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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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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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0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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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DUMMY

- 제29화. 식사와 만남 -




기운은 공격과 방어에 모두 활용한다. 즉, 하나의 그릇에 담긴 기운으로 공격이든 방어든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전투를 이어가며 어떤 방식으로든 기운을 먼저 소진한 쪽이 보통 패배한다. 다만 여기서 기운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투의 기술이고, 기운을 운용하는 체계이다. 개중에는 타인의 기운의 흐름을 보거나 느낄 수 있는 사람, 혹은 사람 외의 동물이 존재하여, 단순히 흐름을 끊는 것만으로 상대의 기술을 모두 무효화시킬 수 있다.


- 기운에 관한 토막 상식.




“몸에 부담이 갔구나.”

“네. 간만에 느끼는 기분이네요. 으음…….”

도영이 왼손으로 오른팔을 마사지하며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대전이 모두 끝나고 모두가 돌아간 후, 도영이 의무실에서 나오다가 토대인과 마주친 것이었다.

“크로이체르가 실력이 꽤 괜찮지?”

“1등이었으니까요. 여전하겠죠.”

하지만 토대인 합마도 그 옆에 있는 고현충도 결과적으로는 주먹 한 방에 쓰러뜨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기왕 올라왔으니 하는 말이다만, 내일 있는 대전들이 모두 끝난 다음날에는 폐하와 점심 식사를 함께 하게 될 거다. 네 명 전부.”

“그럼 거기서 보직 변경 신청을 하게 되나요?”

“아니, 식사가 끝나고 인사 담당자가 따로 올 거야. 거기서 말하면 된다. 폐하께서 식사 중에 물어보실 수는 있겠지.”

“그렇군요.”

“도영, 간만에 식사하지 않겠느냐?”

“…… 네.”

딱 마주쳐서, 더 이상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황도에 들어올 때에는 보직 변경권이 걸린 평가전에 참가해서 면목이 없다 생각하여 호사비 다파마와 함께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런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도영의 말은 하나같이 힘이 조금씩 빠져있었다.

토대인은 딱히 크로이체르나 배쉬 히스로드의 상태는 살펴보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도영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대전장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제 대전은 2번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점심 식사 이전에 모든 과정이 끝난 상태였다.

“공. 저는 이만 내일 대전을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어어? 넷이서 식사는 하고 가지?”

“아닙니다. 식사는 진행 팀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

토대인의 곁을 지키던 고현충이 대전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황궁 쪽에 서서 그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내일 잘 싸우거라.”

“네, 선생님.”

고현충이 천천히 걸어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가, 도영이 토대인 합마를 향해 돌아보았다.

“근데 네 명이요? 누구 더 있어요?”

“멀쩡한 사람이 너랑 그 애밖에 더 있더냐?”

“늦으셨습니다.”

“도영이 이래저래 말 걸어서 그렇다.”

“예? 에? 안녕하세요?”

조용히 다가와 말하는 후드를 쓴 그 여성의 앞에서 토대인이 괜히 도영을 들먹이자 도영이 인사를 하면서도 몇 번이나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자세도 엉거주춤한 것이, 4강전 시작 전에 보였던 그대로 ‘그냥 사람 1번’ 정도였다.

“…… 같이 먹는 것입니까?”

“저도 몰랐는데요…….”

두 사람이 모두 토대인을 올려다 보았다. 예정에도 없이 점심 식사를 산다는 말에 따라왔더니 다음날 싸워야 하는 상대를 함께 데려온 것이 아닌가. 도영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조금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엘렌 역시 도영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싫은가요?”

“네? 아, 아뇨…….”

“오늘이 아니면 밥을 사줄 기회도 딱히 없을 것 같아서 불렀다. 그럼 가자꾸나.”

토대인이 도영과 엘렌의 어깨를 탁탁 두들기고 앞장섰고, 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가 그를 따라 걸었다. 그렇게 향한 곳은 도영도 익히 본 적이 있는 간판이 걸린 큰 점포였다.

“엉? 도영, 어쩐 일이야?”

“점심 먹으려고요. 저도 따라온 거예요.”

