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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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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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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DUMMY

"정지!"

내 키의 두 배 정도 되는 높이의 목책. 그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소리 지른다. 손에는 시위를 매긴 활이 들려있다.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정식으로 훈련받은 병사는 아니다. 그래도 들고 있는 활은 상태가 좋다. 자세도 어느 정도 잡혀 있고. 마을 자체의 자경단인가?

"거기 멈춰서 정체를 밝혀라!"

앞장서 걸어가던 에스나가 멈춰 선다. 그 뒤의 마법사와 맥도 멈추고. 에스나는 고개를 들어 목책 위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화살촉이 태양을 받아 반짝이며 우리를 가리킨다.

"저는 백룡 기사 에스나 입니다. 옆의 분들은 제가 모시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기···. 기사?"

기사라는 말에 반응하네.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다. 기사라는 게 평민이 만나기에는 부담스러운 직책이긴 하지. 그래도 저 정도로 반응하는 사람은 소수다. 주로 뭔가 찔리는 사람들. 이 마을에는 무언가 있다.

에스나도 그것을 느낀 거 같다. 맥과 마법사는 그냥 멍청이들이고. 저 둘에게 뭔가를 바라는 건 너무한 거겠지.

"별다른 일을 벌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마을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떠나겠습니다. 잉여 상품이 있으면 조금 구매도 할 생각입니다."

도시에서 떨어진 마을이 가장 좋아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잉여 상품의 매입. 처리하기 곤란한 물건들은 돈을 주고 사준다는 것은 매력적인 제안이지. 돈은 언제나 좋은 거니까.

목책 위의 두 명의 병사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가끔 마을 안쪽을 향해 몸을 돌리는 걸 보아 나무문 너머에 누군가 있다는 거다. 결정권은 그 사람에게 있겠지.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직 결정이 안 난 것인지 병사가 우리에게 소리친다. 기사라는 말에 반말이 존댓말로 바뀌었다. 겨누고 있던 활도 거두었고. 에스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병사는 몸을 돌려 마을 쪽을 바라본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마법사는 길에 놓여있는 돌멩이를 발로 찬다. 표정에는 지루함이 흘러넘친다. 손가락에 작은 불꽃을 만들었다가 사라지게 하는 걸 반복한다. 저러다가 일내는 거 아니야? 제발 빨리 열어줬으면 좋겠다.

"그냥 돌아가면 안 돼?"

"저의 감이 말하기를 여기를 꼭 들렀다 가라고 합니다."

에스나의 대답에 마법사는 한숨을 쉰다. 기다리다 지친 게 분명하다. 마법사의 손에 불덩이가 떠오를 때 목책 위로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나타난다. 아마도 이 마을의 촌장 정도겠지.

노인은 목책 밑의 우리를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본다. 주름진 이마가 조금 더 깊게 팬다. 노인은 길게 늘어진 수염을 만지며 말한다.

"에스나 경.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촌장이 지팡이를 들어 목책을 내려친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마법사는 기지개를 켜고 문을 향해 걸어간다.

"들어오시기 전에 하나만 약속해 주십시오."

마법사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올린다.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아도 짜증이 느껴진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게 다행일까.

"무엇을 말입니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마을에 직접적인 상관을 해주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 말로 확실해졌다. 이 마을에는 뭔가 있다. 뭔지는 몰라도 확실히 있다. 에스나와 마법사가 동시에 나를 바라본다. 뭐야. 내가 선택하라는 거야? 마법사야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그렇다 쳐도, 에스나까지 나에게 선택을 미루다니. 설마 내가 이 집단의 대장이 된 거야?

촌장의 얼굴을 바라본다. 드러난 표정을 살핀다. 눈동자에 긴장이 묻어나온다. 우리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에스나가 내건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오게 허락한다는 분위기. 뭘 숨기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고 있네.

"들어가죠. 전 비밀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비밀을 밝히고 파헤치는 걸 좋아하지. 심장이 두근거린다. 작년에 읽었던 소설이 떠오른다. 공작 영애가 주인공인 추리 소설. 재밌게 읽었었지. 지금도 상당히 기대된다.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에스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촌장과 약속한다. 마법사는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시작한다. 에스나도 말 고삐를 쥐고 마을로 걸어간다. 그 뒤에 서 있던 맥도 쭈뼛거리며 에스나를 따라간다. 이 마을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까. 아주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마을은 그다지 큰 편은 아니다. 서른 가구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 밖에서 보았을 때 밭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었다. 아마 우리가 지나온 숲을 이용한 생활을 하나보다. 활을 들고 있던 경비들은 사냥꾼들이었겠지.

