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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9.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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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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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79. 허물없는 사람

DUMMY

“ 이런 형태로 계속 함께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물론.. 일시적이지만요. “

다르시가 여자들이 모인 방에 들어와서 환하게 웃는다.

정말 간단한 이야기.

진화의 인도자들이 본격적으로 다르시를 공격한다면 그런 다르시를 지켜내는 순간 다르시가 진화의 인도자들에게 공격당한다는 증거로 충분하다.

아마 다르시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조금만 흘리더라도

본격적으로 은하의 인도자를 하나로 규합하려는 진화의 인도자들은 다르시를 적극적으로 공격하러 오겠지.

그렇기에 시간이 부족한 것도 어느 정도 채워질 거라 생각한다.

카린은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는 않은 듯하지만..

“ 음.. 이거 조금 사이즈가 큰 것 같은데.. “

하늘하늘한 연노란색 옷을 이리저리 흔들어보며 전투할 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된 아디나가 조금 작은 사이즈는 없는지 옷장을 뒤져본다.

춘향 또한 크기가 조금 큰 듯한 느낌이 드는 가운데...

카린만큼은 가슴이 조금 꽉 끼는 듯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 쳇. “

분명 날개를 움직이면서 등 쪽의 근육을 자꾸 쓰다 보니 그 영향이 가슴에 가서 저렇게 평균보다 큰 가슴을 얻게 된 것이리라고 자신을 세뇌하면서 여유가 된다면 더 많이 괴롭히겠다고 다짐한다.

도저히 못 보겠는지 춘향은 머리를 돌려보지만, 그 반대편에서도 가슴 쪽이 조금 꽉 끼어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노란 천 쪼가리들을 두르자 아름다움에 신성함까지 묻어 나와버리는..

앨리스다.

“ ....쳇. “

“ 으음..? “

“ 와아.. 진짜 이렇게 보니까 여러분들 전부 은하의 인도자 다운걸요?! “

춘향은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기분 나쁘게 해버리는 가족들 때문에 당장에 이 노란 천떼기를 벗어 던지고 한복으로 입고 싶었지만 정말 진심으로 기뻐 보이는 다르시 때문에 그냥 눈을 감아버리고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아버렸다.

“ 그으.. 다르시님..? 억..!! “

모두가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하던 그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미야가 다르시를 부른다.

그리고..

걸어 나오다 발에 걸려 넘어진다.

“ 으아... 조금.. 더.. 많이 작은 건 없나요..? “







은하의 인도자와 복장을 똑같이 입은 네이렌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 어딘가 있어 보이는 느낌도 들었다.

“ 우리도 다 같이 옷 한 벌 맞출까? “

“ 슈트 있잖아. “

춘향은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은 것이 재밌는 것인지 어딘가 들뜬 모습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인도자의 옷은 별로 멋이 없다며

자기는 한복을 입을 거라며 투덜대더니...

막상 다 같이 똑같은 옷을 입으니 유대감이 생기는 느낌인지라 기분이 좋아졌나 보다.

“ 그거 말고! 펄럭펄럭하고 깐지나는 거로! 네이렌 문양도 만들고 말이야! “

...아니 그냥 코스프레 한 기분이라 재밌어하는 건가.

“ 에휴.. 얘는 일단 무시하고.. 우선 피렌이랑 상의를 해봤는데 말이야 “

아리나가 카린을 바라보자 카린은 자신이 적은 종이를 한 장씩 모두에게 나누어준다.

“ ..오호. 어느새 이걸? “

카린이 나누어 준 종이는 피렌에게 부탁받아 만들어낸 시간표였다.

“ 낮에는 이렇게 다 함께 다니면서 다르시의 업무를 돕는 형태로 하고, 밤에는 알비스, 윌리를 제외한 나머지가 둘씩 짝지어서 호위하는 형태로 할 거야. “

“ ..나.. 나도 결국.. 하아.. “

“ 에에.. 또 남는 시간에는 자야돼..? “

카린이 불평하려다 이젠 포기하고 라티안은 조금 싫다는 듯이 말한다.