어쩐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호사비 다파마가 마침 호림 수산업 본점의 매장에 내려와 있었다. 도영에게 약간은 당황한 듯 인사하고는 그의 앞에 있는 토대인 합마에게 급히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어어, 여기서 또 보는군. 도영을 잘 부탁하네.”

토대인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힘차게 잡고 흔들었다. 그 손을 놓은 토대인이 손으로 몇 번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 하며 뒤로 돌아보았다.

“음, 장어 어떠냐? 요즘 좋다고 하던데.”

“귀하지 않습니까?”

“비싸잖아요.”

아저씨 뒤를 따르는 젊은이 두 명이 한 마디씩 던지자 그것을 듣고 있던 호사비가 얼른 주방 쪽으로 들어갔다. 주방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호사비가 머리를 내밀었다.

“어른이 사준다 하실 때 넙죽 받아먹어.”

“그 말이 옳소.”

“그렇지요? 제가 싸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되는 거예요?”

“내가 요 입김이 좀 어, 되거든!”

도영이 조리대 앞에 서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호사비에게 묻자 그가 손으로 입 뻐끔거리는 모양을 흉내 내며 선홍빛 잇몸을 드러내 웃었다.

“자리는 따로 정해뒀으니 포장해주게. 너희들 양념? 소금?”

“양념입니다.”

“어…… 그럼 저는 소금이요.”

엘렌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르자 도영은 동일성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다른 것을 골랐다.

“하하하, 익혀서 넉넉하게 싸드릴 테니 잠시 기다리십쇼!”

살아있는 장어를 순식간에 기절시키는 기운 운용, 신들린 칼놀림으로 장어를 분해하는 실력, 무사로서 칼을 휘두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또한 새로운 세계였다.


그 시각, 대전장 근처.

“실례합니다.”

“예? 누구세요?”

“박동균 님이시지요?”

“예. 누구세요?”

“저는…….”

“인사부장 브라이언 데이비스 공의 부관으로 계신 로베르토 루스 님이시지요?”

“…… 네, 맞습니다.”

눈에 띄는 참가자들에게 계속 먼저 다가갔던 로베르토가 이번에는 처음 겪는 반응에 잠깐 말문이 막혀 후드 아래에서 눈알을 잠깐 굴리다가 답했다.

“원하는 곳으로 보직을 옮겨주시나요?”

“그 이야기를 드리러 온 것입니다. 유능한 무사 분께 원하는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입니다.”

“근데, 그러면 평가전은 왜 하는 건데요?”

“…… 무슨 뜻입니까?”

박동균의 대응은 로베르토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누구나 혹할 이야기를 하려는 것을 초장부터 막아버리고 역으로 질문 공세를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러한 내용을 적나라하게 떠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길거리 한복판에서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었다.

“네? 평가전 왜 하냐고 물어본 건데요?”

“…… 자리를 옮길까요?”

“쉬고 싶은데요. 배쉬 그 사람한테 제대로 얻어맞은 게 아직도 안 풀려서요.”

“그럼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관심은 있는데요.”

“…….”

“…….”

한동안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물론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로베르토 루스는 언제나 후드로 이마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박동균의 시점에서는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이야기를 계속하지요.”

“본론만 간단하게 해주세요. 저는 쉬고 싶으니까요.”

“…….”

“…….”

한동안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물론 바로 방금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지만 처음 겪는 것처럼 잔잔하게 흘러갔다.

“간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복잡하지만 않으면 되는데요.”

“…….”

“…….”

“아니, 이런 시간 낭비는 그만하겠습니다. 그럼 축약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원하는 보직이 있습니까?”

“제가 궁금한 건 그 특혜에 따라붙는 ‘조건’인데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저는 보직 변경의 특혜와 함께, 박동균 님께서 올라타실 수 있는 ‘인맥’을 드릴 것입니다.”

박동균이 그 말을 들으면서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휙휙 돌렸다. 로베르토는 그것을 직접 보지 않고도 어떤 방식으로 알아차렸는지,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는 왼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황도 외곽.

“이런 곳이 있었네요.”

“나중에 거주 구역으로 개편될 땅이지. 이 나무는 그대로 두겠지만 말이야.”

