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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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학고레
작품등록일 :
2016.03.15 01:13
최근연재일 :
2016.03.27 16:0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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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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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가도

DUMMY

기후성을 나와 대마도로 향하는 요시시게는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기세가 오른 일본이라도 조선을 밟고 명나라를 치겠다는 히데요시의 발상은 황당하고 무모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시시게’입장에서일본 본토보다 부산이 더 가까운 대마도는 조선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일본이 조선을 침공하면 성공여하를 떠나서 대마도는 치명적인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요시시게 입장에서 히데요시의 말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일본과 조선의 좋은 외교 관계를 위해 자신이 중재 역할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고민하던 요시시게는 3가지로 가닥을 잡았다. 일단 조선에 사신을 파견해서 최대한 일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는다. 다음 조선으로 하여금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하도록 하여 히데요시의 마음을 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데요시의 조선에 대한 정책이 전쟁이 아닌 외교전으로 바뀌도록 한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요시시게는 부하들 가운데 마땅한 사람을 찾다가 ‘다치바나 야스히로’를 발탁했다.


“이보게! 자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겠나?”


“네 잘 알겠습니다.”


“중요한 일이니 다시 한 번 이야기 해 주겠네.”


“네 성주님!”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그동안 우리 일본의 변화된 상황 설명이네, 그러니까 그동안 일본은 100년이 넘는 동안 전국시대를 살아오면서 많은 부침(浮沈 세력이 성하고 쇠함)이 있었지만 히데요시라는 탁월한 지도자로 말미암아 난세를 끊고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


“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러한 때 조선과 일본은 새로운 외교 관계를 맺고 상호 양국 발전을 위해 협력관계로 나아가자는 것”


“네~”


“그러므로 세 번째는 조선에서 일본을 통일한 히데요시님에게 축하 사절의 의미로 통신사를 파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정중한 요청 일세 알겠나?”


“알겠습니다.”


“만약 조선에서 통신사를 파견하지 않으면 자네와 나는 히데요시님의 눈 밖의 나게 돼서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될는지 알 수 없네. 알았나?”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렇게 시작 된 조선과 일본간 사신왕래는 1587년부터 89년 까지 3년 동안 몇 차례 이어지게 되었다.


선조는 조선을 방문한 야스히로 일행들을 직접 만나주지 않았고 그들을 접견하고 온 대표들을 통해 보고를 받았다.


“우리 일본은 그동안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전쟁에 익숙하고 전쟁기술이 발달하여 향후 명나라를 침공하고자 하니 조선에서 명나라로 가는 길을 빌려주시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양국 간 사절단 교환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전하~ 일본 사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대략 이와 같습니다.”


우의정 이산해의 이와 같은 보고는 조선의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았고 선조는 극심한 불쾌감으로 치를 떨었다.


“어허 야만스럽습니다. 가당치도 않는 당돌함입니다. 명나라를 공격하는데 필요한 길을 빌려 달라?”


“그렇습니다. 전하~ 이른바 정명가도(征明假道)입니다. 길을 빌려준 대가로 명나라에서 나온 전리품 3할을 조선에 할양해 주겠다고 합니다.”


사실 일본 사신들이 가져 온 공문 내용은 대마도를 떠나기 전날 뒤바뀌고 말았다. 처음에는 대마도주 요시시게가 온건한 내용으로 상호협력을 위한 사절단 파견이었다. 그러나 히데요시의 갑작스러운 개입으로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으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히데요시의 생각이 이렇게 바뀐 것은 리큐 대사한테서 들은 가도벌괵이 한몫했다.


“전쟁으로 위협을 하면서 우리 조선이 일본과 굴욕외교관계를 맺으라는 것 아닙니까? 그래!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백관들의 의견은 서인과 동인 등 당파에 따라 설왕설래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그러나 일본의 요구가 지나치게 무례하고 거칠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중지가 모아지고 있었다.


더구나 조선은 전통적으로 명나라에 대해서는 사대를 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야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던 배경도 작용한 것이었다.


결국 선조는 백관들의 의견을 핑계로 통신사 파견 불가방침을 선언했다.


선조의 명령을 받아 일본에서 온 야스히로를 왜관(倭館)에서 만난 이산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조선은 당신들 일본과는 달리 해운과 항해술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바다의 길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귀국에서 요청한 통신사 파견을 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결국 다치바나 야스히로의 중재 노력은 실패로 끝나고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 대마도로 돌아갔다.