뭐 당연한가.

마나가 충분히 몸에 돈다면 하루 활동량도 늘어나고, 자연스레 수면시간도 줄어든다.

그나마 잠을 잔다면 마나를 과하게 쏟아내고 난 뒤 이거나.. .. ..

너무.. 너무 할 게 없어서 잠이라도 자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이런 라티안의 마음을 알고 있는 아리나는 그렇지 않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알아. 그래서 두 명은 밤에 다르시의 호위를, 나머지 인원 중 절반은 다르시의 근처에서 몸을 숨길 거고, 나머지 인원은 정찰을 나설 거야. “

아리나와 피렌이 상의해서 낸 결론.

적은 절대 모두가 활동하는 낮에 공격해오지 않는다.

낮에 네이렌이 다르시에게 붙어 있는 이유는 그저 다르시가 살아있다는 정보를 슬쩍 흘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다르시는 ‘ 평소처럼 ‘ 행동하기만 하면 충분했다.

“ 그럼 가시죠 여러분! 다들 좋아하실 거에요! “

...평소처럼이라고 했는데.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건데..

‘ 다들 ‘ 은 무슨 뜻이지..?




“ 어머... 다.. 다르시 인도자님..?! “

“ 안녕하세요 헬메님! 저 오랜만에 왔어요~ 우와! 더 예뻐지셨네요?! 아이 낳으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몸매를 유지하시고 계신 거죠?! 비결이라도 있나요?! “


“ 아이고 오랜만이구려... “

“ 단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다리는 조금 괜찮으시구요? “

“ 다 나은지가 언젠디 아직도 그러십니꺼 허허허.. “


“ 아앗..! 팔라나님! 제가 들고 갈게요! “

“ 앗..! 오랜만에 뵙네요 다르시 인도자님! “


참.. 신기하다.

모두가 다르시를 알고 있는 건 그럴 수 있다.

평화의 인도자는 행성의 사람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위에 서 있는 평화의 주시자 다르시는 어쩌면 모르는 게 이상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데 반대로 다르시가 지나가는 한명 한명을 세세하게 알고 있는 것은 놀랍다.

심지어 라티안이 너무 신기해서 물어보자..

자신이 다니는 행성에 사는 모든 사람의 이름을 다 알고 있단다.

이름뿐만이랴

한 사람 한 사람 어떤 사정을 가졌는지도 다 알고 있으며,

그 어떤 험한 일도 직접 소매를 걷고 도와준다.

-팍!

지금 이렇게 직접 땅을 파서 농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 이.. 이렇게..? “

-팍!

“ 아니아니! 아오 진짜!! 방해돼!! 비켜! 저 꽃밭 공주님이랑 둘이서 할라니깐! “

신의 대리인이라 불리며 우리 은하에서는 최강의 전력인 아디나도 괭이질은 제대로 하지 못하나 보다.

한번 흙으로 뒤덮인 지구를 농사부터 시작해 되살린 경험이 있던 춘향은 이미 달인의 경지였으며 다르시와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물과 태양을 머금은 케트라시움 가루를 뿌린다.

“ ...평화의 주시자는 이런 느낌인가..? “

“ 내가 생각한 모습도 이런 건 아니었는데. “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잡초를 뽑던 라티안과 피렌도 조금 어리둥절한지 자꾸 다르시에게 눈길이 간다.

겉모습으로 봐서는 저렇게까지 친절한 게 이해가 되는데..

평화의 주시자라는 지위로 봐서는 저건...

“ 이제 세 줄만 더 뿌리면 끝나요! 다들 화이팅 화이팅! “

으음...

훌륭하다면 훌륭하지만...

“ 보통 이런 건 직접 돕지는 않지..? “

라티안이 아리나를 향해 물어보자 아리나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 물론 이쪽 은하의 귀족은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지만.. 지나가면서 살짝 돕는 거 정도는 해도 저건 조금.. 응. 다르시.. 대단하네.. “

“ 다른 평화의 인도자도 다 저런 느낌인가..? “

“ 그건 아닙니다. 다르시 인도자님께서 심각하게 특이한 겁니다. “

잡초 뽑기와 다르시 구경에 정신이 팔렸던 것일까

어느새 바로 옆까지 다가온 칼릭의 존재를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눈치챘다.

