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우유가 나오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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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휘내림
작품등록일 :
2017.08.2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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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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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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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UMMY

어둑어둑한 저녁이. 동산 저편으로 넘어가는 빨간 태양을 등지며 터벅터벅 걷는 칸나와 맥스는 집앞에 우둑커니 섰다.


칸나는 19병이나 남은 우유병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맥스는 물에빠졌는지 털이 축 쳐저 있었다. 그리고 추운지 온몸을 부들부들 떤다. 맥스는 정말 처참한 몰골로 고개를 푹 숙였다. 가방은 텅비었다. 그렇다. 개털렸다.


칸나는 마당에 걸어놓은 빨래줄에서 더러운 걸래같은 수건을 쥐고 물에젖어 떨고있는 맥스를 닦아주었다. 맥스는 한결 진정되었다.


"맥스상... 칸나는 우유 1병 팔았다요. 이대로 들어가면 혼날까봐 무섭다요. 상욘센세는 혹시 아주 무서운 히토데스까? 알려주시라요. 맥스상."


"끼잉 끼잉..."

(나도 잘 몰라.)


"맥스상... 흐엥."


그렇게 두 사람이 문밖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때마침, 집안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상연이 문을 활짝 열였다. 두 사람은 움찔하며 상연의 얼굴을 살펴봤다. 깊고 어두운 음영... 너머가는 빨간 태양이 너무 약해서 표정이 잘 안 보였다.

상연은 크게 심호흡을 하다가 부드럽가 말했다.


"어서와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상욘센세..."


"끼이끼잉..."


"어서 들어와요. 와서 빵이랑 우유좀 먹어요. 맥스 너는 왜 흠뻑 젖었니?"


축 처진 칸나와 맥스가 따듯한 집으로 돌아왔다. 등잔이 올려진 작은 테이블에 칸나가 앉고 그 옆에 맥스가 축처진 자세로 엎드렸다. 사실, 칸나와 맥스는 집 주변을 한 시간째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빵과 우유를 팔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상연은 미안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딱 봐도 물건을 못 팔고 돌아온 모습이다. 절반이라도 팔았으면 저러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도 못판 것 같다.

맥스와 칸나에게 빵과 우유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많이 팔았어요?"


"미안하다요... 칸나는 노력했다요. 그런데 한 개 팔았다요."


"멍..."

(나는 그래도 다섯 개 팔았어...)


"하하, 모두 수고가 많았어."


"... 상욘센세와 화나지 않으셨습니까?"


"뭐, 제가 왜 화를내요? 하하, 고생한 것은 여러분인데. 괜찮아요. 그보다, 어서 저녁 드세요.


빵을 한 입 물어뜯는 칸나가, 조심스럽게 상연의 얼굴을 살폈다. 상연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좋은 일있었나? 아니면 정말로 걱정해줬던 것인가? 칸나와 맥스를 걱정해주는 것이라면 정말 감동이다. 칸나는 역시 상연씨가 착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칸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상욘센세, 우유 1개밖에 못팔았다요. 미안하다요."


"우와~ 한개씩이나 파셨어요!? 대단하네요."


"대, 대단한 것입니까?"


"그럼요. 1개를 판 것도 대단하죠."


칸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1개를 팔았다고 상연씨가 인정해 준다. 그렇다. 대단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말도 안 돼는 열약한 곳에서 우유 1병은 판 것도 대단한 것이었다. 칸나는 뿌듯했다.


"멍멍! 멍멍! 멍, 멍멍! 멍, 멍멍! 헼헼헼"

(닌겐! 닌겐! 나는 다섯개 팔았어! 다섯개! 헤헤헤)


그러면서 맥스는 인벤토리에서 별사탕 49개를 꺼내서 테이블에 놓았다. 49개가 모이자 상당히 많아 보였다. 상연과 칸나가 깜짝 놀랬다.


"어? 맥스 다 팔았어? 왜케 많아. 하나, 둘... 사십오개? 이야! 장하다 장해!"


"헼헼헼~"


쓰담쓰담.

상연은 맥스를 쓰담아줬다. 비록, 가방에 남은 빵이 하나도 없고 빵벤토리에 재고 몇 개가 사라졌지만, 괜찮았다. 개다. 개주제에 빵을 팔아왔다. 그것만으로도 인정할만한 것이다.

사실 상연은 기분이 정말 좋았다.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다. 그래서 그 좋은 일을 알려주려는 타이밍을 기다렸다.

상연은 맥스의 가방을 빵벤토리에 집어넣고, 맥스의 털을 말려줬다. 그러다가 테이블 위에 있는 별사탕을 보고는 떠올렸다.


"아차! 먼저 별사탕을 먹어봐야지. 칸나씨 별사탕 먹어봤어요?"


"없다요."


상연이 별사탕 하나를 집어들었다.


"좋아, 먹겠습니다. 꿀꺽."


