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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지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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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운(也雲)
작품등록일 :
2017.10.06 16:03
최근연재일 :
2017.1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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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97

작성
17.10.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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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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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8쪽

5. 그런 세상은 없다.(10)

DUMMY

쏴아아아아아!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교기풍을 가운데 두고 낙천과 허만이 서로를 노려봤다.

허만이 말했다.

“한판 뜨자고? 좋지. 근데 고양이 새끼는 괜찮나?”

시퍼런 날을 세우던 낙천의 눈빛에 열기가 가득 찬다 싶더니 어느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

“······너였냐?”

“뭘?”

허만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낙천이 말없이 몸을 돌려 뚜벅뚜벅 왔던 길로 걸어갔다.

“야! 너 어디 가냐? 설마 우리 허 조장에게 겁먹었냐?”

옆에서 보고 있던 문신 사내가 깐죽거렸다.

허만은 말없이 낙천을 지켜만 봤다.

그냥 돌아갈 놈의 눈빛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낙천은 가라앉은 눈으로 잡동사니가 쌓인 곳에서 두 개의 나무판을 골라냈다. 제 허리띠를 풀고 윗도리를 벗어 길게 찢었다. 나무판을 팔뚝에 각각 대고 하나는 허리띠로 다른 하나는 찢어놓은 긴 천으로 칭칭 묶어나갔다.

“헐! 아주 지랄을 하는데요? 지금 저 나무판으로 허 조장과 싸우겠다는 건가 본데. 저놈은 귀두도가 무슨 종이쪼가리인 줄······”

옆에서 종알거리자 허만이 말없이 팔꿈치로 문신 사내의 얼굴을 찍었다.

퍼어억!

풀썩 쓰러지는 문신 사내를 보지도 않은 채 낙천만 바라봤다.

팔뚝에 나무판을 댄 낙천이 상체를 벗은 채 빗속을 뚫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맨살을 본 허만이 흥분한 것처럼 입술을 혓바닥으로 훑어내렸다. 허리춤에선 시퍼렇게 날이 선 귀두도를 꺼내 들었다.

스릉!

귀신 머리라 불리는 귀두도는 칼끝이 뾰족하지 않고 둥글게 날이 서 있었다.

베는 위주의 도임에도 귀두도는 둥그런 칼끝으로 찌를 수도 있었다.

둥그런 모양 끝에는 송곳 같이 튀어나온 부분까지 있어서 찌르면 상처가 매끈하지 않게 뜯어졌다.

그 특성 때문인지 귀두도는 보통의 검이나 도보다도 섬뜩하면서도 기괴해 보였다.

하지만 낙천은 귀두도의 특이한 모양보다 손잡이 끝에 매달린 장식을 눈여겨 바라봤다.

낙천이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을 퉁겼다.

촤아아악!

사방으로 비산하는 빗물 너머로 낙천이 허만에게 짓쳐갔다.

허만의 귀두도가 낙천의 가슴과 어깨, 허리를 연속적으로 내리그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귀두도의 날이 시퍼렇게 빛이 났다.

터터텅!

낙천도 나무판을 댄 팔뚝으로 연달아 귀두도를 비스듬히 비켜 막아냈다.

칼날 정면이 아닌 옆면을 퉁기듯이 후려쳤다.

나무판과 칼날이 부딪칠 때마다 빗물까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시야를 가리는 빗물에 허만이 머리를 털며 뒤로 물러섰다.

쏴아아아!

허만은 제 공격이 모두 헛것이 되자 쏟아붓는 빗속에서 낙천을 쏘아봤다.

바드득!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를 간 허만은 나무판을 쪼개서라도 벨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강하게 내리그었던 귀두도를 급작스럽게 방향을 틀어 낙천의 목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서걱!

목을 뒤로 젖혔음에도 귀두도가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붉은 피가 튀어 빗물과 섞였다.

하지만 낙천은 상처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베고 지나간 허만의 손목을 오른손으로 힘껏 움켜쥐었다.