“ 아.. 무.. 무슨 일이시죠? “

칼릭은 다르시의 위치를 보고서는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자세를 낮춰 아리나를 바라본다.

“ 저희 바로 옆 행성에 진화의 인도자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표면적인 목적은 당연히 우주선의 정비입니다. “

“ 흐음..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네요? “

“ 최전선과 꽤 가까운 곳이니까요. 게다가 다르시 인도자님께서 이곳에 도착하시는 순간부터 정보가 들어갔을 겁니다. 이 행성 어딘가에 ‘ 진화 ‘ 측에 정보를 팔아 돈을 번 정보상이 있을 테니까요. “

“ 헉.. 그 그건.. “

라티안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지 살짝 놀라자 칼릭은 재밌다는 듯이 미소짓는다.

“ 후후. 이 은하에서는 기본적인 겁니다. 어느 행성이든 정보상이 존재하고, 그 어떤 일이든 은하에 퍼진다고 봐야지요. 그럼 전달할 부분은 다 했으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무리해서 저분을 따라다니시다간 금세 지칠 겁니다. 주의하시길. “

그렇게 칼릭은 다르시의 눈에 띄기 전에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물론 이 정도로 지치지는 않지만..

뭔가 좋은 조언을 해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 자! 다음으로 가시죠 여러분! “

상당히 땀을 많이 흘린 다르시였지만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인지 해맑게 웃으며 모두를 인도한다.

어느새 네이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다르시를 따르며 밭일은 기본이고 공사를 돕거나 식자재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 도시 전체가

모든 사람이 모두를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선한 영향력이라고 하는 건가.

무언가 엄청난 걸 본듯한 느낌이 든 라티안이 새삼 앉아서 모두를 구경하다 감탄한다.

“ 이렇게 하는데 다르시를 따르지 않을 사람은 없겠네. “

“ 킥.. 그건 또 아닐걸? “

뒤에서 가볍게 뛰어오른 춘향이 옆자리에 앉고 웃으며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수상한 과일 하나를 건넨다.

“ 사과 비슷한 거! “

“ ...그건 또 아니라는 건 무슨 소리야? “

“ 물론 도와준 거에 대해서는 고맙지. 고맙기는 한데.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고 하면 그런 고마운 것쯤은 입 싹~ 닦는 게 인간이라는 거거든! “

춘향은 양손에 수상한 과일을 들고 크게 한입 베어 물더니 조금 큰 씨가 들어있는지 최대한 멀리 뱉는다.

“ 그래서 지금 도와주는 건 진짜로 그냥 시간만 버리는 행위! 우리가 하려는 일이랑은 전혀 관련 없어! “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다 도와줄 수도 있는 거 아냐? “

정말 순수한 질문에 춘향이 답하려 하자 뒤에서 새하얀 머리카락이 다가오더니 춘향의 왼손에 놓인 수상한 과일을 뺏어가며 답한다.

“ 원래 그런 거야. 도움받은 건 소소한 것이고 목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거니까. 저런 선행을 아무리 쌓아봤자 이 은하 전체의 도움을 받는 건 불가능하지. 그게 가능했으면 우리가 이러고 있을 필요도 없었을 거야. “

으음... 은하를 돌아다니며 온갖 일을 도맡아 해온 아디나까지 이렇게 말하면..

믿을 수밖에 없나.

..

..

라기엔..

저렇게까지 친절하게 모두를 돕는데..?

“ 아! 여기서 쉬고 계셨군요! 죄송해요 헤헤.. 제가 너무.. 손을 벌리고 있죠..? 매번 이래서 다른 인도자분들에게 혼난답니다. 이것도 같이 드시면서 쉬세요! “

대체 무엇을 하고 왔는지 볼에 검은 자국이 묻은 채로 해맑게 웃으며 다르시가 다가온다.

