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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운(也雲)
작품등록일 :
2017.10.06 16:03
최근연재일 :
2017.11.18 12: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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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97
추천수 :
859
글자수 :
150,097

작성
17.11.0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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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8쪽

7. 장주의 죽음이 불려온 파장(1)

DUMMY

낙천은 밤새도록 어느 때보다 심한 열에 시달리다가 일어났다. 염기와 싸우면서 몸에 남아있는 내기는 물론 현극천과의 씨앗을 감싼 내기까지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핼쑥해진 낙천은 운기조식으로 다시 액체 씨앗을 원래대로 단단히 뭉쳐놓았다. 다른 날보다 그 시간이 유난히 길었다.

며칠 동안 장원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고 어딘가 어두운 분위기가 풍겼다.

수인장주의 장례를 마친 후에도 그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낙천은 한동안 가지 않았던 생선가게 옆 건물에 앉아 있었다.

고양이 시시의 기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자리였다.

낙천은 시시를 통해 정이 든 존재를 잃는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

이 자리에 오기가 꺼려질 정도로 울적하고 불쾌한 감정이었다.

허만이라는 놈이 그리 만들지 못하도록 미리 어떻게든 해야 했다는 자책도 생겨났다.

자신도 이런데 아버지를 잃은 주설연은 어떨까?

그리 생각하는 낙천의 눈에 주설연이 소화와 같이 생선가게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장례식 때 염기를 제압한 인물이라며 총관이 장주의 영전으로 낙천을 불러들였다. 그때 본 주설연은 한동안 피죽도 못 먹은 사람처럼 퀭하고 마른 모습이었다.

그때보단 안색만은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평소와 다름없이 밝게 웃는 얼굴을 보니 많이 괜찮아졌나 보다 했다.

하지만 낙천은 곧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정이 든 시시의 죽음에도 낙천은 아직도 마음이 좋지 않은데 그리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아버지라면 더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생선을 사던 주설연이 낙천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서로에게 한동안 머물렀다.

“······”

“······”

주설연이 움찔했다.

밝았던 얼굴이 조금씩 흐려지는 듯했다.

무언가를 떠올리듯 주설연의 얼굴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전신을 가는 게 떨던 주설연이 생선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몸을 돌렸다.

빠르게 걸어나가는 주설연을 소화가 당황해서 쫓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은 만야야와 허만을 제압했을 때 만임조원과 교기풍이 자신에게 보였던 거부감과 비슷하다고 낙천은 생각했다.

불쾌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낙천은 자신도 모르게 주설연을 쫓아갔다.

주설연은 소화도 쫓아오지 못하게 뒤에 남겨두고는 홀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낙천이 쫓아 들어가려 하자 소화가 그의 팔뚝을 잡아채려 했다.

낙천이 소화의 손을 빠르게 쳐냈다.

“드, 들어가면 안 돼요. 아가씨가 혼자 있고 싶다고······”

작게 소리치는 소화를 바라보다 낙천이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낙천은 멈칫했다.

골목 바로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어깨를 들썩이는 주설연이 보였다.

서럽게 울고 있었다.

“······지길!”

또다시 자신이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상황에 낙천은 욕설을 퍼부었다.

안절부절못하던 낙천은 갑자기 생각난 듯 품 안에서 봉황이 새겨진 상자를 꺼내 들었다.

보라는 듯이 상자로 울고 있는 주설연의 팔을 툭툭 쳤다.

주설연이 젖은 눈을 들어 제 앞에 내밀어 진 상자를 바라봤다.

주설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 상자는 아버지 수인장주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선물했던 상자였다.

앞의 고리를 당기면 서랍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장치가 되어있었다.

어린 시절 이 선물을 받았을 때 신기해하면서 한동안 손에서 놓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고장이 나서 한쪽에 치워둔 채 오늘날까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상자를 어루만지며 주설연은 아버지와의 기억이 떠올라 다시 눈물이 흘러나왔다. 고리를 당기자 서랍이 튀어나왔다.

고장 난 것을 다시 고쳐놓은 아버지가 생각나 주설연은 목이 멨다.

