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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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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운(也雲)
작품등록일 :
2017.10.06 16:03
최근연재일 :
2017.11.18 12: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8,875
추천수 :
859
글자수 :
150,097

작성
17.10.25 14:22
조회
1,640
추천
20
글자
7쪽

5. 그런 세상은 없다.(9)

DUMMY

알 수 없는 위기감에 사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양이는 진맥한 적이 없어서. 사람도 다 고치지 못하는데 한갓 짐승을 진맥하는 의원이 몇이나 되겠나?”

“그래도 고쳐!”

낙천의 고집에 의원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고양이를 자세히 살폈다.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 살아있기는 한 건가?”

“고치라고 했다.”

이 가는 소리까지 들은 사내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고양이의 목을 만지고 팔을 만졌다.

맥을 잡을 수 없어 혀를 차던 사내는 고개를 기울여 심장 가까이에 귀를 가져다 댔다.

“······아무래도 죽은 거 같은데······?”

낙천이 바라만 보고 있자 사내가 불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보게. 얼마나 아끼는 놈인지는 몰라도 이미 늦었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음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빌어주는 것밖에는 없어.”

낙천이 축 늘어진 고양이를 바라보며 멍하니 말했다.

“아직 따뜻한데?”

“자네도 알지 않나? 처음보다는 많이 체온이 식었다는 것을. 그리 안쓰러우면 양지바른 곳에라도 묻어주라고.”

낙천은 의원의 말에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시시만 바라봤다.

“쯧! 그런데 누군지는 몰라도 참 잔인하군, 그래. 아무리 미물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강제로 눈을 빼는 놈이 다 있나? 참 몹쓸 사람들 많아요.”

낙천이 고개를 들었다.

“사람이 그랬다고?”

낙천의 번들거리는 눈빛에 움찔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 같은 짐승이라면 저리 못하지. 누군가가 칼로 강제로 저리 만들지 않는 이상은······”

낙천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낙천이 시시를 안은 채 몸을 돌리는데 안으로 들어오던 인영이 깜짝 놀라 말을 걸었다.

“어멋! 여기서도 보네요. 아, 아침에 다친 손 때문에 왔구나.”

시시의 이름을 붙여준 여인이었다.

“아이구, 아가씨가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어디 아프기라도 하신 겁니까?”

사내가 반갑게 말을 붙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오. 아버지가 요새 몸이······!”

여인이 갑자기 말을 끊고 낙천에게 바짝 다가섰다.

“시시잖아요? 얘 왜 이래요?”

온몸이 피투성이에 구멍까지 뚫린 눈을 보자 여인이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대체 누가 이랬어요? 누가?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짓을······.”

낙천은 말없이 여인이 화를 내는 것을 지켜봤다.

여인이 고개를 들다가 낙천과 눈이 마주쳤다. 소름 끼칠 정도로 무감각한 눈빛에 여인은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낙천은 모두가 언제나 그랬듯이 여인도 자신을 탓하는 거로 생각했다.

낙천은 바닥에 시시를 내려놓았다.

“묻어줘.”

그리고 낙천은 의무원을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 뒷모습이 이상하게 슬퍼 보여서 여인은 입을 열어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낙천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바닥에 놓인 시시의 시체를 보자 눈물이 왈칵 솟아올라서 여인은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날이 저물어 선화로는 어둑했다.

상가 문은 대부분 닫히고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부산하고 활기가 넘쳤던 낮과 대비가 돼서인지 조용한 거리는 스산했다.

간간이 보이는 불빛을 제외한 모든 곳이 어둠에 휘감겨 있었다.

낙천은 자신과 닮은 것 같은 이 어둠과 음산함을 좋아하지 않았다.

말린 과일을 오늘은 과하게 먹은 탓인지 가슴이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그리고 추웠다.

단전 안에 든 현극천과인지 뭐시기 때문에라도 추위를 잘 못 느끼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오한이 드는 듯했다.

옷깃을 여민 낙천의 시야에 어수선하게 여러 물건이 쌓여있는 건물이 보였다.

새로 단장을 하는지 크기와 굵기가 다른 나무들과 쇠붙이 같은 잡다한 물건들이 건물 앞에 놓여있었다.

“으으으으!”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낙천은 우뚝 멈춰 섰다.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어린 시절 자신이 내지르던 신음과 너무 흡사했다.

어둠 속에 작은 인영이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소리는 그 인영에게서 흘러나왔다.

낙천은 어슬렁어슬렁 다가갔다.

투투툭!

물방울이 뺨을 적신다 싶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낙천은 몸이 젖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인영에게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배를 감싸 안은 채 쓰러진 아이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아이는 소매치기 교기풍이었다.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이 너무 부어 못 알아볼 뻔했다.

쓰러진 교기풍 앞으로는 아비인 줄 알았던 사내가 어깨에 호랑이 문신을 새긴 사내에게 멱살이 붙들려 있었다.

놈도 얻어터져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뱁새. 너 우리 몰래 딴 주머니 찼지?”

문신 사내가 물었다.

아비인 줄 알았던 놈이 금전장 놈들에겐 뱁새로 통하는 듯했다.

입안이 피투성이가 된 뱁새는 말을 내뱉지 못하고 고개만 흔들었다.

“근데 왜 이것밖에 안 돼? 우리가 뒤에서 봐 줘서 너희가 그나마 먹고살 수 있다는 거 알아, 몰라?”

“아, 압니다.”

억지로 토해낸 뱁새의 말에도 문신 사내는 무릎으로 배를 찍었다.

답답한 신음을 토해내는 뱁새에게 문신 사내가 다시 말했다.

“근데 시발. 왜 이것밖에 없냐고? 돈이 안 되면 주변 상가라도 털어서 성의는 보여야 할 거 아니야?”