아마... 고기를 구운 모양인데..

사람이 착해도 너무 착하다.

“ 다르시씨. “

“ 네? “

“ 왜 그렇게까지... 남들을 돕는 거에요? “

라티안의 진지한 질문.

그 진지한 질문에 다르시도 진지하게 답해준다.

“ 모두가 기뻐하니까요. “

“ ..꽃밭이네 정말.. “

춘향의 말에도 해맑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던 다르시는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른 은하의 사람들이기에 할 수 있는

진심을 말한다.

“ 그리고.. 언젠간.. 우리 은하의 모든 사람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그런 평화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라니까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저부터 실천하는 거예요. 헤헤.. 정말 어린 아이 같죠? “

허황된 꿈이라는 건 알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 꿈을 위해서 다르시는 오늘도 끝까지 친절을 베푼다.

“ 칫... 고기 부족하냐? 더 잡아 올까 하는데. “

춘향이 가볍게 과일 하나를 통으로 입에 집어넣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르시는 아까보다도 더더더더욱 활짝 웃으며 손뼉까지 친다.

“ 와!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저도 같이 갈게요! “

“ 됐다 됐어. 고사리손 빌려봤자 어따 써먹냐. 후딱 갔다 올게. “

이런 다르시의 선행이 전혀 쓸모없다고는 하지만

벌써 이렇게 춘향을 자발적으로 일 시키는 단계까지 온 것을 보면 분명 무의미하지는 않지 않을까.


그렇게 모두와 함께 식사 시간을 갖고, 도시 하나를 통째로 청소하다 보니

어느새 점점 해가 지기 시작하고 이 행성의 밤.

푸른 태양이 떠오른다.


작가의말

착하고 예쁘고 마음씨좋고 인기좋고 다 좋은데...

함께하면 조금은.. 피곤할지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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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380. 푸른 밤 23.12.08 244 0 13쪽
» 379. 허물없는 사람 23.12.07 245 0 13쪽
387 378. 증거 있습니까 23.12.06 247 0 13쪽
386 377. 왜 살아있지 23.12.06 244 0 13쪽
385 376. 가벼운 토론 23.12.05 243 0 17쪽
384 375. 끝이 아닌 끝 23.12.04 244 0 12쪽
383 374. 감정을 지배하라 23.12.04 245 0 15쪽
382 373. 에너지원 23.12.03 249 0 14쪽
381 372. 한번만 기회를 23.12.02 244 0 14쪽
380 371. 뚫리지 않는 보호막 23.12.01 251 0 14쪽
379 370. 극한의 연계 23.11.30 244 0 15쪽
378 369. 무모한 도전 23.11.29 248 0 13쪽
377 368. 실패와 성공 그 결과는 23.11.28 247 0 14쪽
376 367. 초록 나무 황금 나무 검은 나무 23.11.27 248 0 12쪽
375 366. 학습 23.11.26 248 0 13쪽
374 365. 새로운 연계 23.11.25 246 0 13쪽
373 364. 전투의 흥분 23.11.24 248 0 12쪽
372 363. 계산하지 못한 수 23.11.23 243 0 13쪽
371 362. 살려줄 사람을 찾습니다 23.11.22 249 0 13쪽
370 361. 모든 것에 옳고 그름은 없다 23.11.21 247 0 14쪽
369 360. 다른 은하의 괴물 23.11.20 248 0 13쪽
368 359. 인류와 문명의 속도 23.11.19 245 0 12쪽
367 358. 너무 대놓고 함정인데 23.11.18 245 0 13쪽
366 357. 수상한 지인 23.11.17 248 0 12쪽
365 356. 순진한 남자 23.11.16 249 0 13쪽
364 355. 진화의 중추 23.11.15 248 0 13쪽
363 354. 아이씨 진짜...! 23.11.14 249 0 16쪽
362 353. 함께하고싶은 마음 23.11.13 246 0 14쪽
361 352. 준비 23.11.12 247 0 13쪽
360 351. 정보의 끝자락에는 23.11.11 24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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