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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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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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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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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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1화: 퇴마 이 가문.

DUMMY

퇴마 이씨 가문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군가가 사람들에게 그리 묻는다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커튼을 퇴치하는 가문이요.'


그럼 커튼이란 무엇인가?

간결하게 말하자면, 인간을 공격하는 몬스터들이다.

막강한 신체능력과 사람만을 증오하는 특이한 흉포성을 지닌 강대한 괴물.

인간의 천적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으리라.


인류는 한때 놈들 때문에 멸종의 위기를 맞을 뻔 했다고 표현할 정도니 위험성에 대해서는 두 말하면 입이 아플 것이다.

인류가 살아남은 것은 우연히 발견해낸 힘들 덕분이다.

신비한 힘으로 과학의 범주 바깥에 있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신비한 힘. 통칭 '주술'과 커튼의 피부와 재생력을 끊어버리는 금속. '주속'이 그러헀다.


그 힘들을 사용하여 천적일 커튼들을 오히려 사냥해버리는 것이, 바로 커튼 사냥꾼.

그리고 그 사냥꾼들의 선두주자를 달리는 것이 두 가문중 하나 퇴마 이씨 가문인 것이다.


먼 옛날.

어떤 강대한 커튼들을 퇴치한 것이 퇴마 이씨 가문의 뿌리였다고 전해졌다.

정확히는 두 가문, 퇴마 이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시초.


당시의 왕들이 막대한 공을 세운 그들에게 어떤 상을 내릴까 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그들을 기리는 글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들만을 가리키는 한자들이 창조되었으며 현대에 와서까지 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오랜 역사와 강력한 국력을 지닌 강대국들. 그런 국가들이 보유하지 못한 것을 한국에 가져 엄청난 메리트가 생기게 만든 퇴마 이씨 가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두 개의 가문중 하나.


또는 현재 한국의 지부장이자 랭킹 1위의 사냥꾼인 이이협이 당주로 있는 곳이며 사상 최연소 정부공인 순위권자였던 이가영을 배출해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그 질문을 한다면 모두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아! 거기 그 이가온이 있는 곳. 맞죠?"



카메라 앞에서 쑥쓰러운 듯 움찔거리던 여성이 손을 마주하더니 활짝 웃었다.



"얼마 전에 전 세계의 위기를 구해낸 어린 영웅이요!!"

"맞아. 이가온이지 이가온. 그 녀석이 있는 곳이지."

"알죠. 유명한 커튼 사냥꾼 집안. 음...최근엔 이가온이 핫했던가?"

"가온이 오빠요! 팬이에요! 꺄악!!"

"어린 영웅!!"



"......"



어두운 방 안.

불도 키지 않고 한가운데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바라보던 이가온이 허. 헛웃음을 흘렸다.



"영웅은 개뿔..."



가온은 몸을 타고 오르는 닭살에 몸서리를 쳤다.

영웅이면 영웅이지 어린은 또 왜 붙는 것인가?

인기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을 쳐 보았다.

얼마전엔 분명 동명이인의 아저씨가 메인에 나왔던 것 같은데, 이젠 스스로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와 있었다.


"이거 고등학교 증명사진 아냐?"


좀 좋은 사진좀 쓰지 이게 뭐냐고 투덜댄 가온은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

그의 눈에 띄이는 것은 기사칸.

만개도 넘는 기사가 있다는 것에 잠깐 입을 벌려 기막혀 하던 그는 가장 인기가 많은 기사로 들어갔다.


기사 내용이래봤자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그는 곧장 댓글란을 보았다.





[얘가 뭘 했길래 여기저기서 빨아주는거임?]

[ㅋㅋㅋㅋㅋ방구석 폐인 납셨네]

[응. 너.]

[응 너는 무슨 ㅋㅋㅋㅋ 윗윗놈 말대로 이가온 모르는 거 보니 방구석 폐인 맞네.]

[얘가 자기 목숨 걸어가면서 재무진이란 놈을 막아냈잖아.]

[야. 나 근데 진짜 이가온은 알겠는데 재무진이란 놈은 누군지 모르곘다. 뭐하는 놈임?]

[흑막새끼임.]

[그 놈이 세계를 뒤에서 주물럭한 놈임]

[뭔 개소리냐. 한국 고위직들 총괄하는 놈이었대잖아.]

[윗놈 정보 개느리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를 주물럭 거린 게 맞음. 전 세계에서 뒤가 구린 미스터리했던 미제 사건들 중 그놈이 개입했단 증거들이 속속들이 나와서 개난리임.]

[헐. 얼마전에 울나라 여왕개체랑 케인떄문에 뭇매 맞지 않음? 더 난리겠다?]

[재무진이란 놈이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 이름 재무진 보다는 다른 나라 이름으로 활개친 게 많아서 그렇게는 안 보인댄다.]