토대인과 엘렌, 도영의 앞에는 10길이나 되는 거목(巨木)이 곧게 솟아있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무성한 침엽수로 둘레 역시 3아름은 넘어보였다. 그 나무의 중간 높이쯤에 있는 굵은 가지에 무언가가 걸려있는 것이 보였다.

“저건……?”

도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토대인 합마가 펄쩍 뛰어 그것을 들고 착지했다.

“굉장하시네요.”

“너도 할 수 있잖아.”

“지금은 못해요.”

“그래? 어쨌든 엘렌. 불 좀 부탁하지.”

토대인이 도영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엘렌을 돌아보았다. 토대인이 나뭇가지에서 들고 내려온 것은 숯과 바비큐 그릴이었다.

“…… 제가 해야 합니까?”

“번갯불이 최고잖아.”

“…….”

토대인과 도영이 빤히 엘렌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토대인이 포장해 갖고 온 장어 뭉치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의 눈은 생선 시장에 진열된 죽은 가자미처럼 뜨고 있어서, 그 얼굴이 토대인 합마가 맞는지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을 수준이었다.

“해주라.”

“아, 알겠습니다.”

‘저 사람도 당황하는 모습이 있구나.’

도영이 느끼는 것은 하나였다. 저 무표정의 여성도 당황이라는 것을 하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작가의말

토대인 : 도영. 내가 망가지는 것은 보이지 않느냐?

 

 

---------------

도영의 기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추측이 가능하실 겁니다. 본문에서 직접 뭐다! 하고 언급하는 건 좀 지나야 나올 거예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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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취업 준비 및 시놉시스 작성 +1 15.12.03 175 0 -
57 수행 - 제56화. 시작점 +1 14.12.10 223 3 11쪽
56 발발 - 제55화. 그의 죽음 +1 13.10.28 447 5 13쪽
55 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2 13.10.27 368 5 11쪽
54 발발 - 제53화. 제국 수습 +2 13.10.24 652 5 12쪽
53 발발 - 제52화. 그의 칼 13.10.18 684 5 11쪽
52 발발 - 제51화. 조짐 +1 13.10.13 425 6 13쪽
51 발발 - 제50화. 달의 능력 +1 13.10.05 369 11 12쪽
50 발발 - 제49화. 붉은 기운 +1 13.09.29 546 10 13쪽
49 발발 - 제48화. 마탑 +1 13.09.23 477 10 11쪽
48 발발 - 제47화. 단독행동 +1 13.09.14 481 9 10쪽
47 발발 - 제46화. 생존 +2 13.09.09 372 10 13쪽
46 혼란 - 제45화. 논쟁과 반응 13.08.28 428 10 13쪽
45 혼란 - 제44화. 파괴 +1 13.08.21 491 8 12쪽
44 혼란 - 제43화. 불길한 그림자 13.08.19 791 11 11쪽
43 혼란 - 제42화. 친구 13.08.17 712 10 13쪽
42 혼란 - 제41화. 복귀 명령 13.07.10 900 10 13쪽
41 혼란 - 제40화. 악수(惡手) +1 13.06.27 970 10 13쪽
40 혼란 - 제39화. 새로운 스승 +1 13.06.09 807 13 12쪽
39 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13.05.27 982 8 11쪽
38 혼란 - 제37화. 힘의 축 +1 13.05.16 2,272 12 11쪽
37 혼란 - 제36화. 회복력 +1 13.05.12 895 12 15쪽
36 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1 13.05.07 1,021 10 10쪽
35 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1 13.05.04 1,895 11 12쪽
34 혼란 - 제33화. 균형과 균열 13.05.01 799 11 13쪽
33 평가전 - 제32화. 알현과 전언 +1 13.04.28 754 10 13쪽
32 평가전 - 제31화. 우뚝 선 자 +1 13.04.24 1,719 12 13쪽
31 평가전 - 제30화. 생각과 대결 +1 13.04.14 802 11 13쪽
» 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2 13.04.07 715 9 10쪽
29 평가전 - 제28화. 정공의 아들 +1 13.04.01 8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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