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다마내기
작품등록일 :
2016.03.15 00:05
최근연재일 :
2016.04.10 07:3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3,738
추천수 :
473
글자수 :
163,678

작성
16.04.07 07:30
조회
433
추천
2
글자
8쪽

만남-2

DUMMY

“헌데 네 가문 말이다. 살아 있는 이들이 있어.”

“뭐라고?!”

공랑이 벌떡 일어났다.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던 것이다. 그는 미끼를 더 던지기로 했다.

“비록 도적단 같은 형태지만.......태공가의 자손들을 보았다는 제보가 끊이질 않는다. 마교에서 그걸 알고 여러 차례 토벌하러 보냈지만 잡질 못했어. 하지만 살아 있다는 건 확실하다.”

동우는 공랑이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눈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정말이었다. 살아 있었구나.......”

죄책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소문이 사실이긴 했지만 의도가 불손했던 참에 반응이 너무 격렬했던 것이다. 동우는 조금 죄책감이 들어 주섬거렸다.

“그들이 정말 네 혈육일지는 모르지만.......”

“태공가는 모두 가족이야. 나 말고 한 명이라도 살았으면 그걸로 되었다.”

동우는 그 말에서 폭발하듯 흘러넘치는 감정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전율했다.

“이런 기구한 사연이 있을 수 있나.......”

“무림에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계속 슬퍼할 수는 없지.”

이렇게 순진한 도련님이 있나. 평소라면 그런 것에 감화될 그가 아니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곧바로 무시하기 힘들었다. 공랑이 억지로 눈물을 닦자 동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게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져? 아니지. 내게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셔. 네가 당한 일의 반이라도 느낀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충분히 이해된다고.”

공랑이 붉은 눈으로 동우를 바라보았다. 동우는 이때다 싶어 더 말을 주절댔다.

“나는 평안 사람 정동우다. 비록 비천한 몸이지만 내가 꼭 도와줄게. 내게는 돈이 많아. 얼마든지 지원해줄 수 있어. 태공가의 부흥을 위해 이 한 몸 바쳐 꼭 돕겠다.”

“.......정말이오?”

“남자로서의 약속이야.”

진심이었다. 너의 행복은 나의 행복. 우리는 같은 편. 네 힘은 나의 힘. 태공가가 복권되면 그 이득이 얼마냐. 천혼초를 찾은 후에도 어마어마할 테다. 평생 발 뻗고 지낼 수도 있다. 물론, 도박이다. 그것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도박이다. 하지만 그가 장사치로 인생을 시작할 때부터 얼마나 많은 도박을 해 왔는가.

물론 그건 그 때 당시로 생각하자면 승산이 있는 도박도, 이성적인 판단도 아니었지만, 그 때 그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


그는 긴가민가하는 공랑에게 사력을 다해 온갖 감동적인 말을 섞어냈다. 그것이 제법 잘 먹혔는지 공랑은 어느새 동우의 말에 집중하고 말았다.

“하긴 지난날 내 사람에 대한 믿음이 너무 부족했지. 뼈저리게 반성하오.”

공랑은 동우의 손을 꽉 잡았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마음만으로도 고맙소.”

원래 말투가 이런 모양이었다. 하긴 태공가의 적손이라면 자존심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래도 공랑에게서 나오는 그 열기는 단순하면서도 제법 기분 좋은 것이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인데. 뭘.”

뛸 듯이 기뻐하는 것이 참 단순한 공자였다. 그리 오래 갇혀 있던 탓에 오히려 더 순진해져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로서도 기분 좋은 계약이었다.

“지랄.”

노파가 초를 치는 것이 딱 하나 문제였다. 다행히 공랑은 큰 신경은 쓰지 않았다.

“10년 만에 처음 만난 사람이 이토록 따스하다니 내 감격했소.”

“에이 뭘 또 그렇게.......”

그들은 계속해서 떠들었다. 동우는 노파가 몹시 못마땅해 하는 눈길로 바라보는 것을 무시하고 열심히 공랑의 인간성을 찬양하며 추켜세웠다. 공랑도 신이 나서 자신의 과거사를 대부분 말해 주었다.

온종일 도망쳤던 탓인지 공랑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곤하게 잠이 들었다. 수마를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기어코 천화의 곁에서 끝까지 눈을 감지 않으려 하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옆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니 바로 곯아떨어졌다.

공랑이 잠에 떨어지자 노파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입꼬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아하니 말을 오래 참은 것 같았다. 그녀는 치밀하게 공랑의 숨소리를 확인하고는, 공랑이 완전히 잠든 것을 확신하고서야 동우에게 말했다.

“사람 이용하는데 그렇게 허술하게 말하는 거 아니다.”

동우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뭐 어때서? 그래서 내가 실패했어?”

“나와 비교하면 한참 하수니까 보는 내내 웃겼거든.”

노파가 키득댔다.

“단물까지 쏙 빼먹고 쓸모없으면 가차 없이 버릴 정도는 되어야지. 늙어먹을 때까지 살면서 깨달은 게 그거 하나야. 괜찮겠다 싶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처럼 굴다가 아무리 해도 필요 없겠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아야 해. 너 하는 꼴 보니까 네가 곤란해질 때는 버리기 어렵겠더라고.”