빠악!

동시에 낙천의 이마가 놀란 허만의 안면을 찍었다.

“큭!”

그 힘에 허만이 뒤로 휘청이는 순간.

낙천의 왼 주먹이 허만의 옆얼굴로 꽂혀 들었다.

퍼어억!

얼굴이 찌그러진 상태로 허만의 몸이 옆으로 기우뚱했다.

낙천의 몸이 뛰어올라 그런 허만의 가슴을 찍고 턱을 위로 걷어찼다.

퍼퍽!

부우웅 날아간 허만의 몸이 빗물 바닥에 쓰러지고도 여러 번 나뒹굴었다.

촤아아아악!

사방으로 비를 튕기고 멈춘 허만은 입에서 울컥울컥 피를 토해냈다.

바닥으로 내려선 낙천이 신음하는 허만에게 천천히 걸어가다 바닥에 떨어진 귀두도를 손에 쥐었다.

한쪽 눈에 구멍이 뚫려 신음했던 시시가 떠올랐다.

허만의 오른쪽 눈을 향해 귀두도를 내리찍었다.

“아아아아악!”

허만이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을 치는데도 낙천은 무표정한 얼굴로 귀두도를 뽑아냈다.

피가 터져 나와 낙천의 얼굴까지 튀었다. 빗물에 곧 피는 씻겨져 나갔지만, 낙천의 무감각한 모습은 소름이 끼질 정도로 섬뜩했다.

그런 모습으로 낙천은 손에 쥔 귀두도로 허만의 오른손목을 향해 치켜들었다.

“으으윽!”

“그, 그만 좀······”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낙천은 허만의 손목 바로 앞에서 내리찍던 것을 멈췄다.

뱁새와 문신 사내의 겁에 질린 얼굴은 낙천에겐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교기풍이 경기라도 난 듯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동공은 크게 확장되어 낙천을 무슨 괴물처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낙천은 교기풍에게서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투영했었다.

그런 교기풍의 눈엔 자신도 어쩌면 탈혼귀조나 태은촌의 살인마 놈과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 젠장!”

버럭 소리를 내지른 낙천은 귀두도를 바닥에 힘껏 내팽개쳤다.

풀리지 않는 화기가 속에서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했다.

벌떡 일어선 낙천은 기절해 축 늘어진 허만의 발목을 잡고 걸어나갔다.

질질 끌고 가던 낙천은 다시 돌아와 팽개친 귀두도를 주워 허만의 허리에 찬 도집에 꽂아넣었다.

교기풍은 물론 뱁새와 문신 사내까지 쥐죽은 듯이 꼼짝 않고 낙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낙천이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더 애새끼한테 지랄하는 모습 보이면······”

낙천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퍼런 눈빛에 뱁새와 문신은 자신들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마구 옆으로 저어댔다.

허만의 발목을 잡고 빗속을 걸어가는 낙천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낙천과 거리가 멀어지자 뱁새와 문신 사내는 벌떡 일어나 정 반대 방향으로 미친 듯이 도망을 갔다.

교기풍만이 낙천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에도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낙천이 허만의 발목을 잡아끌고 수인장으로 들어섰다.

“이, 이게 뭐야?”

“헉! 이자는 허만 아닌가?”

“허만이라면 금전장의 그 허만?”

경비를 서던 이들이 놀라 우왕좌왕했다.

“계낙천! 이게 무슨 일이야?”

“헉! 피!”

허만의 얼굴도 퉁퉁 부어올라 있었지만, 그보다는 바닥에 끌려 등에서 피가 흘러나와 빗물에 섞여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나오는 양으로 봐서는 상당히 심하게 등이 찢어진 듯했다.

하지만 낙천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가기만 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낙천도 다쳤던데?”

“금전장이랑 정말 뭔 일 나는 거 아니야?”


총관실에는 총관과 적룡당주를 비롯한 무림맹 대림주 지부인 신안세가의 세 인물이 함께 긴 탁자에 앉아 있었다.

