.]


가온의 급한 기색이 이자견도 두 말 않고 그가 시키는 대로 익환을 찾았다.

그리고 역시 천리안은 천리란이었다.


[찾았습니다.]

"......!! 어디있...아니, 무사합니까?!"

[...무사하진, 못하네요.]

"......!!"



가온은 이자견이 알려준 장소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하하하. 걱정 시켜서 미안하다."



환자복을 입고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익환이 환하게 웃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가온만 식식대다가 의지아 앉을 뿐.


"생각 이상으로 멀쩡해 보이시네요. 전화기는 아마 다른 사람들이 주워올 거예요."

"응. 곧 바꾸려고 생각했었지만, 고맙다."



걱정되서 찾아온 장소는 병원이었고 기절이라도 했을 거라고 생각한 익환은 멀쩡히 일어나 있었다.


"무슨 생각 하는지 알겠는데 한 순간은 기절했었던 게 맞아."

"...구급차 불러준 게 습격자에요?"

"그런 모양이던데."


가온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뭐 하는 녀석이었어요?"


사실 어떤 기술을 사용하냐 묻고 싶었다.

정부공인 순위권자에 근접한 실력자인 익환을 단숨에 무력화시킬 정도의 상대니까.


"수엽이 덥수룩하고 머리를 제법 기른 중년 남자...꽃중년이라고나 할까?"

"장난하지 마시고요."

"하하하 미안. 나도 나름대로 충격이어서. 그렇게 쉽게 제압당할 줄은 몰랐거든."


익환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듯 했다.


"주술을, 썼어."

"...커튼 사냥꾼이란 이야긴가요."

"커튼 사냥꾼이 아니라도 주술을 쓸 순 있어.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주술을 쓰는데 알려지지 않는 건...게다가 주술에 뭔가 기이한 것까지 같이 섞여 있었어."

"기이한 거요?"

"......마치 너 같은, 커튼화가 된 인간같은 느낌이었어."

"......"


가온은 푸른 커튼이 생각났다.

마침 말해야 할 때라 생각한 가온은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 말했다.


"커튼으로 변하는 인간...이라. 그것도 큰일이네. 여기저기서 알 수 없는 일들만 벌어지는군"


후우 한숨을 쉰 익환이 아직 처리해야 할 녀석들도 많은데 라고 한탄했다.


"날 습격한 자 말이야. 널 알고 있는 것 같았어."

"......"


그건 자신의 이름을 불렀던 것에서부터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정체모를 중년의 사내는 가온을 도발하기 위해 익환을 공격한 것이다.


"죄송해요."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지...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익환이 이었다.


"그 남자. 본 적 없는데 어디선가 만났던 것 같았어. 아니. 만났어. 그 남자도 날 아는 눈치였고."

"......"

"가온아. 이건 엉뚱한 상상인데 말이야. 혹시, 혹시 말이야. 커튼으로 된 인간이 있을 수 있다면. 그..."


말하다 말고 익환이 멈칫했다. 가온도 등 뒤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누군가가 순식간에 병원 입구앞에 도달했던 것이다. 그것도 강력한 자가.

가온은 슬며시 검자루를 쥐었고 익환도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당신은?"


문 밖에 서 있던 것은 본 적이 있던 여자였다.

선글라스가 인상적인 장신의 미녀.

분명 미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였다.


"안녕? 이가온?"

"...켈렌씨."


켈렌은, 레임은 들고 있던 고급져 보이는 박스를 내려놓았다.


"선물 감사하군요. 곧 퇴원할거라 이걸 받아도 될지..."

"물론이죠. 미스터 익환."


빙그레 웃은 켈렌이 두 사람을 번갈아보더니 말했다.


"커튼으로 변하는 인간."

"......!!"


두 사람이 깜짝 놀랐다. 설마, 설마 가온에 대해서.


'아니, 내 이야기가 아니야.'


켈렌은 가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웬지 모르게 그걸 알 수 있었다.


"설마. 그 얼음을 쓰던 녀석....당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역시 만났군."


켈렌이 고개를 숙였다.


"부탁하지. 그걸 다시 포획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겠나?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이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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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소원권 (2) 20.08.22 159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0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2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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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파멸? (9) 20.08.17 158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5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7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3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5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3 3 19쪽
358 파멸? (3) 20.08.11 172 3 23쪽
357 파멸? (2) 20.08.10 175 3 12쪽
356 파멸? (1) 20.08.10 167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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