두 번 강조하는 걸 보니 이 노파 인생도 참 삭막하겠다 싶었다.

“그건 할멈이나 그런 거고.”

“도련님 꿰어내서 뭘 하려고?”

“웬 참견이야. 내가 정말 떡고물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반은 사리사욕 때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완전한 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심으로 가여웠던 것도 있긴 있었다.

“입이 근질거려서 죽는 줄 알았네.”

“왜, 계속 방해하지 그랬어? 말이라도 하지?”

“내게도 나쁜 건 아니니 냅뒀다. 게다가 이 공자에게도 나쁜 건 아니니 말이야.”

“맞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지.”

“기왕 그럴 거면 이 공자 사기라도 안 당하게 잘 감시해라. 다짜고짜 본론부터 말하는데 넘어간다는 것도 신기하다.”

“나도 그걸 알고 말한 거야. 사람 보는 눈은 자신 있으니까.”

“염병. 너 나 없었으면 그 여자 따라가서 지금 어떻게 됐을 줄 알아?”

노파가 꼬집었다. 속이 뜨끔하다. 벼슬자리를 얻어 호의호식하는 동안 장사꾼의 실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아픈 기억은 있어.”

“그런데 감당할 자신은 있냐? 마교에서 도망 나왔단 건 보통 일이 아니야. 사연은 짐작되지만.”

“따지고 보면 나도 쫓기는 신세인데 뭐 별 다를 거 있겠어? 더 잘 숨어 다니면 되겠지.”

“네가 마교의 힘을 잘 모르나본데.......”

노파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말을 말자.”

“힘이 어느 정도나 되기에 그래?”

“힘에 집착하는 놈들이 세운 단체인데 약하겠냐. 그것도 그렇지만 마교에 오래 있었던 자들은 조심하는 게 좋아.”

“왜?”

“거기 있다 보면 정신이 망가져버리는 자들이 대다수거든. 환자니까 치료했다만 탐탁찮아.”

“그냥 순진한 도련님이잖아.”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선할 것 같았다. 그러나 노파가 말한 것은 다른 인물이었다.

“아니, 이 처자 말이야. 마교에서 유명하다며?”

노파가 피투성이 여인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고양이상의 절세미녀....... 동우는 그 여인을 바라보자 최면에 걸린 듯 말했다.

“.......이렇게 고운데?”

“홍련 그년한테 홀린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그러냐?”

어디 그 여자와 비교를. 동우는 처음 보는 숙녀에게 굉장한 실례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원래부터 특이한 거고.”

노파는 갑갑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일단 한숨 자고 생각하자. 내일까지는 괜찮을 테니.”

“내일 모레부터는 위험하단 거지? 바로 도망가면 되겠네.”

그리고 그들도 곧 잠에 빠져 들었다. 긴 여행에다 오밤중에 일어난 소란도 겹쳐 그 역시 몹시 피곤했던 것이다. 노파야 원래 잠이 많았고.



그리고 그 탓인지, 그들은 날이 밝자 그리 달갑지 않은 자들과 마주쳐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랑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16.04.11 358 0 -
공지 매일 오전 7시 30분 16.03.15 636 0 -
37 만남-5 +2 16.04.10 401 3 9쪽
36 만남-4 +2 16.04.09 424 2 9쪽
35 만남-3 +2 16.04.08 578 2 8쪽
» 만남-2 +2 16.04.07 434 2 8쪽
33 만남 +4 16.04.06 456 2 9쪽
32 세 번째 장 +2 16.04.05 374 4 10쪽
31 장화신은 홍련-3 +2 16.04.04 402 5 14쪽
30 장화 신은 홍련-2 +2 16.04.03 330 5 11쪽
29 장화 신은 홍련 +2 16.04.02 372 4 9쪽
28 연극 +2 16.04.01 439 4 7쪽
27 다시, 홍련 +2 16.03.31 458 4 11쪽
26 허씨 +2 16.03.30 369 5 12쪽
25 몽운사 +2 16.03.29 483 6 11쪽
24 홍련-4 +2 16.03.28 482 8 12쪽
23 홍련-3 +2 16.03.27 508 8 10쪽
22 홍련-2 +2 16.03.26 607 10 9쪽
21 홍련 +2 16.03.25 597 12 8쪽
20 두 번째 장 +2 16.03.24 709 10 11쪽
19 천랑비급 +2 16.03.23 634 12 15쪽
18 열쇠 +2 16.03.22 602 13 14쪽
17 다시, 감금 +2 16.03.21 595 12 7쪽
16 다시 만났을 때 +2 16.03.21 621 10 9쪽
15 첫 만남 +2 16.03.20 600 11 12쪽
14 그런식으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2 16.03.19 674 12 12쪽
13 이날 잡히지만 않았어도 +2 16.03.18 640 15 14쪽
12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2 16.03.17 742 11 14쪽
11 감금-11 +2 16.03.16 758 15 12쪽
10 감금-10 +5 16.03.15 902 2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