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신대륙의 거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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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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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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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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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난 용

DUMMY

“크으, 이거지! 붙을 줄 알았다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최적화에 환장한 최적화의 민족이다.


게임을 해도 확실하게 검증 된 1티어 직업군, 1티어 스킬 트리를 선택하는 게 바로 대한민국의 게이머들이다.


이건 비단 게임만이 아니라 공부나 진학에도 적용이 된다.


당장 이과에서 최상위를 달리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의대로 빠지지 않던가.

문과의 경우 관악산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 대학교의 법학부로 빠지는 게 당연한 루트였고.


지금은 사법고시가 사라지고 법대가 로스쿨로 바뀌는 바람에 문과의 경우 테크트리가 좀 갈리긴 했다.


로스쿨로 가서 변호사를 하든가, 아니면 소위 행정고시라 불리는 5급 공채에 도전하든가.


물론 최근에는 박봉에 워라밸까지 형편없다는 붉은 진실이 퍼지며 공무원의 인기가 줄어들긴 했다.

그래도 5급은 절대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자기가 공부 하나만큼은 꿀릴 게 없다고 자부하던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내 동기들 중에서도 1차조차 못붙고 광탈한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 지옥 같은 경쟁을 뚫고 최종 합격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그냥 일반적인 합격이 아니다.


행정고시의 꽃이라고 불리는 재경직.


그 재경직 중에서도 합격생들이 합격하기를 선망하는 상위 부처 중 하나인 금융위 사무관으로 발령 받았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문과 중에서는 최상위라고 자부할만한 수준 아닐까.


하물며 부모님 얼굴조차도 기억 못하는 보육원 출신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건 솔직하게 자랑해도 될만한 수훈이라고 생각한다.


[새빛 보육원이 낳은 불세출의 천재 이도원! 5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 재경직 차석 합격!]


아직도 보육원 입구에 저 플래카드가 떡하니 걸려 있는데 말해 뭐해.


“이도원 씨,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뭘까요?”

“그거야 저를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선생님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이죠. 제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구라다.

내가 미친 듯이 공부를 파고 든 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바늘 구멍처럼 좁은 문이라고 해도 명문대에 가기만 한다면, 고시만 붙는다면.

이런 나라고 해도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악착 같이 달라붙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명석한 머리를 물려준 부모님에게는 감사하는 마음도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머리가 나빴다면 보육원 출신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를 가고, 거기서 행정고시까지 붙을 수 있었겠나.


뭐. 시설에서 날 잘 봐줬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이다.


중학생 때부터 악착 같이 공부만 파고 들어서 1등을 거의 놓친 적이 없었으니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겠나.


국가나 여러 재단에서 주는 장학금도 빠짐없이 받을 수 있게 도와줬고 덕분에 적어도 공부하면서 배를 쫄쫄 굶을 일은 없었다.


이건 나중에 높이 올라가면 연줄을 팍팍 동원해서 지원해주는 걸로 은혜를 갚아야지.


어쨌거나 기나긴 인고의 세월 끝에 드디어 연수기간도 끝났고 부처 발령도 받았다.


이제 내일부터 금융위 사무관 이도원의 찬란한 공직 커리어가 시작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길고도 힘든 시간이었지.


선배들은 앞으로가 더 힘들 거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지만, 그건 미래의 내가 감당해야 할 일.


지금은 그저 앞으로의 일이 기대되고 설렐 뿐이었다.



* * *



“좋아, 좋아. 옷도 구겨진 곳 없고 짐도 다 챙겼고 알람도 맞춰놨고. 완벽하네.”


오늘 하루만 지나면 이제 진짜 출근일이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새벽 1시.


더 늦게 자면 내일 아침에 지장이 갈 텐데 잠이 오지 않아서 큰일이다.


괜히 베개랑 이불을 전부 바꿨나?


새삼 주변을 둘러보니 원룸 내부의 가구도 참 많이 바뀌었다.


고시생 시절 신림 고시촌에 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금융위와 가까운 독립문 근처의 원룸으로 이사했다.