내 생각을 증명하듯 집의 지붕에는 동물들의 가죽이 걸려있다. 벽에는 약초 같은 것들도 매달려 있고. 과일 바구니가 걸려있는 집도 보인다.

"생각보다 평범한 것 같습니다."

에스나가 조용히 말을 걸어온다.

"그러게요. 비밀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광경이네요."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이상하다는 것만 빼면 말이죠."

맥의 말에 주변을 자세히 살핀다.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긴장이 드러나 있다. 이런 외진 마을에 이방인은 환영받을 존재가 아니긴 하지. 그래도 이 정도까지의 대우는 아니다. 외지에서 여행자란 바깥의 소식을 전해주는 소통 창구다. 잉여 상품을 팔아 돈을 벌게 해주는 시장이다.

"덤으로 아이들도 없고."

마법사의 말도 맞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지. 외부에서 온 사람은 신기할 거다. 달려들지는 않더라도 어딘가에 숨어서 구경하는 게 보통.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이 마을에는 아이들이 없는 것처럼.

"무슨 일일까요."

"내 생각엔 급하게 만들어진 마을 같아."

맥은 나에게 반말로 말을 한다. 이제 좀 익숙해졌나 보군.

"급하게 만들어졌다니?"

"어디선가 도망온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야."

도망자들의 마을이라.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발전해 있는데? 예전에 보았던 도망자 마을은 이런 수준이 아니었다. 나무를 얼기설기 쌓아올린 집에 열 명씩 살던 그런 마을. 이렇게 목책을 쌓아올리는 게 가능할 리가 없지.

"뭐 차차 알아봅시다."

마법사의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약간 잔혹해 보이는 미소. 이 상황을 명백하게 즐기고 있는 사람의 웃음이다.

사람들의 불안에 가득 찬 시선을 받으며 마을 중앙으로 나아간다. 촌장이 미리 준비한 것인지 널따란 공터에 자리를 깔고 물건들을 잔뜩 올려 두었다. 주로 동물의 가죽이나 말린 고기, 잘 모르는 약초 종류. 몇몇 사람들이 그 자리에 서서 침을 삼키며 우리를 바라본다.

"일단 물건을 좀 살펴봅시다."

에스나가 말을 거리에 세워두고 임시 장터로 걸어간다. 마법사는 별로 관심 없는지 말에 등을 기대고 하품을 한다.

"나도 여기 있을게."

마법사의 곁으로 다가가려는 맥의 뒷덜미를 낚아챈다. 맥은 딸꾹질하고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는 공포로 물들어 있다.

"넌 나랑 가야지. 무슨 소리야."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맥을 끌고 에스나에게 다가간다.

"마법사님! 글린다가 저 괴롭혀요!"

마법사를 끌어들이려 소리친다. 그런데 맥. 마법사는 그런 걸 신경 쓰는 인간이 아니거든? 역시. 살짝 돌아본 마법사는 나와 맥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눈동자를 보면 넋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어딜 보고 있는 거지? 그 시선을 따라가 봐도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너무 신경 쓰지 말자. 마법사가 멍청하고 상식이 부족하고 어벙한 부분이 있어도 실력 하나만은 뛰어난 사람이다. 뭔가 하는 거겠지.

"상태는 어떤가요?"

맥의 뒷덜미를 붙잡고 에스나에게 다가가 물어본다. 에스나는 손에 들고 있던 가죽을 다시 제자리에 놓아둔다. 멧돼지 가죽인가? 잘은 몰라도 품질이 좋아 보인다.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아니 제가 본 것 중 최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정도야?

"사냥꾼의 솜씨가 상당합니다. 가죽에 상처가 하나도 없습니다. 머리를 한 번에 관통시켰다는 겁니다."

에스나가 가죽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별로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닌데···. 옆에 있는 맥은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다. 너 이런 분야도 관심이 있었구나.

"무두질한 장인도 솜씨가 뛰어납니다. 이 정도면 왕실에 납품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설명을 듣고 나니 이 마을이 더 의심스러워졌다. 그런 실력을 갖춘 사람이 외딴 마을에 있다니. 도대체 이 마을은 정체가 뭐지?

"가격은 얼마입니까?"

"5트리탄 은화입니다. 경."