눈물을 애써 참으며 서랍 안에 든 작은 종이와 녹색 수술이 달린 옥비녀를 바라봤다.

종이를 펼쳐보았다.


[이번에도 여러 일로 유람은 못 가게 되었구나. 미안하다.]


눈물이 종이 위로 떨어졌다.

흐려진 시야로 주설연은 아버지의 흔적이 제 눈물로 지워질까 봐 손으로 자국을 지우려 몇 번이나 종이를 털어냈다.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아버지의 흔적이 남은 종이와 비녀를 품에 안은 주설연은 크게 울음을 토해냈다.

남들 보는 눈이 있어 애써 밝은 표정을 보였던 주설연은 낙천 앞에서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슬픔을 모두 그렇게 쏟아냈다.

안절부절못하던 낙천도 어느 순간 그대로 주설연을 지켜보았다.

한참을 울던 주설연은 제 손으로 눈물을 닦아대더니 낙천에게 손을 내밀었다.

낙천이 멀뚱히 바라보다 그 손을 잡아주었다.

주설연이 낙천의 손을 확 팽개쳤다.

“누가 손잡아 달래요? 손수건이라도 없냐고요?”

“없는데?”

“아가씨! 여기 있어요.”

골목 밖에서 듣고 있던 소화가 얼른 달려와서 손수건을 내밀었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말끔히 닦아낸 주설연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돌아가자.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으니.”

“네! 아가씨!”

소화도 기운을 차린 주설연을 보곤 덩달아 씩씩하게 답했다.

“이, 이봐!”

낙천이 당황해 부르자 주설연이 돌아봤다.

“왜요? 친구도 아니라면서요?”

“아, 아니 그건······”

소화와 걸어나가던 주설연이 다시 돌아봤다. 그리고 낙천에게 받은 작은 상자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건 찾아줘서 고마워요.”

멀어지는 주설연을 바라보며 낙천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강하구나. 여자란.”


✻ ✻ ✻ ✻ ✻ ✻ ✻


낙천을 비롯한 조장급 이상의 인물들은 총관실에 불려갔다.

무슨 일인지 만임조원도 함께 불렸다.

만임조원은 또다시 불안한 표정으로 낙천을 바라봤다.

낙천은 말린 과일을 씹으며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아니라고 했다? 언제 한 번 이런 장면이 있지 않았나? 그때도 내 탓이 아니면 죽인다고 했던 거 같은데?”

찔끔한 만임조원이 앞으로 고개를 돌렸고 곧장 총관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이미 스무 명 정도의 인물들이 있었고 총관 옆에는 어쩐 일인지 주설연이 단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낙천이 멈칫하며 주설연을 바라봤다.

머리에서 녹색 수술이 찰랑거린다 싶더니 아버지가 선물로 남겨놓은 옥비녀를 머리에 꽂고 있었다.

낙천이 주설연을 바라보는 동안 총관이 말했다.

“만임조는 이쪽 가까이 오게.”

만임조원은 긴장한 얼굴로 다가갔고 낙천은 어슬렁어슬렁 걸어나갔다.

“모두 다 모인 건가?”

총관의 물음에 적룡당주가 모인 인원들을 쭉 둘러본다 싶더니 굳은 얼굴로 답했다.

“다 모인 듯하오.”

“확실히 확 줄은 태가 나는군.”

총관의 말에 백룡당주가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저희만 살겠다고 제 밑에 부하 놈들까지 우르르 끌고 나갔으니 당연히 줄을 수밖에 없지 않소?”

백룡당주의 짜증 섞인 말에 주설연은 어두운 표정을 짓다가 물었다.

“어느 분들이 본 장에서 나가신 겁니까?”

“누구겠습니까? 평소에도 불평불만이 많았던 흑룡당과 금룡당 놈들이지요.”

말을 쏟아냈던 백룡당주가 주설연을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놈들이 평소에도 나나 다른 당주들과도 서로 부딪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놈들이 나간 것은 이해라도 되는데 인사각주까지 나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한테도 잘해주셨지만, 특히 인사각주에게는 장주님이 더 잘 대해주셨습니다. 특별대우라고 편애가 심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

“그만하시게.”

