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화
제가 요즘 시간이 정말 없어서 연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연중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외전 격으로 몇 자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장기간으로 연재를 하기 위해선 어디까지 썼는지, 어디를 진행해야 하는지를 다시 떠올려야 되기 때문에 다음 화가 아닌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외전을 올리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본편은 시간이 나기를 기다리면 그 때나 연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능한 1주에 한 화는 본편이건 외전이건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즐겁게 봐주세요.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1화
대체 어째서 이렇게 되고 만 것일까?
라우스네리안은, 라우스네리안 54세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앉아있던 그는 자기 옆을 잠깐 쳐다봤다. 우주선이 보였다. 우주선에서 튀어 나온 금괴덩어리들과 보석들도 보였다.
“이거 때문인가?”
확실히 자신의 우주선은 최첨단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일리는 없었다. 사실 최첨단의 물품들은 당시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들을 내포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 식욕증진제로 체중을 늘리려던 마른 사람들이 내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먹어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채 음식 과다 섭취로 사망한 일이야 썩어 넘쳤다.
식욕증진제의 부작용을 염려한 이들이 많아지자, 여전히 운동으로 근육을 늘려 체중을 조절하기는 귀찮고 식이요법도 귀찮아하는 그들을 위해 체형교정기라는 것이 튀어나왔다. 이것은 제법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라우스네리안의 기억에도 최소 2천 무량대수가 넘게 팔린 기사를 본 적이 있으니까.
하긴 발견된 차원이 구골플렉스에다 구골플렉스를 제곱한 후 다시 구골플렉스를 제곱한 것조차 넘어가는 이 마당에 정말로 많이 팔렸다라고 할 만 한 게 있을 리가 없지만.
그 체형교정기는 무슨 클론 배양 기계처럼 거대한 유리관처럼 생겼고,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 수많은 종류의 액체들이 유리관 옆에 달린 컴퓨터의 연산에 따라 인체에 보급되어 빠르게 체형을 고칠 수 있었다. 그리고 효과 역시 매우 뛰어나 들어갔다 나오면 사람들이 몰라볼 정도였다.
그게 문제였다.
서로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끼리 전쟁을 일으키고 말았으니까.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에야 상대를 두들겨 패기 위해 부르던 친구들이 그 두들겨 팬 상대임을 알아차렸으니까. 최소 수억 개의 우주를 날려먹은 그 해프닝 이후 체형교정기는 각지에서 폐기되었다.
그 틈을 타 ‘무공수련상인연합’이 ‘당신도 3일이면 환골탈태할 수 있다’ 세트를 팔아치워 그들의 주식을 상승시켰으니까. 라우스네리안 역시 그 세트를 사는 것과 동시에 ‘일주일 만에 배우는 만천화우’ 서책을 구독했고, 일주일이 아니라 9일이나 걸렸다며 ‘무공수련상인연합’에 배상 책임을 지라고 법정에다 고소했었으니까.
최근의 인기 있는 다이어트 및 건강관리 상품은 ‘하루 만에 끝내는 변신마법’ 세트였던가? 라우스네리안은 계속해서 고민하다, 자신이 원래하기로 했던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것을 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는 다시 우주선과 금은보화들을 살폈다.
그의 거대 닭다리 모양 우주선은 최첨단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많은 우주선 조종자들에게 안정성과 실용성을 보장받은 추천 상품이었다. 역시 우주선은 아니다.
“저것 때문이겠군.”
그는 금은보화들을 살폈다. 며칠 전에 드래곤들의 거주지에 들렸던 게 문제였다. 거기서 선물로 주는 금은보화들에 질려버린 드래곤을 만난 게 문제였다. 드래곤이 금은보화를 좋아한다는 상식에 손님들이 건네주는 물품들에 처음에는 정말 좋아라하던 그 황금비늘 드래곤은 마침내 자신의 별장용 행성이 금은보화에 파묻혀 나무고 바다고 대기권이고 죄다 사라져버리자, 금은보화에 질려버렸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 드래곤은 지나가던 우주선들을 잡아다 강제로 금은보화들을 갖고 가게 협박하면서 살기 시작했으니까. 덕분에 라우스네리안은 금은보화들을 과다적재한 채 그 별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것 같군.”
라우스네리안은 중얼거렸다. 하긴 그 전에 42군데의 비슷한 차원들을 여행한 일도 있었으니까. 2010년의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곳에서 어떤 인물이 그 날 쇠고기국밥에 첫 숟가락을 댈 때의 양만이 달랐던 그 42군데의 차원에서 몸이 조금 날래고, 몸에서 다소 파괴적인 빛을 내는 녀석이 공격해왔으니까.
그 녀석은 스스로가 마음을 먹는 순간 모든 것을 죽일 수 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확실히 근처의 잡초 제거에는 상당히 쓸 만해 보이는 능력이었다. 그 녀석은 차원 몇 군데 여행해서 나름대로의 체력단련법이나 초급의 격투기를 익혔다고 스스로가 제 잘난 줄 알고 있었으니까.
그 녀석에게 약간 조언을 하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대놓고 공격해왔기에 9일 만에 익힌 만천화우로 공격했다. 처음에야 그 녀석은 고작 만천화우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 암기들이 우주선의 동력원인 반물질을 내포한 물건들이라 튕겨내려던 녀석과 함께 소멸했지만.
그런 일이 42번이나 발생했더니 연료가 떨어진 것도 확실히 문제이긴 했다만. 그 녀석은 형편없이 약한 주제에 남의 말을 하나도 듣지 않고 자존심만 내세워 닥치는 대로 공격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옛날이라면 이 자야말로 우주와 그 모든 법칙을 창조한 창조신이라고 외치게 만들었을 조상이며 아직도 살아있는 라우스네리안 25세에 비하면 정말로 별 거 아니었으니.
“나도 어른스럽지가 못하다니까.”
라우스네리안은 자신 역시 흔한 일반인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라우스네리안 25세조차 초강자의 반열에 들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밝혀진 강자들 순위에서 간신히 구골플렉스에다 천경을 제곱한 정도의 순위에 들 뿐이었다.
“조상님도 참으로 무모한 짓을 하고 있다니까.”
갤러헤드 데 붸른 아이작은 강자들 순위에서 16번째이고 알레핀 가울러는 17번째였다. 게다가 그 위의 15명은 사실상 존재는 하고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소식이 없었으니까. 라우스네리안 25세의 무모함에 라우스네리안 54세는 쓴웃음을 짓다가 다시 우주선을 살폈다.
라우스네리안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주변을 수색하면서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았다. 그는 어두컴컴한 하늘과 말라붙은 대지를 살핀 후 조심스레 걸어 나가려다 다시 우주선을 살폈다. 역시 스파게티 모양의 우주선을 살 걸, 이라고 그는 후회한 다음 주머니에서 여러 개의 캡슐들을 꺼냈다.
라우스네리안은 캡슐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고개를 저은 뒤 먹었다. 역시 ‘금강불괴가 되는 약’은 악명대로 너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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