고작 그것밖에 안 돼? 에스나의 말에 따르면 가죽의 상태는 최고급. 하나에 20트리탄 은화까지는 나온다는 거다. 도대체 이 마을은 어떻게 된 거지?

"저 말린 고기는 얼마입니까?"

"3트리탄 은화입니다."

에스나와 마주 보고 서 있는 여성이 손을 비비며 대답한다. 에스나가 가리킨 고기는 작은 아이의 몸통 정도의 크기. 평균 가격은 8트리탄 은화. 이것도 너무 싼 가격이다.

"너무 싼거 같지 않아?"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 맥에게 물어본다. 귀족인 나보다야 시종이었던 맥이 더 잘 알고 있겠지.

"비정상적으로 싼 편이야. 외지 마을이라 가격 형성대가 낮다고 해도 너무한 편이지."

놀란 눈으로 맥을 바라본다. 얘가 이런 어려운 말을 어떻게 알지?

"제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에스나도 낮게 중얼거린다. 앞에 서 있는 중년 여성은 듣지 못한 거 같다.

"일단 조금 살까요? 보관이야 마법사님이 하면 되는 거니까."

내 말에 에스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대로 몸을 돌려 마법사를 바라본다.

"아이작! 짐에서 돈주머니 좀 던져 주십시오!"

마법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에스나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마법사님! 정신 차리세요!"

더 크게 고함을 지른다. 마법사가 반응을 보인다. 고개를 내려 우리를 바라본다.

"돈주머니 말입니다."

"아. 알았어."

기대고 있는 말의 짐을 뒤지던 마법사가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든다. 안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에스나를 향해 던진다. 공중을 난 주머니는 에스나의 장갑 속으로 안착한다.

"우선 여기 있는 가죽을 전부 구매하겠습니다."

"저···. 저기."

앞에 있는 여성이 불안한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본다.

"마법사와 함께 오신 건가요?"

"저기 뒤에 있는 사람이 마법사예요."

맥이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마법사를 가리킨다. 여성의 표정이 변한다. 두려움과 안심과 희망을 발견한 사람의 표정이 섞여 있다.

"저기. 부탁합니다."

여성이 돈을 건네려는 에스나의 장갑을 붙잡는다. 눈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정말 표정이 시시각각 변한다.

"제발 우리 마을을 구해주세요!"

이거. 잘못 엮인 거 같은데. 에스나도 당황스러운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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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074. 5막 1장 - Reborn (2) | Isaac +2 19.06.24 1,789 23 11쪽
73 073. 5막 1장 - Reborn (1) | Glinda +2 19.06.22 1,810 27 11쪽
72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6 19.06.21 1,809 27 11쪽
71 071. 4막 종장 - 숲 속에서 | Isaac +4 19.06.20 1,848 27 11쪽
70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6 19.06.19 1,845 30 12쪽
»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4 19.06.18 1,880 29 11쪽
68 068.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1) | Isaac +10 19.06.17 1,933 31 11쪽
67 067. 4막 4장 - 찰나의 휴식 (3) | Isaac +6 19.06.15 1,942 30 11쪽
66 066. 4막 4장 - 찰나의 휴식 (2) | Isaac +5 19.06.14 1,932 30 12쪽
65 065. 4막 4장 - 찰나의 휴식 (1) | Isaac +6 19.06.13 2,027 33 12쪽
64 064. 4막 3장 - 다시, 티파나 (3) | Isaac +2 19.06.12 1,999 30 11쪽
63 063. 4막 3장 - 다시, 티파나 (2) | Isaac +3 19.06.11 2,007 30 12쪽
62 062. 4막 3장 - 다시, 티파나 (1) | Glinda +4 19.06.10 2,062 33 12쪽
61 061.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6) | Isaac +4 19.06.08 2,081 36 12쪽
60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19.06.07 2,047 34 11쪽
59 059.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4) | Isaac +14 19.06.06 2,102 36 12쪽
58 058.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3) | Isaac 19.06.05 2,139 33 12쪽
57 057.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2) | Isaac +8 19.06.04 2,139 32 11쪽
56 056.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1) | Isaac +6 19.06.03 2,163 35 11쪽
55 055. 4막 1장 - Over the Death (2) | Isaac +6 19.06.01 2,133 35 11쪽
54 054. 4막 1장 - Over the Death (1) | Isaac +2 19.05.31 2,134 32 11쪽
53 053. 4막 서장 - 기사와 소년 | Glinda +2 19.05.30 2,135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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