[소설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음 ㅋㅋㅋㅋ]

[근데 걔랑 이가온이랑 무슨 상관?]

[그 재무진이란 놈이 자신을 숨기고 있었는데 이가온이 그걸 알고 방해했대.]

[지가 무슨 수로 알고? 전 세계를 속인 놈인데.]

[몰라. 카더라로는 아마 가족이 놈에게...]



거기까지 보고 전원을 꺼버렸다.

제법 정확한 정보들이 나돌고 있다고 생각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하아..."



숨을 흘린 가온은 자신이 재무진을 물리쳤다는 실감이 들었다.

무작정 찬양해대거나 비판해대는 자신에 대한 글들이 보기 싫음에도 가끔 이렇게 들어가는 것은 이 실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가온의 소중했던 사람을 죽인, 철천지 원수.

원래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부공인 순위권자라 불리는 커튼 사냥꾼들 최강자들 대부분이 정체를 모르고, 진실에 근접했다 해도 막대한 권력의 힘에 사라져갔다.

어린 소년인 가온이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그래.

몇 달전. 여왕개체 습격이라 불리는 사건에서 기연을 얻지 않았다면.

붉은 커튼이라 불리고 있는 최강의 힘을 얻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


붉은 커튼에 대해 생각하자 자연히 에메라가 떠올랐다.

투명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백발을 나부끼는. 하얀 피부의 소녀.

그녀는 가온에게 뭔가를 걸었었고, 가온은 그것에서 거의 벗어나는 것을 느꼈다.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 있던 일들을 떠올리면 누구도 감정조절을 못한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



드르륵.


별안간 문이 열리고 빛이 어두운 방안을 비추었다.

무표정하게 고개를 돌리자 머리를 하나로 묶어 뒤로 넘긴, 시녀같은 복장의 소녀가 수줍은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가온 님. 시간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가온의 대답에 송구한 듯 어쩔 줄 몰라하는 소녀.

그녀는 몇 번이고 가온에게 존대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으나 가온이 사뿐히 씹었다.

존대를 한다면, 그것만으로 자신이 이 엿같은 집안에 엮이는 것 같아서다.

몸을 일으킨 그를 소녀가 이끌었다.

전통적인 취향이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나무재질의 복도를 당당하게 걷는다.



"가온 님...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으신지요?"

"없습니다."

"불을 키지 않고 계시기에 어디 아프신가 하고..."

"어두운 걸 좋아해서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소녀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이 빌어먹을 장소에서 얼마 안 되는 안식처라 생각하며 그녀를 본 순간.



"이야아~"



빈정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가온의 귀를 긁어댔다.

동시에 소녀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공포와 복종심이 어우러진 철저한 약자의 자세.

하지만 목소리를 낸 남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가온을 바라보았다.



"얼마만에 보는 거냐? 가온아."

"글쎄요."

"차디찬 대답이네. 우리 아직 제대로 친해지지 않았잖아?"


짐짓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좁힌 청년은 히죽 웃었다.



"웃어봐라 좀. 가족 앞인데."

"가족이요."

"그래. 가족."


청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역겹게도 말이지."

"......"



상대해봤자 귀찮다. 주제도 모르는 벌레에게 신경쓸 것도 없다.

가온이 그를 지나치려고 하자 청년은 거슬림을 느꼈는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완전 무시라니. 형한테 너무한거 아니냐? 멈춰봐라. 이야기좀 하자."


누가 형이야.

속으로 코웃음치며 지나가는 가온, 그가 멈출 기색이 없자 청년의 표정에 살기가 깃들었다.

그가 손을 뻗은 그 순간.



"그만."


청아한 목소리가 두 사람을 꿰뚫었다.

청년은 물론 가온마저 잠시 움찔하여 움직임을 멈추게 할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엔 기이한 마력이 있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엔, 기다란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눈을 감은 미인이 서 있었다.


"누님."

"문제 일으키지 마렴."


못마땅하다는 듯 가온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그가 코웃음치더니 걸어가버렸다.

가온은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저 청년은 귀엽기라도 하지, 이 여자는 성가셨으니까.


"어서 가시지요. 어머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터이니."


그 말만 남기고 천천히 걸어 자리를 떠나려던 그녀가 순간 멈춰섰다.


"일단 같은 혈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살의는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할 말은 했다는 듯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자리를 떴다.

시녀 소녀만 어쩔 줄 몰라하며 떨고 있었다.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고 가온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다다른 곳은 이 거대한 가옥의 최상층.

그곳에 그의 어머니가 있었다.



역사가 느껴지는 장식들이 여기저기에 배치되어있는 복도를 지나 화려한 장식이 새겨져있는 대문 앞에 섰다.


끼이이이이.