총관의 말에 백룡당주가 입을 굳게 다물다가 다시 말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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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6) +2 17.11.18 1,676 24 12쪽
41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5) +4 17.11.17 1,420 19 10쪽
40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4) +3 17.11.16 1,354 17 7쪽
39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3) +3 17.11.15 1,379 19 9쪽
38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2) +1 17.11.14 1,278 22 8쪽
37 8. 장주 주설연을 알리다.(1) +1 17.11.13 1,356 19 8쪽
36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5) +1 17.11.11 1,446 21 10쪽
35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4) +1 17.11.10 1,383 23 11쪽
34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3) +1 17.11.09 1,444 19 7쪽
33 7. 장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2) +1 17.11.08 1,485 18 9쪽
» 7. 장주의 죽음이 불려온 파장(1) +1 17.11.07 1,376 20 8쪽
31 6. 잡아라, 광색마 염기(8) +1 17.11.06 1,433 22 8쪽
30 6. 잡아라, 광색마 염기(7) +1 17.11.04 1,567 20 8쪽
29 6. 잡아라, 광색마 염기(6) +1 17.11.03 1,352 19 8쪽
28 6. 잡아라, 광색마 염기(5) +1 17.11.02 1,426 21 8쪽
27 6. 잡아라, 광색마 염기(4) +1 17.11.01 1,433 22 9쪽
26 6. 잡아라, 광색마 염기(3) +1 17.10.31 1,480 22 7쪽
25 6. 잡아라, 광색마 염기(2) +1 17.10.30 1,432 20 7쪽
24 6. 잡아라, 광색마 염기(1) +1 17.10.28 1,544 19 9쪽
23 5. 그런 세상은 없다.(11) +1 17.10.27 1,501 20 9쪽
22 5. 그런 세상은 없다.(10) +1 17.10.26 1,449 20 8쪽
21 5. 그런 세상은 없다.(9) +1 17.10.25 1,639 20 7쪽
20 5. 그런 세상은 없다.(8) +1 17.10.24 1,481 19 8쪽
19 5. 그런 세상은 없다.(7) +1 17.10.23 1,605 22 9쪽
18 5. 그런 세상은 없다.(6) +1 17.10.21 1,480 22 7쪽
17 5. 그런 세상은 없다.(5) +1 17.10.20 1,528 21 8쪽
16 5. 그런 세상은 없다.(4) +1 17.10.19 1,599 17 8쪽
15 5. 그런 세상은 없다.(3) +1 17.10.18 1,573 20 8쪽
14 5. 그런 세상은 없다.(2) +2 17.10.17 1,761 24 8쪽
13 5. 그런 세상은 없다.(1) +1 17.10.16 1,660 21 7쪽
12 4. 아는 놈은 안다.(4) +1 17.10.14 1,773 21 8쪽
11 4. 아는 놈은 안다.(3) +2 17.10.13 1,696 19 9쪽
10 4. 아는 놈은 안다.(2) +1 17.10.13 1,845 15 9쪽
9 4. 아는 놈은 안다.(1) +1 17.10.12 1,824 17 7쪽
8 3. 시, ……진짜 귀찮네.(3) +1 17.10.12 1,852 15 5쪽
7 3. 시, ……진짜 귀찮네.(2) +1 17.10.11 1,928 16 7쪽
6 3. 시, ……진짜 귀찮네.(1) +1 17.10.10 2,166 20 7쪽
5 2. 수인장에 들어가다.(3) +1 17.10.10 2,472 17 5쪽
4 2. 수인장에 들어가다.(2) +1 17.10.09 3,248 16 9쪽
3 2. 수인장에 들어가다.(1) +1 17.10.08 3,802 26 7쪽
2 1. 살 기회가 주어지다.(2) +1 17.10.07 4,534 33 7쪽
1 1. 살 기회가 주어지다.(1) +1 17.10.06 7,075 3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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