상석에는 총관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이 보였다.

수인장주 주하청(周昰淸)이었다.

온화한 인상이었지만 지금은 어딘가 불편한 듯 표정이 굳어있었다.

“한동안은 모든 수인장의 무인들을 동원해서라도 수상한 자가 없는지 경계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신안세가 장선광의 말에 적룡당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장선광이 말을 이었다.

“물론 이 넓은 지역을 모두 경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워낙 신출귀몰한 놈인 데다가 또 언제 살인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때 밖에서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왔다.

“무슨 일이냐?”

다혈질인 적룡당주가 소리쳤다.

“계낙천이 금전장의 허만이라는 놈을 여기까지 질질 끌고 왔다고 합니다.”

“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거나 인상을 찌푸리는데 총관이 물었다.

“이유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싸움이라도 한 건지 계낙천의 몸에도 상처가 났다고 합니다만.”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만 있던 수인장주가 입을 열었다.

“계낙천이라고 하면 총관이 말한 그 자인가?”

“네. 맞습니다.”

“나가보지.”

장주 주하청의 말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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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5) +1 17.11.11 1,452 21 10쪽
35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4) +1 17.11.10 1,384 23 11쪽
34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3) +1 17.11.09 1,445 19 7쪽
33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2) +1 17.11.08 1,486 18 9쪽
32 7. 장주의 죽음이 불려온 파장(1) +1 17.11.07 1,377 20 8쪽
31 6. 잡아라, 광색마 염기(8) +1 17.11.06 1,434 22 8쪽
30 6. 잡아라, 광색마 염기(7) +1 17.11.04 1,569 20 8쪽
29 6. 잡아라, 광색마 염기(6) +1 17.11.03 1,354 19 8쪽
28 6. 잡아라, 광색마 염기(5) +1 17.11.02 1,427 21 8쪽
27 6. 잡아라, 광색마 염기(4) +1 17.11.01 1,434 22 9쪽
26 6. 잡아라, 광색마 염기(3) +1 17.10.31 1,483 22 7쪽
25 6. 잡아라, 광색마 염기(2) +1 17.10.30 1,435 20 7쪽
24 6. 잡아라, 광색마 염기(1) +1 17.10.28 1,545 19 9쪽
23 5. 그런 세상은 없다.(11) +1 17.10.27 1,503 20 9쪽
» 5. 그런 세상은 없다.(10) +1 17.10.26 1,452 20 8쪽
21 5. 그런 세상은 없다.(9) +1 17.10.25 1,641 20 7쪽
20 5. 그런 세상은 없다.(8) +1 17.10.24 1,483 19 8쪽
19 5. 그런 세상은 없다.(7) +1 17.10.23 1,607 22 9쪽
18 5. 그런 세상은 없다.(6) +1 17.10.21 1,481 22 7쪽
17 5. 그런 세상은 없다.(5) +1 17.10.20 1,530 21 8쪽
16 5. 그런 세상은 없다.(4) +1 17.10.19 1,603 1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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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 그런 세상은 없다.(1) +1 17.10.16 1,661 2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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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 아는 놈은 안다.(3) +2 17.10.13 1,697 19 9쪽
10 4. 아는 놈은 안다.(2) +1 17.10.13 1,846 15 9쪽
9 4. 아는 놈은 안다.(1) +1 17.10.12 1,826 17 7쪽
8 3. 시, ……진짜 귀찮네.(3) +1 17.10.12 1,853 15 5쪽
7 3. 시, ……진짜 귀찮네.(2) +1 17.10.11 1,929 16 7쪽
6 3. 시, ……진짜 귀찮네.(1) +1 17.10.10 2,168 20 7쪽
5 2. 수인장에 들어가다.(3) +1 17.10.10 2,473 17 5쪽
4 2. 수인장에 들어가다.(2) +1 17.10.09 3,253 16 9쪽
3 2. 수인장에 들어가다.(1) +1 17.10.08 3,804 2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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