[능력의 별사탕을 먹었다. 최초 1회 한해서 스텟을 각성하게 된다.]


[인내력을 각성했다!]


[힘이 조금 올랐습니다.]


"어? 어 어어어어?"


스탯을 각성했다. 이야! ... 어 좋은건가? 뭐 좋은거겠지. 기분 좋은 텐션 그대로 환호를 하며 지금의 변화를 말했다.


"이야! 인내력을 각성했어요. 힘도 조금 올랐구요. 대단한데? 상태창!"


"스고이!"


"멍- 멍멍."

(난 알고 있었음.)


모두가 사이좋게 허공에 뜬 상연의 상태창을 감상했다.


-

[종족]: 인간

[이름]: 이상연

[직업]: 빵과 우유가 나오는 사나이


스텟

힘 - [F-]

체력 - [F-]

인내 - [C+] * 아무리 씻고 찾아봐도 상연씨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 우리가 틀렸다. 상연씨는 큰재능이 있었다. 어린시절 손버릇이 나빠서 부모님 지갑에서 손을 자주 대다가 부모님에게 얻어맞고 형과 누나한테 얻어맞았고 학교에서 일찐과 선생님에게 얻어맞았고, 길가다가 초딩에게 얻어맞으며 기타등등... 즉 얻어맞는 것 이력이 난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의 재능이 있었다. 상연씨의 재능이란 바로 얻어맞는 인내력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공부과 관련된 인내력도 아니고 인격적으로 참는 훌륭한 인내력도 아니다. 오직 처맞는 것에 관련이 있는 인내력이다. 즉, 너가 공부하는대 도움이 돼는 인내력이 아니다. 상연씨 스고이. 상연씨는 얻어맞는데 재능이 있으니까 얻어맞기만 해도 금방금방 인내력이 성장할꺼야. 더 설명하고 싶지만, 스탯 설명창은 최대 150자로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이 더 이상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설명을 마무힌다.


+ 인내력이 높으면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맨몸으로 견뎌낸다구? A+가 되면 한 번 핵폭탄에 도전해봐.


+ 각성한 시작부터 C+라니? 놀랄 게 전혀 없다. 사실 이 수치는 그동안 얻어맞고 다니면서 축적된 경험치이다.

-


...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한 마리의 개의 시선이 허공에 정지됐다. 칸나와 맥스는 조용히 상연의 안색을 살폈다. 굳었다. 웃는 표정 그대로 굳었다. 하지만 이미 초미세근육은 차갑게 긴장이 풀렸다. 그래서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그저 화난 사람의 웃음...

뒤늦게 상연이 상태창을 닫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에... 상욘센세?"


"멍멍?"

(다이죠부? 얼굴이 왜 똥씹은 표정이야? 인내력 좋잖아.)


"에또네, 상연센세와 혼또니 캇코이 히도다요. 핸서무다. 핸서무. 칸나는 상욘센세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스럽다요. 똑똑하고 씩씩하고 용감하고..."


"그만."


"머! 머멍 멍? 머멍! 멍? 머머 커어어억!"

(인간! 남자가 좀 맞고 다니면 어때? 남자답게 커어어억!)


"너도 입닥쳐."


상연이 맥스의 주둥이를 잡아쥐었다. 개소리를 하다가 주둥이를 잡혀 혀바닥이 삐죽나온 맥스가 부들부들 떨었다. 칸나도 숨을 죽이고 눈치를 봤다.


설명서대로 인격적인 인내력은 아니었다. 저렇게 화를 내고 있는데 인내력이 C+일리가 없다. 아마도 저 인내력은 맷집이나 깡따구와 관련이 있는 스텟일 것이다.


한 참 숨울죽이고 있던 칸나가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물론 분위기 환기에 씨도 안 먹히지만. 칸나가 테이블에 놓여진 별사탕 하나를 집었다.


"와이- 타노시! 내 차례다요. 상욘센세, 제가 먹어도 괜찮데쇼?"


"하아. 예. 드세요. 그리고 화내서 미안해요. 맥스 너도 미안해."


"끼낑..."

(혀 내밀때 주둥이 잡지마, 아퍼 ㅠㅠ)


맥스가 아픈 혀바닥을 굴렸다.


"요시- 타베마스요. 고쿠리."


[매력을 각성했다!]


[매력이 조금 증가합니다.]


"... 세.. 센세! 센세!! 미, 미료쿠다! 미료쿠! 센세! 매력쿠다요! 미료쿠가 아갓다요! 매력쿠가 올라갔다요 상욘센세!"


칸나가 입을 가리며 말했다. 입이 찢어지도록 벌어진 것이 두 손으로 가릴 수 없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렸다. 기뻐서 흐느는 눈물인 것이다.


"매력? 허? 매력도 있어요!?"


"인포메이숀!"