무려 자전거로 7분만에 출퇴근할 수 있는 극한의 직주근접.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 온 나는 연수원과 지방연수를 하는 동안 받은 월급 전부에 대출까지 조금 받아서 아낌없이 플렉스 해버렸다.


컴퓨터도 최고급 사양으로 맞췄고 이부자리도 최고급, 스마트폰도 이틀 전 AI가 온디바이스로 탑재 되어 있다는 사과농장의 최신폰으로 구매해 뒀다.


여기에 동기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출력하기 위한 초대형 포토 프린터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함께 합쳐진 최신 가전까지.


“혹시 모르니까 한번 더 확인해 볼까? 야, 사라. 내일 알람 제대로 맞춰져 있는지 확인해 줘.”

[네, 확인해 드릴게요. 내일 오전 6시 30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기상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5분 간격으로 계속 알람을 울릴 예정입니다.]

“내일 출근하면서 들릴 만한 카페 좀 표시해줘.”

[영업 시간을 확인해서 지도 어플에 표시해드리겠습니다.]


캬. 반응보소. 옛날 멍청했던 음성 인식 비서와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다.


그 뭐라더라?

예전과는 다르게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온 디바이스, 즉 기기에 탑재 되어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원리는 나도 잘 모른다.


중요한 건 기기 내부에서 돌아가는 거라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서도 작동이 된다는 점이다.


신기해서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보면서 가지고 놀아봤는데 체감 성능은 GPT 3.5 정도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 AI를 스마트폰에서 로컬로 돌릴 수 있다니 과학기술의 진보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게 AI와 놀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세시를 향해가는 중.

이제 슬슬 자지 않으면 진짜로 위험해진다.


첫날부터 지각하는 대참사를 일으킬 수는 없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돌연 머리 맡에 놓은 스마트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떨리십니까?]


그럼 당연히 떨리지. 지금까지 이 날만 기다리며 비루한 고시생 생활을 견뎌냈는데.


[새로운 길로 나아갈지 그저 반복되는 같은 길을 걸어갈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어떻게 붙은 자리인데 당연히 이 젊음을 불태워서라도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로 가야지.


···그런데 아무리 AI가 탑재된 음성 인식 비서라고 해도 이렇게 자기가 먼저 말을 걸 수도 있는 건가?


이건 그냥 진짜 사람 같잖아.


[당신의 선택을 응원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폰에서는 어떤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래, 그냥 내가 눕기전에 대화를 제대로 끝마치지 않았었나 보지.


지금 잔다고 해도 4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일어나야 하니 더는 쓸데 없는 곳에 머리를 쓸 시간이 없다.


눈을 감고 머리를 비우자 그 순간.

세상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띠링! 띠리리링!



“헉! 뭐야. 벌써 아침이야?”


잠에 빠진 지 10초도 지나지 않은 거 같은데 갑작스레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자동으로 몸이 벌떡 일어났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내 몸은 완벽히 시뮬레이션한 대로 최적의 동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새 치약으로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잘 다려입은 양복을 입고 시계도 차고 마지막으로 스마트폰까지 챙겨주면 출근 준비 끝.


혹시 못 일어나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이렇게나 몸이 상쾌하다니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다.


하긴 수험생활 때 하루 4시간씩 잔 날이 허다한데 이 정도쯤이야 가뿐하지.


띠리릭.


도어락을 열고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자 새벽녘의 상쾌한 공기가 내 몸속으로 파고든다.


“음, 출근 첫날이라 그런지 서울 공기마저도 상쾌하기 그지없네.”


기분 탓인가?

어째 지방 연수를 받을 때보다도 더 상쾌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사람은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생물인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그냥 별거 아닌 출근 날인데 고작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이렇게 달라···.


“···어?”


뭐지?

난 분명 독립문역 앞에 있는 원룸에서 나왔을 텐데.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한번 비볐다.


그리고.


“이, 이런 미친···이게 뭐야!”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반사적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뒷걸음질 쳤다.


여기가 뭐 강남처럼 삐까번쩍한 동네는 아니어도 엄연히 역세권에 위치한 골목이다.


골목 구석구석 가게들이 들어차 있고 이 시간이면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내 눈앞에 비치고 있는 풍경은 그런 게 아니었다.


