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로 - 에필로그
돌리오네 저택의 깊숙한 곳. 이젠 출입 금지가 되어 매장될 예정에 있는 지하실에 어떤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그가 머리까지 덮어쓴 후드를 벗겨내자 부드럽고 긴 머리채가 흘러내렸다. 손에 든 유리병을 내밀고 그녀가 주문을 외웠다.
“초월에 닿은 피··· 그리고 초월에 닿은 피··· 또 다시 초월에 닿은 피여. 내 앞에 그를 불러주오. 나의 아버지가 보았던 그를, 다시 나타나지 말아야 할 그를 내 앞에.”
유리병 속 검은 핏덩이들이 울컥대며 요동치더니 폭포처럼 솟아올라 바닥에 붉은 오망성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신사 하나가 나타났다.
아찔할 정도로 하얀 옷에 검은 피부를 지닌 남자였다. 허나 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폭소를 터트렸다.
“그날의 사건을 보고도 날 불렀나? 정말이지 어이가 없군.”
“그런 건 상관 없어요, 미스터 블루스.”
코넬리아 돌리오네는 똑같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당신과 접촉했던 아버지의 피를 이은 저이니, 당신 같은 존재를 반드시 불러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리고 예상이 맞았네요.”
“날 스스로 불러낼 만큼 탐욕스런 인간은 드물고 드물지. 자, 그럼··· 왜 날 불러냈지?”
“왜냐니? 당신을 부르는 이유야 당연한 것 아닌가요?”
욕망에 가득찬 얼굴로 그녀가 외쳤다.
“더 아름다워지게 해줘요. 더 기품 있게 해줘. 더 장엄하고 웅대한 사람들과 함께 하게 해줘. 귀족의, 왕의, 황제의 부인이 되게 해줘!”
“고작 그것 때문에? 네 영혼을 가져갈 때 넌 네 아비와 똑같은 꼴을 맞게 될 텐데?”
“난 훗날의 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난 오직 지금을 원해. 난 당장 이루어져 내 손에 들어올 것을 원해. 그걸 위해서라면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따윈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어.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하···”
미스터 블루스는 입고 입는 옷처럼 하얀 중절모를 내리누르며 킥킥거렸다. 그리고 품 속에서 노란 계약서를 꺼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역시··· 인간이란 동물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
- 작가의말
드디어 또 한 에피소드가 끝났네요.
로버트 존슨이라는 재즈 기타리스트가 십자로에서 악마와 계약하고 기타의 거장이 됐다는 이야기는 한번쯤 차용해보고 싶었던 소재라 이렇게 다뤄봤습니다.
코쟉의 세계와 잘 어울렸는지 모르겠네요.
이제 전 유료글을 쓰러 떠납니다.
사실 이전에 유료 글을 하나 썼었고(폭망했지만...) 차기작 계약을 하려고 했으나 어머니 간병으로 계약은 포기했었죠. 그래서 지금은 프리랜서로 다시 홀로 도전할 예정입니다.
코쟉 시리즈와는 또 긴 이별을 해야겠네요. 글로 먹고 사는 게 제 목표다 보니 ㅎㅎㅎ.
제가 좀 아재라 시대의 흐름에 늦는 편입니다.
웹소설의 트렌드도 아직은 제대로 인식을 못했구요.
그래도 제가 가망없다...라고까진 얘기가 없는 걸 보니 좀 더 도전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디 대충 먹고 살 정돈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코쟉 시리즈에 다시 손 대는 건 그 뒤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
쩝... 부디 전문 글쟁이로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건투를 빌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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