야스히로가 대마도에 도착해 보니 자신을 파견한 ‘소 요시시게’가 죽고 양자였던 ‘소 요시토시’가 히데요시의 임명을 받아 새로운 도주가 되어있었다.


어쩔 수없이 야스히로는 직접 히데요시를 알현해서 보고를 올려야 했다.


“그래 조선의 왕이 상경명령에 따르겠다고 하던가?”


히데요시의 질문에 야스히로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조선은 일본을 오랑캐쯤으로 가볍게 여기고 통신사마저도 보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히데요시는 조선 국왕을 일본의 한 성주쯤으로 여기고 상경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 아닌가? 야스히로는 혼란에 빠졌다.


“그럼? 애당초 칸파쿠의 명령은 조선 왕의 상경이었나? 그런데 그 때 도주님은 왜 통신사 파견을 말씀했지? 이것 참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러나 야스히로는 뱃짱이 두둑한 사람이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일단 위기를 모면해야 했다.


“네 칸파쿠 전하~ 그런데 지금 선조의 건강이 좋지 않아 심히 앓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병이 낫는 대로 상경하겠노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오~ 그래 상경하겠노라고 약속을 했어?”


히데요시는 목침에 기대고 있던 상반신을 일으키며 새삼스럽게 감탄한 듯 반문했다.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상경을 약속했습니다.”


“근데 나는 선조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단 말이야, 조선 사람들은 내숭을 잘 떨거든.. 속을 모르겠어 속을.... 그런데 자네도 조선에 갔다 오더니 속을 모르겠군. 여봐라! 저 야스히로 뱃속 좀 갈라봐라 속에 뭐가 들었는지 말이야.”


“아니! 저 칸파쿠 전하..”


갑자기 무기를 든 시종들이 들어오더니 야스히로를 거칠게 끌고 나갔다.


“조선의 국왕이 상경이라니? 내가 다른 보고와 혼동해서 실수한 말인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둘러 대? 쯧쯧”


히데요시는 혀를 차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람은 누구나 위기를 만나면 거짓을 동원해서라도 위기를 벗어나려는 습성이 있지 그러나 그 거짓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불러 오는 법, 특히 윗사람을 속이는 거짓은 더더욱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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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츠루마츠의 출생 +2 16.03.27 185 2 8쪽
28 요도 부인의 태기 +1 16.03.27 128 1 7쪽
» 정명가도 +1 16.03.25 165 3 7쪽
26 히데요시의 광기 +1 16.03.25 156 3 8쪽
25 율곡의 십만양병설 +1 16.03.24 171 3 7쪽
24 양심의 두려움 +1 16.03.23 230 3 7쪽
23 이별을 재촉하는 두견새의 노래 +1 16.03.23 189 3 7쪽
22 토시이에의 배신 +1 16.03.22 208 3 9쪽
21 승리의 함정 +1 16.03.22 169 3 8쪽
20 용과 이무기의 싸움 +1 16.03.21 225 3 7쪽
19 살아남아 주시오 +1 16.03.21 226 4 8쪽
18 운명의 장난 +1 16.03.20 235 4 7쪽
17 고수의 흑백 활용술 +1 16.03.20 189 3 7쪽
16 무서운 결심 +1 16.03.19 131 5 7쪽
15 기억의 아픔과 설득의 아픔 +1 16.03.19 187 6 8쪽
14 2개의 패(산보시와 오이치) +1 16.03.18 223 7 7쪽
13 키요스 회의 +1 16.03.18 248 6 7쪽
12 희망이라는 나침반 +1 16.03.17 196 5 7쪽
11 히데요시에게 찾아온 기회 +1 16.03.17 197 5 7쪽
10 아네가와 전투 +1 16.03.15 261 17 6쪽
9 양쪽으로 묶인 쥐눈이콩 +1 16.03.15 220 16 5쪽
8 성주의 결단과 남편의 진심 +1 16.03.15 210 15 5쪽
7 병법의 어리석음과 지혜 +1 16.03.15 242 16 6쪽
6 신부의 시험 +1 16.03.15 321 19 8쪽
5 호랑이와 학의 결혼 +1 16.03.15 239 31 5쪽
4 강요된 결혼 +2 16.03.15 274 20 6쪽
3 야부사메 궁사 나가마사 +1 16.03.15 297 23 6쪽
2 천사의 게임초대 +1 16.03.15 297 25 6쪽
1 차가운 한강의 바람 +1 16.03.15 437 3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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