문명의 이기와는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시골 마을.


아니, 시골이라는 표현조차도 아깝다.


시골은커녕 판자촌에도 전봇대 깔려 있고 전기가 들어오는 게 21세기 대한민국의 인프라다.


그런데 눈앞의 거리는 대한민국의 시골조차 최첨단으로 느껴지게 할만큼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분명 평소처럼 원룸 문을 열고 나왔는데 갑자기 이런 풍경이 펼쳐지니 멘탈에 쩌저적 금이 가는 느낌이다.


뭐지?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여기에서 대규모 영화 촬영이라도 예정 되어 있던 건가?


그래서 거리 전체를 전부 세트장으로 바꿔버린 거고?


아니지. 상식적으로 아무리 세트장을 세운다고 해도 원래 있던 건물들이 사라지는 건 말이 되지 않잖아.


게다가 세트장이라고 하기에는 저 멀리 보이는 집이나 구조물들이 너무 사실적이었다.


영화나 게임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난잡했고, 지저분했기 때문에 오히려 생동감이 넘친다.


“이거 뭐···그건가? 중세 컨셉?”


차라리 배경이 우리나라였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한옥마을 같은 곳에 왔다고 납득이라도 할 텐데,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아무리 봐도 동양이 아니었다.


“아, 진짜 미쳐버리겠네. 제발 누가 몰래카메라라고 말해줘.”


금융위 사무관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출근 첫 날 문을 나서보니 어딘지도 모를 중세 거리의 한복판?


웹소설이라고 해도 이런 전개는 안하겠다.


어떻게 하지. 그냥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게 나을까.


맞아. 일단 들어가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뭐라도 검색을···.


“히···히익! 저, 저게 뭐야! 사, 사람 살려!“


이건 또 웬 비명소리?

잠깐. 그런데 분명 한국어 아니었나?


나는 눈앞에서 들려온 익숙한 언어에 격한 안도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이 불가사의한 사태에 휘말린 동지가 나 말고도 더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잠깐! 나도 한국 사람······.”


큰 소리로 외치려던 나는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누가 봐도 외국인으로 보이는 어린 백인 남자.


이제 막 열살을 좀 넘어 보이는 소년이 날 보자마자 한국어로 살려달라고 외치며 도망가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조각조각 금이 가 있던 내 멘탈은 다시 깨끗하게 원 상태로 돌아왔다.


그럼 그렇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문 밖을 나섰더니 중세 시대?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리가 없지 않나.


내 풍부한 상상력이 현실과 구별할 수 없을만큼의 정교한 꿈을 만들긴 했어도 역시 등장 인물의 언어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정교한 꿈이라고 해도 백인 애들이 한국어로 말하는 걸 들으니 현실감이 팍 죽어버리는구만.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자각몽? 루시드 드림?


어찌 됐든 이게 꿈 속의 세계라는 걸 자각하자 방금까지 솟구치던 당혹감과 공포는 씻은 듯 사라졌다.


“하긴, 태어나서 단 한번도 유럽 같은 곳을 가본 적이 없으니 이런 꿈을 꿀 만도 하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돈을 모아서 유럽으로 자유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와야겠다.


남들은 다 해외여행이다 뭐다 하면서 놀러다니는 게 왜 부럽지 않았겠나.


단지 내게는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냥 죽자고 책만 보고 공부만 했을 뿐.


그래도 이제 명색이 금융위의 사무관이니 유럽 금융의 중심이라는 런던 정도는 직접 보고 와야 하지 않겠어?


당장 올해 비행기 티켓 끊어서 가고야 만다.


뭐, 그건 그거고 이제 내가 왜 이런 개꿈을 꾸고 있는 건지 이유는 대강 알았는데.


“······.”


달칵. 띠리릭.


집 안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봐도, 다시 문을 열고 나와봐도 아까와는 달라진 게 없었다.


“······.”


이거. 꿈에서 어떻게 깨야 하는 거지?


방법을 모르겠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몇 달 만에 신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오후 7시 20분에 매일 올라갈 예정입니다.


마지막까지 계속 달려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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