쓰러져 있던 교기풍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여기 분들이······, 으으 우리가 하는 짓을 알아도 ······그냥 두는 이유가 뭔데요?”

“어쭈? 애새끼 말하는 거 봐라? 누가 가르쳤어? 저따위로 따박따박 말대답하라고. 뱁새, 너냐? 너야?”

철썩철썩!

문신 사내는 뱁새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치다가 화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교기풍에게 훌쩍 다가갔다.

퍼어억!

옆으로 쓰러진 교기풍의 옆구리를 문신 사내가 거세게 밟았다.

“아아악!”

“어린 새끼가! 어디서 말대답이야? 어? 주둥이를 아주 찢어버릴라.”

낙천의 머릿속에서도 환청이 들려 왔다.

[이 쓸모없는 새끼가.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버러지 새끼가. 니가 이제 말문이 아주 트였지? 어디서 말대꾸야, 말대꾸가? 이 시벌 개새끼야.]

[퍼퍼퍼퍼퍽!]

[으으윽!]

이미 지나간 시간이었다. 그 속에서 낙천은 빠져나왔다.

하지만 눈앞에서 보이는 광경은 낙천을 다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그 어린 시절로 끌고 가는 듯했다.

답답했던 가슴에 터질듯한 열기가 피워 올랐다.

“시벌!”

낙천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순간, 어둠 속에서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가는 눈매가 비가 쏟아지는 어둠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을 발했다.

사내, 허만은 낙천을 보며 한쪽 입가를 올린다 싶더니 앞으로 걸어 나왔다.

허만은 낙천과 눈을 마주한 채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뱁새의 얼굴을 걷어찼다.

퍼어억!

“아악!”

그리고 문신 사내에게 다가갔다.

“비켜!”

문신 사내가 교기풍 앞에서 얼른 비켜섰다.

낙천이 시퍼런 눈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면서도 허만은 교기풍의 얼굴로 발을 내리찍었다.

슈아악!

낙천의 주먹이 먼저 허만의 얼굴로 뻗어 나갔다. 허만은 교기풍의 얼굴을 가격하지 못한 채 뒤로 훌쩍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쏴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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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4) +3 17.11.16 1,355 17 7쪽
39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3) +3 17.11.15 1,381 19 9쪽
38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2) +1 17.11.14 1,281 22 8쪽
37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1) +1 17.11.13 1,359 19 8쪽
36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5) +1 17.11.11 1,452 21 10쪽
35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4) +1 17.11.10 1,384 23 11쪽
34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3) +1 17.11.09 1,445 19 7쪽
33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2) +1 17.11.08 1,486 18 9쪽
32 7. 장주의 죽음이 불려온 파장(1) +1 17.11.07 1,377 20 8쪽
31 6. 잡아라, 광색마 염기(8) +1 17.11.06 1,434 22 8쪽
30 6. 잡아라, 광색마 염기(7) +1 17.11.04 1,569 20 8쪽
29 6. 잡아라, 광색마 염기(6) +1 17.11.03 1,354 19 8쪽
28 6. 잡아라, 광색마 염기(5) +1 17.11.02 1,427 21 8쪽
27 6. 잡아라, 광색마 염기(4) +1 17.11.01 1,434 22 9쪽
26 6. 잡아라, 광색마 염기(3) +1 17.10.31 1,483 22 7쪽
25 6. 잡아라, 광색마 염기(2) +1 17.10.30 1,435 20 7쪽
24 6. 잡아라, 광색마 염기(1) +1 17.10.28 1,545 19 9쪽
23 5. 그런 세상은 없다.(11) +1 17.10.27 1,503 20 9쪽
22 5. 그런 세상은 없다.(10) +1 17.10.26 1,451 20 8쪽
» 5. 그런 세상은 없다.(9) +1 17.10.25 1,641 20 7쪽
20 5. 그런 세상은 없다.(8) +1 17.10.24 1,483 19 8쪽
19 5. 그런 세상은 없다.(7) +1 17.10.23 1,607 22 9쪽
18 5. 그런 세상은 없다.(6) +1 17.10.21 1,481 22 7쪽
17 5. 그런 세상은 없다.(5) +1 17.10.20 1,530 21 8쪽
16 5. 그런 세상은 없다.(4) +1 17.10.19 1,602 17 8쪽
15 5. 그런 세상은 없다.(3) +1 17.10.18 1,574 20 8쪽
14 5. 그런 세상은 없다.(2) +2 17.10.17 1,764 24 8쪽
13 5. 그런 세상은 없다.(1) +1 17.10.16 1,661 21 7쪽
12 4. 아는 놈은 안다.(4) +1 17.10.14 1,775 21 8쪽
11 4. 아는 놈은 안다.(3) +2 17.10.13 1,697 19 9쪽
10 4. 아는 놈은 안다.(2) +1 17.10.13 1,846 15 9쪽
9 4. 아는 놈은 안다.(1) +1 17.10.12 1,826 17 7쪽
8 3. 시, ……진짜 귀찮네.(3) +1 17.10.12 1,853 15 5쪽
7 3. 시, ……진짜 귀찮네.(2) +1 17.10.11 1,929 16 7쪽
6 3. 시, ……진짜 귀찮네.(1) +1 17.10.10 2,168 20 7쪽
5 2. 수인장에 들어가다.(3) +1 17.10.10 2,473 17 5쪽
4 2. 수인장에 들어가다.(2) +1 17.10.09 3,252 16 9쪽
3 2. 수인장에 들어가다.(1) +1 17.10.08 3,804 26 7쪽
2 1. 살 기회가 주어지다.(2) +1 17.10.07 4,536 33 7쪽
1 1. 살 기회가 주어지다.(1) +1 17.10.06 7,077 3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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