-

[종족]:일본인

[이름]:스즈키 칸나

[직업]:지하 아이돌


스텟


힘 - [A+]

체력 - [A+]

지력 - [G-]

매력 - [F-] * 칸나씨는 못생겼습니다. 그래서 매일 지하 아이돌에서 그룹과 함께 공연이 끝나면 사진을 찍을 때도 뒤에 서있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멤버들이 "칸나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민폐야!" "칸나는 봇치!" "칸나는 사진 찍어줄 오타쿠도 없으면서 옆에 줄서지마, 빠져있어!" 같은 말을 항상 듣습니다. 복장과 헤어스타일도 이상해서 알바도 구하기 힘들었고 구하는 알바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크고 어려운 알바만 뛰어야 했습니다. 그만큼 칸나씨는 매력이 없었습니다. 네, 칸나씨는 너무나도 매력이 없었습니다. 매력이 아주 없는 것이 재능입니다. 그럼에도 칸나씨는 지하 아이돌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눈물나는 그 노력에 힘입어 매력 스탯을 개방해 드립니다.


+ F- → F까지 10개의 별사탕이 필요합니다. F → F+ 까지 별사탕 20개가 필요합니다. F+ → E-가 올라가는 랭크는 100개가 필요합니다. 다시 E- → E 까지 100개가 필요, E에서 → E+까지 200개, E+ → D-까지 1000개. 이러한 패턴으로 증가합니다. 매력이 증가하면 외모와 신체구조 분위기 페로몬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변합니다.


+ 지하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먹고 살려면 최소 E급의 외모가 필요합니다. 메이저 아이돌이 되려면 D급의 외모가 필요합니다. 정상급 아이돌이 되려면 C급의 외모가 필요합니다. B급은 세기의 외모입니다. A급 부터는 여신입니다. A등급은 차원이 다릅니다. 비현실적인 외모. 2D만화나 3D CG를 초월합니다. 죽을 때까지 늙지도 않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페르몬은 사랑의 묘약 수준입니다. 땀 한 방울에서 나는 냄새만 맡아도 사랑에 미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


떠억-

상연과 맥스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칸나는 자꾸 흐르는 눈물 때문에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눈물을 닦고 또 닦아서 스텟창에 써저있는 설명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결국 몇 번이고 확인하고 참을 수 없는 울음을 터트렸다.


"흐... 흐흐흐에에엥!"


"카, 칸나씨!"


"머머멍.. 머흐흐! 머흐흐흑 머흐흐그흑흐흐흑흐그흑끄흐흑흑"

(정말 잘됐어... 흐흐흑! 으엉엉 어어엉엉!)


맥스는 개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칸나도 울었다. 나도 쬐끔 울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칸나는 지하 아이돌로써 꿈꾸던 슈퍼 아이돌을 떠올렸다. 불가능했었다. 칸나도 알았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에 서있자면, 칸나 왜 자신은 이렇게 태어났을까? 왜 아이돌이 될 수 없었을까?


왜 세상에는 노력을 해도 이룰 수 없는 꿈이 있는 걸까? 칸나는 왜 그런 불가능한 꿈을 쫒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매일 들었다.


이런 질문을 하고 나서 찾아오는 것은 사무치는 외로움과 절망감, 무기력함 뿐이었다. 내면에서 서서미 밀려오는 그런 감정들.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조차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시선.

그동안 겪어야 했던 모욕들. 부정할 수 없는 모욕이라 더 서러웠던 모든 것들이 칸나의 정신에 벽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벽에 작은 동아줄이 내려왔다. 그것은 썩은 동안줄이 아니었다. 잡을 수 없는 망상의 동아줄도 아니었다. 진짜 동아줄이 내려왔다. 잡을 수 있고 당길 수 있고 오를 수 있는.


"칸나는... 칸나는!"


칸나가 활짝 웃었다.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허름한 집.

무너진 천장.

뻥 뚫려있는 천장을 향해. 구멍을 향하며.

검지를 쭉 뻗어 별을 가리켰다.


"칸나는 슈퍼 아이돌이 될거야!"




"멍, 머멍, 멍멍멍..."

(그렇게 전설이 시작되었다...)


.....

....

...

..

.


"칸나씨, 테이블에서 내려오세요. 거긴 밥먹는 곳이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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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18.09.15 191 1 16쪽
20 20 18.09.15 208 3 13쪽
19 19 18.09.15 234 2 13쪽
18 18 18.09.15 254 4 13쪽
17 17 18.09.15 252 2 12쪽
16 16 18.09.15 254 3 16쪽
15 15 18.09.15 267 6 17쪽
14 14 18.09.15 286 2 12쪽
13 13 18.09.15 295 2 12쪽
12 12 18.09.15 286 4 13쪽
11 11 18.09.15 311 1 14쪽
10 10 18.09.15 283 1 20쪽
9 9 18.09.15 314 5 14쪽
8 8 18.09.15 336 2 14쪽
» 7 18.09.15 362 4 13쪽
6 6 18.09.15 38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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