자동문이라도 되는 것일까. 가온이 앞에 서자 사람보다 거대한 두 개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열린 문으로 망설임없이 걸어 들어간다.

널찍한 공간에 수많은 등불로 불을 밝혀놓은 이 장소는, 퇴마 이씨 가문의 책임자들이 업무를 보는 장소였다.

등불 옆에는 강대한 기운을 뿜는 도복을 입은 사람들이 흔들림없는 자세로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가온."


정말로 기쁜듯한 목소리에 가온은 내심 욕지거리를 했다.

이 집안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중 톱3을 달리는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만면에 웃음을 지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 이이나.



"이리로 올래요?"

"무슨 일입니까."


차디찬 목소리로 묻자 상처받았다는 듯 울상을 짓는 여인. 그것만으로 곁에 서 있던 이들이 몸서리 칠 만큼, 애절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움.

하지만 가온에겐 더 짜증나는 요소일 뿐이었다.


애가 달았던 걸까. 그녀는 몸소 높은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타다다다 달려가 가온을 껴안았다.

후욱.

좋은 향기가 비공을 찔렀다.


"허어."

"후우."


부럽다는 듯한 신음이 여기저기에서 울렸다.

질시와 뿌듯한 시선들이 함꼐 꽂히는 것을 느끼며 가온은 뭐가 부러운 거냐고 얼굴을 찡그렸다.


"어서오세요. 가온. 이 어미에게 또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더 이상 드릴 말씀도 없습니다만."



한숨처럼 말하며 가온은 제발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었다.

재무진에게 복수를 끝마치고 뒷처리까지 대충 끝낸 그는 약속했던 대로 퇴마 이씨 가문에 왔다.



그리고 오늘은 가온이 퇴마 이씨 가문에 온 지 한달 째 되는 날이었다.



'슬슬 꼬리가 잡힐 때가 됐는데.'



가온의 눈이 가늘어졌다.


'삼촌이 왜 이 가문을 무너뜨리려 했는지...대체 무슨 비밀을 품고 있는 건지.'



가온의 목적.

그건 삼촌의 복수와 커튼의 멸종. 그것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되뇌이듯 목적을 떠올리는데 이이나가 그를 테라스로 이끌었다.


높은 산에 위치한지라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 도시가 퇴마 이씨 가문의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일 것이다.


"어떤가요? 경치 좋지 않은가요?"


신난 기색으로 가온의 양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쉴새없이 재잘거리는 이이나.

가온은 귀찮아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구름 아래의 도시는 장엄한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묘한 감정에 휩싸여 입을 다물자 이이나가 고혹적인 미소를 짓더니 가온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후계자가 되면, 저게 당신의 것이 된답니다?"

"......"



무심한 얼굴로 돌아보자 이이나가 활짝 웃었다.



"후계자 후보. 될 거지요?"



가온도 마주 웃었다.



"싫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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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파멸의 징조 20.08.06 79 2 12쪽
352 정적의 분노 20.08.05 69 3 17쪽
351 손을 잡다. (3) 20.08.04 68 2 18쪽
350 손을 잡다. (2) 20.08.03 68 2 22쪽
349 손을 잡다. (1) 20.08.03 66 3 15쪽
348 믿기 힘든 감정 (4) 20.08.01 70 3 17쪽
347 믿기 힘든 감정 (3) 20.07.31 65 3 15쪽
346 믿기 힘든 감정 (2) 20.07.30 67 2 12쪽
345 믿기 힘든 감정 (1) 20.07.29 66 4 12쪽
344 원숭이(猿) (2) 20.07.28 61 3 21쪽
343 원숭이(猿) (1) 20.07.27 58 3 13쪽
342 달의 기운. 20.07.26 55 3 15쪽
341 더 진화해야 한다. 20.07.25 56 3 12쪽
340 대회의 (2) 20.07.24 59 3 14쪽
339 대회의 20.07.24 63 2 14쪽
338 고대의 유적 20.07.22 67 3 19쪽
337 머나먼 숲 20.07.21 64 4 15쪽
336 소년의 땅 (4) 20.07.20 54 1 12쪽
335 소년의 땅 (3) 20.07.19 54 3 14쪽
334 소년의 땅 (2) 20.07.18 57 3 12쪽
333 소년의 땅 (1) 20.07.17 57 4 14쪽
332 파벌 20.07.16 76 4 20쪽
331 개(犬) (8) 20.07.14 69 4 16쪽
330 개(犬) (7) 20.07.14 66 4 22쪽
329 개(犬) (6) 20.07.13 64 3 20쪽
328 개(犬) (5) 20.07.12 60 4 20쪽
327 개(犬) (4) 20.07.11 61 3 19쪽
326 개(犬) (3) +1 20.07.11 74 4 13쪽
325 개(犬) (2) 20.07.09 56 2 13쪽
324 개(犬) (1) 20.07.08 6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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